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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과학자를 평가하는 과학 | 책을 읽다 2023-11-2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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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과학의 과학

다슌 왕,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공저/이은,노다해 공역
이김 | 2023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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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으로 쓰고 있는 '과학의 과학(Science of science)'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부터 알아야겠다. ‘과학의 과학이란, '과학'이라는 학문과 '과학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 즉 과학자에 대해 분석하는 과학의 분야라 할 수 있다. 저자들이 서문에 밝히고 있는 바에 따르면, 과학자를 연구하고, 성공한 프로젝트와 실패한 프로젝트를 조사하고, 발견과 발명의 패턴을 정량화하여 과학을 전체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과학의 과학이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가 링크버스트>의 저자이자 네트워크과학의 창시자나 다름없는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나는 그의 책을 정말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었다)라는 점에서 과학의 과학이, 특히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과학의 과학이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그에 다다르려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될 수 있는 한에 있어서) 정량화이며, 네트워크, 혹은 공동 연구에 대한 분석 등이라 할 수 있다.

 


 

 

바라바시와 그의 제자이면서 역시 네트워크 과학자인 다슌 왕은 우선 과학자를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과학자가 우수한 과학자인지를 확인하고,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어떤 답이 없을 것 같은 문제다. 주관성이 매우 크게 작용할 것 같은 문제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수도 없이 이 주관적 평가를 넘어서는 어떤 객관적인 수치를 추구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h-index. 한 개인이 n번 이상 피인용된 논문이 개 있을 때, h-indexn이라고 한다. 저자들은 여러 다른 평가 방법들과 비교했을 때, 연구 경력이 어느 정도만 된다면 이 수치는 미래의 연구 능력을 평가하는 데 상당한 예측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어떤 연구자를 교수로 뽑을 것인가? 지금까지의 연구 경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연구를 잘 할 연구자를 뽑고자 한다면(어떤 게 연구를 잘 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바로 h-index를 보면 어느 정도는 믿을 만하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나이와 과학적 성취, 즉 젊었을 때 창의적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신화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물론 그런 지적이 어느 정도는 맞을 수는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 많은 분석을 통해서 입증된다. 그리고 점점 중요한 연구를 하는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으며, 연구자에게는 폭발적인 시기가 존재한다는 것도, 그들의 분석을 통해 드러난다.

 

과학자 개인의 능력이라든가 생산력에 대한 분석에 이어 협력 연구의 가치에 대해서도 분석하고 있다. 거대과학이라야 가능한 분야가 늘어남에 따라서, 또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전문성이 점점 제한되는 상황에서 팀 연구, 즉 공동 연구는 필수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공동 연구, 그것도 타 기관, 나아가 여러 국가 간의 공동 연구의 경우 더 많은 피인용 지수를 나타내는 등 그 가치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 연구팀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도 어떤 경우에는 실패하기도 한다. 저자들은 연구에 따라서 어떤 규모의 연구진이 적절한지, 또한 어떻게 구성하는지도 공동 연구의 성패가 달려 있음을, 단지 느낌만으로, 혹은 정성적으로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수치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렇게 공동 연구를 진행했을 때 얻은 성과에 대한 공로의 배분이라는 아주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나름 진지하게 분석한다. 내 생각엔 크게 어떤 규칙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그래서 저자들은 공로 인정과 관련해서 공동체를 이야기한다).

 

논문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분석한다. 한 논문이 영향력을 갖기 위한 조건을 분석하고 있고, 또 그런 영향력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이뤄지는지도 데이터 과학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논문에 수명이 있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논문이 5년이 지나면 거의 인용되지 않는다는 것도 어떤 글을 통해서 읽은 바 있고, 여기서도 마찬가지 이야기를 한다. 그럼에도 잊혔던 논문이 갑자기 각광 받는 사례도 있는데, 어쩌면 내 논문들도 그런 취급을 받지 않을까 기대도 해보게 된다(냉정하게 말해서는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게 과학자와 과학 논문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하던 저자들은 '전망' 부분에 와서는 (사실상 어쩔 수 없이) 정성적 태도로 바뀐다. 현재에 비추어 앞으로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예측이 가능한 얘기일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에 대해서는 수치를 들이밀 수는 없는 것이다. 바라바시와 왕은 AI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한다. AI는 과학의 산물인 동시에 과학을 변모시킬 존재라는 것을 이 부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또 그 한계 역시 인식할 수 있다. 물론 그 한계라는 것 역시 언젠가 뛰어넘을 수 있겠고, 또 내 수준에서는 그 한계까지 다다를 만한 AI 활용 연구도 할 수 없겠지만, 이에 관한 논의는 과학의 과학이 아니더라도 활발히 할 필요가 있다.

 

다 읽고 나니 '과학의 과학'이 과학에서 얼마나 중요한 분야인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과학을 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늘 평가받고, 또 때로는 평가하는 입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느낌만으로 대하는 대신 조금은 객관적 지표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런 방향 전환에는 시간과 돈이 들기 때문에 당장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과학의 과학이 과학의 정책을 바꾸는 데 일조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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