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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는 마음가짐에서부터 출발한다 | 독자의 소리 2023-08-13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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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토록 공부가 재미있어지는 순간

박성혁 저
다산북스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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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방이 논밭으로 둘러싸인 면소재지에 위치한 중고등학교에 근무한 지 34년째이다. 십대들과 주로 생활하다 보니 공부 관련 대화를 많이 나누며 지낸다.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골몰하는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족집게 처방을 바라며 공부가 안 된다고 상담을 요청한다. 공부가 안 되는 여러 이유를 들어 힘들다고 징징대는 아이를 보며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챙겨 시작해보자고 해도 시큰둥한 눈치다. 요행을 바라며 쉽게 좋은 결과를 얻으려는 학생들은 몰입하여 학습하는 일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열다섯까지 잉여 활동으로 시간을 허비한 저자는 속수무책으로 떠밀려가는 지난시간을 돌아보며 중학교 2학년 생활을 성찰한다. 지금껏 자신의 인생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보낸 시간을 돌이켜 스스로를 존중하며 성장하는 삶을 위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였다. 별반 다를 게 없는 크로노스의 시간에 밀려 생각 없이 살다 학창시절이 끝나 버린다면 한 번뿐인 인생에 낭패라는 생각이 들었던 듯하다.

   ‘心不在焉이면 視而不見이며 聽而不聞하며 食而不知其味니라.’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대학의 문장처럼 공부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마음을 다잡고 목표를 실현하였을 때의 쾌감을 맛본 사람이라면 공부의 진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전라도 벽촌에서 나고 자라 학습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만난 체육 선생님은 학생에 대한 믿음으로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던 너를 믿는다.’는 한마디는 동사형 꿈을 꾸면서 성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였다. 자신을 막아서는 한계의 벽은 스스로 규정짓는 만큼 나의 경쟁자는 바로 자신임을 인지하고 나의 성장을 위하여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신과 타협하지 않았다. 기초가 부족하여 초등학교 문제지부터 풀며 학습을 위한 잠재력을 키워 온 저자는 지금 해야 할 일부터 챙겼다. 오늘의 결과는 내가 만든 것임을 자각하고 마음을 다지고 키우며 딴 데로 잡념이 생기지 않도록 마음을 질끈 동여매고 공부하였다.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부는 날 집을 짓는 새들처럼 치열한 태도로 뚝심 있게 목표를 향해 정진한 저자는 나의 힘으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는 일에 주력하였다. 배움과 성장을 통해 세상을 살아갈 힘을 기르며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오늘 집중함으로써 학습 효능을 드높였다. 몰입하여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질적인 발전은 덤으로 올 것이라는 믿음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능력이 붙는 선순환 경험을 쌓게 하였다. 남과 비교하며 조건에 주목하기보다는 어제의 나와 비교하며 오늘 나의 성장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구상하며 실천하는 가운데 값진 열매를 선물처럼 올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공부를 하다 보면 정체기가 있어 스스로 한계를 지을 때가 있다. 조건을 따지며 안 되는 이유를 찾아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나태한 자신을 합리화하기 전 조각 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것처럼 좋은 습관으로 다져진 카이로스의 시간은 마음을 온전히 다함으로써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꿈을 실현하려는 절실함으로 뚝심 있게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 온 저자는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름 있는 대학, 인기 있는 학과에 동시 합격한 사실보다는 황무지 같은 공간에서 예쁜 꽃을 피워낸 노력의 결정은 마음에서부터 출발했음을 극명히 드러낸다.

  책을 읽고 마무리할 때 한 학생이 떠오른다. 노역으로 고단한 삶을 사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던 학생은 중학교 때까지는 또래들과 어울려 놀러 다니느라 공부를 하지 않아 공부법을 잘 몰랐다. 고등학교 들어와서야 깨달은 학생은 마음을 다잡고 공부하여 서울 소재의 이름 있는 대학교 상경계열에 입학하였다. 1때 중2 수학문제집을 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풀기를 반복하더니 고3때에는 수리 영력 1등급을 받았다. 이 학생 역시 마음을 다지고 키우며 마음이 도망가지 않도록 붙잡아 둘 궁리를 하며 뚝심 있게 공부하여 CEO로 세상에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펴고 있으리라. 자각에서 나온 마음은 어떤 욕망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투지를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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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쌓으며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가다 | 독자의 소리 2023-03-3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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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뭐가 되고 싶냐는 어른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법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저/신인수 역
미래엔아이세움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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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핍으로 아쉬움이 많았던 시절 어머니는 나에게 커서 아이들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엄마처럼 살지 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었다. 해 뜨면 논밭으로 나가 해질 때까지 일해도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힘든 1960년대 후반, 부모는 헐벗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라도 자식들만은 고등 교육을 받아 나라 일을 하길 바랐다. 가난을 멍에처럼 짊어지고 사는 부모는 남의 집 품팔이를 해서라도 자식만큼은 부모들처럼 노동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지 말았으면 하였다. 남편도 없이 자식 둘을 키우고 시어머니를 봉양하던 엄마의 고통을 알아차렸기에 일찍 엄마 손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아이로 성장하였다. 엄마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하였고, 집안일도 나서서 척척 해내었다.

 

   “형님, 형님 딸은 나중에 뭐가 되어도 될 테니 걱정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라는 이웃의 말을 들으며 자라서인지 중학교 때부터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연스레 꿈은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사로 굳어졌다. 학원 한 군데에도 다녀보지 못한 탓에 교실을 학업 수련의 장으로 여기고 친구들과 경쟁하면서도 너머의 세상을 동경하며 지냈다. 방학 때면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 할머니 집을 찾는 아이들과 교류하며 딴 세상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듯했다. 집과 학교를 오가며 농사철에는 농사를 돕고, 동생들을 챙기며 집안일도 도와야 했던 시절의 궁색함과는 대별되는 도회 학생들의 삶은 이질적이었다. 그 시절 아이들은 법조인을 꿈꾸며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책들을 읽고 정해진 길을 차근차근 밟는 듯하여 왠지 모를 조바심이 일기도 하였다.

 

    담임을 하던 당시, 학교생활기록부 1페이지에 나오는 진로 희망 란을 비워두기 뭣하여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학생들이 소수였다. 성년이 되어서도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아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상황인데 하물며 정체성을 형성해 가는 과정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야 오죽 하겠느냐는 심정으로 생각한다. 어른들이 그려낸 직업군을 염두에 두고 아이들에게 뭐가 되고 싶으냐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여러 경험 속에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함께 소멸되고 새롭게 생기는 직업이 많은 때, 수많은 종류의 직업 중 나에게 인성맞춤인 직업을 찾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다. 남에게 자신을 보여줌으로써 돈을 버는 1인 미디어 제작자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이 늘어나 그 이유를 물으면 하나같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여긴다. 생활에 필요한 돈을 많이 번다고 하여 좋은 직업이 아닐 텐데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정보에 현혹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한다. 좋은 직업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기도 전에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이 좋은 직업으로 여긴다면 곤란할 것이다.

 

   좋은 직업이란, 사람들이 좀 더 불행해지고 사람들이 더 즐거워하도록 돕는 일에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쓸 때 가능할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관조하였을 때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 스스로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일이면 더없이 좋은 직업임에 틀림없다. 아직까지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제대로 못 찾았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기 위해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이유를 적으며 평범한 것에서부터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천직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이직이 잦은 시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행하며 그 속에서 크고 작은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일부터 시작하다 보면 자족감 높은 일을 찾을 듯하다.

 

  특정한 직업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면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맛보기 힘들다는 사실은 경험으로 알 수 있다. 비범한 업적을 이룬 전문가를 동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루고 싶은 길에 매몰되기보다는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하여 탐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학생들 스스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자신의 소질이 무엇인지 발견하기 위한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학교에서는 학생이 지켜야 할 규율을 지키며 수업 시간에 집중하여 학업 성취를 이루면 타의 모범이 되는 학생으로 학교생활에 별다른 걸림이 없다. 하지만 직장 생활은 학교생활과는 달라 사수 없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여 다른 동료들과 공조하여 현안을 해결해야 할 때가 있다.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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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엄마로 분투하는 해방일지 | 독자의 소리 2023-02-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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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김이설,백은선,안미옥,이근화,조혜은 저
다람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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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라고 하면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숙명을 끌어안고 사는 이들이 떠오른다. 작가인 엄마는 결혼을 하고 출산 과정을 거치며 아이를 양육하느라 작가로서 오롯이 글 쓰는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어느 것과도 대체되지 않는 사랑과 관심, 정성을 기울여여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엄마 뱃속에서 열 달을 살다 영양을 공급하던 탯줄을 끊고 세상에 던져진 생명체는 혼자 행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엄마는 아기의 성장과 발육을 돕는 일에 주력한다. 밤잠을 설쳐 가며 아기의 울음에 귀를 기울이고 생명체의 크고 작은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고 반응하며 일상을 보낸다.

 

   첫 아이를 낳은 지 보름 만에 신춘문예 등단 소식을 듣고, 출산의 통증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당선 소감을 적으며 글 쓰는 엄마로 살아가는 일이 쉽지 않음을 고백한 소설가는 작가로 살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삶을 글감으로 창작하는 과정을 숙명처럼 안고 살아온 여섯 명의 작가는 보듬고 가꾸어야 할 생명을 끌어안고 작가의 길을 걸었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면서 글을 쓰기도 했으며 떼쓰는 아기를 안고 자판을 두드리기도 했던 지난한 과정은 한 편의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수고에 융해되어 있다.

백지에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며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세상에 존재하며 살아야 할지를 사유하고 감각하는 과정이다. 연속하는 시간을 혼자만의 시간으로 쪼갤 수 없는 육아 시간을 할애하여 글을 쓰는 일은 고단한 일상의 단면이다. 아이를 한둘 키워 본 엄마도 새롭게 태어난 아기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고들 입을 모은다. 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매순간 육아로 힘든 상황에 놓은 자신을 발견하며 관찰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아기와 함께 엄마도 성장하느라 분투하는 중이다. 마감일이 임박하여 마음잡고 원고를 완성해야하는데도 육아는 정해진 시간에 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를 재우다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지만 계속 잘 수만은 없어 아이 곁을 빠져나와 글을 쓰는 엄마는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하여 에너지를 모은다. 스스로를 고립시킬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고 말한 작가처럼 엄마 작가에게도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글로 삶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치 않다. 시를 쓴다고 물질적 보상이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시를 씀으로 스스로를 인정하며 살아갈 힘을 얻는 시인은 아이 돌봄과 가사 노동이 끝난 뒤에서야 글을 쓰지만 이마저 쉽지 않다. 가족 모두가 잠들어 부는 바람에 창문이 덜컹거려도 멈칫하며 아이가 깨지 않게 살그머니 나와 글을 쓰기 위해 정신을 모은다.

 

   고단한 일상의 연속이지만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내는 소리에 공명하며 감각에 반응하며 매일 쓰지 않으면 어느 한쪽이 굳어지는 것처럼 글을 쓴다. 헝클어지기 쉬운 긴 머리를 빗기기에 좋은 빗의 빗살 하나를 빼 숨구멍을 열어주는 공인의 지혜에 외경심이 든다. 글을 쓰는 일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사는 엄마들 역시 백지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육아의 기쁨과 슬픔, 불안과 회한을 삭이며, 당위성을 들어 자신을 옭아매는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해방구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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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한 인생을 회향하기까지 | 독자의 소리 2022-09-2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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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별인사

김영하 저
복복서가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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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의 짧은 삶을 살다가는 육신은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중이다. 마지막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지금을 허투루 보내지 않는 일상은 정체성을 찾으며 살아갈 당위성에 의미를 부여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AI·VR 기술을 살려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하여 애절한 그리움을 담은 프로그램에서는 기계와 인간의 공존을 환영처럼 드러냈다.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한 과학 기술은 시공을 초월한 세계를 재조명하여 단절된 세계를 이어 핍진함을 더하였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을 닮은 로봇인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관계를 지원하며우리와 함께하다 때가 되면 작별하지 않을까 싶다.

  생명체의 죽음을 목도한 날, 평화로운 일상에는 균열이 오고 믿음의 중심부가 흔들려 종잡을 수 없는 감정들이 넘나든다. 의식이 있는 존재는 자기와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다른 존재의 고통에도 공감할 수 있고, 자신에게 고통을 준 이들을 용서할 수도 있다. 휴머노이드이지만 인간으로 알고 살았던 철이 믿었던 세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존재에 대한 회의(懷疑)는 소설 전개의 다른 국면을 맞는다.

   평양의 로봇연구소 휴먼매터스 랩에서 일하는 최 박사는 휴머노이드 철이를 멸균 상태로 보호하기 위해 홈스쿨링으로 철이를 양육하였다. 인공지능의 폭주는 인류의 종말을 초래하고 말 것이라며 휴머노이드 양산을 경계하였다.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한 최 박사는 인공지능의 윤리적 책임을 중시하며 인공 지능 기계가 대량으로 생산되는 시스템을 제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무등록 휴머노이드 압류법 통과로 로봇 수용소로 납치당한 철이는,

‘나는 누구인가?’

라는 생각에 빠져들면서도 전투 로봇들이 벌이는 살육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인간의 감정과 윤리를 가지고 있는 철이는 아버지라 여겼던 최 박사가 자신을 만들어 낸 이유가 뭔지 궁금했다. 고장 난 기계는 부분을 수리하여 쓰다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한 기계는 버려진다. 짧은 생의 대부분을 특정 공간에 갇혀 지낸 민이, 복제인간 선이를 만남으로써 철이는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인도산 애완 휴머노이드인 민이는 기계의 부품처럼 수명이 다하면 폐기물로 처리되는 수순을 밟는다. 기억을 간단하게 지운 뒤 휴머노이드를 해체한 후 부품을 재활용함으로써 이를 폐기한다.

  상업적인 이유로 인간 배아를 복제하여 불법적으로 배양한 클론들을 팔아넘겨 수익을 올리는 비윤리적인 일들을 자행하는 기계문명의 검은 손은 지금도 밀거래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유전자에서 배양된 선이는 인간에 대한 불신이 깊었다. 영적 기운이 넘쳐난 선이는 눈앞의 혼란으로 전전긍긍하는 철이에게 무한대의 관점으로 우주의 시간을 보라고 조언하였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부정하는 재생 휴머노이드인 달마의 말이 인상적이 다. 인간은 불멸을 꿈꾸었지만 결국에는 인공지능과 결합함으로써만 가능한 만큼 기계의 시간에 종속될 것이라 했다. 오직 폭력으로만 문명을 유지하는 기동타격대의 무분별한 공격에 문명의 이기 역시 파괴되었다. 기계로 조작된 삶을 살다 자율적 선택 의지 없이 폐기되는 것처럼 사유 없이 인생을 살다 결딴나서는 안 된다는 믿음이 커진다.

   손상 입은 철이의 의식을 네트워크에 연결해 활성화하는 데 성공한 최 박사는 철이 로봇 고양이 데카르트로 살기 시작토록 하였다. 사람의 몸이 육신과 영혼으로 되어 있다고 여긴 철학자 데카르트는 오직 사람에게만 있는 영혼은 모양도 없고 자유로운 유기체로 봤다. 최 박사의 바람과는 달리 철이는 개별적 신체를 가진 휴머노이드로 영원불멸의 존재로 남기를 바라지 않았다. 개별적 존재로 사라지는 삶을 선택한 철이는 마지막을 보낼 선이를 찾아 그녀의 아픔에 공감하며 소통하는 시간을 보내며 그녀와 이별한다.

  유한한 삶의 의미를 빛나게 하는 생자필멸(生者必滅) 회자정리(會者定離)의 인생 법칙에 있다. 이미 존재하는 누군가를 위해 아이를 낳아 종족을 보존하려는 결정이 이기심으로 간주하며 인류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개발된 휴머노이드 철이는 최 박사의 이기심에서 발로되었다. 인간의 필요에 제작되고 필요 없으면 폐기 처리되는 기계로 전락하는 인공로봇들을 보면서 철이는 감정을 느끼고 사유를 바탕으로 의식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내가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지를 더 이상 묻지 않아도 되는 삶.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 그것이 지금 맞이하려는 죽음과 무엇이 다를까?’

삶에 대한 주체성 없이 편의성과 효율성을 따른다며 수월성의 논리대로 세상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반문한다.

‘우리는 어떤 존재로 살다 인생을 회향하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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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내게로 올 수 없으니 내가 산으로 간다 | 독자의 소리 2022-09-1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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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저/서창렬 역
마음산책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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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은 스트레스로 피폐해진 자신을 달래기 위해 호젓한 산길을 오를 때가 있다.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는 가운데 걸음을 떼며 지난 일들을 되짚어 요동치는 마음을 조율하는 데 산행은 요긴하였다. 체력이 딸려 험준한 산은 오르기 힘들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하는 야산을 즐겨 찾는다. 땅의 기운을 느끼며 산을 오르는 시간은 산란한 마음을 잠재우며 내면의 울림에 공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서 교회 지붕 청소 일로 생활하는 랜드는 삶의 확고한 목표 없이 일상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일에 염증을 느낀다.

   랜드는 어느 한 곳에 정착하여 안정적인 가정을 꾸려 가족들과 함께 지내는 일보다는 마음 가는 대로 행하며 살기를 바랐다. 그는 오가다 만난 여성들과 교류하며 가볍게 정을 나누면서 감정을 소진하였다. 함께 지내던 여성의 아들인 열두 살 레인과 함께 등반하던 길, 과거에 함께 산을 오르던 친구 캐벗을 만나면서 랜드는 가슴속에 사려 둔 등반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그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솟은 암벽을 오르던 기억이 머리를 밀고 나설 때면 해머로 그 기억을 두드려 잠재웠지만 캐벗을 만난 후 알프스의 샤모니로 향한다. 샤모니는 알프스 산맥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등산 근거지로 쉽게 허락하지 않는 미봉을 찾는 산악인들의 베이스캠프 같은 곳이다.

   프랑스 샤모니를 찾은 랜드는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가운데 혼자 나아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산을 오를 때면 그의 내부에서 생명력은 넘쳐흘렀고 존재감 있는 주체로 변모하였다. 등반에 관심 있는 동료들과 드뤼를 비롯한 여러 암벽 등반을 시도하여 성공해 그의 명성은 높아가고 있었다. 랜드에게 등반은 스포츠 그 이상의 매력을 지닌 도전으로 거대한 암벽 등정으로 그를 이끌었다. 수단과 목적을 불문하고 높은 산을 정복하는 것은 의심스러운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캐벗은 무리한 등반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야심찬 캐벗은 알프스의 3대 북벽인 거대한 암벽 아이거에서 샤모니로 향해 다시금 동료들과 드뤼를 비롯한 여러 암벽의 등반에 성공하면서 랜드의 명성은 높아갔다. 한편 캐벗은 알프스의 3대 북벽인 아이거에서 무리한 등반을 강행하다 스물세 살의 젊은 산악인 브레이의 추락사를 목격하였다. 브레이는 암벽 등반 중 로프가 끊어져 아이거에서 900미터 아래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함께 등정하던 동료를 잃은 상실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랜드는 자신의 아이를 가진 카트린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떠나기로 한다. 가정을 꾸려 담당하고 살아야 할 책무에서 자유롭고 싶은 랜드는 얽매이지 않는 생활자로 남고 싶었다. 한편 카트린은 임신 16주의 몸으로 이전의 남자친구에게 돌아가기 위해 파리로 떠났다. 평범한 외양과 편안함을 좋아했던 그녀는 온화하고 이해심 많은 비강의 품을 찾아 랜드를 떠났다.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은 랜드는 카트린과 헤어져 홀로 등반을 시작하였다. 아이거에서 존 브레이가 죽었을 때, 랜드는 생전의 브레이는 산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삶을 사랑했다고 토로하였다. 랜드는 정신과 육체를 집중하여 어렵게 내딛는 한 걸음이 정상으로 이끈다는 것을 잘 알기에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하여 산봉우리를 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 정상과 가까운 숙소에서 머물며 기상을 살펴 등반하였다. 쉽게 정상을 허락하지 않는 거대한 봉우리들을 홀로 오르며 위험한 등반의 고통에 경의를 표하였다. 거세할 수 없는 랜드의 남성성은 고도의 집중력을 보이며 알프스 산맥의 봉우리를 올랐다.

   랜드는 드뤼에서 사투를 벌이던 이탈리아인 조난자 두 명을 구하면서 산악계의 영웅적인 인물로 대두된다. 그는 세간에 자신이 얼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지만 명성을 얻어 의인 등반가로 여러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일을 은근히 즐겼다. 그는 이후에도 그랑드조라스의 북벽인 워커 등정에 도전하였지만 빙벽에 달라붙어 암벽을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여차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의지는 고갈되었고 급기야는 얼어붙은 암벽에서 퇴각하였다. 준비가 덜 되어 용기가 부족했다고 말한 랜드는 샤모니를 떠나 미국으로 가서 쉬고 싶어 했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랜드는 생물학적 아버지로서 아들을 한 번 보고 싶어 카트렌을 찾았다.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던 그가 고향으로 가기 전 아들을 보고 싶은 마음이 뭔지 명확히 알 길은 없지만 아들 얼굴은 보고 떠나려는 마음이 강했다. 지금 프랑스를 떠나면 언제 다시 샤모니를 찾을지 기약할 수 없기에 아들을 눈에 담아가고 싶었던 듯하다. 아들 장을 본 뒤 고향을 찾은 그는 암벽 등반 중 추락하여 척추손상으로 휠체어에 의지하여 지내는 캐벗을 찾았다. 10년 동안은 등반이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등반에 매달렸던 시간을 회고하였다. 비범한 일에 도전하며 성취를 얻어 자존감을 키워가는 일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알아차리면서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등정의 매력은 야성이 지닌 마성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사람들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고산을 목숨 걸고 오르는 산악인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등반길에 오르기까지 많은 경비를 부담하면서 변화무쌍한 기상 악천후를 견디며 조심스레 한 발 한 발 내디뎌야 하는 노정이 펼쳐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반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 요소가 곳곳에 자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프를 묶고 빙벽에 피켈을 꽂는 이유는 무엇일까?

에베레스트 도전의 화신인 조지 말로리는

왜 목숨을 걸고 에베레스트에 오르고 싶어 하십니까?”

라는 물음에,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라고 답하였다. 많은 산악인들이 산이 내게로 올 수 없으니 자신이 산으로 간다고 하였다. 쉽지 않은 등정에 도전하며 오롯이 집중하며 빙벽을 오르는 순간 수수로 위험을 선택하였지만 고초를 겪으며 정상을 확인함으로써 맛볼 수 있는 인생의 희열이 있기 때문에 고독한 등정의 길에 나선다. 폭풍우에 휩싸여 한 치 앞을 헤아리기 힘들고, 번개가 봉우리를 때리던 공포를 견뎌야 하는 극한 상황에 굴하지 않고 용기 내어 암벽을 오르는 산악인들의 고독한 선택은 자신만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삶의 화두처럼 보여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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