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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 책 모음 2023-09-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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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세균이 자라지 않는 ‘투명한 빈 자리(taches vierges)’

항생제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썩은 과일과 곰팡이 핀 접시, 하수구를 뒤져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그들은 왜 '플레밍'과 '왁스먼'이 되지 못했을까?

"2023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도서"

출판사 책 소개

커다란 영광과 막대한 이익 뒤로,

이름도 없이 사라져 버린 사람들,

항생제를 개발했던 그들은 왜 역사에서 잊혀졌을까

자동차와 비행기가 우리의 이동 방식을 바꾸는 동안, 냉장고와 엘리베이터는 우리의 생활을 새롭게 했고, 컴퓨터와 인터넷은 우리의 사고 체계를 뒤흔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안타깝게 죽거나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 온전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우리 곁에서 생활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달라진, 혹은 누군가 세상을 바꿔놓은 것이다.

몇십 년 전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이제 이런 변화의 감각마저 무뎌졌다. 역사책이나 다큐멘터리로 예전 생활을 떠올려 보지만, 이제는 ‘있어서 새롭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없는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항생제가 바로 딱 그렇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어느 독일 시인의 낭만이 애처로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어이없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 몸이 아픈 것은 외부의 미생물이 우리 몸에 들어와 그런 것이고, 항생제는 우리 몸은 가만히 놔둔 채 그런 세균만 골라 죽이는 물질을 말한다. 이제는 어린이들도 알고 있는 이런 의학 상식이 새로운 이야기로 우리 곁에 등장한 게 채 이백 년이 되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항생제를 발견하고, 연구하고, 개발한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찾아낸 1928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항생제가 발견되었다. 그 하나하나의 개발 과정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전쟁의 참화가 불러온 상처를 낫게 하고야 말겠다는 인류애도 있었고, 돈과 영광에 눈이 아득해 흩뿌린 더러운 얼룩도 또렷이 남아 있다. 일흔이 넘어 시작한 연구로 엄청난 돈과 평생 얻지 못한 영광을 얻기도 했고, 자신의 연구를 지도교수에게 ‘도둑’ 맞아 노벨상을 놓쳤다는 하소연이 예사롭지 않은 희대의 스캔들도 있었다. 탁월한 결과를 낸 과학자지만 그가 만약 여성이라면, ‘예쁜’ 영광은 기꺼이 줄 수 있어도 돈과 지위는 주지 않았던 지난 시절 허리조차 펼 수 없던 낮은 천정도 여지없이 들어 있다. 제3 세계의 전통 지식과 토종 자원이 눈 밝은 선진국 사람들에게 아무 동의 없이 그대로 흘러 들어가 엄청난 수익을 창출했지만, 보상에서는 철저히 배제된 차별과 수탈의 역사도 남아 있다. 개인의 호기심 차원에서 진행되던 ‘소박한’ 연구가, 이제는 다양한 분야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모인 거대한 조직에서 대규모의 예산과 장기적 계획에 따라 추진되는 공장제 프로젝트가 되었다. 이렇게 연구와 개발이 체계화되면서 더 많은 종류의 항생제가 개발되었고, 사람들은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탁월한 통찰과 끈질긴 실행력으로 성과를 얻은 사람들은 노벨상의 영광과 많은 돈을 손에 넣었고, 체계적으로 항생제를 개발해 상품화한 회사는 엄청난 돈과 영향력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플레밍’이나 ‘왁스먼’은 찾을 수 없다. OO회사 신약 개발팀의 분석 담당 OOO만이 있을 뿐이다. 회사에서 돈을 받고 연구한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 대신 조직의 명칭으로 불리웠고, 그들의 이름은 논문과 특허의 각주로만 남았다. 이것 또한 세상의 변화였다. 항생제는 세상을 바꾸었고, 그 과정에서 항생제를 개발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크게 달라졌다. 이 책에는 그러한 과정과 변화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담겨 있다.

들판에는 커다란 나무도 있고 화려한 꽃도 있지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작은 꽃들이 있고, 이른바 잡초라 불리는 식물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누군가는 화려한 꽃을 찍어 사진으로 보관하겠지만, 나는 밝게 빛나는 그 꽃 주변의 고요하면서도 치열하고, 넉넉하면서도 치사한 풍경을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 항생제 발견의 역사는 몇몇 스타 과학자의 영웅 서사가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활약한 수많은 과학자와 주변의 온갖 사람들이 얽혀 있는 다채롭고, 일상적이고, 연속적인 이야기일 때 한층 더 실제에 가깝고 가치 있는 역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모습을 조금이나마 복원하고 싶었다.

“더러울수록, 더 좋다”

하수구에서 흘러나온 폐수에서 찾은 항생제

20세기 초반,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에는 장티푸스가 유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고열로 고생했고, 설사와 복통으로 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곳의 의사와 과학자들은 원인을 찾아 질병을 퇴치할 방법을 찾았지만 오리무중이었다. 그러던 많은 이들 중에 바다로 버려지는 폐수와 하수구를 유심히 살펴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는 하수구 이곳저곳에서 폐수를 조심스럽게 수집했고, 실험실로 돌아가서는 그곳에 무슨 세균이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도시에는 장티푸스가 유행했지만, 도시 하수가 모여 버려지던 그곳 폐수에는 놀랍게도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살모넬라 균이 하나도 없었다. 바로 하수구 근처의 곰팡이가 살모넬라균을 모두 죽여버린 것이었다. 이렇게 태어난 항생제가 바로 세팔로스포린이다. 2022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처방된 항생제가 바로 이 세팔로스포린 계열의 항생제이고, 세팔로스포린이 널리 처방되는 경향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더러운 폐수에서 세균을 물리치는 항생물질을 찾아낸 사르데냐 대학의 주세페 브로추는 이탈리아에서 이 물질로 약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에서 패한 이탈리아에서는 연구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때 전승국의 일원으로 이탈리아에 와있던 영국군 의사가 이 소식을 듣고, 옥스퍼드의 페니실린 팀에 해당 샘플을 보내 주었다. 이탈리아의 지중해 한가운데 있던 섬에서 발견된 항생물질이 멀고 먼 영국의 옥스퍼드에서 놀라운 약으로 탄생한 것이다. 개인의 역량만큼이나 어느 조직에서 어떤 네트워크로 일을 하느냐도 중요할까? 세팔로스포린 개발은 그 둘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말한다.

제3 세계 산골짝의 진흙 한 움큼에서 찾은 항생제,

‘공정한’ 연구를 묻다

필리핀의 의사 아벨라르도 아귈라는 죽음의 순간에도 ‘그 말’을 했다. 자신이 수집한 토양 샘플에서 에리트로마이신을 찾아냈으니, 글로벌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는 자신의 기여를 인정하고, 정당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그는 일라이릴리의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수년간 필리핀 각지의 흙을 수집해 그중 항생물질이 있을 만한 샘플을 일라이릴리의 미국 연구소로 보내는 작업을 했다. 일라이릴리에서는 2년간의 연구 끝에 이 흙을 기반으로 탁월한 효능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그 항생제가 바로 현재도 꾸준히 사용되는 에리트로마이신이다. 이 약을 개발하고 판매한 일라이릴리의 개발팀과 영업팀은 엄청난 판매량에 다들 환호했지만, 아귈라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이 약의 탄생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었기 때문이었다. 억울한 아귈라는 미국 본사를 방문해 자신의 활동을 소명하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도 그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모든 활동을 문서화 해놓지 않은 자신을 한탄했지만, 필리핀의 한 도시에서 이름을 딴 항생제의 명칭부터 시작해 너무나도 분명한 자신의 기여가 어처구니없이 무시당하는 데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필리핀 정부에서도. GATT를 비롯한 각종 다자간 협정과 무형 자산, 생물 자원의 공정한 이용을 내세웠지만, 일라이릴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특허와 각종 법률은 물론 로비와 영향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생물 다양성 협약이 하나둘 효력을 발휘하고 2014년 이후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되면서, 제3세계의 어떤 생물 자원도 관련자의 동의 없이 국외로 반출이 불가능하다. 동의나 허락도 없이 마음대로 가져다 쓴 미국을 비롯한 제약업계의 선진국들에게 이제 제동이 걸렸다. 그들은 이제 다른 나라의 풀 한 포기, 흙 한 줌도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항생제의 겨울’이 왔다

1980년대에서 2000년대까지는

항생제 ‘혁신의 실종’과 ‘발견의 공백기’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던 항생제가 어느 시점부터 개발이 더뎌지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가 바로 195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개발된 되었거나, 이때 개발된 항생제를 변형한 것이다. 하지만 거대 제약회사, 소윅 빅파마(Big Pharma)들이 항생제를 더 이상 개발하지 않았고, 연구 파이프라인에도 항생제는 더 이상 계획에 없었다. 항생제 개발이 1980년대 들어와 뚝 끊어진 것이다.

항생제는 개발 자체가 쉽지 않다. 항생제는 사람에게는 없고 세균에게만 있는 구조나 효소 혹은 생합성 과정을 표적으로 삼는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에게 부작용이 생겨 사용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세균과 사람이 정말 많이 다른 것 같지만, 사실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그렇지만도 않다. 요즘 새로운 항생제가 개발되더라도 이전과 완전히 다른 항생제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적 자체가 완전히 다른, 전혀 새로운 항생제가 아닌 이상 기존 항생제에 의한 내성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항생제 내성의 문제는 개발 자체의 어려움에 더해 항생제 개 발을 지체시키는 요인이다. 새로운 표적을 찾지 못해 기존 항생제의 내성 문제를 극복하는 항생제 개발이 어렵다는 문제뿐 아니라, 새로운 계열의 항생제를 개발했다 하더라도 세균의 능력은 그 항생제에 대해서도 금방 내성을 획득해 버린다.

신약 개발의 어려움 외에 항생제 개발에는 ‘항생제 내성’이라는 문제까지 추가로 있는 것이다. 빠르게 개발해 많이 팔고 싶은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개발도 어렵고 약의 수명도 짧은 항생제를 굳이 개발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원하는 약’을 만드는 게 훨씬 유리했다.

“쓸 수 있는 항생제가 없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슈퍼박테리아

녹슨 못에 쓸려 세균에 감염될 수도,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바로 그 병원에서 세균에 감염될 수도, 여름철 물놀이장에서 신나게 놀았는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세균이 옮아 감염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렇게 사소한 이유로 감염되었는데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가 없어 죽음을 기다리는 처지가 된다는 공포물 같은 예상은 그저 겁주기 위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다시 한번 짐 오닐의 보고서를 보자. ‘한 해’에 ‘천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추가로’ ‘죽는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진화의 원리는 코끼리에게도 맞지만, 세균이라고 다르지 않다. 세균이 진화를 거듭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획득하고 나면, 그 이후 항생제는 그 병원균에 소용이 없다. 병을 고치는 데 필요하다고 의사가 처방한 만큼의 항생제를 꼭 지켜 먹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항생제 내성에 관한 짐 오닐의 보고서는 이런 경고까지 내놓았다. 이 책에서 나온 많은 숫자 중 가장 섬뜩한 숫자다.

‘한 해’에 ‘천만 명’이 ‘항생제 내성’으로 인해 ‘추가로’ ‘죽는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추가로 죽는 천만 명에는 내가 포함이 안 될 수도 있다. 천만분의 일일뿐이다. 하지만 그 낮은 확률에 나 혹은 내 가족이 해당되면 그때는 죽을 확률이 얼마나 될지. 확률은 참 잔인하다. 그래서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은 항생제 내성으로 끝을 맺는다. 이 상황을 바꿀 수 있기를 바라면서.

[출처] 세상을 바꾼 항생제를 만든 사람들: 페니실린에서 플루오로퀴놀론까지, 항생제 개발의 진짜 역사|작성자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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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과학 저자, 소어 핸슨 | 책 모음 2023-07-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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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어 핸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연)과학 저자 중 한 명이다. 

점점 주제가 단순한 자연, 생물, 과학에서 그것의 가치와 의미를 담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옮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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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선정 2022 올해의 과학도서 10권 | 책 모음 2022-12-0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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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에서 "올해의 과학도서" 10권을 선정해서 발표했다. (https://crossroads.apctp.org/)

출처 : 경북일보 - 굿데이 굿뉴스(http://www.kyongbuk.co.kr)

이론물리센터이지만, 물리 쪽에 치우지진 않았다. 

다음의 책들인데, 내가 읽은 책을 꼽아보니 4권이다(진하게 표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벵하민 라바투트, 노승영)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박인규, 계단)

△판타 레이(민태기, 사이언스북스)

△퀀텀의 세계(이순칠, 해나무)

△생명을 묻다(정우현, 이른비)

△기후의 힘(박정재, 바다출판사)

△천개의 뇌(제프 호킨스, 이데아)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닐 슈빈, 부키)

△코드 브레이커(윌터 아이작슨, 웅진지식하우스)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박은정,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

벵하민 라바투트 저/노승영 역
문학동네 | 2022년 06월

 

사라진 중성미자를 찾아서

박인규 저
계단 | 2022년 06월

 

판타 레이

민태기 저
사이언스북스 | 2021년 12월

 

퀀텀의 세계

이순칠 저
해나무 | 2021년 12월

 

생명을 묻다

정우현 저
이른비 | 2022년 07월

 

기후의 힘

박정재 저
바다출판사 | 2021년 11월

 

천 개의 뇌

제프 호킨스 저/이충호 역
이데아 | 2022년 05월

 

 

자연은 어떻게 발명하는가

닐 슈빈 저/김명주 역
부키 | 2022년 07월

 

코드 브레이커

월터 아이작슨 저/조은영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02월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박은정 저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2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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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B. 캐럴의 책들 | 책 모음 2022-05-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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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B. 캐럴의 책들

 


 

 

이보디보

션 B. 캐럴 저/김명남 역
지호 | 2007년 07월

한 치의 의심도 없는 진화이야기

션 B. 캐럴 저/김명주 역
지호 | 2008년 10월

진화론 산책

션 B. 캐럴 저/구세희 역
살림Biz | 2012년 08월

세렝게티 법칙 THE SERENGETI RULES

션 B. 캐럴 저/조은영 역
곰출판 | 2016년 12월

우연이 만든 세계

션 B. 캐럴 저/장호연 역
코쿤북스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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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예스24 과학MD 김유리 추천] 어쩌면 문학보다 더 문학적인, 과학 이야기 | 책 모음 2022-03-0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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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h.yes24.com/article/view/47091

언스플래쉬

과학, 얼마나 좋아하시나요? 사실 과학을 좋아하는 분보다 조금 생소하고, 두려워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과학 MD를 하면서 요즘 독자분들은 과학을 더 이상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꾸준히 찾는 독자분들이라면 워낙 배움에 관한 욕구가 있으시기도 하니깐 말이죠.

독자분들의 그런 배경도 있겠지만, 요즘엔 과학을 모르면 안 된다는 시대적 흐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에 맞춰서 요즘은 과학책들도 표지, 디자인부터 안의 번역, 문장들까지 얼핏 보면 문학 책 같다 싶을 때가 많습니다. 과학 도서를 정리할 때, 저마저도 ‘와, 이런 디자인은 진짜 예쁘네!’하고 생각하기도 하니깐요. (TMI지만 에세이와 예술도 제가 담당하는데, 가끔 분류할 때 표지만 봐서는 헷갈리기까지 합니다!) 책의 꼴부터 완전무장 시켜서 일까요? 요즘 독자분들이 많이 찾고, 좋아하실 만한 과학 도서들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저 / 정지인 역 | 곰출판 



이미 베스트셀러가 되어버린 책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MD들끼리 이야기할 땐 ‘그 물고기 책’이라고 불리지요. 작년 말에 나와서 2022년 초 출판업계에 등장한 과학 베스트셀러 1위입니다. 유튜버 겨울서점님이 추천하셔서인지 더 많은 분들께서 찾고 계십니다. 일단, 표지부터 예술서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표지뿐만 아니라 내용도 참 ‘예술’같다 싶습니다. 스포를 하면 안 되는 책이라고 입소문이 났으니 저도 더 이상의 소개는 줄이겠습니다. 저자는 과학 전문 기자 룰루 밀러로 이 책을 통해 해외에서 입증받는 저자입니다. 많은 언론과 유명 인사들이 ‘2020년 최고의 책’이라고 꼽았고요. 그리고 제가 읽어보니 그건 전혀 과찬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다시 앞부분을 펼쳐보고 싶어지는, 드라마틱한 과학 에세이였습니다. 과학을 무작정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추천드립니다.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질 볼트 테일러 저 / 진영인 역 | 윌북(willbook) 



과학 스테디셀러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저자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촉망받던 뇌과학자. 37살에 뇌졸중을 겪고 뇌가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관찰한, 어쩌면 못말리는 그녀가 다시 한번 책을 냈습니다. 뇌수술을 받은 후, 잃은 것보다 다시 되찾은 것이 많다는 이 대단한 뇌과학자가 이번에는 감정을 다루는 뇌에 관한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습니다. 감정을 컨트롤할 수 있는 기관들을 알고, 그것들로 인해 생겨낸 4가지 캐릭터들을 파악한 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상세히 다룹니다. 단순히 뇌과학이 아니라 심리학, 신경해부학까지 아우르는 완전한 뇌 사용법을 담았다고 볼 수 있죠. 죽음의 고비를 넘긴 한 뇌과학자의 절박한 탐구 과정과 뇌의 진실 저 너머가 궁금하시면 꼭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

에두아르도 사엔스 데 카베손 저 / 김유경 역 / 김찬주 감수 | 세로 



세기의 천재 아인슈타인이 가장 위대한 여성 수학자라고 칭송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에미 뇌터’라는 수학자이죠. 현대 추상 대수학의 개척자이자 ‘뇌터 정리’를 증명한 뛰어난 이론물리학의 선구자입니다. 1882년 3월 23일생으로 올해 3월이 탄생 140주년이라고 합니다. 구글에서 두들 (doodle)로 보여줄 정도로 중요한 역사적 인물인데, 우리나라에선 아직 유명하지 않다고 합니다.

이번 탄생 140주년을 기념해 그녀의 전기가 나왔습니다. 『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 저도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전기라고 그런지 수학자의 일생을 이렇게 문학적으로 그린 작품은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특히 그녀의 일생을 다루면서 동시에 여성들이 수학계에서 어떻게 고군분투해가면서 연구를 해왔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유독 기울어진 역사 속에서 새롭게 조명 받는 과학자의 이야기는 많이들 찾아서 읽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우아한 우주』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저 / 심채경 역 | 프시케의숲



이번엔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 저자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의 과학 에세이입니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 심채경 작가의 번역으로 좀 더 섬세한 문장이 되었다고 하네요. <네이처>의 평처럼 “과학적으로 탄탄하면서도 시적”인 이 책은 어린이 친구들과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림 51점과 더불어 천문학적 지식을 어떻게 문학적으로 비유했는지도 보시면 재미있으실 거예요. 딱딱한 과학서에서 벗어난, 우리에게 친숙한 언어들로 우주를 다시 바라보게 해주는 기특한 책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저 | 정지인 역
곰출판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나를 알고 싶을 때 뇌과학을 공부합니다
질 볼트 테일러 저 | 진영인 역
윌북(willbook)
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
에미 뇌터, 그녀의 좌표
에두아르도 사엔스 데 카베손 저 | 김유경 역 | 김찬주 감수
세로
우아한 우주
우아한 우주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저 | 심채경 역
프시케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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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선물!

 


 

너무 놀라운 작은 뇌세포 이야기

도나 잭슨 나카자와 저/최가영 역
브론스테인 | 2021년 04월

 

오염된 재판

브랜던 L. 개릿 저/신민영 역
한겨레출판 | 2021년 05월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한 책

캐스파 핸더슨 저/이한음 역
은행나무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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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책' 열 권 | 책 모음 2022-01-0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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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책' 열 권

… ‘불평등, 기후변화, 기술주의’, 지금 여기 문제 다룬 책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112241532001#csidxa0de03476b67161b0d79265d3cf8be3 

 

 

감염병 유행 장기화 속에, 2021년은 여러모로 삶이 팍팍했던 한 해였습니다. 이상기후로 인한 산불이나 홍수 뉴스가 곳곳에서 들려와 현실이 된 기후위기를 느끼게 했습니다. 감염병 위기로 인한 고통이 누구에게나 같지 않고, 자영업자나 건강 취약계층을 더 강하게 타격하는 장면들도 계속됐습니다.

책은 일상에 흩어져 있는 현실의 문제를 뾰족하게 모아 정확한 언어로 설명해주는 매개체입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현실의 문제를 공동체가 함께 겪고 있음을 인지하고, 새로운 해법을 찾습니다. 올 한 해 경향신문이 ‘책과삶’ 지면을 통해 소개한 책 중에 ‘올해의 책’ 10권을 골랐습니다. 서평을 담당한 경향신문 문화부 기자들이 회의를 거쳐 정했습니다.

능력주의가 특권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짚은 <한국의 능력주의>, 불완전함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이보그가 되다>, 서울 양동 쪽방촌 주민의 삶을 보여주는 <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금융자본주의가 양산하는 보람 없는 일자리를 말하는 <불쉿 잡>이 선정됐습니다. <플루토피아> <냉전의 마녀들> <기후의 힘>과 같이 역사학자, 고기후학자가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쓴 양서들은 과거를 통해 현재의 문제를 짚는 관점을 제시합니다.

문학 부문에서는 소설 두 편, 에세이 한 편이 선정됐습니다. 한강이 5년 만에 내놓은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4·3사건을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최은영의 <밝은 밤>은 여성 4대의 삶을 선하고 따뜻한 감수성으로 전합니다. 한국계 미국 이민 2세대인 캐시 박 홍의 <마이너 필링스>는 자신의 삶을 통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말합니다.

경향신문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책' 열 권… ‘불평등, 기후변화, 기술주의’, 지금 여기 문제 다룬 책들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 김원영 지음 | 사계절
 

‘장애와 기술의 결합’ 경험자들의 ‘불완전함과 함께 사는 기술’ 이야기

사이보그는 기계를 몸에 결합하거나 이식한 유기체를 일컫는다. SF소설가 김초엽과 변호사 김원영은 “우리는 기계와 결합한 유기체라는 점에서만 보아도 ‘사이보그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청각장애가 있는 김초엽은 보청기를 착용하고, 지체장애가 있는 김원영은 휠체어를 탄다. <사이보그가 되다>는 두 사람이 장애와 과학기술이 결합하는 공통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쓴 책이다.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장애인의 몸을 ‘사이보그’라는 상징으로 접근해 인간 몸과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야 하는지를 묻는다. 책은 과학기술 영역에 장애가 없는 상태가 이상적이라고 보는 ‘비장애중심주의’, 기술이 장애에서 인류를 해방시킬 것이라는 ‘기술 유토피아’가 깔려있다는 점을 짚는다.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시대에 ‘완전함에 도달하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불완전함과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말하는 책이다.

▶관련기사 : 장애라는 다름과 함께해야 할 기술

 

경향신문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책' 열 권… ‘불평등, 기후변화, 기술주의’, 지금 여기 문제 다룬 책들

한국의 능력주의

박권일 지음 | 이데아
 

형식적 공정성에만 집중하는 ‘능력주의’의 허상을 걷어내보자

‘능력주의’는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핵심 이데올로기다. 최근 몇년간 권력자들에게 과도하게 주어지는 특권과 비리 문제가 터져나올 때마다, 능력주의는 몇번이고 다시 소환돼 화두가 됐다. 공정한 과정에 따라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기만 한다면, 특권으로 인한 불평등 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책 <88만원 세대>의 공저자로 잘 알려진 박권일 사회비평가·작가는 <한국의 능력주의>에서 이 같은 인식으로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능력주의 신화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그는 “능력주의는 기회와 과정의 근본적 불평등, 즉 ‘실질적 불공정’을 은폐하고 형식적 공정성에만 집중하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책은 한국 능력주의의 기원을 추적하고, ‘이상적 능력주의’의 허상을 걷어낸다. 공회전하는 능력주의 담론의 핵심을 짚는다.

▶관련기사: 박권일 “능력만 있으면 혐오·차별 정당화…그게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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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의 마녀들

김태우 지음 | 창비
 

세계 18개국서 모인 21명의 여성, 한국전쟁의 참상을 기록하다

1951년 5월15일,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때 한 무리의 여성들이 유서를 쓰고 북한으로 향했다.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여성단체로 꼽히던 ‘국제민주여성연맹’의 초청으로 한국전쟁 조사위원회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여성들이었다. 덴마크, 체코슬로바키아, 네덜란드, 영국 등 18개국에서 모인 21명의 여성들은 10여일 동안 신의주, 평양, 황해도, 평안남도 등의 지역을 방문했다. 민간인 대상 공중폭격, 집단 고문, 성폭력 등 전쟁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기록했다. 본국으로 돌아간 여성들은 활동 의도를 의심받으며, ‘마녀사냥’과 같은 고초를 겪는다.

김태우 한국외대 한국학과 교수는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와 미 공군의 기록, 조사위원들이 본국에 돌아가 남긴 개인 기록·언론 활동들을 치밀하게 파헤쳤다. 기록복원물로서의 의의도 상당하나, 한 편의 전쟁소설과 같이 읽기 쉽게 쓰여 더욱 의미 있는 저작이다.

▶관련기사: 21명의 여성은 유서를 쓰고 전쟁 중이던 북한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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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호텔 옆 쪽방촌 이야기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 지음 | 후마니타스
 

도심 빈민가 양동 쪽방촌 사람들, 살고 싶은 곳에 살 권리를 말하다

서울 남대문경찰서와 밀레니엄 힐튼 호텔 사이쯤에는 수십년 가난의 역사가 쌓인 양동 쪽방촌이 있다. 한국전쟁 직후 피란민을 시작으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오면서 마을이 생겼다.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나, 정비해야 할 도심 빈민가로 여겨졌다. 서울시가 2019년 재개발계획을 가결하면서 주민들이 절반으로 줄었다.

11명의 기록활동가로 구성된 ‘홈리스행동 생애사 기록팀’이 2020년 10월부터 약 1년간 양동 쪽방촌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었다. 인터뷰에 응한 주민 8명이 각자 양동에 들어와 살게 된 생애사가 생생한 구어체로 담겼다. 이들의 빈곤이 개인의 잘못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누구나 자신이 살고 싶은 곳에서 계속 살 수 있어야 할 권리에 대해 말한다.

▶관련기사: 비록 쪽방촌이지만 우리에겐 삶의 터전입니다

경향신문이 선정한 2021 '올해의 책' 열 권… ‘불평등, 기후변화, 기술주의’, 지금 여기 문제 다룬 책들

불쉿 잡

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김병화 옮김 | 민음사
 

‘의미 없는 직업’으로 돌아보는 노동과 일터의 진정한 의미

‘불쉿(Bullshit) 잡’은 ‘맡겨진 업무가 너무나 무의미하고 불필요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조차도 쓸모가 없다고 여기는 허튼 직업’을 의미한다. 인류학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자신이 하는 일을 ‘불쉿 잡’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을 포착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 책을 썼다.

상사나 관리자를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직업, 실제 목표를 이루는 것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서류를 양산하기만 하는 직업 등이 ‘불쉿 잡’이다. 저자는 금융자본주의의 성장으로 인해 사회 유지에 필수적인 돌봄 노동자, 제조업 공장 노동자 등은 늘지 않고 회계 직원, 정보기술(IT) 전문직, 컨설턴트 직종이 늘면서 ‘불쉿 잡’이 증가했다고 말한다. 노동과 일터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관련기사: 저는 쓸모없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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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피아

케이트 브라운 지음·우동현 옮김 | 푸른역사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 국가 주도 ‘원자력 도시’의 역사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0년대 초반 미국과 소련은 원자력 기술에 대대적인 투자와 연구를 진행했다. 미국 워싱턴주의 리치랜드와 소련 우랄 지역의 오조르스크 지역에는 플루토늄 생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살 수 있는 도시가 국가 주도로 조성됐다. 이 지역 노동자들은 질 높은 주거, 급여 등 ‘소비자적 권리’인 풍요를 제공받는 대신, ‘생물학적 권리’인 건강과 ‘정치적 권리’인 자치는 포기했다. 책의 제목인 ‘플루토피아’는 ‘플루토늄(plutonium)’과 ‘장소(topia)’ 또는 ‘이상향(Utopia)’의 합성어다.

책은 1940년대 초반부터 플루토피아가 형성돼온 과정과 현재까지 이어지는 방사능 피폭 문제를 두루 다룬다. 도시사, 환경사, 냉전사가 어우러진 핵의 역사다. 원자력발전에는 ‘안전’의 문제를 넘어 국가 주도의 지역 간 불평등이라는 속성이 내재돼 있다는 점을 짚는다.

▶관련기사: 핵전쟁이 낳은 풍요의 두 도시, 그 끝은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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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힘

박정재 지음 | 바다출판사
 

인류 진화부터 조선의 흥망까지 문명과 역사를 좌우한 ‘기후의 힘’

기후변화가 가져온 삶의 변화는 점점 더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20여년간 한반도 고기후를 연구한 서울대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는 “기후변화가 고대 사회의 성쇠를 결정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의 힘>은 인류 진화에서 조선 왕조의 흥망성쇠까지 기후가 어떻게 인류와 문명을 만들어 왔는지 지구 역사 맥락에서 조망한다.

저자는 외국의 연구 결과를 단순 차용하지 않고, 조선시대 기록 등을 뒤져 한반도의 고기후를 유추한다. 청동기 시대 중·후기 송국리 문화 쇠퇴 원인은 2700~2800년 전 갑자기 발생한 단기 가뭄 등 기후 악화와 관련이 있다. 저자는 지구온난화가 허구라는 주장에 대해 고기후학 연구 결과를 토대로 차근차근 반박한다. ‘기후의 힘’을 정확히 알고, 현재의 기후위기에 대처해나가자고 제안하는 책이다.

▶관련기사: 기후가 역사를, 역사가 기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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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문학동네
 

증조할머니의 삶과 사랑 이야기 밤을 밝히는 뜨거운 위로를 건네

소설 <밝은 밤>은 여름에 찾아왔다. 소설집 <쇼코의 미소> <내게 무해한 사람> 등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감수성’을 열어줬다는 평을 받은 최은영이 3년 공백을 깨고 낸 신간이다. 그의 첫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은 기다림이 서운하지 않도록, 잔열이 쉽게 가시지 않는 뜨거운 위로를 건넨다. ‘증조모-할머니-엄마-나’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4대의 삶이 선하고 따뜻한 최은영 특유의 감수성으로 그려졌다. 서른두 살 ‘지연’은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후 바닷가 작은 도시 ‘희령’으로 떠난다. 이곳에서 20여년간 연락이 끊겼던 할머니 ‘영옥’과 재회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비롯해 혹독한 세월을 가난한 백정의 딸로 살아남아야 했던 지연의 증조모 ‘삼천’의 삶과 사랑이, 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넘실거린다. 밤을 밝힌 삶의 온기를 전한다.

▶관련기사: “백정의 딸, 전쟁, 이혼…서로에게 기대어 빛을 찾아가는 여성 4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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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지음|문학동네
 

압도적 슬픔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제주 4·3사건 희생자들의 이야기

올가을 한강은 <흰> 이후 5년 만에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펴내며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라 소개했다. 소설은 실제 한강이 꾸었던 꿈의 조각으로부터 시작된다. 주인공 ‘경하’는 벌판에 심어진 수천 그루의 검은 통나무들 사이에 있다. 경하는 나무들이 꼭 묘비인 것만 같다. 그는 발밑에 물이 차오르자 바다에 쓸려가기 전에 뼈들을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4년 5월 광주를 그린 소설 <소년이 온다>를 발표한 직후 한강이 꾼 꿈이다. 이번 소설은 제주4·3사건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뺨 위로 떨어진 눈이 녹지 않는, 죽은 목숨들에 대한 이야기다. 몰살의 역사는 생존자 ‘정심’, 그의 딸 ‘인선’, 그의 친구 경하를 통해 천천히 전모를 드러낸다. 조용히 세상을 삼키는 작은 눈송이들처럼, 압도적인 슬픔이 흩날린다.

▶관련기사: 소설가 한강, 제주 4·3을 정면으로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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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지음·노시내 옮김|마티
 

아시아계 미국인의 분노와 성찰로 서구적 ‘보편성’에 거침없이 균열을

한국계 미국 이민 2세대인 시인 캐시 박 홍의 에세이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가 급증하며 주목받았지만, 저자는 팬데믹 이전에도 미국 사회의 아시아계 혐오 정서는 강했다고 꼬집는다. 아시아인은 미국 내에서 이른바 ‘모범 소수자’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진정한 소수자로 간주될 만한 존재감조차 없는” 보이지 않는(invisible) 인종이라는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서도 이방인 취급을 받아온 여성 작가가 자신의 삶을 통해 ‘보편’이란 이름의 서구의 파괴적 유산에 균열을 내는 분투의 기록이다. 백인의 시선으로 내면화해왔던 자기 혐오, 스스로를 부정하면서도 인정받고 싶어했던 욕구와 감정들을 낱낱이 털어놓으며 서구적 ‘보편성’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분노와 자기 성찰로 벼려낸 송곳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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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2021 올해의 과학도서 | 책 모음 2021-12-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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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rossroads.apctp.org/myboard/read.php?id=1748&s_para4=0015&Board=n9998&fbclid=IwAR3d4LYa5t1svX23gNF-DEaZ9DH5qVlvUTrkICahZnV-ULmk68IvSwLN12A

APCTP 2021 올해의 과학도서

 


 

○ 강력의 탄생

김현철 저?계단

20세기 초에 발견한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한 것을 설명하려면 새로운 힘, 중력과 전자기력보다 훨씬 더 강한 힘, 강력이 필요했다. 형광판에서 번쩍이는 섬광을 맨 눈으로 세고, 다음에는 안개 상자와 사진 건판의 자취에서 원자보다 작은 입자가 지나간 자리를 보았다. 유카와가 1935년에 강력을 매개하는 입자의 존재를 예언했고, 이 입자가 1947년에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유럽에서 양자역학을 연구하고 1928년에 일본으로 돌아와서 코펜하겐의 닐스보어 연구소에서 하던 대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실험과 이론 사이에 긴밀하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 니시나 덕에 일본에서 유럽, 미국보다 먼저 이론을 내놓을 수 있었다. 이 책은 1895~1947년 동안 강력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고원용((주)유피케미칼, 이학박사)

 

 

○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앨런 스턴 저?김승욱 역?푸른숲

과학의 발전은 어떻게 오는 것일까? 그것은 가끔은 수 톤의 피치블렌드를 젓는 끔찍한 육체 노동 끝에 얻은 극미량의 라듐과 함께 오기도 하고, 가끔은 수십년간의 좌절, 변화의 시기를 살아남는 운과 노력, 예산의 확보와 조직을 운영하는 정치적 수완, 그리고 그 모든 과정속에서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것으로 오기도 한다.  이 책은 꿈이 계획이 되고, 계획이 현실이 되는 험난한 과정에 대한 보고서이며, 작은 행성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던 과학자들이 삶을 바쳐 써 내려간 사랑의 기록이다. 2015년 7월 뉴호라이즌스가 촬영한 명왕성은 작은 하트가 찍힌 사진으로 우리의 늦은 도착을 반기는 따뜻한 마음을 열어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하트의 의미가, 우주를 바라본다는 일이, 꿈을 가진다는 것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최진영(과학과사람들 대표)

 

○ 마법에서 과학으로: 자석과 스핀트로닉스

김갑진 저?이음

잘 알아야 설명도 잘한다. 저자의 대중강연을 듣고 말솜씨에 반한 나는, 이제 그의 글솜씨에도 반했다. 왜 자석에는 N극과 S극이 있는 지 묻고 답하며 전자기학의 역사와 원자 구조를 아울러 설명하고, 이어서 왜 자석의 같은 극은 서로 밀어내는지, 그리고 스핀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어렵다고 다른 저자가 지레 겁먹어 생략하는 내용도 책의 저자는 피하지 않는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특수상대론의 거리수축 때문이며, 스핀 사이의 교환 상호 작용이 전자의 파동함수의 중첩 때문이라는 것을 이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다니! 고대 그리스 마그네시아에서 최첨단 스핀트로닉스 물리학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친절히 물리학의 여정을 안내하는, 깊게 알아서 넓게 설명할 수 있는 저자의 멋진 책이다.

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선정위원장)

 

○ 빛의 핵심

고재현 저?사이언스북스

고재현 교수가 SNS에 간혹 올리는 멋진 하늘 사진에 줄곧 감탄했던 내가 오래 기다려온, 빛에 관련한 물리학을 다룬 역작이다. 책에서 넘나드는 주제가 정말 다양하다. 사람 눈의 시각인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 백열등과 형광등은 어떻게 작동하는 지, 해변 편광 선글라스는 어떤 원리인지, 하늘은 파랗고 바다도 파란데, 노을은 왜 붉은 지, 빛에 관한 넓고 깊은 얘기가 이어진다. LCD, LED, OLED, QLED의 의미와 작동원리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다음 TV로 어떤 것을 고를지 고민인 사람은 꼭 읽어보시길. 꼼꼼히 직접 찾아보고 검토한 다음에야 책에 그 내용을 소개한 저자의 성실성이 돋보이는, 믿고 읽을 과학책이다. “빛의 핵심”을 넓게 설명한, 우리말 과학책의 탄생을 축하한다. 빛을 통해 바라본 세상의 아름다움이 궁금한 모두가 함께 읽을 책이다. 

김범준(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선정위원장)

 

○ 사이언스 고즈 온

문성실 저?알마

나에게 존경하는 스승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여성과학자의 롤모델이 있었던가? “나에겐 별로 없다.”는 당당하고 솔직한 고백부터 마음이 이끌리는 책이다.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국의 여성과학자로 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문성실은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녀는 평범한 실험실 생활이라고 말하지만 무엇 하나 중요치 않은 것이 없다. ‘나의 과학’, ‘내 청춘의 실험실’이며, 혼자 할 수 없는 과학, 꼭 필요한 과학, 자신이 사랑하는 과학이다. 작디 작은 바이러스와 백신 연구는 전염병의 위협 앞에서 서로를 지키는 공동체 의식과 인류애라는 대의를 품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연구자의 삶과 에세이가 더욱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정인경(과학저술가)

 

○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

김은진 저?생각의힘

예술의 세계가 넓고 깊다고 하지만 미술품 보존의 세계 또한 넓고 깊다. 이 책은 신생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보존과학 100년 발자취를 정갈한 문장으로 풀어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 복원과 보존의 관점이 변화하고, 보존가와 보존과학자의 역할이 나누어지는 지점이 흥미롭다. 지은이 김은진은 국내에서 흔치 않은 보존가의 길을 걸으며 과학책의 지평을 넓혀놓았다. 그녀의 책은 미술과 과학의 영역을 가로지르면서 보존과학이 창조한, 또다른 신비로운 세계로 우리를 인도한다. 예술품에 켜켜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어떤 철학적 관점과 첨단 과학기술 장비로 거둬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은 후엔 눈길이 닿지 않았던 그림의 액자, 먼지, 빛바램, 균열, 얼룩조차 예사롭지 않게 보일 것이다.

정인경(과학저술가)

 

○ 자폐의 거의 모든 역사

존 돈반, 캐런주커 저?강병철 역?꿈꿀자유

최근 몇 년간 자폐는 미디어가 발견해 낸 매력적인 신대륙 취급을 받아왔다. 이 책은 미지와 오해의 영역인 자폐라는 질병을 우리가 어떻게 대해왔고,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에 대한 폭넓은 리포트이다. 잘 만든 다큐멘터리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책은 긴 연대기를 훑으면서 생생한 사건들 속에서 찾은 영웅과 악당들, 탐욕과 권력과 배신과 반전의 드라마틱한 순간들을 포착해내고 있다. 이 책은 상당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나 보장할 수 있는 독서의 쾌감을 주는 동시에, 읽는 사람들에게 자폐 스펙트럼이 인류가 지속해 온 오해와 차별을 없애는 무기로서의 과학을 발견하게 하고, 우리가 차이를 탐구하고 소통을 확대하면서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왔다는 진리를 가슴 뿌듯하게 확인하게 해준다.

최진영(과학과사람들 대표)

 

○ 작은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멀린 셀드레이크 저?김은영 역?아날로그(글담)

세상에는 우리를 완벽히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주면서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세상의 해상도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종류의 책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멀린 샐드레이크는 매우 적극적이고 활기 넘치는 안내자로 균류라는 새로운 세계를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책을 읽기 전까지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수많은 질문들이 피어나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균류들과 공생할 수 있을까? 인류가 모두 사라지고 나면 지구는 균류들에 의해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어떤 질문들은 과학자에 의해, 어떤 질문은 예술가들에 의해 더 넓게 뻗어가겠지만,설령 당신이 굉장한 질문을 얻지 못하더라도, 책을 읽은 후에 버섯을 보면 그 위에 광활하게 펼쳐진 균류 네트워크의 소근소근한 속삭임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진영(과학과사람들 대표)

 

○ 포유류의 번식-암컷 관점

버지니아 헤이슨, 테리오어 저?김미선 역?뿌리와이파리

이 책은 나에게 올해의 과학도서가 아니라 인생의 책이다. 나는 포유류이며, 암컷이고, 자식을 낳은 어미이다. 이 생물학적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은 내 정체성을 깨닫는 각성의 시간이었다. 암컷 포유류가 우연히 인간이라면, 유색인종 여성이라면? 나는 행운과 불운의 교차점에 서 있었다. ‘여성은 사회적 포유류’라는 과학적 사실은 남은 내 인생에 자부심을 새겨놓았고, 동시에 서구, 백인, 남성 지식인이 만들어놓은 젠더편향적 언어가 연구자의 삶을 옥죄고 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나와 같은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탈 것이다. 포유류 암컷의 번식 능력에 감탄사를 터트리다가, 지금껏 교과서에 배운 생물학 지식에 회의와 배신감이 들 것이다. 이제 과학계도 다양성의 가치를 받아들이고 젠더중립적으로 변화할 때가 되었다.

정인경(과학저술가)

 

○ 화학연대기

장홍제 저?EBS BOOKS

귀한 책을 만났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화학 책은 드물다. 게다가 한국인 저자가 쓴 책이다. 물질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아내려던 몇천년의 노력과 지식에서 지금의 화학이 나왔다. 화학이 아름답다고 말하는 저자를 따라 원소의 탄생부터 화학의 모든 이정표를 거쳐 가장 최근의 나노화학이 촉매, 의약 치료, 에너지 분야에 응용되는 것까지 화학의 역사를 따라가 보자. 화학 물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지식을 얻을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저자가 서문에서 바란 것처럼 누군가 이 책을 읽고 한 명의 전문 화학자가 되거나 화학을 취미로 즐기는 일이 일어날지. 그런 화학자가 햇빛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을 만들지.

고원용((주)유피케미칼,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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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읽아웃] 의도하지 않았으나 ‘땡땡의 땡땡’ 특집이 되었습니다 | 책 모음 2021-02-09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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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의 역사가 담긴 『필요의 탄생』, 첫 장에 매혹되어 끝 장까지 읽게 되는 『진리의 발견』, 여성과 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이완의 자세』를 준비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필요의 탄생』

헬렌 피빗 저/서종기 역 | 푸른숲

 

 

부제로 ‘냉장고의 역사를 통해 살펴보는’이라고 적혀있는 『필요의 탄생』입니다. 원제목은 『Refrigerator』예요. 냉장고의 역사에 대한 미시사 같은 책이라고 해야 할까요. 냉장고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필요 없었던 것들을 지금처럼 모든 집에 다 있어야만 하는 물건으로 어떻게 바꿨는지를, 마케팅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큼 화려한 영업사원들의 이야기가 펼쳐져요. 표지에 “필요는 과연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라는 질문이 나와 있고요. 그 질문에 대해서 ‘기술의 진보일까’, ‘시대의 흐름일까’, ‘마케팅의 집념일까’라고 세 가지가 나와 있는데요.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세 가지 다예요. 

유럽에서 가정용 냉장고가 꼭 필요하다고 받아들인 게 50년 정도밖에 안 됐대요. 1970년대 정도부터 필수적이라고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거고, 미국도 1940년대 정도라고 해요. 냉장고가 없었을 때는 가정용 아이스박스를 주로 썼다고 해요. 얼음 산업에서 파생된 상품인 건데요. 점점 사람들이 얼음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얼음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해요. 

당시에 냉장 기술이 있기는 했대요. 과학적으로는 이미 기술이 있었는데 기술자들은 관심이 없었던 거죠. 기술자와 과학자가 만나게 된 계기가 박람회였습니다. 거기에서 제빙기 산업이 활발해졌어요. 그리고 제빙기 기술에서 냉각 설비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개발된 건 가정용이 아니었고 냉동 화물선이었어요. 먼 나라에서 고기를 수입해 온다고 하면, 예전에는 산 채로 들여왔는데 이제 얼려서 가지고 올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서 사람들이 음식을 소비하는 단위나 방법이 비약적으로 달라진 거죠. 그 이후에야 가정용 냉장고가 선을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사람들이 냉장고를 안 썼어요. 오랜 시간 얼음을 써왔으니까 쓸 이유가 없는 거예요. 미국과 영국에서는 1950년대가 훌쩍 넘어서까지 얼음 장수들이 주기적으로 방문을 다녔다고 해요. 그리고 (초창기에는) 냉장고가 멀쩡하게 작동하지 않았고, 소음도 너무 크고, 자동차보다 2배 정도 비싼 가격이었대요. 기업들은 판매를 해야 되니까 사치품으로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냉장고가 크게 부흥할 수 있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그 전까지는 냉장고를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비쌌어요. 그런데 제너럴 모터스가 냉장고 만들던 회사를 인수하면서 대량 생산을 시작해요. 

저자는 런던과학박물관의 큐레이터예요. 냉장고의 과학 기술에 대한 지점도 이야기하고요. 박물관과 제휴해서 박물관에 있는 사진들과 삽화들을 책에 실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진리의 발견』

마리아 포포바 저/지여울 역 | 다른

 

제가 2월 중에 『사이보그가 되다』의 김초엽 작가님, 김원영 작가님과 북토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예스TV에서 할 거니까 많이 시청해주셨으면 좋겠고요. 그것의 대비로 황선우 작가가 진행하는 김초엽 작가님의 북토크에 갔어요. 현장에서 김초엽 작가님이 추천해주신 책 중에 하나가, 바로 오늘 가지고 온 『진리의 발견』입니다. 

마리아 포포바는 불가리아에서 태어났고 음악과 수학을 아주 좋아하는 아이였다고 하고요. 지금은 뉴욕 브루클린에서 살고 있고 직업은 블로거입니다. 브레인피킹스(BrainPickings.org)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책에는 “독자로서 그리고 문예비평가로서 웹사이트 브레인피킹스를 운영하며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쓴다. 이 웹사이트는 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자료들을 모아 놓은 미국 의회도서관의 영구적인 디지털 기록보관소 명단에 올라있다”고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요하네스 케플러로 시작합니다. 요하네스 케플러는 과학자이고 천문학자인데 독일 사람이고요. 그 당시에 여러 엄청난 발견들을 많이 했고, 이 사람의 삶을 정말 드라마틱하게 써놓은 게 첫 장이에요. 천동설이 지배하고 있던 시대에서 지동설의 확실한 증거가 되고 우주가 돌아가는 원리를 설명할 수 있는 아주 강력한 뭔가를 발견해낸다거나 가설을 제시한다거나 그걸 증명해낸다거나 하는 작업들이 굉장히 뛰어난데, 그로 인해 케플러의 어머니인 카타리나 케플러는 독일의 조그만 마을에서 마녀로 몰립니다. 케플러는 ‘이 복잡한 과학적 지식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힘을 가지고 와야겠다’고 생각해서 본격 SF 소설 같은 걸 썼어요. 이야기 주인공의 엄마를 마법적인 힘을 갖고 있는 사람으로 설정했는데, 그것이 증거가 되어서 케플러의 엄마가 마녀로 몰리게 된 거죠. 케플러의 첫 챕터를 읽고 나면 830페이지까지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마리아 미첼, 마거릿 풀러,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해리엇 호스머, 에밀리 디킨슨, 레이철 카슨 등등이고요. 다 여성들을 이야기했고요. 사이사이에 허먼 멜빌, 찰스 다윈 같은 사람들도 나오는데 마리아 포포바가 가장 공들여 쓴 두 인물은 마거릿 풀러와 에밀리 디킨슨입니다. 마거릿 풀러는 1800년대에 여성들의 교육과 과학적 지식과 서로 의견을 나누고 배움을 확장시키기 위한 모임 같은 것도 많이 하고 그것을 글로 써서 아주 많이 의식을 고취시킨 사람이에요. 

 

 

그냥의 선택 

『이완의 자세』

김유담 저 | 창비

 

김유담 작가는 소설집 『탬버린』으로 2020년에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어요. 이후에 나온 장편소설인 『이완의 자세』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개작한 것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은 ‘유라’라는 여성이에요. 그녀와 어머니 ‘오혜자’와의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오혜자는 산업재해로 남편을 잃고 딸과 둘이 남겨져요. 보상금으로 피부관리실을 차리는데 사기를 당해서 하루아침에 돈을 다 잃어요. 그때 유라의 친할머니 친할아버지가 찾아와서 돈을 조금 주고 가는데, 이 돈으로 딸과 같이 살 집을 얻는 게 아니라 목욕탕의 세신사 자리를 삽니다. 그래서 유라는 목욕탕에서 사는 아이가 돼요. 탈의실에서 엄마랑 같이 먹고 자고 생활하는 거예요. 

목욕탕에 온 손님 중에 고전무용학원 원장이 있었는데, 유라한테 끼가 보인다면서 무용을 시켜보는 게 어떻겠냐고 권유해요. 그래서 유라는 무용을 하게 됩니다. 유라에게 재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데, 훌륭한 무용수로 성장하기까지의 걸림돌이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 처음에 엄마 오혜자가 세신사 일을 시작할 때 밤마다 유라를 때밀이 침대 위에 올려놓고 때 미는 연습을 했거든요. 유라는 아프고 수치스러워서 싫었어요. 그래서 몸을 비틀기도 하고 싫은 티도 내고 했는데, 엄마도 자신이 너무 힘든 시기이다 보니까 말과 행동이 곱게 안 나가는 거죠. 그러면서 아이를 찰싹찰싹 때리기도 하고. 그런 시간들이 유라에게는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는 거예요. 유라에게는 몸이 복합적인 감정을 일으키는 대상이에요. 무용수로서 몸의 아름다움을 표현해야 하지만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닌 거죠. 

대학에 들어간 후에 유라는 ‘재능이 없고 이 벽을 돌파할 강력한 의지도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진로를 변경하려고 해요. 그런데 엄마에게는 자신이 유일한 희망인 거죠. 그걸 누구보다 자신이 제일 잘 알지만, 그래도 이 길은 갈 수 없는 것 같은 거예요. 그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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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식 스토리텔러 오후 작가 “우리가 미신에 빠지는 이유” | 책 모음 2021-02-09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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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미신을 믿나요?’라는 질문이 어색하다면, ‘나는 미신 따윈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지식 스토리텔러 오후(Ohoo) 작가의 새 책 『믿습니까? 믿습니다!』를 읽어보자. 마지막 장을 덮으면 알게 된다. 세상에는 미신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닌 서로 다른 미신을 믿는 사람만 존재한다는 것을. 

『믿습니까? 믿습니다!』는 별자리, 손금, 사주, 종교, 사상 등 인류와 함께해 온 미신의 역사를 소개하는 책이다. 개인의 호오, 과학적 타당성과 관계없이 미신은 인류와 함께 존재(367쪽)해 왔다. 시대가 변하고 과학이 발전해도 미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후 작가를 만나 ‘근거 없는 믿음’을 뜻하는 미신을 화두로 이야기를 나눴다. 90분가량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솔직함과 재미. ‘같은 이야기도 재미있게 하는 작가’, ‘작가님 진짜 웃겨요’라는 독자들의 평은 과언이 아니었다. 

특정한 행동이나 사물이 어떤 초자연적인 힘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것을 지킴으로써 행운이 온다고 믿으면, 우리는 미래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래서 미신을 적당히 믿으면 긍정적인 태도가 생기고 고민을 덜 하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 (341쪽)

 

 

맹목적 믿음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해 보려고 쓴 책 

숫자 4가 재수 없다는 미신을 독자들이 박멸해 주길 바라면서 미신 관련 책을 네 번째로 내고 싶었다고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운 건 아니고요. 막연하게 그러면 좋겠다 싶었어요. 다행히 시기가 맞아서 네 번째에 나올 수 있었고요. 

미신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나요?

솔직히 특별한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니에요.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쓰고 나서 편집자가 다음 책도 같이 쓰자고 해서 어떤 이야기를 쓸지 고민하다가 제가 예전에 사주 관련 ‘썰’을 풀었던 걸 떠올리고 그런 걸 모아서 쓰면 재밌겠다 싶어서 썼어요. 

솔직하시네요. 그대로 써도 되나요? (웃음) 

물론이에요. 출판사에서 괜찮다면… (웃음) 굳이 이야기하면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들을 이해해 보자는 취지도 있었어요. 

어떤 점을 이해할 수 없었나요? 

사람들의 광적인 믿음 있잖아요. 물론 당사자는 광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요. 이를테면 종교나 사상에 대한 믿음 같은 건데 특히 요즘에는 정치 이슈에도 민감한 사람이 많잖아요. 그게 무엇이든 자기편에 대한 옹호가 심한 사람들을 보면서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꼈고, ‘다른 주제로 이야기하면 잘 맞는데 왜 유독 자신이 꽂힌 부분에 대해서는 말이 안 통하지?’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해 보고자 썼고요. 그런데 ‘아, 이건 다른 거구나’라고 그냥 받아들였죠.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끝난 건가요. (웃음) 

맞아요. 이해할 수 없고 우리는 계속 이럴 거라는 사실만요. (웃음) 각자 믿음 체계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미신 중에서 종교, 사상, 별자리 등을 소개했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재밌다고 생각하는 걸 썼어요. 제가 재미있어야 다른 사람도 재밌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맥락이 있어야 하잖아요. 나열하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 뒤에는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다뤘죠. 한 마디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쓴 다음에 하나의 맥락으로 엮기 위해서 중요한 것들을 끼워 넣었어요. 너무 솔직한가요? 

작가님이 괜찮으시다면요. (웃음)

괜찮습니다. (웃음) 별자리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앞부분에 넣었어요. 그다음으로 미신을 믿는 사람들의 심리, 언제부터 미신을 믿기 시작했는지도 이야기하면 재밌겠더라고요. 과거의 미신이 현대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궁금했고요. 사실 현재를 말하려고 과거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과거에 만들어진 미신 중에서 지금 적용되는 게 뭘까?’하고 생각하다가 종교나 사상을 포함했죠. 

농경이 인류 최대 미신이라는 이야기가 신선했어요. 만약 우리 조상이 농경이 아닌 다른 미신을 선택했다면 인류는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농경을 안 했으면 인류가 사라졌거나, 있다 해도 지금처럼 지배적인 종족이 되기는 어렵지 않았을까요? 농경을 안 하면 집단 생활하기 어려우니까 문명을 만들기 힘들었겠죠. 호모 사피엔스 이전에도 호모 종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들도 다 죽었잖아요. 우리도 그랬을 수도 있고요. 농경이 인류 최대의 미신이라는 이야기를 가장 앞에 배치한 이유가 있는데요. 시대순이기도 하지만, 미신이 꼭 나쁜 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인류와 미신은 떼려야 뗄 수 없기도 하고요. 

다 계획이 있었군요. (웃음) 작가님의 기획력이 엿보이는 것 같아요. 

일단 제가 봤을 때 재밌어야 하니까요. 종종 하는 생각이 있는데요. 새로운 독자들이 제 책을 사주는 것도 좋지만, 저를 예전부터 알고 있던 독자들이 책을 사주는 게 더 좋아요. 그래서 그분들이 실망하지 않을 만한 책을 만들고 싶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들이 전체적으로 제 책을 많이 안 사는 것보다 제 책을 좋아하던 독자들이 “오후 작가 책 이제 재미없다”라고 하는 게 더 슬플 것 같아요. 

 

 

작가로서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요

얼굴 없는 작가가 되고 싶으셨다고요.

꼭 그래야겠다는 건 아니었고요. 막연하게 그러면 좋겠다 싶었죠. 개인사와 구분할 수도 있고 좋잖아요. 원래 하는 일마다 이름을 다르게 쓰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래서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부캐를 만들면 좋겠다 싶었죠. 책만 보고는 작가가 남자인 여자인지 모르게 하고 싶기도 했는데 이제 다 물 건너갔어요. (웃음)

‘오후(Ohoo)’라는 필명의 뜻도 궁금해요.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더라고요.

못 찾으신 이유가 있어요. 아무런 뜻이 없거든요. 첫 번째 책 내면서 만들었는데 어감이 좋은데 특별한 의미가 없는 단어를 쓰고 싶었어요. ‘Oho’가 중간에 들어간 단어가 필기체로 쓰여 있는 걸 봤는데 느낌이 좋더라고요. 나른하고 편한 느낌이었어요.

직장인으로 일하면서 어떻게 글을 쓰게 됐나요?

예전에 방송국에서 작가 생활을 짧게 했어요. 영화 연출을 전공하고 영화 제작 현장에 있다가 방송국 작가가 돼서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일했는데요. 거의 막내 생활만 하다 관뒀어요. 그러다 서울시에서 하는 인터넷 방송을 만들었고요. 이 과정에서 자료 조사를 많이 했는데 조사한 내용을 버리려니 아깝더라고요.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책을 쓰신 거군요. 

혼자 일하는 게 좋으니까 책을 써야겠다 싶었죠. 그런데 출판사에서 책을 다 내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무슨 책을 쓰면 출판사에서 내줄까 고민하다 마약에 관한 책을 써야겠다 했죠. 마약  관련 책이라면 내가 누군지 상관없이 내줄 것 같아서 시도했는데 성공했죠.

그렇게 나온 게 첫 책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죠? 

맞아요. 그 책이 구어체로 쓰였는데요. 실제로 제가 말하려고 쓴 글이어서 그래요. 투고하면서 다시 쓴 게 아니라 써놓은 걸 정리만 해서 드렸거든요. 되면 되는 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지 하는 생각으로요. 원래 돈이 안 되는데 미리 하지 말자는 주의예요. (웃음) 계약하기 전에는 쓰지 않는다는 주의여서 약간 편집만 해서 드렸어요. 지금 보면 약간 오그라드는 부분이 있죠. 구어체로 쓰여서요. 

작가님의 글이 재미있어서 좋다는 후기가 많더라고요. 혹시 원고 쓸 때 재밌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나 부담은 없나요?

작가라면 당연히 있지 않을까요? 꼭 그게 웃겨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재미있다는 게 웃길 때만 쓰는 표현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그 영화 재밌어?”라고 물어볼 때 단순히 그 영화가 웃기냐고 물어보는 게 아닌 것처럼요. 누가 제 책을 두고 “그 책 재밌어?”라고 물어보면 “볼만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는 써야겠다고 생각해요. 

추천사도 재미있어요. 명리학자와 과학 전문기자의 추천사가 하나씩 있는데 이것도 기획한 건가요? 

그럼요. 책 쓰기 전부터 두 분한테 받고 싶었어요. 강헌 선생님은 음악 평론가인데 명리학을 공부하셨어요. 제가 강헌 선생님께 명리학을 배웠거든요. 그래서 꼭 추천사를 받고 싶었고,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를 쓰면서 강양구 기자님을 알게 됐는데 과학 전문기자니까 받으면 좋겠다 싶었죠. 추천사를 요청할 때도 고심하는 편인데요. 다음에 나오는 책이 연애에 관한 책인데 추천사를 전 여친한테 받아볼까 생각 중이에요. (웃음)  

재밌네요. 전무후무한 추천사가 아닐까 싶은데…벌써 요청하신 건 아니죠?

네. 아직이요. 출판사에 물어보고 가능하다고 하면요. (웃음)

명리학은 왜 배웠나요?

강헌 선생님이 좋아서 배웠어요. 예전에 ‘전복과 반전의 순간’이라는 온라인 강연을 하셨는데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다음에 강헌 선생님 오프라인 강연이 있으면 꼭 가야겠다 싶었는데 그다음 강연 내용이 명리학이었어요. 그래서 배운 거예요. 물론 배워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었겠죠. 그런데 강헌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안 배웠을 가능성이 커요. 

그런데 사주는 믿지 않는다고요. 

믿지는 않는데 다른 사람이 사주 봐달라고 하면 진지하게 봐줘요.

강헌 선생님 강의의 무엇이 좋았는지 궁금해요. 

음악사에서 장르가 바뀌는 역사적인 순간, 전환되는 시기를 다룬 강연이었는데 일단 재미있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제 글쓰기가 그런 방식을 흉내 내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실 강헌 선생님은 무엇을 해도 재밌어요. 원래 발화자가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글을 쓰면서 주제에 구애받기보다는 캐릭터를 구축하려고 노력해요. ‘내 팬을 만들겠어’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야 보는 사람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미신을 없애는 건 불가능해요

모든 미신은 시대적 특성을 가진다고요. 최근에 MBTI가 이른바 ‘핫’했잖아요. 미신으로서의 MBTI는 어떤 시대적 특성을 반영한다고 보세요?

글쎄요. 인터넷이 발달해서 아닐까요. 잘 모르겠어요. (웃음) 다른 미신보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유를 추측하자면 과학적으로 보여서 아닐까 싶고요. 결과가 16개이고 그래서 개별적 특성을 잘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리고 나쁜 말이 없어요. 이게 중요한데요. 나쁜 소리를 안 하지만 입바른 칭찬 같지도 않은 거죠. MBTI가 그 지점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점쟁이들도 다 좋은 말을 해주는데 그걸 어떻게, 얼마나 리얼하게 해주느냐가 관건이잖아요. 

사랑, 연애에 비유한 대목도 꽤 있었어요. 사랑과 연애도 근거 없는 믿음이라는 측면에서 미신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더라고요. 

그렇죠. 저도 연애할 때 몰입하는 편인데 사실 연애는 정말 이상한 거예요. 특히 여성들의 경우는 더 그런데요. 인류 역사상 여성을 가장 많이 죽인 사람은 여성들의 남성 파트너였거든요. 그런데도 많은 여성이 남성과 연애하잖아요. 많은 위험을 무릅쓰고요.  

사랑과 연애까지 미신에 포함한다면 인간은 미신 없이 살 수 없다는 명제가 더욱 사실이 되는 것 같네요. (웃음)  

미신도 그렇지만 책을 쓰는 일도 개별적인 사건을 묶어서 그럴듯한 이야기로 만드는 거잖아요. 이런 것들이 다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아닌가 싶어요.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요. 특히 소설이 그런 것 같은데요. 현실에서는 모든 일이 파편적으로 일어나는데 소설에서는 개별 사건이 연결되고, 복선이 되기도 하잖아요. 지나고 나면 과거의 일이 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본능적으로 개연성을 찾고, 부여한다는 말인가요?

네. 그런데 개연성 없거든요. 그렇게 안 했어도 일어날 일일 수도 있는데 이유를 찾아서 연결하는 경향이 다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하면 심리적으로 편해지는 것도 있고 자신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으니까 그렇겠죠. 

그런 이유로 ‘미신’도 만들어지고 현재까지 존재하는 거고요?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기본적으로 우리는 미신 믿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현실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많잖아요. 정보는 다 공개되지 않고, 정말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도 있고요. 그런데 방법이 없는 거죠. 이런 것들을 다 이해할 방법이요. 반대로 음모론을 보면 아주 완벽하죠. ‘이런 이유로 지금의 일이 일어난 거야’라고 모든 걸 설명해요. 현실에 있는 빈틈이 음모론에는 없는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인간이 모든 미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불가능하겠다 싶었어요. 

미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상에 ‘믿음’이 아닌 게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돈, 약속 이런 것도 다 믿음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믿음이라는 체계가 있어서 인간 사회가 유지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사상이든 종교든 믿음 체계가 필요하지 않나 싶은데요. 이런 맥락에서 미신을 이해하면 인간 사회에서 미신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가 죽을 때까지는 안 없어질 것 같아요. (웃음)

 

 

 
*오후 (ohoo)
 
낮에는 노동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것도 노동이므로 결국 하루 종일 일을 하는 셈. 주 40시간 노동이 목표지만 한동안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어떤 권위에도 휘둘리지 않는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사랑에는 언제나 보호장치 없이 휘청이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 뜨거운 욕조에서 차가운 아이스크림 먹기, 와인 코르크 따기, 키스하기 직전의 설렘,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 연인과 함께 맞는 휴일 아침을 좋아한다. 물론 대부분 시간은 골방에서 영화를 보며 지낸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오후 저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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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1-29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