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연한 혐오와 차별, 배제를 거부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옛날에는 안 그랬던 것인가, 하는 생각이 요즘 든다. 옛날에는 정의로운 사회였는데, 기술이 발달하고 개인화가 심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처럼. 하지만 옛날에도 분명한 차별과 혐오, 양극화가 존재했으니만큼 홀로 생각해보았자 별다른 의미는 없다. 다만 요즘의 사회적 갈등이 인간의 민낯을 보여준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과거부터 그래왔던 것이 인간이고, 어쩌면 인간의 민낯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인간 자체가 애초에 그러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대, 성별, 사유재산, 여타 막론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이유는 나와 너의 차이에서 비롯된, 왜곡된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와 너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만이 정답이어야 한다는 왜곡된 생각이 반목을 낳는다. 남이 나보다 잘되는 것은 세상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고, 모든 것이 내 입맛에 맞추어져야 한다. 그래야 정의로운 것이니까. 따지고 보면 각자 설득력 있는 주장과 근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모두를 만족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서로 합의하고 양보하고 지켜낼 것은 지켜야 하는 법. 하지만 각자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나머지 우리는 점점 대화가 사라지고 적대감만 늘어난다.
수녀이자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인 저자가 미국이라는 공간에서 나와 너, 우리, 세상에 대해 깊게 성찰해 본 이 에세이는 이러한 거칠고 메마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 숨을 쉴 틈을 준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세대 갈등, 성별 갈등, 환경문제, 세상 어디를 보아도 보편적인 고민들이 즐비하다. 저자는 우리를 괴롭히는 각종 이슈들에 대해 잠시 거리를 두고 사색한다.
무엇이 옳은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만의 답이 나올 수는 없겠다. 그러나 절대 오답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을 하나만 꼽자면 ‘인간다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만큼은 반드시 옳은 답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 만든 사회가, 문명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를 상처 입힌다. 환경은 파괴되고, 나와 다른 존재들은 배척된다. 내가 배척하는 만큼, 나도 배척당한다. 상처는 상처를 낳고 곪는다. 인간의 ‘인간다움’이란 이런 것이었을까. 모두 힘들게 만드는 것이 인간의 본질일까?
상처받은 인간다움은 모든 것이 불확실한 현대에 더욱 부각된다. 나로부터 우리를 구성하는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럼에도 저자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최대한 내려놓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나를 이해하고 너를 이해하면 결국 우리를 이해할 수 있게 되니까.
아직 우리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기술은 발전하지만 인간다움은 오히려 퇴보하는 기분을 느낀다. 행복하면서도 불행한 기묘한 느낌. 세상에 책임을 묻기 전에 나부터 인간다움을 잃지는 않고 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