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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이어령 | 일반 서평 2023-11-2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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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고 싶은 이어령

이어령 저
여백미디어 | 2014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어렸을 때부터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여러 가지 지면을 통해 발표했던 것들을 모아 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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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싶은 이어령

이어령

여백미디어/2014.10.22.

sanbaram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의 인터뷰 내용을 끝으로 세상을 떠난 이어령 선생의 수필집이 <읽고 싶은 이어령>이다. 여기에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꼈던 것들을 여러 가지 지면을 통해 발표했던 것들을 모아 독법, 발견, 명상의 세 파트로 나누어 2014년에 엮은 책이라고 한다. 인간은 결코 하나의 의미와 목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스스로 욕망을 갖고 끝없이 그 용도를 변경하고 어떤 의미를 향해서 끝없이 움직이고 있는 돌멩이다.”라고 속지에서 말하고 있다. 자연의 돌멩이는 규격품이 아니다. 이 세상에 똑같이 생긴 돌멩이는 없다. 뿐만아니라 같은 돌멩이도 사람에 따라서 또는 장소에 따라서 쓰임새는 제각각 이듯이 그의 글 또한 그때그때 필요에 의해 생각한 것들을 쓴 것이다. 그러나 해박한 지식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엮어내는 선생의 글은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이 책은 작고한 최인호 선생의 마지막 부탁으로 인해 흩어져 있던 글을 모아 엮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 이어령 선생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으로 문학평론가, 언론인, 소설가, 시인, 에세이스트, 전 문화부 장관 등 그를 규정하는 말은 수없이 많다. 20대에 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7개국어로 번역되는 등 각광을 받았다. 저서로 <축소 지향의 일본인>, <지성에서 영성으로>, <디지로그>, <생명이 자본이다>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와 평론집 <저항의 문학> 등 많은 저서가 있다.

 

이 지구 위에는 25만 종에 가까운 고등식물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중에서 인간이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겨우 100종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p.36)” 영양가가 별로 없다고 해서, 맛이 없다고 해서, 그리고 독성이 있다고 해서 그냥 버려둔 식물 가운데는 그 품종을 개량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값진 식량이 될 수 있는 식물이 많을 것이라고 선생은 말한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선생이 이야기하는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길가에 흔히 나는 쑥이나 질경이부터 망초까지 우리의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식물을 나물로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산야초로 묵나물을 만들어 먹는 민족은 우리 민족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어느 책에서의 말처럼 우리의 생활속에서 초근목피는 우리의 귀중한 식량자원 이었다. 그렇기에 선생의 글에서도 시골의 정취나 사라져버린 생활 모습에 대한 글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놀이의 공간은 어린이들의 공간이며, 원초적인 상태에서 인간이 본래적으로 지니고 있던 순수한 존재의 장소다.(p.60)” 현대의 비극은 바로 그 무용의 공간, 이상이 찾아다녔던 그 공간의 죽음으로부터 비롯된다고 선생은 말한다. 현대인들의 공통적인 좌절은 여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유흥장은 또 하나의 다른 공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한다. 현대인에겐 단지 일하는 공장노는 공장(오락장)’만이 허락돼 있을 뿐이고 여유의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놀이를 하나가 되게 하는 것. 그 간극을 좁혀가는 것 이것이 현대산업문명에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라고 선생은 말한다.

 

젓가락 문화권의 음식들, 한국, 중국, 일본의 요리는 제각기 모두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는 작은 덩어리들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p.80)” 서양 요리는, 비프스테이크는 물론 빵까지도 젓가락으로 잡을 수 없는 큰 덩어리로 되어 있다. 한 입에 넣도록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빵을 먹으려면 찢어 먹어야 한다. 포크와 나이프는 찢기 위해서 있다. 쇠고기의 덩어리를 찢고 들판과 강물과 숲을 찢는다. 성과 성을, 도시와 도시를 그리고 마음을 찢어 분할한다. 이제는 하늘의 별들까지 찢는다고 말한다. 거기에 비해서 밥은 작은 밥알로 되어 있어 찍어 먹듯이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애를 업어 기른다. 업고 업히는 이 인간관계는 성장한 뒤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업어준다는 것이고 업힌다는 것은 남에게 나를 완전히 내맡긴다는 것이다. 업고 업히는 관계에 의해서 얽히고설킨 것이 젓가락 문화권의 인간관계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독립생활을 한 서양인들은 부축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업히는 것을 극히 싫어 한다고 선생의 경험을 통해 강조한다. 서양인들이 만나면 반갑다고 하는 포옹은 누가 누구를 일방적으로 끌어안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대등하게 접촉해서 결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업는 문화는, 업고 업히는 수직적인 인간관계이므로 주는 쪽과 받는 쪽의 상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결합이라고 동서양의 문화 차이를 말한다.

 

여러분, 밖에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표어가 있습니다. 그 길이 무슨 길인 줄 아십니까?(p.118)”라는 질문을 어느 도서관의 독서관련 강연에서 하면서 야만인들이 활개를 치는 이 사회에 있어서는 책 속에 있는 길은 곧 가난의 길이요. 눈물의 길이요. 굴욕의 길이요. 패배의 길이라고 말해서 강연을 망친 적이 있다고 선생은 말한다.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가 되면서 우리나라의 도서관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고 시설 또한 좋아졌지만, 우리나라의 출판사는 적자를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많아져 이제는 명목을 유지하기도 힘든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이다. 어쩌면 국민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두 경제적으로 가난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책을 외면하게 됐는지도 모를 일이다. 대부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지식한 사람들이 많다. 고지식한 사람을 보고 흔히 멋없는 놈이라 하고, 지나치게 짜임새가 있어 빈틈의 없는 것을 보고는 멋대가리가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도리어 스타일을 벗어난 파격성에서 이 우러난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미래는 책 속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의 동영상 속에 있는 것도 아니다. 신구의 조화를 이루듯 책과 인터넷을 제대로 활용할 때 좀 더 밝은 미래가 기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떡국을 먹듯이 새해 새날의 시간들, 그 미지의 세계를 이로 깨문다. 그리고 혓바닥으로 그 시간들을 맛본다.(p.145)”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시간 속에 먹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시간을 적극적으로 내 생명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그것이 슬픔이든 고통이든 늙음이든 한 사발의 떡국처럼 먹어버릴 때, 이미 그것은 내 신선한 혈관 속의 한 핏방울이 된다고 선생은 말한다. 그런데 음식을 먹는 문화는 동서양의 민족이나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일본은 시각으로, 인도인은 촉각으로, 프랑스인은 미각으로, 한국인은 온몸으로 먹는다. (p.226)”고 표현한다. 인간의 생은 어렸을 때를 화상해 보면 알듯이 먹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 문화의 구조나 민족성의 시발점을 볼 때 식탁에서 그 특성의 원천을 구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일본의 음식은 색색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기 때문에 시각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인도인은 손으로 음식을 먹기에 촉각으로 먼저 맛을 느끼며 먹고, 프랑스인들은 입에서 느껴지는 미각을 중심으로 먹게 된다. 서양의 음식은 먹는 시간대로 전채, 본식, 후식 등 먹는 순서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음식은 시간의 순서대로 분할해 놓은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한상에 동시적으로 차려져 있다. 먹는 사람도 제가끔 순서에 관계없이 때로는 김치, 때로는 산적, 때로는 국, 마음 내키는 대로 선후 결정 없이 음식을 먹는다. 그래서 시작과 끝이 정해진 것이 없다. 국은 처음에도 있으며 끝에도 있다. 상추쌈 역시 처음에도 있으며 끝에도 있다. 쌈은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넣고 오므리며 입안에 밀어 넣기 때문에 온몸으로 먹는다고 한다. 한국인은 모두 먹는 사람의 마음대로 순서서나 방법을 정해 먹기 시작하고 끝을 내는 것이다.

 

기계는 단지 반복을 할 뿐이다. 생명적인 순환의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 곤충의 변신과 경이에 찬 그 계절의 변모 같은 것을 기계의 세계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p.110)” 만약에 어떤 기계가 변신을 하려고 고치를 만들려고 한다면, 그래서 정지하게 된다면 그것은 단지 고장 난 기계가 되어 퇴출 될 뿐이다. 꽃이 되지 않는 그리움은 시가 되지 않는다. 바위가 되어버린 그리움도 바람으로 남는 그리움도 모두 다 피거라.(p.156)”라고 선생이 말하는 것처럼 봄이 되어 꽃이 되고 시가 되려면, 온갖 화려한 색으로 장식했던 가을 식물들의 푸른 색체가 그 자리에서 침몰하더라도 그리움의 변신이 끝나는 마지막 자리에서 꽃으로 피어날 수 있게 겨우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글들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생각하며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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