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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rtz2
닥치는대로 아무 책이나 꺼내읽는 것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독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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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아닌 행복을 좇는 사람들 | Review 2023-06-0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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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저
클레이하우스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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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무언가 결핍이 느껴진다. 삶의 모든 에너지가 입시만을 위해 사용되는 것만 같은 시기였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 여겼던 많은 것들을 난 스스로 잘라내기 시작했다. 잠을 줄였고 끼니를 건너 뛰었으며 관계를 끊었다. 책을 읽거나 컴퓨터 앞에 앉는 건 당연히 해선 아니 되는 일이었다. 지금도 난 그 시기를 공백기라 생각한다. 마치 바닥이 뚫린 독처럼 무얼 갖다 부어도 채워지지가 않는다. 다시 돌아가더라도 나의 선택은 크게 달라지기 힘들 거 같다. 하지만 분명히 후회한다. 찬란한 시기를 암울하게 보냈다는 자책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가 못하다.

휴남동은 작가가 창조한 가상의 공간이다. 동네 이름의 가장 앞 글자가 휴식을 뜻한다는 설명을 읽기가 무섭게 나는 휴남동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간절히 쉬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들끓는 것만 같았다. 등장 인물의 면면을 통해 평하자면 휴남동은 완벽한 동네가 아니다. 연고지가 아님에도 들어와 서점을 차리기로 마음먹은 주인공 영주는 바삐 영업을 뛰어도 부족한 상황에서 손님을 데면데면 상대한다. 가뜩이나 책을 아니 읽는 시대에 주인장이 뚱한 얼굴을 하고 있으니, 서점이 오래 가긴 글러 먹은 거 같단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영주 또한 미래를 길게 내다보진 않았다. 바리스타로 채용하면서 민준에게 내건 2년이라는 시간이 영주로선 최장 기간이었을 수도 있다. 한 공간을 공유하는 만큼 친분을 쌓을 필요가 있었을 텐데, 영주와 민준은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만 몰두한다. 민준이 꽤나 성실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큰 도로에서 제법 떨어진 골목길 안에 위치한 서점이라는 설정에 어울리게, 휴남동 사람들은 새로 생긴 서점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재빠르게 자신이 원하는 책을 구입해 들고 나가는 게 서점에서 벌어지는 일의 전부인 줄로 알았던 나에게 자리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 뜨개질에 여념이 없는 정서 같은 인물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였다.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형태의 서점이었다면 휴남동 서점의 이야기는 매우 단조로웠을 것이다. 매상을 올려주는 것도 아닌데 장시간 서점을 뜨지 않는 이들은 어느 시점부터 이 작품의 중심인물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고 가기 시작한다. 독서 모임이 결성되고 작가와의 대화시간이 마련된다. 사람들 앞에 서는 게 낯설었던 영주, 독자와의 만남을 시도할 만큼 스스로를 작가로 여겨본 바 없는 승우 등은 휴남동 서점에서 나름의 성장을 경험한다.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게 뭔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 등,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했던 이들이 휴남동 서점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인생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는 서점의 성장과 함께 이루어진다. 여기서의 성장은 성공과는 다르다. 서점이 탄탄대로륻 달리고 철민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고 민준이 취업에 성공하는 식이 아니다. 성장이 없었더라면 아마 인물들은 사회가 바람직하다 여기는 방향으로 나아가며 제 이름을 잃고 조직의 부속품으로 전락하기도 했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모습은 거창한 결과의 제시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예전에 비해 동네에서 서점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 방문보다 인터넷 상에서의 구매를 선호한다. 내가 원하는 책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고 나에게까지 도달하는지 굳이 궁금해하지 않으며, 알고 싶어도 알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휴남동 서점은 다분히 아날로그적이다. 게다가 이 곳에는 베스트셀러로 군림한 책들이 없을 때도 잦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고자 하는 이들의 공간이지만, 휴남동 서점의 주인은 사람이었다. 우리가 잊고 지내온 우리 자신의 온기가 휴남동 서점엔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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