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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 유라시아? | 책을 읽다 2021-09-2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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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역사에 질문하는 뼈 한 조각

마들렌 뵈메,뤼디거 브라운,플로리안 브라이어 공저/나유신 역
글항아리사이언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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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뵈메는 인류의 진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뼈를 찾아다니는 고인류학자다. 이빨 한 점, 새끼손가락 한 마디의 조각을 통해서도 언제 존재했었는지, 어떻게 살았었는지를 추적해나가는, 매우 신기하지만, 매우 고통스런 작업이다. 현대적 분석 도구가 개발되면서 보다 정교하게 추적해나갈 수 있지만, 아직도 애매한 점이 많을 수 밖에 없으며, 새로운 발견이 보고될 때마다 논쟁이 이어지는 매우 핫(hot)한 분야가 바로 인류고고학이기도 하다. 특히 마들렌 뵈메는 그 핫한 분야에서 지금까지의 주류 이론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서서 이 분야를 더욱 논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이론으로는 아프리카 기원설’, 이른바 ‘Out of Africa’다지역 기원설이 양대 산맥을 이룬다. 그런데 윌슨 등이 미토콘드리아 분석을 통해서 아프리카 기원설을 지지하는 증거를 내놓은 이후로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 하나라는 단일 기원설이 주류가 되었다. 미토콘드리아 염기서열과 같은 분자 증거뿐만 아니라 루시(Lucy)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화석 등이 아프리카에서 발견됨으로써 아프리카에서 인류가 기원했고, 최소한 두 차례에 걸쳐 아시아 및 유럽 방향으로 진출했다는 이론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아직도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출현했다는 다지역 기원설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지만, 지지하는 비율로 보자면 8:2 내지는 9:1쯤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들렌 뵈메의 연구팀은 2016517, 독일 알고이 지방에서 많은 뼛조각 중에서 이빨 두 개를 포함한 하악뼈 하나를 찾아낸다. 틀림없는 대형 유인원의 화석이었고, 침팬지와 인간의 공통 조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700만 년 이전의 것으로 연대가 측정된 이 화석 인류에 그들은 우도(Udo)’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발굴 이전에 뵈메 등은 불가리아에서 약 650만 년 전의 화석을 발굴했었고, 이것이 오래 전에 발굴되었지만 학계에서 무시당한 그리스의 화석, 그래코피테쿠스, 일명 엘 그래코와 유사하며 이것이 선행 인간의 것이라는 내용을 발표했었다. 이러한 일련의 발굴과 연구 내용은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가 아니라 유라시아의 어디쯤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뵈메는 이것 말고도 그리스에서 발견된 트라칠로스 발자국,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호빗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호모 플로렌시아 등의 증거들이 인류가 아프리카에서만 기원했다는 기존 학설을 반박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뵈메의 주장은 매우 논리적이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주장이 단시일 내에 주류의 견해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도 쓰고 있지만 학계의 높은 벽이 있고, 그 높은 벽이 단순히 진실을 외면하고,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한 방편으로만 쌓여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적지 않고, 그것을 지지하는 이들의 논리도 엉뚱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뵈메의 주장은 인류의 기원을 추적하는 데 보다 열린 자세로 다양한 가설을 검증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히 제시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인류의 진화 계보에 대한 그림은 교과서마다 상당히 달리 기술된다. 어떤 화석을 하나의 종으로 볼지, 서로 다른 속으로 명명해야 할지, 그 연대는 어떻게 되는지, 아주 작은 단서로만 결정해야 하는 매우 험난한 과제이면서, 많은 것이 결정되더라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대한 문제까지 남기 때문에 (어쩌면 영원히) 어떤 하나의 이론으로 정립될 수 없는 분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뵈메가 그려내고 있듯이 고인류학자들의 연구는 우리 인류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직립하여 두 발로 걷고 있으며, 어떻게 불을 이용하면서 뇌가 발달하게 되었는지, 언어를 사용하여 의사소통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가슴 두근거리게 하는 역사를 기술해낼 수 있게 하였다. 과연 이런 연구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떤 실질적 도움을 주는지 더 이상 캐묻지 말자.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아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어디에 서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앎이 아닐까? 그런 연구가 우리를 두근거리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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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파업 | 책을 읽으며 2021-09-25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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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의대 증원 문제를 두고 의사들이 파업을 한 적이 있다. 그 상황에서 그 정당성을 두고(어느 쪽이든) 큰 갈등이 있었지만, 가장 크게 우려되었던 것은 의료 공백으로 인해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의료 행위가 치명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한 가지 지표는 의사들이 파업할 때 나타나는 변화다. 물론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1976년에서 2003년까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5건의 의사 파업을 분석한 연구가 있다. 파업 기간은 최단 9일부터 최장 17주까지 다양했는데, 그 기간 중 전반적으로 사망률이 평소와 같거나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니컬러스 A. 크리스타커스, 신의 화살(378)

 

그가 인용하고 있는 것은 Solveig Argeseanu Cunningham 등이 “Doctors’ strikes and mortality: a review”라는 <Social Science and Medicine>(2008; 67:1784-1788)지에 발표한 논문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스라일 예루살렘, 크로아티아, 스페인 등에서 일어났던 일들인데, 정말 사망률(mortaility)3번은 차이가 없었고, 나머지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들과 크리스타커스는 그 이유로 선택적 수술의 보류로 인한 수술에 의한 위험이 줄어든 것, 의료 오류와 의료 상해가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크리스타커스는 심장학 학술대회 기간에 심근경색이나 심부전 환자의 사망률이 오히려 줄어들고, 심장병 환자가 다른 학술대회 기간, 즉 종양학, 위장병학, 정형외과학 학술대회 기간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데이터가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무슨 의미일까? 의료 행위는 무의미한, 아니 오히려 유해한 행위란 뜻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크리스타커스의 동료가 분석한 대로 평상시에 의사들이 사소한 문제를 너무 많이 치료했을 가능성도 있고, 일시적인 상황이 그럴 수도 있다. 의사들이 자리를 비운 시기는 제한된 시기이니 그 시기 동안 문제가 보류된 것일 수도 있다. 의사들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거나, 파업 등의 문제로 의료 행위 중단이 오래 지속된다면 실질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러나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있는 것 같다.

 

 

신의 화살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저/홍한결 역
윌북(willbook)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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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처음 겪는 팬데믹에 대해 | 책을 읽다 2021-09-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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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의 화살

니컬러스 A. 크리스타키스 저/홍한결 역
윌북(willbook) | 2021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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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신 아폴론은 자신을 섬기는 신관의 딸을 납치한 데 대한 보복으로 트로이 전쟁 중 그리스를 향해 은 활을 들어 화살을 빗발치듯 날려 그리스인들이 역병에 들게 했다. 그리스 출신 미국인 의사이자 사회학자인 니컬러스 크리스타커스는 2020년 초부터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COVID-19 팬데믹(범유행)을 바로 그 아폴론이 날린 화살에 비유하고 있다(이 책의 원제가 바로 Apollo’s Arrow이고, 이를 신의 화살이라 옮겼다).

 

의사이면서 공중보건학과 사회학 하위를 갖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하는 니컬러스 크리스타커스야말로 아폴론이 쏜 화살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그리고 일관된 시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일지 모른다. 그는 정식으로 SARS-CoV-2라고 명명하는 현재의 코로나 사태를 불러일으킨 바이러스에 대해서 정확히 이야기할 수 있으며, 이 바이러스가 감기를 일으키는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와 이전에 팬데믹을 일으킨 SARS-CoV-1MERS 바이러스를 연관시킬 수 있다. (MERS는 우리도 잘 아는 바로 그 메르스이며(우리에게 큰 상흔을 남겼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그 존재감가 뚜렷하지 않았고, 그래서 길게 쓰고 있지 않다), SARS-CoV-12000년대 초반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바로 사스의 바이러스이다. 이들은 모두 사촌지간이다.)

 

COVID-19 팬데믹 초기 중국에서 발생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나간 양상을 날짜별로 보여주고 있으며, 이 바이러스에 수많은 사람이 쓰러져간 모습들을 기술하고 있다. 이런 바이러스에 대한 의학적, 과학적 지식은 우리가 싸우고 있는 상대가 무엇인지를 잘 알게 해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우리가 안전해지고, 또 그것을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크리스타커스는 신중하지만, 아주 열렬하게 전하고 있다. 이 질병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마스크와 신체적 거리두기(크리스타커스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표현이 잘못되었다고 본다)와 같은 비약물적 개입이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에 대해 거듭 강조하고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공익에 이바지하는 공공재와 같다는 표현까지 한다. 또한 이 바이러스와 질병에 대해 우리의 자세에 대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이야기하면서 진실에 대한 왜곡과 거짓말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비판한다. (그가 미국을 중심으로 쓰고 있으니) 그 비판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를 향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편의적으로 생각하는 좌우의 행동가와 언론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따진다.

 

또한 이 질병이 가져온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와 마녀 사냥에 대해서도 가차 없다. 바이러스는 지위나 빈부를 따지지는 않지만, 결국에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하층에 속하는 이들일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 우리가 외면한다면 이 팬데믹이 종식된 이후의 사회는 더욱 황폐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크리스타커스는 또한 이 팬데믹 와중에 인간의 선한 본성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의료진들의 헌신과 더불어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그러한 것이었으며, (어느 정도의 위험을 무릅쓴)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자들도 평가받아야 한다.

 

그는 20203월부터 8월까지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 본문에서도 그 이후에 벌어진 상황을 담고 있지 않다(물론 에필로그에 2021년 봄까지의 상황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후의 상황을 아는 우리는 마치 전지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데, 그의 예측이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그는 백신의 개발이 이처럼 신속하리라고는 보지 않았다), 그의 전망이 전체적으로 그릇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그는 우리가 이 팬데믹을 극복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어떤 피해를 남기고, 어느 정도 선에서 종식이 될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역사는 어떤 역병이든 끝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이 팬데믹 이후의 우리의 모습에 대해서는 마냥 낙관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 앞에 놓여진 과제인 셈이다.

 

이 책에서 크리스타커스가 쓴 글귀 중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이렇다.

코로나19 시대에 바뀌어버린 우리의 일상이 생경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생경한 것도 부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전염병은 인간의 삶에 늘 따라오는 요소 중 하나다. 2020년에 벌어진 사건은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처음 겪는 일일 뿐이다.” (131)

여기서 우리가 중요한 것 아니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비롯한 병원체들은 그 우리를 가리지 않는다. 지금의 팬데믹은 하나의 역사적 전환점이 될 것이지만, 앞으로도 그런 역사적 전환점은 다시 찾아올 것이다. 어떤 모습으로 그 역사적 전환점을 맞는가는 바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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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신의 화살 | 한줄평 2021-09-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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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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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공존과 퇴치의 역사 | 책을 읽다 2021-09-23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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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

브룩 보렐 저/김정혜 역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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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내가 빈대를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봤다. 브룩 보렐이 지적하고 있듯이 빈대는 DDT를 비롯한 살충제 등을 통해서 거의 사라졌었다. 그러니 빈대는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든지, “빈대붙다등의 속담이나 사()유 정도로만 알고 있었고, 실제 본 적은 없었다. 그러던 빈대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다시 등장했다고 한다. DDT나 피레스로이드와 같은 살충제에 대한 내성까지 갖춘 채로 우리의 침대 한켠에서 호시탐탐 우리의 피를 노리고 있다(그래서 빈대를 bed bug라 한다).

 


 

브룩 보렐이 빈대에 대해 알아보겠다고 한 것 자체가 그런 빈대의 재등장과 관련이 있다. 빈대에 물린 경험이다. 비록 심각한 감염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찜찜함을 넘어서 전율스런 공포감을 느꼈던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지역에서 보고되고 있었고, 빈대를 구제하는 사업이 번창하고 있는 와중이었던 것이다.

 

빈대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동거해왔던 곤충이다. 논쟁은 있지만, 대체로 인류보다 먼저 진화했고, 인간이 좋은 음식 제공자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인간에게 빌붙기시작했다고 보인다(‘빌붙다라는 게 빈대에게 늘상 따라다니는 표현이지만, 조금 맞지 않는 게, 보통은 사람에게 붙어 있지 않다가 밤에만 기어나와 물어서 피를 흡입하고는 사라지기 때문이다). 다른 곤충과는 달리 이동성이 약하기 때문에 인류의 정착 생활과 빈대의 번성이 서로 맞물렸을 거라 추측은 당연하다. 밤에 자다 일어나면 여기저기에 깨문 자국과 함께 검은 배설물을 남기고 사라지는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문화마다 빈대를 박멸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했다. 주문을 외거나, 죽은 동물의 발을 침대 맡에 두거나, 말린 콩을 바닥에 두기도 했다. 수은을 처리하기도 했고, 속담처럼 불을 지르기도 했다(오죽했으면!).

 

그러나 희한한 것은 그런 빈대가 감염병을 옮기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런 의심을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실제로 그 여부를 실험을 통해 조사도 해봤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빈대는 그저 유쾌하지 않은 동반자인 셈인데, 그 유쾌하지 않음 때문에 그 위험성보다 훨씬 큰 대접을 받는 셈이다.

 

브룩 보렐은 그렇게 인류와 함께 해왔던, 그러다 사라졌다고 여겨졌다가 다시 등장한 빈대를 찾아서 많은 문헌을 조사하고(사실 로버트 유싱어의 저서가 주된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미국은 물론, 영국, 독일, 동유럽 등지를 여행한다. 여러 컨퍼런스, 대학, 회사 등을 방문하고 인터뷰를 통해서 현대 빈대의 실체를 탐구하는데, 고작 빈대에 대한 열정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진지하다. 하나를 깊게 아는 것이 과연 이런 노력의 결실이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우리는 빈대를 없애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탈고 한 이후 불과 몇 주 후 과학기자 모임 참석차 묵은 호텔에서 빈대에 물린 저자의 경험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빈대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물론 내 주위에 빈대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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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봄 증후군과 살바도르 달리 | 책을 읽으며 2021-09-2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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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 명은 75살의 여성이었고, 그녀는 플라스틱 카드나 투명 테이프에 들러붙은 먼지와 보풀을 병원으로 가져오곤 했다. 그녀는 폴폴 날리는 그런 작은 입자가 빈대라고 생각했다. 이런 행동은 비단 빈대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상상의 곤충에게로 확산되는데 이는 망상성 기생충 감염(delusory parasitosis)이라고 불리는 장신장애 환자들의 보편적인 증상이다. 1930년대 후반에 관련 논문을 최초로 발표한 스웨덴의 신경학자 카를 악셀 에크봄(Karl-Axel Ekbom)의 이름을 따서 에크봄 증후군(Ekbom syndrome)이라고도 불리는 망상성 기생충 감염은 곤충이나 벌레 또는 진드기가 피부를 파고든다고 착각하는 정신 질환이다.”

- 보렐,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221)

 

어찌보면 어처구니 없지만, 또 자세히 둘러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이런 증상에 해당하거나, 혹은 그 전단계 쯤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곤충 공포증과 망상성 기생충 감염, 즉 에크봄 증후군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지만, 어쩌면 쉽게 건널 수 있는 간격인지도 모른다. 이 에크봄 증후군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바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라고 한다.

 

오랫동안 곤충 공포증을 앓아 온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도 발작을 일으킨 중에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 아마 그 발작은 에크봄 증후군 때문이었을 걸로 추정된다.”

 

달리는 자신의 자서전 나는 세계의 배꼽이다에서 그 얘기를 스스로 들려준다고 한다.

 

언젠가 파리를 방문했다가 편도염에 걸린 달리는 호텔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다가 천장에서 벌레 두세 마리가 기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후 잠깐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천장에 벌레가 한 마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다른 벌레들이 자신에게로 떨어졌다고 확신했고, 미친 사람처럼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마침내 목 뒤에 들러붙은 벌레를 발견했고 그 벌레가 진드기나 빈대라고 생각했다. 달리는 벌떡 일어나 거울 앞에 서서 목 뒤를 비춰 보았다. 거울을 통해 그 벌레가 확실히 보였건만 떼어낼 수가 없었다. 다급한 마음에 그는 피가 날 때까지 손톱으로 그 벌레를 짓이겼지만, 그것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 달리는 면도날까지 집어 들었다. 피투성이가 된 달리를 발견한 것은 호텔 객실 청소부였고, 호텔 매니저가 의사를 불렀다. 목 뒤에 들러붙은 벌레는 실은 작은 점이었다.

 

 

빈대는 어떻게 침대와 세상을 정복했는가

브룩 보렐 저/김정혜 역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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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로 역사 읽기 | 책을 읽다 2021-09-22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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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설혜심 저
휴머니스트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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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혜심 교수의 책은 전방위적이다. 내가 읽은 책만도 근대 영국 청소년들의 교육 방식이었던 그랜드 투어에 대한 책, 현대 소비 문화의 형성에 대한 책, 인삼이 세계사에 차지하는 영역에 대한 책 등이었다(물론 인터넷 서점에서 찾은 저서는 이보다 더 다양하다). 여기에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를 얹는다. 추리소설가 애거서 크리스티라니...

 

처음엔 난데 없다 생각했는데, <책을 펴내며>를 읽으니 그 사정이 지극히 이해된다. COVID-19로 제한된 행동반경, 사회적 접촉으로 우울감이 심화되는 와중에 어린 시절 즐겨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시 읽게 된다. 아마 그때는 재미로 읽었겠지만, 이제는 역사학자가 되어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애거서 크리스티라는 작가가 바라본 19세기, 20세기 초반 영국의 역사와 사회. 그 얘기를 이 책에 담았다. 팬심과 역사학자의 관점이 묘하게 어우러진 한 권의 책이다.

 

훌륭한 소설은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하면서 그 당대를 넘어서 보편성을 추구한다. 추리소설이 의식적으로 사회상을 반영하고 보편성을 추구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의식하지 않더라도 훌륭한 소설로서의 요소를 갖추고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섬세한 역사학자라면, 그리고 솜씨 있는 저자라면 그런 소설을 통해서 그 모습을 잘 엮어낼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접했던 설혜심 교수라면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럼에도 조금 꺼려졌던 것은 내가 애거서 크리스티를 잘 모른다는 사정 때문이었다. 난 셜록 홈즈였지, 푸아르는 아니었다. 만약 내가 이 책에서 애거서 크리스티를 기대했다면 아마도 끝내 책장을 펼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밝혔던 믿음, 즉 한 작가의 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또 그것을 통해 그 당시의 사회를 읽고 쓰는 솜씨를 보기 위해서 책을 펼칠 수 있었다.

 

기대대로 설혜심 교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 작품과 자서전, 그밖의 그녀의 행보에 관한 자료들과 문헌들, 그리고 기본적인 역사 지식을 잘 어울러 놓고 있다. 그래서 영국인들이 집에 대해서 생각하는 관점, 전쟁에 병사로서 참여하는 것에 대한 생각, 당시 탈것의 상황, 영국인의 특성과 돈에 대한 생각, 계급 의식 등이 소설을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아주 설득력 있게 알려주고 있다.

 

그러나 그저 단순히 당시의 사회상을 아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시대적 한계와 개인적 한계를 그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 바로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이었고, 또 그것을 놓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엘리트 교육, 계급 의식, 그리고 제국주의적 의식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는 당시 사회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설혜심 교수는 여기서 추리소설로서 애거서 크리스티를 즐겨 읽었던 학창 시설의 자신을 넘어선다.

애거서의 소설은 주로 20세기에 집필된 것이지만 그 내요은 19세기 말 제국의 영광과 빅토리아 시대의 정서를 담고 있다. 20세기 후반 그 소설에 열광했던 시간은 영제국의 헤게모니를 자연스럽게 내재화하는 훈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21세기에도 애거서의 콘텐츠는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244)

 

추리소설일 뿐이지만, 그리고 꽤 오래된 소설이지만, 우리가 그런 소설을 읽을 때 무엇을 알고서, 무엇을 염두에 두면서 읽어야 할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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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미생물 | 책을 읽다 2021-09-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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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치명적 동반자, 미생물

도로시 크로퍼드 저/강병철 역
김영사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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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학년 때 과T의 문구는 더불어 사는 미생물이었다. 학교에서 그 문구는 꽤 화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동아리에 들어갔을 때 선배들이나 동기들이 그 문구에 대해 물었다. 정확하게는 웃었다. 너희는 어떻게 미생물과 더불어 사냐는 것이었다. 물론 우리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주 정확한 문구였다. 그 후로 약 20년이 지나고 Microbiome이 잘나가는 분야가 될 줄 우리는 몰랐지만 말이다. 우리는 정말 미생물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제목에서 동반자(companions)’가 바로 그런 의미다. 인류가 지구에 등장한 이래 미생물은 언제나 우리와 더불어 살아오고 있다. 아니 순서가 잘못되었다. 미생물은 원래 있었고, 인류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미생물을 인식하게 된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동반자로서가 아니라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로서다. 물론 레이우엔훅이 처음 미생물을 관찰했을 때 그저 신기한 존재로 기술하긴 했지만, 19세기 말에 이르러 파스퇴르와 코흐 등에 의해 정립된 세균 병인론은 질병에 대한 대응에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냈다. 사실 확인된 미생물 100만 종 중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것은 1,415종에 불과하지만(46), 우리가 미생물을 인식하는 것은 주로 그 소수에 불과한 병원균에 대한 것이다.

 

불과 150년 밖에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인간은 그 미생물을 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도구도 찾아냈고(백신과 항생제), 또 금세 그 도구가 무력화되는 상황도 맞닥뜨렸다. 미생물은 인간보다 훨씬 유연하고, 또 끈질기다는 것은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COVID-19도 그렇다.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는 흔하디 흔한(두번째로 흔하다) 감기바이러스의 일종이다. 그러나 SARS, MERS도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사실 지금의 SARS-CoV-2(이제 정식 명칭이다)보다 더 치명도가 높았던 SARS는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고,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던 지금의 바이러스가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끊임없이 변이가 나올 것이고, 우리가 그에 대해서 얼마나 면밀하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지 아직은 분명하지 않다. 항생제 내성은 또 어떤가? 1960년대 후반 감염질환에 대해 이제 감염질환에 대한 책은 덮어도 된다라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의 자신감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리는 이 친구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COVID-19 팬데믹이 본격화한 이후로 세균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의 역사에 대해 정말 많은 책들이 나오고 있다. 대체로 비슷비슷한 질환, 미생물들로 구성되고(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또 역사순으로 늘어놓는다. 이 책의 저자인 도로시 코로퍼드가 바이러스학자인만큼 바이러스 질환에 좀 더 비중으로 두고 있으면서, 세균에 대해서도 중요한 것은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런데 어떤 병원균(바이러스든 세균이든, 말라리아와 같은 원충이든)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최신의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가장 큰 특징은 미생물과 인간의 상호 작용을 중심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감염질환을 묶으면서 그 기준을 그 질환이 유행하게 된 원인을 인류의 활동과 관련짓고 있다. 그래서 림프절 페스트와 천연두를 하나의 장으로 묶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이 장의 제목은 인구 증가, 쓰레기, 빈곤이다. ‘기근, 황폐가 제목인 장에서는 아일랜드 대기근을 일으킨 감자잎마름병(곰팡이가 원인), 발진티푸스(리케차가 원인), 장티푸스와 결핵(세균이 원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 특정 미생물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저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분명히 원인이 있다는 게 바로 저자의 관점인 셈이고, 나도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저자는 인두와 우두접종에서 비롯한 백신과 항생제를 통해 미생물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어 미생물이 반격을 하고 있다는 얘기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 미생물의 반격이 세계 많은 지역에서 여전한 빈곤과 너무나 간편해진 여행, 그리고 미생물의 특성(이를테면 항생제 내성)이 결합해서 규모를 달리해서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바로 우리는 그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되 좀 온건하게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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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이 본 일본의 장점 | 책을 읽다 2021-09-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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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 뉴스에 무지한 일본인 2

타니모토 마유미 저/박보신 역
보윤북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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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의 인상은 세계 흐름에 쫓아가지 못하는 일본인에 대한 자아비판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다른 나라, 대체로 미국과 유럽의 형편을 보면 그들은 참 형편없는 데 비해 일본은 잘 하고 있는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자기 비하를 한다는 내용이다. 그건 세계 뉴스에 대해 눈감고 있기 때문이고, 또 언론, 특히 좌파 언론이 그걸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 대해 자부심을 강조하는 내용이니 조금은 역겨울 수 밖에 없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많이 익숙한 느낌이 든다. 여기서도 이 책의 계기가 되었다 하고, 또 많이 언급하고 있는 COVID-19만 보더라도 그렇다. 한쪽은 우리나라의 확진자 수의 증가와 백신 수급의 문제 등을 강조하면서 정부 등을 비판하는데, 또 다른 한쪽은 다른 나라들의 예로 들면서 우리나라 방역의 상대적 성공과 백신 접종의 일시적 혼란을 극복한 상황을 강조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했던 국가들의 COVID-19에 대한 대처를 보면서 그들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고 평가를 하기도 한다. 우리는 잘 몰랐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선진국의 민낯을 운운할 때 일본도 포함시키는데, 이 책은 다시 유럽(특히 영국을 예로 드는데, 저자가 현재 영국에 거주하기 때문이다)과 미국과 대비해서 일본의 대처라 너무나도 훌륭하다고 한다는 점이다. 야당이나 진보 언론은 정부를 비판만 하는데 그들이 세계의 뉴스를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일부러 감추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한다. 현재 진보와 보수의 관계가 반대인 한국과 일본의 처지를 보면, 정부의 반대편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냐고 이해가 되는 상황인 셈이다. 그래도 정보라는 게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상반되게 평가되는 것을 보게 된다.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고.

 

유럽이나 선진국이라고 해서 모든 게 좋고, 우리는 그에 비해 뒤쳐졌다고 무조건 비하할 필요는 없다. COVID-19 팬데믹에서 분명하게 보았듯이 그들이 쌓아올린 탑이 그렇게 견고하지도 않으며, 오히려 우리보다 더 불안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그들을 무조건 내려 볼 수는 없다. 아무리 불안하게 쌓아올린 탑이지만, 그래도 그 탑을 쌓아올리는 데 들인 시간과 공력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라는 것도 있다. 그들이 우리의 문화를 무시하면 안 되듯이 우리도 그들을 무시하면 안된다. 그것은 유럽이니 미국만이 아니라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여기의 내용을 모두 인정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가치는 다시 얻을 수 있다.

 

* 그런데, 맞춤법에 맞지 않은 게 너무 많고, 너무 번역투인 것을 넘어 그냥 구글번역기를 돌린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문장도 적지 않다(뒤로 갈수록 그렇다).

기후도 엄중하여, 겨울에는 통근도 어려운 토지도 많아, 원격근무는 회사 자체의 목적에 걸맞게 존속시키기 위해서도 필수불가결입니다.”

- 이런 식의 문장은 좀 문제다.

 

*출판사가 제공한 책을 읽고 독립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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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프라 수도원과 마술적 사랑 이야기 | 책을 읽다 2021-09-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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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도원의 비망록

주제 사라마구 저/최인자 등역
해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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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분명 왕의 전쟁에서 왼쪽 팔을 잃은 사내 발타자르와 마녀의 딸이자 다른 이의 영혼을 들여다볼 줄 아는 블리문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을 구분하자면 러브 스토리이다. 그러나 주제 사라마구는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것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랑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 많은 이야기를 덧붙여 놓고 있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 이야기가 그 많은 이야기들의 배경처럼.

 

이 소설은 또한 역사소설이다. 유럽 역사의 오점 중 하나인 마녀재판과 종교재판이 그들의 사랑을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만남 자체가 비극이었고, 기이했듯이 그들의 마지막도 비극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까?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것은 시대였다.

 

그래서 이 소설은 시대에 대한 비평서이다. 18세기 포르투갈의 대역사인 마프라 수도원 건립의 동기는 지배 계급의 허위의식을, 그 수도원을 건립하는 과정은 피지배계급에 대한 착취를 폭로한다. 그래서 마프라 수도원은 (사진으로) 지금 보아도 웅장하고, 관광객들을 불러모으지만, 그냥 그 모습 그대로 바라볼 수만은 없다. 거기에는 왕궁의 허위의식과, 교회의 탐욕과, 피지배계급의 피가 섞여 있는 것이다.

 

사랑 이야기이고, 역사를 담고 있지만, 또한 이 소설은 모험담이고 판타지이다. 하늘을 나는 기계를 만드는 바스톨로메우 신부의 시도는 다분히 역사적이지만, 그 동력이 인간의 영혼(의지)라는 것은 이 소설을 단순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벗어나게 한다. 하늘을 나는 것, 지금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 되었지만, 그것은 실은 하느님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계적 동력만이 아니라 인간의 의지를 수없이 모여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단으로 몰릴 여지를 주는 것이기도 했다(남들은 하지 못하는 것이었으므로).

 

힘겹게 읽었다. 더 길게 이어지는 문단으로 구성된 눈먼 자들의 도시눈뜬 자들의 도시보다 더 힘겨웠다. 주제 사라마구의 역사적 상상력을 따라가기 바빴다고 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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