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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이여, 영원하라 | 책을 읽다 2023-03-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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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서점의 시대

강성호 저
나무연필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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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 잊었던 기억들이 솟아났다. 그 기억들은 아련하지만 분명하다.

첫 기억은 초등학교(그땐 초등학교였지만) 시절 학기 초면 참고서를 산다고 차를 타고 나갔던 면사무소 소재지의 책방이다. 참고서만 사는 게 아쉬워 어머니를 힐끔 거렸지만, 끝내 다른 책은 내 손에 들려져 있지 않았다. 그래도 책은 고프지 않았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성화에도 종종 전집을 구입했으니까. 어느 해인가 학교 앞 문방구에서 누군가 책을 팔았다. 동화책 한 권을 사고 책장이 헤질 때까지 읽었다.

 

제주시로 전학을 간 이후에는 광양로터리의 서점들이 내 방앗간이었다. 역시 주로는 참고서가 내 구입 목록이었지만, 가끔 다른 책을 손에 들고 나올 때는 손으로 여러 번 표지를 닦아 내렸다.

조금은 암담했던 재수 시절엔 매주 일요일 오전마다 30분을 걸어 교보문고를 가는 것이 낙이었다. 그 휘황함! 없는 것이 없어 보였다. 한두 번 멀리서 봤던 연예인 생각도 난다.

대학 시절의 서점은 그냥 생활 공간이었다. 녹두거리의 그날이 오면전야’. 앉아 책을 읽다 서가에 붙여놓은 약속 메모를 보고 술 마시러 가고. 대학 시절 그 서점이 없었으면 어찌 지냈을까 싶기도 하다.

한참 세월이 흘러 사당역에 있던 반디앤루니스도 내 추억의 장소다. 병원과 학교를 왔다갔다하던 시절 사당역을 거쳐야 했다. 그럴 때면 늘 들렸던 곳. 한 권의 책을 사고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에 오르면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연구비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에 대한 상으로 몇 권을 더 사기도 했다.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사면서부터는 그곳에선 들춰보면 책만 고른 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하곤 했다. 미안함 마음이 조금은 있었다.

 

이러고 보니 내가 살아온 길이 서점으로도 줄줄이 엮인다(떠오른 것 중 적지 않은 것도 많다). 어쩔 수 없다. 책의 인간은.

 


 

 

강성호의 서점의 시대를 읽었다. 알게 된 것도 많지만, 나의 서점 편력을 회상할 수 있게 한 것만으로도 고마웠다. 독립 서점이 많이 생겼다. 나는 독립 서점들의 탄생이나 연명에 크게 기여하지 못해 왔지만, 많이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가 서점을 통해 추억할 거리가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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