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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간에서 삶이 피어나기를 | 마침표 2023-12-05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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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축복을 비는 마음

김혜진 저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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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시골도 항상 공사 중이다. 그러니까 빈 공터만 있으면 어김없이 아파트가 들어선다. 시골 인구를 생각하면 그 집을 누가 살까 싶지만 주변 아파트를 검색하면 빈 집도 없고 전세도 없다. 매번 드는 의문, 저렇게 집들이 지어지고 있는데 왜 많은 이들이 살 집을 구하지 못하는 걸까.

 

어쩌다 보니 최근에 집을 소재로 한 책을 이어 읽는다. 김혜진의 소설집 『축복을 비는 마음』에서 만난 단편들도 하나같이 집, 공간,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 더 나은 곳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힘들어도 그 마음이 커지기를 바라게 된다.

 

김혜진은 이 소설집에서 집이 갖는 의미, 집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를 보여준다. 하나의 집에 관련된 이들, 집을 소유한 집주인, 그 집에 살고 있는 거주자, 관리인, 부동산 업자까지 집을 향한 마음을 통해 집이 무엇이냐 묻는 동시에 나만의 특별하고 유일한 집을 떠올리게 만든다.

 

8개의 단편 모두 좋았지만 그 가운데 조금 더 좋았던 단편은 집주인과 세입자로 만나 서로를 챙기며 가족처럼 지내지만 결국 이사를 두고 불편한 사이가 되고 마는 '만옥'과 '순미'의 이야기 「목화맨션」, 한때 자신이 살아왔던 빌라의 관리인이 되어 빌라를 청소하고 세를 독촉하고 세입자들에게 소유주의 뜻을 전하는 일을 하는 '호수 엄마'의 이야기 「산무동 320-1번지」, 누구와 사느냐에 따라 집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여주는 「사랑하는 미래」였다.

 

서로를 처지를 이해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가 있다면 힘들어도 살만하다고 느낀다. 「목화맨션」속 '만옥'과 '순미'가 그랬다. 순미는 집주인 만옥을 언니처럼 대하고 뭐든 나누려 했다. 세입자와 친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옥은 그런 순미가 고마웠다. 재개발이 될 거라는 말에 사들인 '목화맨션'에서 순미는 8년을 살았지만 만옥이 사정이 생겨 집을 팔게 된 상황이 오자 둘 사이의 단단한 우정은 헐거워진다.

 

집을 두고 만난 사이가 아니라면 둘은 어땠을까. 「산무동 320-1번지」의 호수 엄마도 그런 처지였다. 자신이 살던 곳이 얼마나 열악한 공간이지 잘 알지만 집 주인의 말과 세입자의 말을 그대로 전할 수 없었다. 잘 아는 처지였지만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곧 철거될 공간이라 누구도 돌보려 하지 않는 공간이지만 누군가의 삶이 지속되는 곳이다. 세입자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호수 엄마'의 삶도 그곳에 있었다.

 


 

창 너머로 서서히 멀어지는 산무동 일대가 그들 부부에겐 마지막 직장이고 어쨌든 지금은 그 빌라에 누군가 살아야지만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으므로,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 죽을힘을 다할 거라는 다짐을 되뇌면서였다. (「산무동 320-1번지」, 171쪽)

 

「목화맨션」과 「산무동 320-1번지」를 읽으면서 3층짜리 주택을 지어 1,2층은 세를 주고 3층에 사는 고모가 생각났다. 집 주인이었지만 오히려 세입자의 눈치를 보고 세를 올리지도 못하는 고모. 세입자에게는 마냥 부러울 주인이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집을 통해 맺어진 관계는 편할 수많은 없다.

 

그래도 집이라는 건 참 이상하다. 그저 빈 공간이었을 때에는 없던 애정이 살림살이가 들어오면 커지기 시작해서 누군가 함께 살게 되면 공간은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저 퇴근 후 잠을 자고 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어느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마법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변모한다고 할까. 「사랑하는 미래」가 딱 그렇다. 일상의 재미와 즐거움은커녕 휴가 계획도 없던 ‘주인’이 '마크'를 만나면서 그녀의 삶은 변화한다. 자발적으로 모여 대화를 나눈다는 모임에서 만난 캐나다 출신의 마크는 배우를 꿈꾼다. 촬영 장소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주인의 집에 마크가 오게 되면서 집은 활기를 띤다. 친구는 그런 주인을 염려하고 걱정하지만 주인은 마크와 함께하는 미래를 고대한다. 주인이란 이름의 왠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집의 주인으로, 삶의 주인으로 사냐고 묻는 것만 같다.

 

멀리 집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녀를 채근하던 조바심이 기대심으로 바뀐다. 그 순간, 그녀의 집은 잿빛 담벼락 너머에 자리한 수많은 주택 중 하나가 아니다. 오랜 세월, 권태와 지루함을 견디며 낡아가는 그렇고 그런 주택이 아니다. 그 집엔 서로를 향한 두 사람의 순수한 애정과 진실이 마음에 머물러 있다. 이 순간, 그녀의 집은 특별하고 유일한 장소다. 매일 새로운 서사가 탄생하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움트는 공간이다. (「사랑하는 미래」, 227쪽)

 

집을 향한 마음이 모두 같을 수는 없다. 누군가 집은 투자이자 상품이고 누군가 집은 안식처이고 누군가 절박한 공간이다. 나와 다른 목적을 지녔다고 해서 누군가의 마음을 함부로 말할 수 없다. 그러니 부동산 임장을 다니며 자신에게도 골칫거리가 아닌 좋은 기회를 안겨다 줄 집을 만날 희망을 하는 「이남터미널」 속 '남우 사모님'을 비난할 수 없다. 어쩌면 모두가 마음 한구석에 같은 희망을 품고 있는지도 모른다.

 

건 기대였고, 우려였고, 가능성이자 두려움이었다. 그것은 방향을 조금만 틀면 완전히 달라 보이는 홀로그램처럼 밤새 그녀의 내면에서 반짝거렸다. 아니, 그건 그녀가 도무지 짐작할 수 없고, 예상할 수 없던 자신의 미래였는지도 몰랐다. 빛바랜 집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집들. 누구도 원하지 않고, 가지려 않는 집들. 그러나 길고 긴 세월을 이기고 견디며 살아남은 집들.( 「이남터미널」, 113쪽)

 

그런 마음은 재개발 동네에 살면서 집을 대하는 어른들이 이상하게만 보이는 「20세기 아이」속 아이 '세미', 사는 곳이 좁아서 이사 가고 싶은 손녀를 위해 보험비를 더 타고 합의금을 받으려는 「자전거와 세계」 속 할머니, 집 청소를 하는 '인선'에게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축복을 비는 마음」 속 '경옥'의 마음일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 더 나은 공간을 바라는 마음, 가까운 이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 소중한 사람의 축복을 비는 마음, 그 마음은 바로 모두의 것이라 생각했다. 그걸 알기에 우리가 머무는 곳이 삶이 피어나고, 따스함이 전해지는 특별하고 유일한 공간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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