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있는 두 자아가 만나서 사랑과 시간을 쌓아가는 성장물 서사를 유독 잘 쓰시는 작가님들이 계신데, 주성우 작가님도 그렇지 않나 싶습니다. 여주 입장에서 전개되어 여주의 결핍이 특히 더 잘 느껴지지만, 기본적으로 남주와 여주 모두 나사 하나 이상 빠진 사람들이고, 각자의 방식으로 긴 시간 동안 맹목적인 사랑을 합니다. 여주가 계속 단호하게 굴어서 거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둘이 서로의 마음을 알고 안정을 찾게 되지만, 여주가 자신의 두려움과 혼란을 극복하지 못했을 뿐 그 나름대로 남주를 열렬히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 이어지지 않는 데에서 오는 답답함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보통의 도덕관념과 당위성을 두고 보면 남여주 모두 흔치 않게 솔직한 방식으로 이기적인 인물들입니다. 그런데 불편하지 않고 납득되는 걸 보면 작가님이 우리 모두가 한번쯤 느껴 봤을 그 어린 날의 치기 어린 생각들을 잘 묶어서 전달하신 것 같아요. 작가님의 다른 글을 읽어봐야겠다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