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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프랭크 허버트 저 ㅣ#듄에서의_60일 | 문학 2021-04-16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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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듄 신장판 전집 세트

프랭크 허버트 저/김승욱 역
황금가지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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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허버트의 <듄> 속 세계에서 인류는 이미 오래전에 우주를 지배하는 종족이 되었다. 버틀레리안 지하드라 불리는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인공지능 컴퓨터를 없애버린 전쟁이 끝나고, 인류는 고도로 발달된 정신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금기는 깨지라고 있는 법. 우주 곳곳에는 유전자 조작과 클론 기술을 이용해 우주의 질서에 관여하려는 세력들이 숨어있었다.

 

 

작품의 무대는 듄이라고 불리는 사막 행성 아라키스다. 전 우주적 스케일로 증식한 황제의 제국과 그를 섬기는 귀족들이 있는 세상이다.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두 귀족 가문, 하코넨과 아트레이데스가 듄에서 만나게 된다. 한 쪽은 상대를 듄에 끌어들여 죽이려는 음모를 꾸민다. 그리고 배후에는 황제가 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듄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듄의 이야기는 레토 가문의 레토 아트레이데스와 레이디 제시카 사이에서 난 열다섯 살 소년 폴 아트레이데스로부터 시작된다.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인류의 역사에 진정한 질서와 평화란 가능한가? 이것은 작중에서 주인공들이 끊임없이 고민하는 질문이다. 특히 종교와 권력이 서로 연관되어 있는지 다루는데, 1권의 핵심 인물인 폴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폴은 앞날을 볼 수 있는 퀴사츠 해더락 능력 덕에 듄의 미래를 보게 된다. 종교가 생기고 그것을 명목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전쟁이 일어나는 끔찍한 미래였다. 폴은 어떻게 해서든 그 종교전쟁을 막고자 한다. 그러나 자신 혼자서는 그것을 막을 수 없으며, 심지어는 그 전쟁이 듄의 메시아인 자신의 이름 아래에 이뤄진다는 걸 깨닫고 무력감에 빠진다. 폴은 '선택받은 예언의 구세주'라는 클리셰적인 캐릭터처럼 등장하지만 곧 이러한 고뇌와 갈등을 거쳐 입체적인 캐릭터로 거듭난다.

 

 

설사 폴이 답을 얻는 데에 실패하더라도 그의 딸과 아들이 그 문제를 이어 받는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기점으로 한번 움직이기 시작한 사건의 연쇄작용은 개인의 의지로는 멈추기 힘들다. <듄>은 6권으로 나뉘어 5000년을 가로지르며 행성 듄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세력들의 행방을 다루는 거대한 서사시다.

 


 

 

듄에는 '스파이스'라 부르는 희귀한 자원이 있다. 스파이스는 미래를 엿보여주는 물질이기에 우주 항법에 꼭 필요하다. 오래 복용하면 노화도 방지한다. 그러나 스파이스는 치명적일 정도로 중독성이 강해서 복용을 중지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듄 시리즈 초반에는 공기 중에서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스파이스가 풍부했다. 그래서 듄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그 행성을 떠날 수 없었다. 아트레이데스 가문도 듄에 도착한 후부터 듄에 발이 묶인 것이다. 가문의 우두머리를 잃은 아트레이데스가 중상모략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사막 행성의 혹독한 환경은 물론, 토착민인 프레멘들과도 우호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폴의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가 몸을 담고 있는 베네 게세리트 신자들은 종종 ‘마녀’라고 불리는데 경외와 두려움을 담은 표현이다. 그러나 실상 중세의 마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베네 게세리트는 냉철한 계산에 의해 움직이는 집단이다.

 

 

베네 게세리트는 우주의 역사에 개입해 조종하려는 세력 중 하나로 작중에는 이러한 세력들이 다수 등장한다. 누구나 의도를 숨기고 가면을 쓰고 계략 속에 또 다른 계략을 세운다. 작가는 이런 모략을 미리 드러내기도 하고, 의미심장하게 숨기기도 하면서 긴장감을 유지한다. 5000년은 거뜬히 가로지르는 방대한 역사와 시간의 흐름, 6권에 다다라 비로소 내막이 밝혀지기 시작하는 수수께끼 집단의 내부 사정 등 즐길 거리가 떨어지지 않는 이야기다.

 

 


 

 

<듄>은 행성의 생태학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이것은 1960년 대에 발표된 작품으로서는 드문 일이다. 작가 프랭크 허버트는 듄을 쓰기 약 15년 전에 오리건 주의 사구(sand dune)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된다. 사구를 바닷물처럼 흐르는 자연 개체로 인식하여 그것을 다스리는 법을 익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사막의 생태계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대량의 수학적 데이터가 있으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 프랭크 허버트가 속한 세계의 사고방식이었다. 사막에 대한 자료 조사는 자연스럽게 생태학으로 이어졌다. "생태학은 행위의 결과에 대한 학문이다."라고 그가 읽은 200여 권의 관련 서적 중 하나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한다. 이 문장은 <듄>의 심장을 꿰뚫는 핵심이다.

 

 

"듄이라는 작품의 목적 중 하나는 생명체가 행성에 행하는 모든 행위의 결과를 상세하게 기술하는 데에 있다"라고 65년도 인터뷰에서 그는 말했다. 행성 듄은 이야기 내에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작가는 이런 자연, 사회, 권력, 외교, 과학적 변화에 대응하는 듄에 사는 사람들과 듄에 묶인 세력들의 모습들을 빠짐없이 묘사하면서 주제 의식을 전달한다. 바로 이 점이 지금까지도 듄이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듄의 세계관은 현실의 역사 위에 덧씌워졌다. 고대 이집트 문명이나, 히틀러 같은 실제 역사와 관련된 단어들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는 핵심 인물들이 인류 역사의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조의 기억을 체험하는 능력 덕분에 역사에는 반드시 반복되는 패턴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방대한 배경지식과 정신문명, 기술적 허용에도 불구하고 듄의 평화는 신기루처럼 헛되어 보인다.

 

 

권력과 종교의 관계, 듄에서 나는 한정된 자원인 스파이스가 경제와 기술의 변화를 움직이고 행성의 환경을 어떻게 바꾸는가 등등. 작가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전부를 전달하는 매체로서 듄의 모든 것을 설계했다. 그러면서도 각 요소들은 작가의 꼭두각시가 아닌 살아 움직이는 세계가 되었다. 이는 이야기를 쓰는 모든 이가 꿈꾸는 궁극의 결과물이다. 듄이 미완성임에도 불구하고 SF 소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이유는 작가가 듄이 내포하고 있는 메시지, 세상의 구조, 기본 골조를 6권의 소설을 통해 철저하게 세워놓았기 때문이다. 작가 사후에 다른 작가들에 의해 확장되어 온 듄 세계관은 이제 시간으로 치면 3만 4천 년 정도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듄 같은 장편 소설을 읽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일이다. 한번 그 세상에 발을 들여놓으면 듄은 독자의 정신을 사로잡는다. 듄은 스타워즈와 다른 후기작에 영향을 준 SF 계보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유지하는 건 학계가 아닌 각 독자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듄>은 나와 공명하는 점이 많은 작품이었다. '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있구나.'라는 감탄을 여러 번 했었다. 프랭크 허버트와 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자신의 생각을 담을 수 있는 적합한 그릇, 즉 작품을 찾아내 집필하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이 작품은 언제나 내가 쓰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을 이상과 귀감으로 남을 것 같다. 듄에서 보낸 지난 60일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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