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에 쓰이는 물건일수록 예쁘게 만들어야 하는 법이다."
SF소설이라고 분류되어 있긴 하지만 단편집 전체를 어우르는 키워드는 공포 혹은 기괴함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독자를 겁주는 건 아니고 딱 영화 [판의미로]와 비슷한 느낌이다.
매혹적이면서도 기괴한 세계관, 그리고 책을 덮었을 때 남는 찝찝한 여운.
이 책의 주인공들은 모두 서로 다른 세계관에 속해있지만 다들 비슷한 처지에 있다.
저마다의 불행 속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하나같이 행복에 이르지 못한 채로 마무리되는데 그들은 슬퍼하지도 노여워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딱히 희망찬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현재를 살아갈 뿐이다.
어린이들은 산타를 기대하며 한 해를 보낸다.
그렇다면 비밀을 알아버린 어른들은 무엇으로 한 해를 보내야 할까.
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긴 할까.
그건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눈 앞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