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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 읽은 책 2023-09-1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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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 휴먼스 랜드

김정 저
창비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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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저자 김정, 창비, 2023

 

이 책은 2070, 기후 재난으로 인해 사람이 살지 않는 땅이 된 한국에 조사단으로 파견된 기후 난민 청소년 미아의 모험을 다룬다. 미아는 은밀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조사단에 잠입하게 되지만, 아무도 없는 서울에서 정체불명의 존재들과 마주하게 된다. 미아는 자신의 정체와 목적을 숨기면서도, 인과과 지구를 구하기 위한 옳은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근 미래에 있을 법한 일로 정교한 세계를 만들어 내는 힘과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서사로 독자의 몰입감을 높인다. 현재에도 큰 문제로 대두된 기후 위기와 기후 정의, 인간의 본성과 선악에 대한 심오한 물음을 제기하며 많은 생각거리를 남긴다.

 

책속으로

 

#...엄마가 아홉 살이 되었던 해. 그해는 끔찍하게 더웠고 전국적으로 폭염과 가뭄이 극식했다. 모두 타 죽겠다 싶을 즈음에 거짓말처럼 비가 내렸다. 비는 멈추지 않고 쏟아졌고 금세 물바다가 되었다. 순식간이었다. 같은 시기에 다른 나라들도 자연재해에 시달렸다. 그제는 동남아에 쓰나미가, 어제는 유럽에 산불이, 오늘은 미국에 허리케인이 나타나는 식이었다.

할머니는 별일 아니라고, 매년 반복되는 홍수가 조금 더 심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고, 하루라도 빨리 피난을 떠나자고 재촉했다.

 

#...목구멍 아래에서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 그러자 막을 새도 없이, 생각지도 못한 말들이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너 같은 과거도시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나중에 후회할 거라는 예감이 들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까지 말을 뱉는다.

나는 그 돈이 없으면 그냥 죽는 게 나아. 그러니까 너는 두 사람을 죽인 거야. 아드리안, 그리고 나.”

붉게 부어 있는 크리스의 눈두덩이에 매달린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그 떨림이 나를 비난하는 것만 같다. 그러든가 말든가. 나는 속이 시원하다. 속을 전부 게워 낸 것처럼. 그러나 그것도 잠시, 게워 낸 자리에 후회가 고이기 시작한다. 내가 좀 심했나?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내가 죽이지 않았어.”

크리스가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알고 있어 나는 소리 없이 답한다. 방금 했던 마들은 진심이 아니니까. 너같이 여린 아이가 누구를 다치게 하겠어. 파커라면 또 모를까.

크리스와 나 사이에 흐르는 정적이 불편하다. 그칠 듯 말 듯 이어지던 빗소리마저 끊긴다. 더 화내고 싶은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뒤섞여 속이 시끄럽다. 방금 내가 토해 낸 말들이 다시 내 귀로 들어와 끈적하게 눌어붙는다.

 

#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목숨을 걸고 죽을 듯이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안된다. 노력이 가상해서, 불쌍해서, 혹은 간절히 기도를 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십여 년 살아 보니 그렇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시도해야 한다. 어떤 일이 되게 하려면 결국 다시 해 보는 것밖에 방법이 없으니까. 나는 또다시 새로운 계획을 떠올린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SF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배경과 상황을 잘 설정하고, 다양한 인물들의 감정과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작가는 기후 재난으로 인해 변화된 세계와 사회를 상상력과 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강렬한 인상을 준다. 인간의 본성과 선악에 대해 깊이 있게 탐구하고, 기후 위기와 기후 정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인간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이 책은 SF 소설의 장르적인 특성을 살리면서도, 문학적인 가치와 사회적인 의미를 함께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읽었지만 놀라운 발상과 전개가 많았고 그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기후 위기로 인해 고통 받는 사람들과 피해를 끊임 없이 뉴스를 통해 보고 듣고 있어서인지, 더 크게 와 닿는 소설이었다. 앞으로 이대로라면 소설 속의 일들이 단지 소설로 치부하지 못하는 현실로 다가 올 수 있는 미래라는 생각에 더욱 집중력 있게 읽혔다.

인간의 본성과 선악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화합, 협동, 인류애와 반목, 투쟁, 증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합의가 잘 이루어져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각자의 이익과 생각이 다 다른 인간들이...이익 집단들이.. 국가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에는 인간과 지구의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수 있기를...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믿고 연대하여 새로운 길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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