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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명품 문장이란..... | 왜 가슴은 2022-04-0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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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목정원 저
아침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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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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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정원. 공연 예술학을 전공한 저자가 프랑스에서 6년을,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2년을 보내며 가졌던 생각을 담은 책. 장르를 말하자면 에세이. 내게는 참 뜬금없을 책. 그럼에도 한 편의 소제목을 마칠 때면 어김없이 저자의 얼굴이 궁금했던 날들. 마지막 장을 덮고도 앞표지의 목정원이란 이름에 한참 시선을 두었던 오늘도.

 

내용이야 공연과 예술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내게 큰 의미는 없었을 것들. 다만 소소한 일상을 보는 시선과 예술의 내면에 들어가는 깊이는 기실, 예술업을 하는 자의 깊은 사색이 남다름에 그려려니 하고도.

 

명품. 언젠가 지방 촌 가족이 서울 구경이랍시고 찾았던 내로라호텔. 그 스파뭐시기 샤워장에서 명품 빤스 입은 아저씨를 본 기억. 참 별것에도 다 명품 이름을 새겼는가우스웠던 그 날의 기억이 책을 처음 펼쳤을 때 든 생각이라면 이 또한 참 엉뚱하지만, 책에도 문장에도 명품이 있다면 이 책, 이 문장이지 않을까.

 

수려한 문장을 따라 필사도, 읽은 후기도 적어본 오늘.

저자가 더욱 궁금했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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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세계를 넘어]우리는 우리를 위해 아파해야 한다. | 왜 배움은 2022-03-2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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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려진 세계를 넘어

박지현,채세린 공저/장상미 역
슬로비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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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려진 세계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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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편식>

특정 음식만 가려 먹는 편식. 기호가 지나치게 강한 탓에 섭취 영양소의 균형이 깨질 경우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특히 성장 어린이에게는 발육뿐만 아니라 성격 형성, 미각의 폭, 음식 상황 대처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책 읽기에도 편식이란 단어를 붙여 쓴다. 독서 편식. 사회과학과 비평서가 대부분인 나의 독서 생활. 더구나 난 독서계의 어린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사유의 성장에 문제가 있을까. 시선의 폭이 좁아졌을까?

 

<석고대죄>

편식 탓에 매달 읽을거리를 찾고, 검색하고, 기웃거리는 곳이 참 좁다. 실로 다양한 책이 많을 텐데 눈앞에 드러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서평단은 이런 편식 길에 잠시 옆길로 빠져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책 제목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있기도 하다. 물론 이런저런 신간이 있구나정도로 그치는 수준이고 막상 서평단 신청은 하지 못한다. 이놈에 편식 때문에.

편식 때문에 석고대죄해야 할 일이 있다. 정확히 1년 전, 쉽게 생각하고 서평단에 접근했던 한 권의 소설책. 그야말로 딱딱한 활자라고 불러 마땅했던 그간의 책들에서 너무나 곱고 순한 우리말로 이뤄진 책을 손에 들게 되었고 그 문장의 부드러움에 도저히 적응을 못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책은 노려보고만 있다. 고백하자면 난, 독후기 없이 책 먹은 이력을 가진 1인이다. 다시는 사람 착해지는 책은 들지 않으리라.

 

<사회 고발서?>

편식과 1년을 넘긴 죄인 된 신분임에도 불구하고『가려진 세계를 넘어』는 조심(죄송)스레 내 손에 들렸다. 내 입맛에 맞는 책이라 생각했다. 남과 북, 두 한국, 두 여성, 그리고 연대. 잊고만 있던 한반도의 통일 염원을 재확인하는 책이라 생각했다. 분단된 조국에 살면서 책만 끼고서 뭐를 하고 있단 말인가. 내 편식에 맞는 책이리라.

그러나 짐작한 책은 아니었다. 한 여인의 아픔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박지현. 이 여인이 겪은 경험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그런데도 앉은자리에서 동작을 멈출 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했다.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북한의 박지현’. 지현의 경험을 자신의 생애에 비춰 기록하고 있는 남한의 채세린’. 그리고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나.

 

<박지현과 그의 한국>

엄마, 왜 날 버렸어?” 지난 상처를 묻어두고 지내던 박지현은 2012년 어느날, 맨체스터 공원에서 아들이 던진 물음이 계기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버리지 않았다는 간단한 말로는 할 수 없었다고.

 

청진이 고향인 박지현의 유년시절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있다면 60년대에 아파트에서 지냈다는 것. 그 시절 북한 사회는 사뭇 보릿고개라는 말로 대표되었던 남한의 모습과 비교해볼 때 풍족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가 익히 아는바 북한 경제는 7~80년대를 거치며 점차 기울다 90년대를 넘어오며 식량 대부분을 의존하던 소비에트 연방 붕괴에 가뭄과 수해가 겹쳐 추락했다. 이는 박지현의 기억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처음 강제노동을 경험해야 했던 이야기. 식량 배급이 충분치 않아 허기진 가족을 위해 몰래 마련한 아버지의 달걀 50를 간밤에 뱃속에 넣으며 잠시 행복했던 하룻밤의 이야기. 이들 가족이 범죄의 흔적으로 남은 달걀껍데기를 심각히 고민하여 갈아서 가루로 만드는 모습을 보며 웃프면서도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남과 북의 다른 이유가 교차 되었다. 속은 달라도 겉으로 주변과 같아야 하는 사회와 겉으로 주변보다 더 잘나야 하는 사회다. 이러한 면은 출신 성분이라는 그 유명한 신분제의 출발에도 들어있다. 항일운동에 참여했던 엘리트계층과는 달리 해방 이후 월남한 외할아버지로 인해 적대계층에 속했던 지현과 그 언니는 뛰어난 학업성적임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사회적 진출에 좌절해야 했다. 겉으론 사회주의 표방하면서도 그 속은 처음부터 계층을 나눠 기회의 한계를 규정한 사회다.

 

체제의 신념으로 극복하기에 한계를 드러낸, ‘고난의 행군이라 알려진 그 기근을 겪은 90년대의 북한 사회는 상상 이상이다. 수많은 주민이 집도, 직장도, 목숨도 잃고 북을 탈출했다. 박지현의 가족도 예외가 아니었다. 장사수완이 좋았던 어머니에 기대어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는 그의 가족들. 또 수완 좋은 어머니 덕에 수학교사가 된 지현이지만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큰아버지와 아버지마저 굶어서 자리에 눕는 현실 앞에, 그리고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들로 땅을 파헤치는 자신을 보며 참을 수 없는 체제의 혼란과 굴욕을 느낀다. 소식이 끊긴 어머니와 동생을 기다리며 홀로 병석에 누운 아버지를 돌보지만, 언니 가족의 설득에 이끌려 아버지를 남겨두고 국경을 넘는다.

 

<세 여성>

여러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난민 자격으로 영국에 정착해 인권운동에 뛰어든 박지현은 우연한 일로 통역 일을 잠시 맡은 남한의 채세린을 만난다. 경계 속에 또 다른 한국을 마주하지만 비슷한 연배의 두 한국, 두 여인에서 하나의 한국, 같은 여인의 마음이 된다. 외교관의 딸로 살아온 채세린은 처음엔 박지현이 겪은 상처와 경험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잠시 잠깐 박지현의 무거운 상처를 거부하며 평온한 이전의 일상을 그리워한 자신을 부끄러워하며 연대를 이어나가게 된다. 만약 박지현 자신이 글로 썼다면 드러냄이 덜했으리라. 구술로 전하는 박지현의 이야기에 채세린이 공감하고, 아파하고, 상처를 드러내어, 기록되어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그 드러내는 공감에는 (국경을 넘을 때 도와준) 남편에게도 말하지 못한 여자로서의 상처도 있다.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된 원제는 『두 한국 여성』이다. 그러나 내게 또 다른 한 여자가 보였다. 옮긴 이 장상미다. 감춰진 한국의 박지현, 공감한 한국의 채세린. 두 여자는 한국어로 연대를 이루지만 오랫동안 프랑스어권을 살아온 채세린의 머릿속 언어는 프랑스어였다. 이런 이유로 또 다른 한국 여인 장상미를 거쳐 내 손에 들렸다.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하며 무력감에 지쳐있던 옮긴 이 또한 채세린처럼 박지현의 상처에 두려움을 느꼈지만, 후반 작업에서는 박지현을 응원하며 오히려 힘을 얻었다 한다.  다른 세 곳의 한국 여인들이 만나 가려진 세계가 전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다시 편식>

내 편식에 맞는 책이라 생각했다. 서로 다른 사회와 그 체제가 들어있어야 했다. 그러나 책은 내 기대를 무너뜨렸다. 그 세계에는 얼마 전까지 우리의 1960년대가 있었다. 또 국경을 넘어 겪은 박지현의 상처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무게로 다가왔다. 지현이 딛고, 넘고, 발버둥 쳤던 행위에 응원을 더하며 책이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읽히는 건 왜일까. 두 여인이 나누는 대화에 공감되어 어느덧 조용히 그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일까. 착해지는 책을 거부했지만, 어느덧 나는 착해진 것일까.

 

좋아하는 것만 취하는 편식. 음식에도 편식이 있고 책 읽기에도 편식이 있다. 또 사회를 보는 시선에도 편식이 있다. 우리 사회의 편식. 가려진 세계를 보는 우리 사회의 편식. 오랫동안 가려진 세계를 보는 우리 사회의 편식증에 약이 있을까. 이 책 『가려진 세계를 넘어』는 박지현의 이야기로, 그녀를 공감한 채세린의 목소리로, 우리 정서로 번역한 장상미를 통해서 우리 사회 오랜 편식증의 처방을 알려준다.

 

바로 공감이다.

우리는 누군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고, 하지 못하는 말을 할 수 있다. 누군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고, 하지 못하는 노래를 할 수 있다. 누군가 먹지 못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질 수 있다. 우리는 그 누군가를 위해, 우리를 위해 아파해야 한다. 부제처럼 이들은 계속 말할 것이고 우리는 또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가려진 세계가 전하는 공감의 목소리를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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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모를 땋으며] 감사x10 | 왜 가슴은 2021-12-2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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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향모를 땋으며 (보급판)

로빈 월 키머러 저/노승영 역
에이도스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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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의 지혜, 어쩌면 우리의 옛것과 닮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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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성되지도 않았던 집단면역이었음에도 접종 완료 % 만을 믿고 위드화 시켰던 지난 11. 그 한 달의 외도로 자랑스러운 우리의 K 방역은, 오늘날 7천이라는 감염자 숫자와 그 연령층이 어린아이에게까지 이르렀다. 한 달의 위드화에 따른 당연한 결과에 미접종이라는 이름을 덧씌워 백신을 독려하며 행정적 차별화에 나서기까지 한다. 모두가 어찌나 백신 접종에 열심을 내는지 모른다. 2차 대전 독일의 그 잘난 선동가의 마력이 80년을 살아 돌아와 전 세계를 휩쓰는 듯 대중을 목적된 한 곳만으로 몰아가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는, 인위적인 희소성이 경제적 수단이되어 대자연의 너그러운 흐름이 막혀 있게 되었다. 먹거리를 남겨두고 거래를 하면서 누군가는 과식에 괴로워하고 누군가는 굶어서 죽는 현실이 되었고 또 모두가 무감각해졌다. 스마트폰을 모르는 콩고 어린이는 어릴 적 보아온 동네 어른들을 따라 지하 100m 밑에서 코발트라는 푸른색 광물을 맨손으로 종일 파내고서 겨우 손에 쥔 3.5달러에 함빡 웃으며 코가 뭉그러진 어린 동생에게 죽을 먹인다. 어느 순간 주변에 입과 코, 팔다리가 기형인 동생들이 많아진 것에 이상해하면서. 이렇듯 인격이 부여된 시장체계 기업은 진짜 인격 위에 선지 오래다. 이 시장체계 기업은 땅 아래를 파헤치고, 하늘을 향해 불 뿜으며, 대지를 썩히고, 전염을 창궐케 하였다.

 

이 책은 인간과 대지의 부서진 관계를 회복하길 원한다. 거북섬(아메리카)의 옛 주인 토박이(인디언)들이 대지를 대하는 지혜에서 현재의 통찰을 과학적으로 풀어놓았다어쩌면 우리의 옛것과 닮았던 것들. 대지와 공감했던 우리의 옛 영성들. 실력 있는 옮긴 이는 저자의 토박이 감성 언어를 잘도 우리말로 옮겨놓아, 날숨과 들숨 속에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은 마지막에 가 있다. 저자가 말하는 해법이 대지가 주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받은 만큼 대지에 선물로 되돌려야 한다는 말에 격한 공감이 인다. 실제 못난 나는, 이 책을 들고서 회사와 집을 드나들 때, 출근길 햇살에 눈을 찡그릴 때, 퇴근 후 받아든 밥상의 찬거리를 볼 때, ‘감사-감사를 입에 달고 다녔다. 내가 쉬는 숨마저 대지가 준 것임을 깨달았기에. 그리고 생각했다. 이 책을, 정은이 동생, 문 이장님 책상에도, 바이든 삼촌, 시진핑 언니 서재에도, 재용이 옵빠, 빌 게이츠 할아버지 차 안에도 두어야 한다고. 비록 지금은 처음 책을 들었던 만큼의 뜨거움은 아니지만. 참으로 냄비근성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집 문틀이 되어준 단풍나무님, 가을의 마지막 나무딸기님과 봄의 첫 리크님, 부들님, 종이백자작나무님, 검은물푸레나무님, 수선화님과 이슬 맺힌 제비꽃님과 아직도 제 가슴을 뛰게 하는 참취님과 미역취님께 고마워요. (566)

 

전 지구적 환경 파괴와 전염병, 인본 위기의 대안이, 우선은 이 같은 파괴적 경제 구조에 맞서는 일임을 많은 이들이 알면서도, 만성화되고 지리멸렬해 흘러가는 이 시간과 이 상황 때문인지 모든 게 무기력해 보인다. 알면서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현실.

 

.......겨울이 후끈하고 여름이 차다. 농촌이 복잡하고 도시가 적막하다. 출근길이 스스하고 퇴근길이 무겁다. 두부가 딱딱하고 칼끝이 부드럽다. 커피가 달고 주스가 쓰다. 먹어도 차지 않고 배부름에 허기진다. 모든 것이 주변에 널려 있음에도 오히려 나를 옥죄고 있는 것들, 나는 또 오늘을 산다. (코로나 우울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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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 제도]파인 땡큐 앤듀? | 왜 배움은 2021-12-2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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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말레이 제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 저/노승영 역
지오북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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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저. 읽다보면 .....어느새 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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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의 부스터샷 월리스. 

먼저, 모두가 명저라고 인정하는 세이건 형님의 『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 사이언스 북스, 2006 )몇 구절을 보자.

 

자연도태가 진화의 기작이라는 사실은 찰스 다윈과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우리에게 가져다준 위대한 발견이다. 100년도 더 전에 그들은 대자연이 생존에 더 적합한 종들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73)

 

다윈과 월리스에게 퍼부어졌던 그 엄청난 반대의 목소리도 적어도 일정 부분은, 억겁의 영원은 고사하고 수천 년조차 상상하기 힘들어하는 인간의 속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단지 70년밖에 살지 못하는 생물에게 7000만 년이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겠는가? 그것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한 찰나일 뿐이다. 하루 종일 날갯짓을 하다 가는 나비가 하루를 영원으로 알듯이, 우리 인간도 그런 식으로 살다 가는 것이다. (79)

 

보다시피, 세이건 형님도 자연 진화를 이야기하면서 다윈 옆에 월리스를 붙였다. 코스모스 외에도 진화를 얘기하는 - 적어도 어린이 책이 아닌- 책엔 다윈 옆에 꼭 월리스 붙을 거다. (그럴 거로 추정함)(* 아래)

 

이 책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월리스를 숨은 창시자라고 했지만, 내 생각엔 창시자는 아닌 것이, 이미 다윈 또한 생물 진화의 실마리를 확인했고, 다만 진화를 꺼냈을 때 당시 종교로 인해 잃을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간 보고 있던 차, 월리스의 논문이 담긴 편지를 받고서 서둘러 학회에 발표 하면서 나온 게 다원의 진화론이기 때문이다. 편지를 받은 다윈은 자신의 미발표 원고를 이리저리 모아 자신의 것을 앞으로, 월리스 논문을 뒤로해서 학회에 발표했으며, 학회는 관행상 최초 발표자인 다윈을 인정했다. 진화에 대한 연구와 아이디어는 다윈이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지만, 공식화된 문서로서 진화를 기록하기로는 월리스가 먼저였다는 의미로 최초 창시자라는 문구를 표제에 붙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아무튼, 월리스는 다윈이 진화론을 어서 꺼낼 수 있도록 궁디에다 부스트샷 한 방 제대로 쏜 인물 되시겠다.

 

  책은 월리스가 다윈의 진화론에 직접적인 부스트샷 한 방 제대로 날린 그 탐사 여행기다. 섬과 섬이 연결된 종들의 변화, 비슷한 환경이지만 인간을 비롯한 생물 종이 확연히 달라지는 어떤 경계선(월리스 선)이 훗날 대륙이동과도 연결되는 경험이다. 또 월리스는 이 탐사가 자연사학자로서의 연구 목적과 돈 벌이의 목적도 있어서 우랑우탄에게 스스럼없이 총을 쏘며 표본을 만들려는, 다소 잔인한 면을 보인 반면에, 또 신비하리 만치 화려한 극락조의 풍채에 감탄을 자아내는 인간의 이중성도 보여준다. 이는 월리스라는 개인의 경험에서 인류를 대표하는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할 수 없는 경험이며, 이 경험과 더불어 책 끝에 담긴 그의 문명(빈민과 범죄의 영국)과 야만(평등한 말레이 제도)의 통찰까지 담았기에, 이 책을 읽는다는 건 크나큰 대리 경험이 된다.

 

상품으로써, 월리스의 140년 전 이 책을 그대로 완역한 옮김에 대해 한마디 하자면, 850쪽에 가까운 두꺼운 책이지만,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에 와 있나 할 만큼 막힘이 없다. 어찌나 편하게 잘 읽혔는지 모른다. 뭐 항상 있는 그저 그런 광고같아 보였던 ‘2017년 과학도서 우수번역상의 메달이 새삼 달라 보인다. 예스에서 어떤 책을 검색하다 보면 저자 밑에 옮긴 이를 로도 검색되는데, ‘왜 저자가 두 명이지? 왜 이렇게 검색되지?’라고 의아해했다. 이 책을 통해 옮긴 이에 따라 책이 얼마나 좋아지고 나빠지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번역의 힘이다. 옮긴 이를 관심 작가 등록했다.

 

2013년 런던박물관은 다원의 조각상 옆에 월리스의 초상화를 걸었다. 월리스의 업적에 대한 예우요, 제대로 찾은 그의 명예다. 우리도 그러 하자. 진화론 하면 다원을 말하고 곧 뒤따라 윌리스가 있다고. “하우 아이 유?하면 파인 땡큐만 하는, 싸가지 없음 말고 곧 뒤따라 앤 듀~?”라고 예의을 보이자고.

 

(*) 과학책은 잘 읽지 않아 집에 딸랑 두 권 있는 진화 관련 책 모두가 다원 뒤에 월리스가 붙었음을 확인했다. 두 권이 모두 그러하니 이건  추정 같은100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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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이 안습이네 | 왜 배움은 2021-12-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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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양, 모든 것의 시작

서경식,노마 필드,카토 슈이치 공저/이목 역
노마드북스 | 200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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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이기는 힘,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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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예스는 내게 교양이 철철 넘쳐서......’하더라. 시기 되면 보여주는 읽어보고서말이다. 구매했던 책을 분야별로 나눠 보고는 단연 교양이란다. 피식하고 웃어넘겼다. ‘교양’. 그래, ‘교양’. 아득하고, 멀고, 찾을래야 찾을 수, 갖출래야 갖추기 어려운, 에라이 이 문디 같은 교양.

 

책은 표지에 지성인 세 분이 교양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을 묶은 책이다. 지성인이다. 지성인이란 불의한 현상에 쓴소리하시는 분이어야 하며, 그렇다고 볼 때 이 세 분은 거기에 합당할 것이다.

 

책에서 리버럴 아츠라고 하는 인문 교양

구속되지 않고, 옛날부터 그래왔던 어떤 것에도, 관용적으로 속박되지 않으며, 보수적인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노예적, 기계적인 기술로부터 자유롭게 해방되는 그 학문이 인문 교양이라 정의한다. 카토 선생의 자동차 비유로 들자면 자동차를 제조하고, 그 능숙한 운전기술보다 그 핵심은 왜, 어디로, 그 목적지는 누가 결정하는가? 하는 것이 곧 인문 교양이라는 것이다. 노예적이고 기계적인, 그래서 더 빨리 달리고, 적은 비용으로 차를 만들어 더 많이 벌어들이는 차원을 벗어나 내가, 어디로 갈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위해 인문 교양이 필요 하다 말한다. 나아가 인생을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지 그 결정자가 각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되어야 하며, 더불어 이를 위해 자신을 조망하고 타자를 볼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인간이 기계가 아님을 깨닫는 것이며, 인간이 인간을 보는 학문인 거다.

 

인문 교양’. 어려운가? 이렇게 적어보는 나도 어렵다. 그래서 닥치고 이런 책 읽는 거다. 그러다가 제풀에 지쳐 꺼지고 내려앉거나, 용케 한 발짝 더 내딛거나 하겠지.

 

책은 2007년에 출간되었다. 책 속에서 대담자 세 분이 교육 걱정을 많이 하셨다. 자본주의적 경쟁 원리 속에 놓인 학교다. 양극화,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교육. 낙오자와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율성과 주체성보다는 누구보다 자신을 성능 좋고 효율 좋은 기계가 되기를 강요받는 교육. 15년이 지난 지금, 이 세 분은 지금 사회를 또 어떻게 보실까. 좌절 모드?

 

끝으로, 이 책을 검색해서 여기까지 온, 이제 막 대학생이 되는 새내기가 있다면 이 책은 꼭 일독해 보길 바란다. 내가 교양’ 1도 없는 중년에, 너희들을 힘들게 만든 기성세대 한사람이지만, 이 책은 쬐끔 더 나은 같음과 쬐끔 더 높은 평균’을 향한 너희들의 경쟁에서 한 박자 숨을 고르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으니.(라고 적었는데 책을 검색해보니 그사이 품절이네. 허허 안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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