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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Cathedral | 돌아온 책머리 2023-06-0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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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서]Cathedral

Raymond Carver
Vintage Books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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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오늘도 훤히 밝은 달이 떴다. 보름달이 되기 전 조금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개의치 않는 모습이 소설 대성당속 장님과 닮았다. ‘대성당은 소설집의 표제작이고 강독 시간에 애용되는 텍스트이다. 오래 전 나는 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야릇한 분위기에 눌러 작품의 진가를 헤아리지 못했었다. 편견과 내 안의 벽이 빚은 일.

 이번에는 복잡 미묘한 인간의 감정과 미세 감각을, 아주 기초적인 단어와 쉬운 문장들로 깎아내고 정제한 카버의 필력이 제대로 보 였 다. 분명히 맹인 로버트는 아내의 친구이자 손님이었는데, 소설의 끝에 화자는 브로맨스, 아니 확장판 같은 인간미를 깨친다. 우정! 의리! 소리쳐 외치지 않는데도 말이다.

 부인과 사별하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세상 처량한”(pathetic) 장님이, 당당하고 여유로운 귀인으로 보이게끔 작가는 연금술을 부린다. 상황이나 처지와 무관하게, 느끼고 배려하고 녹아드는 로버트의 자세가 달빛처럼 다른 문을 열어줄 것만 같다.  그대의 찬손

 어쩌면 대성당은 독자가 문학을 읽으며 상상하고 관찰하는 사이, 또는 직 간접으로 만나 대화하며 단절과 무관심을 허무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상징적으로 퍼담은 건지도 모른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것들을 발굴하는 소설가의 ()터치가 어느 때보다 멜로우했다.

 

 화자의 아내와 장님은 녹음테이프를 우편으로 주고받으며 연락하고 지낸다(keep in ‘touch’). 왜 편지가 아닌지 아시죠. 거기에 서로의 일상과 소식이 담긴다. 모바일 음성 사서함에 밀린, 수고로움과 정성이 더 들어갔던 소통 방식일까. 화자는 아내가 전하는 맹인 지인 소식과 정보에 별 관심이 없다. 미지근한 반응. 그저 블라인드 함(Being blind)이 성가시기(bothering)만 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카버 특유의 사회적 약자를 향한 뭉근한 감정이 눌러 담긴다. 단순히 장님이라 처리하면 블라인드의 정체가 흐릿해지고 좁아질 우려가 있다. 안내견(seeing-eye dog)이라는 단어조차 무심히 지나칠 수 없다.

 아내는 첫번째 결혼 전, 사회복지 도우미로 로버트에게 책 읽어주는 일을 했었다. 오랜 연인과의 결혼을 앞두고 일을 관둔다. 근무 마지막 날, 로버트는 허락을 받고 상대의 얼굴과 목을 더듬는다. 안물안궁한 이야기를 듣는 현재 남편은 사실 이런 일화 공개뿐 아니라 아내의 창작시가 이해가 안 될 때가 많다. 나는 이 대목을 마지막 대사와 겹쳐보며[리뷰 마지막 단락 참고] 그의 각성과 변화를 기대한다.

 공군 장교 남편과의 이동수가 많은 결혼생활에서 여자는 기존 관계로부터의 단절을 느끼고 외로움에 적응하기 힘들어진다. 더는 못하겠다(not go it another step)는 생각에 약을 털어먹고 의식을 잃는다. 이어진 별거와 결국 이혼. 장님과 나눈 아내의 사연을 경계인의 위치(in-between*)에서 괴로우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not betray*) 묵묵히 듣는다.

 착하게 듣는데도 한번씩 눈총을 받는 그가 현실인물 같아 좀 귀엽다. 커플의 악의 없는 잡담”(harmless chitchat)이기 때문이다. 로버트의 죽은 아내의 이름이 뷸라(성서적 의미가 인생 만년의 안식의 땅)라고 하자 흑인이냐고 물어 한소리 듣고 바로 깨갱한다. 묻지도 못해. 궁금해서 물은 겨(I’m just asking.

 

 화자 입장에서는 안 보여 얼굴도 모르는로맨스와 결혼이 영 이해가 안 된다(It was beyond my understanding). 아내의 시와 다른 인간에 대한 이해의 문이 열리기 전임을 솔직하게 시인해 밉지 않은 캐릭터다.

 화자 부부는 다른 부부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독자는 이것을 줍줍. 이것이 마냥 내키지만은 않은 화자는 소심하게 투머치 인포메이션TMI이라고 투덜댄다. 화자뿐 아니라 독자도 이야기의 앞뒤가 맞춰지며 제자리를 찾는’(fall into place) 퍼즐 맞추기의 재미를 맛본다. 뷸라는 아내의 후임 시각장애인 도우미로서, 그와 떨어질 수 없는”(inseparable) 8년을 보냈다. 근데 하필 침샘 암 ㅜㅜ 맹인과의 소통에서 말을 빼앗는 건 짓궂은 운명 아닌가. 이때만 해도 화자는 어떻게 얼굴을 모르면서 임종까지 지키며 손 잡아주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속내다.

 성가셔하면서 화자는 로버트와 뷸라 커플의 이야기를 듣지만 상상을 통해 점차 빠져든다. 화자의 눈으로 따라가면 장님과 함께 할 때 아내가 유독 활짝 웃고 반응이 커 보인다. 당연히 친절한 안내와 설명이 오고 가니 오디오가 빌 틈이 없다.

 아내의 이성친구를 집이라는 사적 공간, 아니 어쩌면 자기영역에 들여놓고 다소 팽팽한 기운이 형성된다. 화자에게선 웃지 못하는 옅은 긴장감이 감돌지만 부부의 대화는 독자에게 간간히 웃음을 선사한다. 하도 이야기를 들어서 서로 이미 만난 사이 같아요(I feel like we’ve already met.)라고 하자 같단다(Likewise). 

 

 화자는 기차에서 어느 쪽에 앉으셨어요?” 라고 물어 아내에게 쏘임을 당한다. 묻지도 못하나(I just asked.눈치나 말 센스는 부족하지만 관찰은 열심이다. 40대 후반의 체격 좋고 굽은 어깨에 벗겨지기 시작한 머리. ‘검은 안경과 지팡이를 지참할 거라는 기대가 불발되면서 은근한 견제와 소심한 고백. 솔직히 내 생각이 맞길 바랐다(Fact was, I wished he had a pair).

 말하기는 열량 소모가 큰 탓일까 먹는 데 진심”(into serious eating)인 것으로 묘사한다. 입이 열리면서 음식 뿐 아니라 술과 담배, 마약까지 나눈다. 남자들은 이것들이 끼지 않은 대화가 힘들다고 했던가. 조금씩 바뀌는 분위기인 것 같다. 커피만 3차까지 한다는 유재석 파 ㅎㅎㅎ

 남자들끼리의, 아니 화자 혼자 느끼는 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그러니 장님의 젊은 친구”(Bub!)라는 부름이 반가울리 없다. 속 좁다 하면 삐질 각-. 로버트는 비록 보지 못하나 귀담아 잘 듣고 적절한 말로 분위기를 릴렉스 시킨다. 무심히 티브이를 튼 화자를 아내가 못마땅해 하자 집에선 칼라 티브이를 틀어놓는답니다고 받아준다. 아마추어 무선 통신수(ham radio operator)라는 직함 역시 로버트의 개방적인 성격을 암시한다.

 남자 둘이 남게 되자 장님은 어색한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푼다. 지금까지 자기들이 대화를 독점해 불편했을 테니 이제라도 들려달라고(, 손님이 호스트의 컴포터블 챙김). 로버트는 대마를 말아 피기가 처음임에도 맞춰준다기보다는 응한다(comply*). 지금 하면 되죠. 모든 건 다 처음이 있자나요(I do now, my dear. There’s a first time for everything!)

 

 독자는 알 수 있다. 서서히 열리는 젊은 친구의 마음을.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긍정어肯定語 세례. 적극적이나 선은 넘지 않는 소통 력. 긴 수염의 장님이 백살 먹은 므두셀라로 보이는 착시 현상 ㅎㅎㅎ 아래 인용문을 줄여 보면, 아무거나 봐요. 신경 쓰지 말고요. 뭘 봐도 배울 게 있으니. 배움에는 끝이 없죠. 오늘밤이라고 다르겠소. 내가 눈이 없지 귀가 없나.  와우~ 울퉁불퉁 모남은 개나

 It’s fine with me. Whatever you want to watch is okay. I’m always learning something. Learning never ends. It won’t hurt me to learn ‘something’ tonight. I got ears. (208-209)

 화자는 맹인의 열린 자세와 자기 언어화에 감화된다. 특히 대성당은 썸띵과 낫띵의 대결이라던 지인의 분석처럼 형식적으로 만남에 임했던 화 자 가 달 라 진 다. 말해야 한다고 느꼈다(Then I felt I had to say something.) 화자는 대성당에 관한 티브이 내용을 전달하기 시작하고, 장님은 “Describe one to me”라고 북돋운다. 감이 안 오는데(no idea) 묘사해줄래요. tell이 아닌 건 오감이 쓰이는 탓일 게다. 화자가 겨우 찾은 묘사가 tall.. up and up.. big.. massive.. close to God 정도다. 소질이 없다며 물러서는 그를 맹인은 치얼업한다.

 장님은 적극적으로 대화를 유도하되 예의를 차리고 결코 오버하거나 과하지 않다. 화자는 뭔가를 묘사한다는 것은 감각을 총동원해, 의미와 가치를 생성하는 창조와 교유 행위이자 공동 작업임을 깨닫는다. 저에게 안 와 닿아서 설명이 곤란해요(The truth is, Cathedrals don’t mean anything special to me. ‘Nothing.’ Cathedrals.) 그러다가 의미를 찾으면 잔잔한 파동이 안에서 일어나 내면의 벽을 허무는 듯하다.

 로버트는 펜과 골판지를 챙겨와 멈추지 말고 지금 그것을 그리라고 한다. You’ll see. Draw. Go on now. Keep it up.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당신의 마음을 따라 계속 하세요~~ “못한다고 하더니... 결국 했자나요.. 심지어 잘해! 이왕 그린 김에 사람들도 좀 그려 넣고.” 마지막 깊은 한방은 이제 보여요? 찐이죠!(Are you looking? It’s really ‘something’)” 어느새 화자의 제3의 굉장한 눈이 떠진 듯하다. 화자가 아내 몰래 뽕을 해왔음을 고려할 때 일회성 필받은 기운만은 아닐 거다. 뭐든, 예전의 닫힌(정체된) 그 남자는 아 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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