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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알지 못 했던 시의 매력을 느끼게 하다. | 문학 2023-05-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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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시, 시로 읽는 세상

김용찬 저
휴머니스트 | 2021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멀게만 느껴지던 시 세상에 다가갈 수 있게 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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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창한 5월의 어느 주말. 작년 가을에 이어 딸아이와 반 친구들의 인천대공원 나들이에 운전사 겸 보호자 자격으로 집을 나서며 책 한 권을 들고 갔다. 아이들이 대공원에서 놀고 있을 때 공원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읽은 책은 김용찬 교수의 <다시, 시로 읽는 세상>이다. 

 다독가는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고 틈틈이 책을 읽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편중해서 읽는 편인데, 특히 시 분야는 거의 읽지 않는 내가 서른 편의 시를 담은 <다시, 시로 읽는 세상>을 회사에서 도서 대출(도서 구매 신청도 했다)까지 하며 읽은 이유는 현재 순천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는 저자 김용찬 교수님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고전문학 작품을 쉽게 풀어쓴 저자의 저서 몇 권을 유익하고 재미있게 읽고난 후 새 저서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이유다. 내가 시를 잘 읽지 않는 이유는 저자도 프롤로그에서 언급했지만 학창시절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수단으로 시를 공부했기 때문이다. 시를 찬찬히 음미하기 보다는 시의 구조나 배경 등 시험에 나올만한 내용을 암기하듯 공부를 했으니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시와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다시, 시로 읽는 세상>에는 총 서른 편의 시를 담고 있는데 학창시절 시 해설처럼 시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독자들이 시와 좀 더 가깝게 다갈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서른 편의 시 중 학창시절에 배운 시도 있고 이번 독서를 통해 처음 만난 시도 있는데 인상 깊은 몇 개의 시를 리뷰에 담고자 한다.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내 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苦樂)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내 님의

무덤의 풀이라도 태웠으면!

- 김소월,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책의 첫 장에 나오는 시로 김소월의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이다. 지금은 헤어진 옛 님을 그리워하며 가슴 절절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작품으로 더 나은 삶을 찾아 님과 이별을 했으나 님은 죽어서 무덤 속에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탄식하는 내용이다. 당시 일제강점기였기에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시를 해석할 수 있지만 저자는 일제강점기라는 시대 상황과 거리를 두고 읽어내며 일반 독자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시를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며 문득 첫사랑이 떠올랐다(이 리뷰는 아내가 모르는거로...). 대학시절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지만 서로 감정을 표현하는 타이밍이 엇갈려서 첫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은 각자 삶의 터전에서 예쁜 가정을 이루고 잘 살고 있다.  만약 그때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이 조금은(아주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왜 저자가 1장의 소제목을 "추억으로의 여행"으로 정한 지 알 것 같다.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甲午年)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커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八割)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으련다.

 

찬란히 틔어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時)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별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 서정주, <자화상>

 

 서정주의 대표 시인 <자화상>이다. 제목은 알고 있었지만 시를 제대로 음미한 것은 이번 독서를 통해서 처음인데 천한 종의 신분이었던 아버지와 집안 내력을 숨김없이 표현하며(애비는 종이었다) 시작하는 시는, 곤궁한 삶에 대한 시적 표현(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과 자신을 비유하는 대담함(병든 수캐마냥)만 봐도 시인의 탁월한 시적 언어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시였다.

 학창시절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외우고 다닐 정도로 서정주 시인의 시를 좋아했다. 국화꽃이 피는 과정(힘든 과정을 거치지만)을 그렇게 아름답게 표할 수 있을까? 세월이 많이 흘러 시 전부를 기억하지는 못 하지만 아직도 시의 첫 구절인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는 여전히 입에서 맴돈다.

 하지만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서정주 시인의 친일 행위와 독재정권을 찬양하며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했던 과거의 행적은 이육사나 윤동주, 조지훈 등 문학인으로서 의무를 다한 시인들의 삶과 대조를 보인다 하겠다. 그렇기에 다른 장에 담고 있는 <새벽 두시>의 김지하 시인(1970년대 대표적 반체제 저항시인이었지만 독재자를 찬양하는 등 변절한다)과 함께 그들의 삶과 작품을 분리해서 평가해서는 안 되겠다.

 

  시인은 자신의 세계관을 속에서 작품을 창작하기에, 삶과 작품을 결코 분리해 논의해서는 안 된다. 그의 시적 재능이 찬란하게 빛나는 <자화상>이나 <국화 옆에서>와 마찬가지로, 젊은이들을 일제의 전쟁터로 내몰았던 <마쓰이 오장 송가>나 독재자 전두환의 생일에 비친 <처음으로>와 같은 시들도 서정주의 작품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 p.88

 

오늘 아침에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음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 천상병, <나의 가난은>

 

 <귀천>으로 유명한 천상병 시인은 주당이자 기인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읽은 <나의 가난은>에서도 시인의 천진난만하고도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시다. 천상병 시인은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를 중퇴한 후 부산직할시장의 공보실장으로 재직하고(자유로운 성향 탓에 2년 만에 관두지만) 시 문학 뿐만 아니라 평론에서도 두각을 나타날 정도로 능력있는 사람이었으나 동백림 사건에 억울하게 연루되어 6개월동안 옥고를 치루고 선고유예로 석방이 된 이후 30여년 간 후유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아마도 그의 기인적 행동들은 전기고문 등 모진 고문의 후유증이 원인이라 하겠다. 아무튼 <나의 가난은>은 시인의 안빈낙도의 삶을 잘 표현하는 시라 하겠는데 보통 사람이라면 불안해 할 잔돈을 갖고 있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마음(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과 아무 조건 없이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자연물인 햇빛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햇빛에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에서 그의 낙관적 삶의 태도를 느낄 수 있다.

  천상병 시인은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며 이 세상의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갔지만 나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시의 매력을 마음껏 느끼며 아이들과의 대공원 소풍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시로 읽는 세상>를 읽으며 리뷰에 언급한 시 외에도 김영란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 조지훈의 <낙화>, 김준태의 <참깨를 털면서>,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등 차근차근 다시 음미하고 싶은 시들이 많았다. 책의 제목인 '다시( 多時)'는 20여 년 전에 한 차례 세상에 선보였던 원고를 다시 펴낸 의미도 있겠지만 책에 수록된 작품들뿐만이 아니라, 다양한(많은) 시를 독자들이 읽었으면 하는 저자의 바람을 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저자의 이런 바람은 학창시절 이후 시집은 고사하고 시 한 편도 제대로 읽지 않는 내가 이 책을 읽은 계기로 책 속에 담은 시 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시들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 것을 미루어 볼 때 어느정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시를 어렵게 생각하거나 시와 친해지고 싶은 독자라면 시중에 나온 시집이나 시 해설서보다는 이 책을 먼저 읽기를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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