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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길티 플레저가 있나요 | 일상의 끄적임 2023-07-2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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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30분, 침대에 눕는다.

 

오늘도 별일 없던 하루에 감사하며, '30분만 게임하고 자야지' 마음먹는다. 

휴대폰 게임은 간편하다. 언제 어디서든 쉽게 손가락만 까딱하면 접속된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게임에도 금사빠다.
요즘에 빠진 게임은 같은 모양을 최대한 많이 모아서 터뜨리는 게임이다.
휴대폰에 무료로 설치후에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된다.


이 게임은 접속자의 건강을(?) 생각해서 오래하지 말라고 기본 5개의 생명을 준다. 이 게임은 시작할때마다 1개씩 생명을 차감한다. 

남은 생명이 없으면 기다림이 답이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하트가 1개씩 최대 5개까지 충전된다. 

 

같은 색과 같은 모양의 아이콘을 3개 이상 합체하면 '펑'하고 터진다.
아이콘을 4개, 5개 많이 모을수록 더 크게 터지면서 벽을 무너뜨리고 철근을 부순다.
각 스테이지의 미션에 따라 새장에 갇힌 아기새들을 자유롭게 하기도 한다. 
크게 터질수록 짜릿하게 카타르시스까지 느끼는....건 오버인거 같고 기분이 좋다.
악당을 많이 물리친 느낌? 불필요한 장애물을 깨끗이 청소한 느낌이 있다. 

 

게임의 매력은 레벨이 하나씩 올라가면서 전체 순위도 오른다는 것이다. 
학교성적, 자격증시험, 먹고 사는 것 까지도 무한 경쟁인 사회에서 좋은 성적을 받긴 힘들지만, 손바닥만한 온라인 게임에서는 쉽게 몇 번의 도전으로 쑥쑥 성장한다. 
오래도록 꾸준히 하다보면 상위 Top5 안에 드는것도 가능하다. 

 

막 재밌어지려는 순간 생명이 떨어진다. 매번 강제로 게임을 종료하는게 아쉽다.
'아, 이번엔 깰 수 있었는데...'
'저거 1개만 없애면 되는데...' 
레벨이 오를수록 난이도는 높아진다. 높아진 난이도를 깨면 레어아이템을 선물로 준다. 
레어템은 다시 난이도 높은 레벨을 깨는데 유용하게 쓰인다. 


어젯밤에도 아쉬운채로 자야했는데,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1시간 동안 생명 차감없이 무제한으로 플레이 할수 있는 이벤트였다. 
'내일 출근인데, 1시간은 안되는데...' 
'근데 지금 잠이 안올거 같아, 어차피 잠도 안오는데 30분만 할까!' (클릭 할까 말까 허공에서 서성대는 손가락)
'에잇, 인생 뭐 있나. 지금을 즐기는거지!'

 

찬,반 논리로 열심히 내적갈등을 하는것 처럼 보이지만, 잘 들어보면 한쪽으로 기울어있다.
이성이 지배하는 한낮과 달리 깜깜한 밤이면 감성이 지배한다. 한없이 너그러워진다.

 

결과는 1시간을 꼬박 사용하고, 다시 차오른 생명까지 알차게 사용하고 잠에 들었다. OTZ

 

후회는 그 다음날의 몫이다. 오늘 아침엔 결연한 다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오늘 하루는 게임을 열지 말자. 꾹 참아보자. 나를 시험해보자. 
하루를 참았으면, 일주일, 한달도 참을 수 있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읭? 진짜?)
마음 먹으면 언제든 게임을 끊을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나는 하루 종일 휴대폰을 움켜쥐고 살다시피 했다. 
성난 새를 날리고 반짝이는 보석들을 부쉈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게임이었지만 도무지 헤어날 수 없었다. 몇 년 동안 그러고 살았더니 어디서도 듣도 보도 못한 레벨까지 도달했다. 시력이 나빠지고 안구가 메마르고 목이 뻣뻣하고 손목과 팔꿈치까지 아팠지만 나는 휴대폰을 놓지 못했다. 지겨워! 미치겠어! 그만하고 싶어!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막상 한 판을 깨면 다음 판으로 넘어가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었다." 

(중략)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게임에 빠져 있다는 것은 내가 모종의 고통에 빠져 있다는 뜻이었다.(...) 얼굴로는 낄낄거리고 있지만 실은 울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커다란 괴리를 아무에게도 이해시킬 수 없었다. 사람에게 게임 중독이라는 병이 있다면, 그것은 무언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았지만 먼저 좌절과 고통이 있었을 것이다."

                              - 심윤경,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중에서 -

 


지금 읽고 있는 책에 게임중독에 관한 부분이 나온다. 저자는 게임에 빠진 이유를 '고통'에서 찾았다.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뭔가를 찾기로 했다. 고양이에게 밥을 먹이고 다양한 식물을 돌보고, 가족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면서 극복했다고 한다. 

 

고통, 내게도 적용이 될까? 
내 무의식에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고통을 유발하고 있는걸까?

좀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나는 그냥 재밌어서, 아무생각 없이 하는거 같다. OTZ


길티 플레저 [guilty-pleasure] 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 대해 죄의식을 느끼면서도 그것을 좋아하고 즐기게 되는 심리라고 한다. 

 

범죄는 아니지만 남에게 밝히기 부끄러운 취향, 그러나 내겐 적잖은 기쁨을 주는 무언가를 지칭하는 말이다. 게임을 한다는건, 시간낭비이고 비효율적이고 백해무익 하다는걸 이미 잘 알고있다. 시간 버리고, 눈 피곤하고 손목도 뻐근하다. 거북목 증후군까지 이로울게 1도 없는 유해한 행동일테다. 그 시간에 생산적인걸 한다면, 기회비용을 따지면 당장 멈춰야 할 습관이다. 

이런 마음가짐이어서인지 게임을 하고나면 후회와 자책이 올라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와 행동은 따로 논다.

 

내게 게임은 '길티 플레저' 다. (게임 커밍아웃이 되어버렸네)

킬링타임용으로 (실제는 없는 시간을 내기도...) 시작했다가 삶에 깊숙이 스며들었다.

갈수록 눈이 나빠지는 원인으로 게임이 단단히 한 몫을 차지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않는다.
책과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으로, 하루종일 모니터로 일하는 근무 환경을 탓한다. 
허허로운 웃음을 지으며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도 살짝 얹는다. 
당당하게 밝히지 못하는 행동이지만 여전히 내게 즐거움을 준다. 아직까지는.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으니 이 정도의 보상은 괜찮다고 봐! 도박으로 큰 돈을 잃는것도 아니잖아! 보상심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루의 게임 금지 실천은, 성공함)

 

당신에게도 길티 플레저가 있나요?

 

당신의 길티 플레저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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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 내가 쓰는 리뷰 2023-07-1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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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역사의 쓸모

최태성 저
다산초당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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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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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보다 현재나 미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불 킥을 시연하는 어리숙한 시간들일 뿐이다. 더러 칭찬받거나 좋았던 추억이 있지만, 그건 그것대로 간헐적으로 차를 마시듯 우려 마시는 용도로 사용중이다. 

 

학교 다닐 때 역사 시간에 내내 졸았던 기억이 있다. 옛날 이야기 하듯이 재미있게 가르치기로 유명했던 선생님이셨는데, 처음부터 흐름을 놓쳐서 였는지 정신을 못 차리고 꿈속을 헤맸다. 시험은 벼락치기로 달달 외워서 평균치의 점수를 받았다. 시험이 끝나면 외웠던 내용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내게 역사는 자신 없는 과목이다. 

 

역사의 쓸모는 어쩌면 나를 위한 책인가 보다. 과거가 뭣이 중헌디. 역사는 배워서 어디다 쓸까? 하는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역사의 쓸모에 대해 하나씩 짚어가며 설득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안에서 질문이 올라올 때. A와 B의 중요한 선택을 해야할 상황일 때. 체면과 실속 중에 무엇을 택해야 할지 고민일 때. 역사는 하나의 지침서가 될 수 있을 꺼라 말한다. 

 

이 책은 2년전에 한번 읽었었다. 이번엔 오디오북으로 다시 들었는데, 어쩜 이리 새로운지. 기억이 하나도 안나서 눈으로 읽는것과 귀로 듣는 것의 차이가 아닐까 핑계 대고 싶을 정도다. 서평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도 해주었다. 역시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귀로 들으니 더 빨리 완독할 수 있는 반면, 몰입하지 않으면 금방 흐름을 놓치기 일쑤였다. 눈으로 보는 것에 비해 휘발되는 시간이 좀 더 빠르게도 느껴졌다. 

 

두 가지를 기억하고 싶다. 

 

첫째는 박상진 독립운동가의 발견이다. 36세의 젊은 나이에 순교한 독립운동가이다. 판사에 합격하고서도 사표를 던지고 험한 길을 택한 위인이다. 부귀영화가 기대되는 길을 버릴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잘 모르는 사람이라 검색 창에 인물 조회를 해본다. 박상진의 사형이 집행되고, 사후에 남겨진 가족들의 불행하고 가난한 삶도 같이 나온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처럼 병과 가난에 힘겨운 생을 이어가는 아버지와 아내, 자식의 이야기에는 화가 나기까지 한다. 이 놈의 나라는 왜 이럴까? 나조차도 '박상진' 이름 석자도 몰랐으니 반성하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억해야지 다짐한다.

 

둘째는 "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태극기를 들고 광장에 나왔을까" 그 챕터다. 이해가 안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어르신들의 행동과 외침이 저자의 설명을 듣고는 그럴 수 있겠다 하는 마음이 되었다. 최근에 법륜 스님의 <야단법석>을 읽었는데 두꺼운 책 한권을 관통하는 큰 주제와도 닮아 있다. 상대가 잘못해서, 나와 생각이 달라서, 나를 괴롭게 하는 누군가로 인해 인간관계에 갈등을 겪는 상황이 종종 있다. 상황이 해결되기 전까지 내내 스트레스와 고통에 시달린다. 스님은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하라고 한다. 내가 고통받는 이유는 내 문제이지 상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상대를 탓하지 말고 내가 보는 관점을 바꾸면 된다. 앞만 보던 것을 뒷면도 보고 왼쪽, 오른쪽도 다양하게 보라는 얘기다. 태극기 부대의 어르신들도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온 생을 부정당하고 공격받는다고 느낀 단다. 내가 살아온 생의 전체가 잘못되었다고 하면, 억장이 무너지고 억울한 일이다. 그럴 수 도 있겠다 싶다. 내 부모 조부모의 관점 이기도 하다. 

 

역사는 결론을 이미 알고 있는 사건들이다. 같은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만약에 나라면...?" 하고 견주어 상상하는 일이다. 시대가 다르고 환경과 교육수준이 차이가 난다. 현재기준으로 지키고 싶은 게 많아진 나는 자신이 없다. 타인이나 국가를 위해 희생하거나 용기 내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독립운동가나 자신을 희생했던 역사 속 위인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평소에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단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과 행동이 멍때릴 때 역사 속 인물이 도움이 될 거 같다. 역사를 기억하고 배워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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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에서 얻는 깨달음 | 내가 쓰는 리뷰 2023-05-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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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수 일지

문서진 저
돛과닻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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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작가다. 몸을 이용해 퍼포먼스를 하는 예술가라고 한다. 빈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대신,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작품이 되는 활동을 한다고 한다. 어떤 작품이 있을까 궁금하여 검색해본다. 그 중 ‘내가 그린 가장 큰 원’ 이 기억에 남는다. 땅바닥에 엎드려 누운 자세로 다른 도구없이 자신의 몸을 이용해 그릴 수 있는 최고로 큰 원을 그려냈다. 바닥에 그려진 하얗고 커다란 동그라미가 참신하고 기발했다. 

 

이번엔 한 겨울 꽝꽝 언 호수 한복판에 섬을 만들기로 한다. 미국의 한 작은 마을, 호수 한가운데에 삽과 썰매를 이용해 눈을 퍼 모아서 쌓는 작업이다. 작은 입자의 눈송이들이 쌓여 제법 커다란 언덕이 되어간다. 사진으로 본 섬은 그 크기가 막 와 닿지는 않았지만 섬이 아님을 부정하긴 힘들었다. 

 

 

“호수에 나가있을 때는 조금 무섭다. 얼음이 두꺼워서 깨지진 않을 거라고 이곳 레지던시 디렉터인 댄이 말했었고, 스노우 모바일이 잘 다니는 걸 보면 안전한 것 같지만 눈을 쌓다 보면 얼음에 하중이 많이 실릴 텐데, 괜찮을까? 내가 삽질로 쌓아봐야 얼마나 쌓겠나 싶으면서도 이 작업에서는 안전할 것을 가장 신경 써야 되겠다. 호수가 나를 허락해 주었으면 좋겠다.” (p5)

 


추울 때는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날씨로 호수는 육지처럼 튼튼해 보이지만 이따금씩 들리는  ‘둥~둥’ ‘쩍-‘ 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줄행랑을 치기도 한다. 2월중순부터 3월중순까지 한 달간 진행된 과정은 고된 삽질이었다. 눈을 한 삽 한 삽 퍼 나르며 기록한 작품 일지다. 

 

“호수 위에 삽과 썰매로 눈을 쌓아 올려 봄이 되면 녹아 없어지는 섬을 만들었습니다. 얼어있는 호수 위에 만든 섬으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연약한 존재의 인간에 대한 작품” 이라고 작가는 설명합니다. 

 

“섬은 점점 커지고 더 무거워진다. 그리고 그 섬은 불안한 얼음 지대 위에 서있다. 정말로 내가 이 일을 하다가 차가운 물속에 빠져 죽는다면, 나는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바벨탑을 짓고 있는 것이 되는데, 그것만큼은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쌓은 섬이 내 욕망의 바벨탑이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흉물스러워서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p32~33)

 

 

분명 자신이 선택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된 노동과 불안감에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했지’ 후회도 한다. ‘오늘은 삽질하기 좋은 날이군’ 날씨가 도와주는 날엔 발걸음이 즐겁기도 했다. 추위에 호수는 꽁꽁 얼었지만 기온이 오르고 섬이 점점 커질수록 그 무게로 호수가 어떻게 될까 봐 불안했던 마음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왜 호수였을까? 따뜻한 봄이 되면 녹아 흔적도 없어질 무용한 일을 왜 기획한 걸까? 여러 감정을 겪으면서 끝내 긴 작업을 완수한다.

 

어떤 이는 매일 쳇바퀴 도는 일상과 비교해 작가의 일지를 인상 깊게 읽었다고 했다. 피곤하고 고된 몸을 이끌고 삽질하러 장비를 챙기는 일이 꾸역꾸역 일하러 억지로 일어나는 직장인과 겹치기도 한다. 작가의 삽질은 봄이 오면 마칠 수 있지만, 먹고 사는 일에 마감이 없는 월급쟁이에겐 기한 없는 출근길이다. 

 

삶을 이어가는 일이란 자신만의 섬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섬을 어디에 쌓아야 하는지가 중요하겠다. 나만의 섬을 완성하는 일은 누군가의 꿈이고 이루고 싶은 목적지일텐데, 봄이면 사라지는 ‘눈’이라는 소재나, 점점 키가 커질수록 존재가 위태로워지는 호수 한복판이 아니어야 한다. 내가 가려는 목적지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속성을 가졌는지, 성공에 가까워질수록 존재가 위태로워지는 위치는 아닌지, 가늠해보면 좋겠다.

 

자신이 쌓아온 섬의 높이는 저마다 다르다. 제법 큰 산의 형태를 띄기도 하고, 여전히 납작한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의 작품과 우리 일상의 공통점은 자신의 선택으로 섬을 쌓기로 했다는 거다. 작가는 작품을 위해,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지루하고 고된 삽질을 견딘다. 무해하지만 무용해 보이는 삽질이다. 사람이 태어나 한평생을 살면서 그 삶의 이유가 잘 먹고 행복하는 거라면 우리는 일 대신 재미있는 놀이를 찾아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하고 재미있는 것들에는 돈이 많이 든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시 삽을 들어야 하고.

 

직접 경험하고 부딪친 것들에서 깨달음을 얻고 지혜가 생긴다. 지루한 반복 속에서 남는게 있다. 아무것도 남는게 없는 경험이었다면 그 마저도 깨달음이 된다. ‘다음엔 하지 말아야지!’ 하는 깨달음. ‘시간 낭비 했구나!’ 하는 뼈저린 자각. 하지만 작가는 몸으로 부딪쳐가며 한달의 고생을 통해 ‘죽음’과 ‘자연에 대한 경의’ ‘유한한 인간’등의 키워드를 건져냈다. 

 

세상에 바보 같은, 쓸모 없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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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보며 눈물을 훔친다 | 내가 쓰는 리뷰 2023-01-24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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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강창래 저
문학동네 | 201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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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샘과 눈물샘이 동시에 젖는다(서효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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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를 봤다.

이 책이 원작이라는 걸 알게되었고, 반가운 마음에 빌려왔다.

분명 눈으로 문장을 읽고 있는데 한석규 목소리로 입력된다. 참 좋다. 

 

"아내를 간호하면서 힘든 하루하루를 누구에겐가 털어놓고 싶었다. 낯선 부엌일을 시작하면서 배운 것들을 적어두고 싶었다. 그리고 암 투병이라는 끝이 없어 보이는 고통의 가시밭길을 헤쳐가면서 드물게 찾아오는 짧은 기쁨을 길게 늘이고 싶었다. 아무리 슬픈 이야기라도 글로 쓰면 위로가 되었다." (p13)

 

작가는 음식을 하나씩 만들때마다 sns 에 레시피를 올렸다. 그 글들이 모여 책이 되었다. 

부제는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 라 적혀있다. 

에세이가 소설도 아니고 스포일러라고 말하기엔 좀 우스꽝스럽지만 부제가 스포일러다. 

라면밖에 끓이지 못하던 남편이 3년여 동안 아내를 위해 음식을 만들면서 못하는 요리가 없는 실력자가 되었다. 홀로 남겨질 남편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린 아내의 배려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간호한다고 고생 많았어. 당신이 해준 밥을 이렇게 오래 먹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고, 맛있을 거라고는 더욱더. 내가 없어도 밥은 제대로 해먹겠다 싶어서 마음은 편해." (p17)

 

큰 줄기는 요리 레시피이다. 요리책을 보면서 따라 하고 싶은 의지가 불끈 솟아올라야 정상인데 이 요리책(!)은 읽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물이 난다. 문장 어디에도 슬픔을 내포한 흔적이 없는데 코가 시큰해지고 시야가 흐려진다.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아픈 아내를 위해 해줄게 요리밖에 없다. 다양한 식재료를 손질하고 씻고 썰고 데친다. 육수를 우려내고 기름을 둘러 볶고, 삶기도 찌기도 한다. 어설프던 솜씨는 점점 나아지고 요리 시간도 짧아진다. 일머리가 생기고 노하우도 쌓인다. 한식은 참 손이 많이 간다. 대부분의 요리가 정성을 들여야만 완성된다. 이런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들어도 아내 컨디션이 안 좋으면 물 한모금도 삼키지 못한다. 

 

문장들이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으며 우아하다. 

내내 담담한 문체로 어디서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문장이나 표현은 찾아볼수 없다. 

담담한 문장에서 어떻게 사랑과 슬픔이 감지되는지 모르겠다. 글쓰는 순간의 감정과 진심이 녹아들어가서 그런게 아닐까싶다. 

 

가족을 위해 정성을 담아 뭔가를 만들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목적지는 동일하다. 다만 각각 개인의 종료시간은 짧을수도 길수도 있다. 유한한 생명체로 살면서 영원을 사는 것처럼 착각하며 산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이 마냥 길수는 없는데, 오늘도 티격태격, 고집을 부리고 사소한 것들에 감정을 소비한다.

 

아는 사람의 부고를 듣게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상가집이라도 다녀오는 날이면 삶의 우선순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뭔 호사를 누리겠다고 이리 매 순간 치열하게 사는지, 반성하며 이젠 그리 살지말아야겠다 다짐한다. '느리게, 욕심 버리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인스턴트 다짐을 한다. 다음날이면 다시 제자리다. 

 

책을 다 읽고서 눈물이 쉴새없이 흘렀다. 후련하게 한바탕 울고서 남편과 아들을 위해 뭔가 요리를 해주고 싶었다. 당장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자정이 넘은 시간에 반찬 두가지를 뚝딱 해놓았다. 그러고도 여운이 가시지 않아 리뷰로 마무리 한다.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나 기분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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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은 어떻게 다를까 | 내가 쓰는 리뷰 2023-01-2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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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술문화와 문자문화

Orality and Literacy 저/임명진 역
문예출판사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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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서라기 보다는 교과서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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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와의 소통을 말이나 글로 한다.

 

문어체와 구어체가 있다. 
말할때와 글을 쓸때의 언어는 분명 같은 언어지만 조금 다르다. 
말하듯이 글을 쓰거나, 교과서에 나오는 문장들로 대화 하는건 어쩐지 이상하고 어색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상에 나타난 것은 지금부터 약 5만년전이다. 
또 우리가 아는 최초의 기록물은 기원전 3천5백년 경에 나타났다고 한다. 
구술이 50살을 살아낸 어른이라고 하면 문자는 이제 갓 걸음마를 뗀 3살 아기이다. 


"구술문화에서의 생각은 일단 끝까지 진행되고 나면, 쓰기의 도움을 받아 생각을 재현할 때만큼 효과적으로 재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한 생각은 지속적인 지식이 되지 못하며, 비록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순간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p77)


텍스트가 없던 시절에는 기록으로 남길수가 없으니 모두 기억에 의존하는 수 밖에 없다.
구술문화에서는 말을 기억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재산이었다.

 

반면에 요즘은 초등학생도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 편하고 익숙한 디지털기기를 휴대한 뒤로 뭔가를 기억하는 능력은 분명 퇴화된거 같다.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손 안에 인터넷 덕분에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전화번호도 복잡한 공식이나 계산식도, 기억해야할 중요한 일정도 어딘가에 메모를 해두면 된다. 기억보다 어디에 저장해뒀는지 보관 공간을 찾는게 중요하게 되었다. 

 

"어느 중앙 아프리카 사람에게 마을 학교의 새로운 교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그가 춤추는 것을 좀 지켜봐야죠." 라고 대답한 사례도 있다. 구술적인 민족은 지적 능력을 
일부러 꾸며낸 텍스트 퀴즈로 추론하여 평가하지 않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평가한다." (p106)

 

어느 학교 출신인지, 배움이 얼마나 길었는지, 경쟁자끼리 서로 비교하여 유리한 스펙을 가진 사람을 합격시키는 게 지금 세상의 규칙이다. 문자문화가 덜 발달된 시절에는 누군가를 평가하는 기준도 재밌는 방법이 동원된다. 이 기준은 그때 그때 다르다고 하니 면접을 봐야하는 사람은 사전에 뭘 준비해 가야했을까. 자신의 어떤 장점을 어필했을까. 


"구술표현은 꼭 쓰기에 의지하지 않더라도 존재할 수 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구술 표현은 
쓰기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져왔다. 그러나 쓰기는 구술성 없이는 존재 불가능한 것이다." (p38)

 

"(...) 쓰기는 세 가지 기술 중 어떤 면에서는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인쇄술과 컴퓨터는 쓰기에서 시작된 것을 계속해나가는 데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끊임없이 움직이는 소리를 정지된 공간으로 환원하고, 소리로 된 말만이 존재할 수 있는 살아 있는 현재로부터 그 말을 분리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p143)

 

문자, 쓰기, 인쇄술은 모두 구술에서 시작되었다.

지금 시대에 쓰기가 없는 일상은 상상이 어렵지만, 
쓰기가 생겨나던 초기에는 불청객 취급을 받았다. 문자보다 말을 더 신뢰했다. 
위조 문서가 많기도 했고, 원본 문서에 대한 상호 약속된 규칙도 없었다. 
어떤 문서는 원본임을 입증하기 위해 칼을 달아두기도 했다. 
지식인이라 불릴만한 사람들도 모두 부정적인 말들로 쓰기를 거부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건 어느 시대든 진리인가보다. 

 

 

쓰기는 처음 그렇게 구박을 받고 보조적인 역할만 하다, 성서나 코란 등 종교를 중심으로 쓰기의 영역은 점차 확대되어갔다. 
문자가 없었다면, 쓰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컴퓨터나 인터넷은 꿈도 꾸지 못할 것들이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 디지털이 없는 세상을 이제는 상상할 수가 없다. 세탁기, 냉장고, 청소기, 가스렌지 이런게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어찌될까. 모두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자는 구술과 문자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그둘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왔는지가 궁금했나보다. 수사학을 연구하면서 언어의 구술성과 문자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타계하기 전까지 긴 시간 연구를 이어갔다고 한다. 

 

구술과 문자.

나는 딱히 궁금하거나 호기심이 생기진 않지만 강제로 읽어야 하는 책이라 꾸역꾸역 읽었다.

책 뒷 커버에 이런 문장이 나오는데 나는 동의하기 좀 어려웠다.
"이 책은 어느 한 전공분야를 위한 책이라기보다는 인문.사회 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는 교양서다."
교양서라기 보다는 전공분야를 위한 교과서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 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독자라면 다르려나. 
내겐 거리가 너무 먼 주제여서 어렵게 느껴진 책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여 읽어낸 책이라 리뷰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독에 대한 증명이자 버틴 시간에 대한 결과물이 있었으면 했다. 1월은 다시 뭔가를 실천하기에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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