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스러운 앤이 나에게 던지는 질문들
나는 빨강머리 앤을 정말 좋아한다.
초등학생때 보고는 푹 빠져서 앤처럼 살고 싶어졌다. 만화영화에서 본 앤은 평생친구인 다이애나를 만나고, 사랑인줄 몰랐지만 사랑이 된 길버트를 만난다. 무엇보다도 앤은 밝고 맑은 마음과, 풍부한 감수성과 상상력을 지닌 이지적인 여성이라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도 평생단짝인 친구를 만들고 싶어했고, 학창시절의 첫사랑과 이루어지기를 너무도 기대했었다. 내가 앤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어쩌면 앤을 따라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린게이블즈의 앤을 보고 더욱 감동받았다.
앤의 뒷이야기, 길버트와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앤의 꿈 이야기, 대학이야기... 대학생이 되어서도 나는 앤을 따라하고 싶었었다. 그래서 중학교 시절 내가 너무 좋아했던 친구, 내가 집착하면서 끝나버린 베스트프랜드와의 관계를 또 이어보고 싶었었다. 하지만 내 이야기는 앤과 달랐다. 중학교시절 내가 좋아했던 라이벌이던 아이는 그 베스트프렌드와 사귀게 되었고, 나는 그 친구의 입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야기를 듣고 다시는 베스트프렌드를 만날 수 없었다.
나에게는 길버트보다 다이애나가 더 소중했다. 하지만 나를 그만큼 생각하지 않던 나의 다이애나에게 상처받고, 그 둘을 다시 잃고 말았다.
내 삶이 앤과 다를지라도 나는 앤이 걸어온 대학생활과 교사생활은 비슷하게 경험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나의 길버트. 남편이 존경스럽고 소중하다. 나의 다이애나는 찾을 수 없었지만, 나에게는 앤에게 없는 엄마가 있으니까.
3년동안 매일 앤은 하나씩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나는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어색해져버렸다. 예전에는 '내'가 집중의 대상이였지만, 지금은 '아이'가 나의 집중의 대상이기에 더욱 그렇다. 지금 나의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3년이 남았다. 앤의 질문들을 보면서, 그 3년간 나도 나에게 좀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다. 내가 채워져야 나의 아이도 채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린게이블즈의 앤, 빨강머리 앤은 이제 내가 될 수 없다.
언제나 열한살인 앤은 이제 내 딸에게 더 어울린다. 내가 경험한 길을 내 딸은 또 다른 방식으로 걸어갈 것이다. 나의 소중한 아이에게, 엄마는 네가 어렸을 때 이렇게 생각했다고 남겨주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