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아무거나, 아무렇게
https://blog.yes24.com/quartz2
리스트 | RSS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quartz2
닥치는대로 아무 책이나 꺼내읽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독서~ ^^*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9월 스타지수 : 별15,053
전체보기
사진 한 장의 여유
지금은 독서 중
YES24 행사관련
스크랩
나의 리뷰
Review
태그
당일치기총알여행
2023 / 09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월별보기
오늘 111 | 전체 1369490
2003-12-23 개설

전체보기
신화와 여행이 만났을 때 | Review 2023-06-04 08:19
https://blog.yes24.com/document/18077850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도서]신화가 좋다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저/에이미 그라임스 그림/조진경 역
올댓북스 | 2023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나는 무엇으로부터 비롯됐으며 왜 사는가. 심오해 보이는 이와 같은 질문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던질 수밖에 없으니, 자신의 정체성과 관련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 차원에서 시작된 사고는 나의 가족, 친지, 더 나아가 선대에 이르기까지 쉬이 확장된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게 신화나 전설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때론 터무니없는 이야기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과학에만 기대어서는 설명이 힘든 공백을 그렇게라도 메우고 싶은 게 인간의 욕심인 셈이다.

세계여행. 이 단어에 솔직히 가장 먼저 이끌렸다.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를 3년 가량 살았고, 엔데믹을 정부가 나서 선언했다고는 하나 고달픈 삶을 잠시나마 내려놓아야 가능한 게 여행이다. 제도적 제약이 사라졌다 하여도 실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부류는 몇 아니 된다. 나와 같은 이들은 타인이 남긴 기록을 읽으며 일종의 대리만족을 경험하는 게 최선일 때가 잦다. 이번 책의 경우에는 ‘신화와 전설이 깃든 곳으로 떠나는’이라는 수식어가 덧붙었다. 제목을 통해서도 여행보다 신화를 앞세웠으니, 이 책의 중심은 신화라고 보는 편이 옳다. 입시에 도움이 된다 하여 억지로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아직도 나에게 곤욕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많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다 숙지해야만 비로소 이야기가 와 닿을 텐데, 첫 단추 끼우기부터가 무척이나 난해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많은 나라들이 비슷한 형태의 이야기로 제 기원을 설명하곤 하며, 몇몇은 꽤나 구체적인 배경까지도 지니고 있다. 수천 년 혹은 그보다도 훨씬 전이 시대적 배경이다. 곧이곧대로 이를 이해하고 해당 지역을 찾아갔다가는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만 하여도 급격한 경제성장을 일군 현대에 우리 스스로가 참으로 많은 걸 창조를 위해 무너뜨렸다. 그렇다면 신화와 결부된 여행은 어떠한 형태를 취하면 좋을까. 우리보다 장기간에 걸쳐 오늘에 이른 국가들의 사정은 혹 다를지도.

사진 한 장이 없다. 그림이 사진을 대신했는데, 이런 형태를 접한 건 처음이라 신선했다. 그림에 사람이나 건물 등이 거의 등장하지 않은 걸로 보아, 짐작한 대로 장소들은 대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했다. 신비롭기 위해서는 도달이 어려워야 하는데, 저자가 제시한 공간들이 그러했다. 신들만 드나들며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생성해내기 적합해 보일 정도였다. 우리가 누군가. 금기라면 더더욱 기를 쓰고 방문하려 드는 종 아니었던가! 깎아지른 듯한 산 아래 펼쳐지는 새카만 물이 너울치며 인간을 고스란히 삼킬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도 인류는 그 위에 보트를 띄웠다. 코뤼스크 호수 위를 오가는 보트는 오싹한 기분과는 별개로 영감을 얻기 위해 한 번 즈음 타봄직한 무언가로 여겨지고 있다.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던 시절, 이교도 교화는 가톨릭 세계의 최대 과제였으니, 많은 신화 장소가 미처 기독교 세계가 공략 못한 곳으로 그려지기도 하였다. 하르츠산맥 아래 옹기종기 모여든 마녀들이 쉰 목소리로 저마다 사람을 해할 음모를 발설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허나 중세의 마녀는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 화형 등의 형태로 가해진 폭력 또한 특정 세력의 공포를 다스리기 위한 방법이었다.

코로나의 원산지(?)라는 오명을 뒤짚어쓴 네이멍구 자치구도 한 때 꽤나 우수한 문명이 들어찼던 곳임을 책을 읽으며 배웠다. 정확히는 원나라의 여름 수도였는데, 이를 설계한 인물이 한족 건축가 유병충이라는 사실이 중국인들에겐 일말의 위로를 안겨다주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현재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해도 무방할 지경이니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이 전무할 수도. 수차례 이상 소개됐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곤 하는 페루 나스카 평원의 지상화와 우리나랑릐 단군 신화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이 신기했다. 비록 백두산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유로이 가기 힘들지만, 저자에겐 마니산이 그에 버금가는 기를 받을 수 있는 장소로 인식된 듯하였다. 전국체전 성화 채화지, 전등사에서 템플 스테이를 하며 맞이하는 일출까지. 외국인 저자의 짧은 기록이 나의 미천한 경험을 일깨워 주었으니 아이러니다.

세상은 넓고 이야기는 넘친다. 여행에 관심 있는 사람, 신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 함께이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책을 읽으면서 상상해볼 수 있었다. 대자연을 보며 감탄하고, 장소가 품고 있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내고. 아무나 하기 힘든, 이런 풍성한 여행을 즐길 사람들이 부러웠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0)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0        
진행중인 이벤트
나의 북마크
이벤트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