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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 | 일반 서평 2023-09-21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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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

이언 샤피로 저/이현휘,정성원 공역
인간사랑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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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은 복잡한 사회를 간단한 공식이나 원리로 집약하여 설명하려고 하기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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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

이언 사피로/이현휘, 정성원

인간사랑/2018.9.20.

 

인문사회과학은 비교적 최근에 자리 잡은 학문에 속하지만 복잡한 사회를 간단한 공식이나 원리로 집약하여 설명하려고 하기에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짙다. 그럼에도 강단에서는 꾸준히 잘못을 되풀이하기에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을 지필하게 된 저자는 미국 예일대학교 정치학과 스털링 교수이며, 예일대학교 국제문제 및 지역문제 연구센터의 헨리 D. 루스 디렉터로도 재직하고 있다. 주요저서로 <민주주의 이론의 상태>, <반지배의 정치학> 등과 공저가 있다.

 

<현실에서 도피하는 인문사회과학>은 저자가 추천하는 실용주의적 접근법이란 보다 더 확실한 지식을 추구하기보다는 보다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런 접근법은 모든 지식은 잠정적이고 한시적인 것이어서 언젠가는 다른 지식으로 대체된다고 믿는 과학자들의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 실제론적 인식론과 실용주의적 접근법을 결합시키면 문제 중심적인 연구가 된다. 문제 중심적인 연구는 해결할 실제적인 문제를 먼저 포착한 다음, 그 문제를 해결할 과학적 방법을 만들어내는 순서를 따른다. 그렇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최초의 동기는 끝까지 망각하지 않는다. 최초의 동기가 과학적 연구를 수행하는 궁극적 이유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인문사회과학의 설명적 차원을 이 책의 제1장과 제 2장에서 고찰하고, 3장과 제4장에서는 그것의 규범적 차원을. 5장에서는 정치학에서 환원주의적 설명을 추구하려는 욕구와 그것의 대가를 비판하는 맥락에서 위 문제를 고찰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경제적 효율성을 신봉하는 포스너 이론에서 극적 매력을 느끼는 학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제4장에서 포스너처럼 일반 이론을 추구하는 학자가 결코 그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했다. 정치학 이론가들은 정치학을 구성하는 방법에 관한 모든 주장이 정치적 행위자, 정치적 행위, 정치적 정당성, 그리고 정치적 목표 등을 아우르는 주장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p.43)”고 말하면서 사회현실을 정확하게 묘사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알고리즘 같은 것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정치학 이론가가 정치학 분야에서 수행하는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자가 어떤 문제를 이론적으로 명료하고 학계 외부 사람들을 설득력 있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밝혀낼 수 없다면, 학자가 그 문제에 관해서 말하는 그 어떤 내용도 설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설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p.395)” 아마도 정치이론가는 이런 과제를 수행하지 못해도 엉터리 직업적 성공을 누리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그들이 연구하는 정치학을 시시한 것으로 만들고,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들의 학문적 소명 또한 시시한 것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역자 해제 <“그들은 현실에서 도피하는 연구로 그처럼 최고의 사이비 명성을 획득했으니!”-한국 인문사회과학의 현실도치와 국제정치적 파국>을 쓴 이현휘는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하여 현재 제주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있다. <이데올로기와 미국외교>(공역)과 저서로 <파멸의 묵시록 : 과학적 패러다임과 일상의 사유양식> 및 여러 편의 논문이 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 외교, 안보 특보는 2017616(현지시간)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열고 사드가 동맹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수용하기 어렵다. 사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깨진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고 언급했다.(P.510)” 그러자 그곳에 참석한 한국 기자들은 사자의 코털을 감히 어떻게 건드리느냐는 투로 계속 반박했다. 국내 대부분의 언론도 문정인을 격렬하게 비판했고, 3당 역시 일제히 비판적 논평을 쏟아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대통령 특보가 이런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연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극히 위험하고 억지스러운 발언이다. 이쯤 되면 문 특보는 외교, 안보의 폭탄이나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상전 노릇이나 멘토 말고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정인은 한반도 전쟁 방지가 한미동맹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문정인 비판자는 후자가 전자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명길은 권도(權導)로서 조선의 전쟁 방지가 대명의리(對明義理)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상헌을 위시한 대부분의 신료는 상도(常道)로서 후자가 전자보다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P.515)” 병자호란 때 최명길의 국가이성적 사고방식과 김상헌의 반국가이성적 사고방식 간의 극명한 대비가 약 40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현재 문정인의 국가이성적 사고방식과 문정인 비판자의 반국가이성적 사고방식 간의 극명한 대비로 정확하게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을 자발적으로 초빙했던 조선 ()유학의 반국가이성적 사유양식이 21세기 한국의 지배적 사유양식에 강력하게 관철되면서 또다시 한반도의 전쟁을 자발적으로 초빙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한국 역사에서 수백 년에 걸쳐 반복되고 있지만 한국의 지성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조선 ()유학의 반국가이성적 적폐를 분석하고 해체한 적이 없으며, 그럴 능력을 갖추지도 못했다.(P.516)” 그러기는커녕 그것을 한국학의 이름으로 옹호하고, 선전하고, 거국적 차원에서 교육했으며, 정부는 천문학적 돈을 투자해서 그런 시스템을 강고하게 유지시켰는데, 어찌 지금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우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하면서 저자는 현 상황을 개탄한다.

 

조선의 지성은 병자호란 이후 ()유학 그 자체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대신, 오히려 ()유학을 더욱 옹호하고 고수하는 선택을 하고 말았던 것이다. 한국의 지성 역시 그러한 지적 병폐를 타파하는 대신 계속해서 옹호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P.518)” 망한 명나라를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떠받들고 현실에 엄연히 존재하는 청나라를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오랑캐에게 항복한 직후에는 기개 있는 단호한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후기의 주자학자들로 하여금 현실을 떠난 허구적이며 형식론적인 관념의 세계 속에 깊이 빠져들게 하였던 것이다. 사상이 현실과 완전히 유리될 때, 그리고 현실과 철저하게 유리된 그런 관념적인 사상이 한 시대 한 사회를 지배할 대, 자유로운 사색은 철저하게 억압되며 사회는 침체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P.519) *정두희, “송시열의 숭명배청론 재평가,” <역사비평>(1996.11)

 

현대 한국인의 정치적 사유양식을 지배하는 지성은 주로 미국에서 직수입한 인문사회과학적 조류와 한국의 역사에서 면면히 계승된 조선의 ()유학적 조류가 합류해서 형성된 것이었다.(P.524)” 그런데 문정인 비판을 다시 비판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의 ()유학적 조류는 미국의 인문사회과학적 조류보다 훨씬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현대 한국인 다수의 정치적 행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미국에 대한 본능적, 맹목적, 김상헌적 충성 내지 묵종의 태도는 전적으로 조선 ()유학의 산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고려의 멸망과 조선의 건국은 이색 계열의 정치적사대가 정도전 계열의 도덕적사대로 대체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국 대외정책 정신에서 극적인 역전이 발생했던 것이다. 이색 계열의 사대부는 권력을 독립변수로 간주했고, 사대를 그 권력의 종속변수로 간주했지만, 정도전 계열의 사대부는 사대를 독립변수로 간주했고, 권력을 그 사대의 종속변수로 간주했기 때문이다.(P.538)” 이후 정도전 계열의 도덕적 사대는 조선 대외정책의 역사 전체를 지배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의 한국 대외정책 정신까지도 가장 강력하게 지배하는 도그마로 군림하고 있다고 말한다.

 

“()유학에서는 단일하게 존재하는 천과 도의 해석을 놓고서 다양한 당파가 난립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처럼 다양한 종파들끼리 피비린내 나게 싸운 것이 종교전쟁이었고, 그처럼 다양한 당파들이 박터지게 싸운 것이 당쟁이었다.(p.565)” 조선이 명의 내복으로 자임했던 사고방식과 유사하게 한국은 정신적으로 미국의 51번째 주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깃들여 살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 후자를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한국의 각종 행태를 보면 그런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인의 세계관은 효, , 그리고 예라는 유교적인 개념에 의해 여전히 영향 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사회는 아직도 유교사회라고 할 수 있다. 요컨대 명의 내복을 자임하면서 명에 대한 ()유학적 사대를 극진하게 실천했던 조선의 유산이 미국의 51번째 주에 깃들여 살면서 미국에 대한 사대를 극진하게 실천하는 한국의 행태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다.(p.586)” 문재인과 김정은은 2018427알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이른바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고, 또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는 2018612일 싱가포르 센사토 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 후 이른바 싱가포르 선언을 발표했다. 이후 한반도의 국제정치적 긴장은 급속히 완화되고 있다. 두 선언은 모두 북한을 악으로 맹신하는 한국의 ()유학적 노예도덕과 미국의 기독교적 노예도덕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탄생한 것이라고 한다.

 

미국을 맹목적으로 사대하는 한국의 ()유학적 노예도덕도 CVID를 강력하게 지지하면서 싱가포르 선언의 근간이 와해되기를 오매불망 고대하고 있다. 그러나 CVID는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철저히 도피한 개념이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국제정치의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개념이다.(p.602)” 북한 핵문제의 본질은 미국의 기독교적 노예도덕이 북한을 으로 규정하면서 북미 간의 정치적 협상 차원을 철저히 추방했다는 데 있었다. 따라서 미국은 오직 북한을 군사적으로 섬멸하고자 했을 뿐, 북한과 정치적 협상을 할 생각 자체를 하지 않았다. 미국의 기독교적 노예도덕 내부에 북한이라는 과 마주앉아서 정치적 협상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p.602) *이현휘, “소명으로서의 전쟁” P.41

 

“‘싱가포르 선언은 바로, 그런 복원의 가능성을 미국 외교의 역사상 처음으로 열어젖힌 획기적 사건이었다. 아울러 북미 간의 정치적 협상이 실효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 협상을 강력하게 거부하는 미국의 기독교적 노예도덕을 넘어서야만 한다. ‘싱가포르 선언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관건이 바로 여기에 있다.(p.603)” 이렇게 주장하는 저자의 판단이 현실에서는 어떻게 나타날지,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썩 밝지 못하다. 고집스럽고 변덕스러운 트럼프가 북한과 남한이 잘 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16장까지는 학문적인 이야기라서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이현휘의 역자 해제는 우리의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현실을 바로 알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필히 읽어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현실과 미래가 궁금한 사람에게 꼭 읽어볼 것을 적극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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