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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러운 사이 | 읽은 책 2023-09-28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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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숲스러운 사이

이지영 저
가디언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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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스러운 사이, 저자 이지영, 가디언, 2023

 

이 책을 저자 이지영님은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졸업후 농촌교육농장 교육 컨설턴트로 일하며 전국 곳곳을 다녔다. 뇌경색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던 아버지가 건강을 회복하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잠깐 제주에 내려갔다가, 이후 지금까지 쭉 제주에서 살며 제주 환상숲곶자왈공원에서 12년째 숲 해설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뒷마당처럼 지내왔던 환상숲이지만 숲을 이해하고 편안한 관계가 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2012년부터 매일 수차례 환상수플 드나들며 약 20만 명의 사람들에게 숲 해설을 했고, 그사이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되었으며, 방송을 계기로 평생의 인연을 만났다.

이제는 숲을 훤히 꿰고 있을 것 같지만, 숲은 매년 새로운 모습으로 나 살아 있네하고 일깨워주어 그녀는 아직도 숲에 대해 모르는 것 투성이라 말한다.

숲 해설과 스토리텔링을 접목하여 석사 학위를 받았고, 기업 및 자연 환경해설사 양성과정 등에 출강하고 있다. KBS인간극장, JTBC당신의 이야기, EBS스토리 그곳, EBS1한국기행등 다수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봄에서는 숲에서 만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2부 여름에서는 숲을 통해 알게 된 생각들을 공유한다. 3부 가을에서는 함께했던 이들과 그동안의 이야기를 회상한다. 4부 겨울에서는 숲에서 산다는 거리감과 그 틈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각 부마다 계절별로 만날 수 잇는 나무와 꽃, 그리고 그것들과 관련된 사실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 속으로

 

# 아버지의 숲 : 뇌경색을 이겨내다

마흔일곱, 오른쪽 몸이 마비되었습니다. 갑자기 무너진 생활은 다른 이들의 위로마저 조롱으로 들리게 만듭니다. 사람 만나기가 싫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자 들어온 숲, 가장 낮아지고 약해졌을 때, 비로소 작은 생명들의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돌 틈에 뿌리를 내리고, 잘려도 또 자라는 억척스러운 나무들을 만났습니다.

살아야 한다.’

넘어지고 깨지며 왼손만으로 길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놀랍게도 3년이 지나자 몸도 마음도 완저케 되었습니다. 절망하고 낙심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새로운 시작이 찾아왔습니다.

 

# ... 새끼 제비처럼 요즘은 아픈 아이들이 너무 많다. 몸이 아픈 아이들도 많고 마음이 아픈 아이들도 많다. 그런 아이들을 품어주고 보듬어주는 것은 부모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 좋은 친구와 좋은 선생님도 필요하다. 그리고 아픈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줄 수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시선과 작은 친절, 배려가 필요함도 절실히 느낀다. 당사자다 아니면 그 마음을 헤아리기 힘들다. 나도 부모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느끼기 시작했다. 측은하게 여기는 것과 내가 그 상황이 되어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른다.

 

 

# 한여름 밤의 반딧불이

나는 캄캄한 밤이 내려야 잠이 드는 사람이 되었다.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서울 시댁에 갔을 때 남편이 통 잠을 못 잤단다. 20년간 살아온 자기 방이 왜 불편할까 의아했는데, 다음 날 암막 커튼을 사서 달더니 이제야 잘 수 있겠다고 했다. 숲 안에서 살다 보니 칠흑 같은 어둠과 고요한 적막은 밤의 당연한 요소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사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밤의 적막함이 존재한다. 밤이 있고, 쉼이 있고,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도심의 휘황찬란한 불빛 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롯한 어둠을 보기 위해 사람들은 자연을 찾는다.

 

 

# ‘하다 보면 놓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능력

나뭇잎 사이로 하늘 한 번 보세요. 너무 멋지지 않아요? 숲이 반짝인다는 게 느껴지세요?” 어지 된 일인지 숲을 보로 온 이보다 안내하는 이가 발까지 동동 구르며 더욱 들떠 있다. 마치 이곳에 처음 온 것처럼 두 손을 꼭 모으고 감탄하며 숲에 들어가는 숲해서가를 보고, 손님들이 오히려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숲을 제대로 바라보고자 하는 이에게 필요한 오직한 가지는 별거 아닌 것에도 놀라워할 줄 아는 능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는 척, 배운 척, 잘난 척하다 보면 잃어버릴 수도 있는 아주 중요하고 특별한 능력 말이다.

 

...제주에 살고 있어도 우리는 그 사실을 종종 잊고 산다. 여름철 하늘 쨍한 날에 펼쳐지는 파란 해수욕장의 멋진 풍광을 내려다볼 때, 그리고 가을 억새가 펼쳐져 있는 오름과 들판을 발견할 때에야 비로소 제주에 살고 있음을 실감한다. 일상이 되어버리면 못 느끼는 아름다움이 있다.

 

 

#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

...눈이 달려있어도 관심에 따라 전혀 못 보기도 하는구나. 문득 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이 숲에 찾아왔던 날이 떠올랐다. 딱히 이상히지 않아도 한눈에 알아보았다. 그들의 눈앞에 있는 공기는 무언가 두툼하고 무거웠다. 그들의 눈 초점이 내 눈까지 닿지 않는 것이다. ‘불쌍하다?’, ‘답답하겠다’, ‘왜 위험하게 이런 곳에 왔을까?’

일행 네 명 중 셋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이다.

앞이 보이는 아주머니는 남편과 시각장애인 친구 부부까지 데리고 이곳으로 여행을 왔다. 지팡이를 짚지도 않았고 검은 안겨을 쓰지도 않았다. 평탄한 들판 혹은 산책로가 깨끗하게 정비되어 있는 숲도 많은데 왜 돌길이 험난한 숲을 찾아왔을까? 그녀의 대답은 간단했다.

못 가볼 것 같으니까 왔지요.”

한 명만 와도 해설해 준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듣고 왔단다. 우려했던 대로 안내하는 속도가 무척 더뎠다. 다섯 발 걸었다가 두 발 다시 돌아오고, 세발 덜었다 한발 다시 돌아오고가 반복되었다. 하지만 처음의 걱정은 사라졌다. 그들과 함께 걸으며 어느때보다도 특별한 숲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숲을 찾는 이들은 보통 이런 질문을 한다.

이 나무의 이름은 뭔가요?”

먹을 수 있나요?”

그런데 그들은 달랐다.

왼쪽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는데 그 꽃도 돌을 뚫고 자랐나요?”

잠깐만 멈춰서 나무를 쓰다듬어보아도 될까요?”

고개를 들면 풍경이 어떤가요?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우거진 숲인가요?”

나무의 키들이 큰 숲인가봐요. 새들이 저 높이 앉아 있네요.”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더듬더듬 숲을 탐색해야만 했다. 잎 뒤에 난 노란빛 잔털을 느끼게 해주고, 잎을 접었을 대 푸릇한 향을 맡게 해 주며 길 구석구석을 훑었다.

20분이면 돌 수 있는 숲을 두 시간 가까이 걷는다는 것은 참 특별한 경험이다.

...앞이 보이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많이 귀 기울일 수 있고, 자연의 풍경도 온몸으로 느끼며 아름답게 상상할 수 있어서 자신은 너무나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 책은 숲과 삶의 관계를 다양한 각도로 보여주면서도 스토리텔링이 잘 되어 있다. 저자의 경험과 감성이 잘 담겨 있어서 숲속 체험을 하는 듯한 생생함을 전달해준다. 또한 군데군데 사진들도 힐링의 시간을 선사해주어서 시각적인 만족감도 높인다. 나무와 꽃의 이름과 특징을 알려주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흥미로운 사실과 에피소드를 덧붙여주어서 호기심을 충족시켜준다. 이 책은 나에게 숲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해주었다. 숲이 단순히 나무들의 모임이 아니라 생명과 이야기가 넘치는 공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숲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도 따뜻했다. 저자의 숲 해설을 듣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은 숲과 사람, 그리고 그 사이에서 흘러가는 시간과 감정을 잘 담아낸 에세이 책이다. 숲의 평온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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