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사탐에서 경제 과목을 골랐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가득한 후회를 한 적이 꽤 많다. 경제를 워낙 어려워했던지라 국사/근현대사/세계사 3사(史)를 선택했었는데, 당시에는 좋았지만 막상 돈을 버는 입장이 되어 보니 경제 과목을 들어볼 걸 그랬다.
금리, 환율, 청약, 주식, 선물 등 우선 용어부터 난감했고, 나만의 노력만으로 언제나 좋은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외부적 요소와 운도 달려 있어서, 기본 개념 없이 경제생활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노 없이 뗏목을 타고 폭풍우 치는 바다로 나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중에 경제를 설명해주는 책들이 많이 나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너무 원론적인 설명에만 그쳤고, 그렇다고 해서 초심자를 배려한 눈높이 서적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당연히 경제 바보가 되어 가는 것은 자명한 이치. 월급을 받으면 그냥 주나 보다 싶고, 금리가 오르면 올랐구나, 싶고. 그냥 되는 대로 사는 멍텅구리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개미 경제툰은 굉장히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다. 개미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생명체다. 부지런히 일하는 개미의 사회성과 노력은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네들을 대입해 보아도 크게 이질감이 없음이다. 그래서 인간을 개미에, 그리고 화폐를 사탕에 비유하며, 여왕개미의 폭정(?)에 개미 왕국이 어떻게 기울어가는지(;;;) 보여주면서 경제의 기본 원리를 유쾌하게 설명해준다.
돈이란 무엇인지, 왜 생겼는지, 시장은 왜 생겼는지, 무역은 어떻게 생겼는지, 금리가 왜 오르고 내리는지, 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스태그플레이션이란 무엇인지, 주식과 선물, 채권은 무엇인지... 경제 초보에게는 이조차도 사실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개미의 뻘짓(;;;)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나라 및 세계의 경제가 어떤 원리에 기반하여 움직이고 있는지 대략이나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기초적 개념과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 현실에서는 변수가 워낙 많아 언제나 이론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기본 원리를 튼튼하게 배워두어야 예상치 못한 변수에서도 침착하게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법. 금리가 무엇인지, 오르고 내릴 때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알아야 적금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툰 시리즈는 전부 다 재미있었지만,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자면 갈로아 선생의 곤충 툰과 함께 대만족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만화 속에서 고생 잔뜩 하는 재무장관 개미에게도 동정의 한 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