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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같은 노작가의 글 | 기본 카테고리 2023-01-2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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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란집

박완서 저
열림원 | 201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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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여러 번 했다.

그럴 때마다 돌아오는 대답. ‘매일 쓰세요. 자주, 많이 써야 됩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아는 답이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았다. 주로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를 대지만 실은 쓸 게 없어서가 진실에 더 가깝다. 쓸거리만 있다면 시간은 어떻게든 낼 테니깐. 이렇게 나태한 나에게 박완서님의 책 노란집은 죽비 같은 가르침을 준다.

 

노년에 시골집에서 보낸 십여 년. 무슨 대단한 일이 벌어질까.

밤에 자고, 아침에는 일어나고, 날 좋으면 산책하고, 화단에 꽃도 가꾸고... 이런 일들은 사실 아무 일도 없는 거다. 심심한 하루하루. 하지만 작가는 내면에 글이 나오는 화수분이라도 있는지 끝없이 울림을 주는 글을 쓴다.

예전에 이북의 고향집에서 할아버지께 사랑받은 기억도 글감이 되고, 초등학교 입학해서 서울 아이들에게 왕따 당한 속상한 일도 좋은 소재가 된다. 예전 일 뿐이랴. 마당에 핀 꽃, 산책 나갔다가 잃어버린 열쇠, 빈 독에 유리판 한 장 얹어놓고 감상하는 하늘... 이런 아무 것도 아닌 것들이 작가의 펜을 만나면 아름다운 작품이 된다.

 

생전에 많은 저작들을 남기고도 아직 책이 되지 못한 글들이 묶여 유고집이 되었다.

단편소설 하나와 짧은 수필들을 모은 산문집 노란집.

작가가 노년에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구리 아치울 마을에서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이미 적지 않은 작품을 쓴 고희를 넘긴 작가는 죽도록현역작가이고 싶어서 글을 썼다고 한다.

 

내가 죽도록 현역작가이고 싶은 것은 삶을 사랑하고 노년기 또한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삶의 가장 긴 동안일 수도 있는 노년기, 다만 늙었다는 이유로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다고 여긴다면 그건 삶에 대한 모독이다.

(p.212~213)

 

이 책은 여섯 개의 큰 목차로 나뉘고 목차마다 짧은 글들이 여덟 편정도 실려 있다.

 

첫 장 그들만의 사랑법에는 소설이라는 서문의 소개가 없었다면 소설인지 어느 이웃의 이야기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런 노부부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귀가 어두워 동문서답으로 대화를 하고, 굴비반찬에 맘 상하고, 그러면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노부부.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를 보는 듯 특별히 아름다울 것도 대단할 것도 없어 더 친근하다. 겉으로는 화목해보여도 속사정은 맛난 굴비반찬도 영감님 혼자 자시고 무거운 짐도 마나님에게 다 맡겨버리고. 불공평한 일이 많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마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어린아이 같은 영감님과 그런 영감님을 안쓰러워하는 마나님. 완벽하진 않아도 그렇게 이해하고 맞춰가는 게 살만한 인생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은 없다. 그건 곧 사랑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은 없다는 소리와 다름이 없다.

...

현재의 인간관계에서뿐 아니라 지나간 날의 추억 중에서도 사랑받은 기억처럼 오래가고 우리를 살맛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건 없다.

(p.67)

할아버지는 왜 그렇게 나를 애지중지하셨을까. 그 생각만 하면 자신이 소중해진다. 그분이 사랑한 나의 좋은 점이 내 안에 지금도 살아 숨 쉬는 것처럼. 그건 삶이 비루해지려는 고비마다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되었다.

(p.136)

 

작품의 여러 곳에서 작가는 어릴 적 가족들에게 사랑받았던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와의 사연은 이 책 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그만큼 어른들께 사랑받았다는 기억은 평생 동안 삶을 지탱해준 버팀목이 되고 가슴 뿌듯한 자존감의 근거가 되었으리라. 생각해보면 내게도 이렇게 사랑을 베풀어주신 조부모님이 계셨는데 죄송스럽게도 그동안 사랑받은 기억을 잊고 있었다.

 

그해는 6.25가 터진 해이기도 하다. 포성이 은은하게 들리는 것 같았지만 라디오에서는 우리 국군이 불법 남침한 괴뢰군을 섬멸하고 승승장구 북진하고 있다는 승전보만 들렸다. 그러나 26일 아침 학교에 갈 때는 포성이 좀 더 가까이 들렸고 가로수를 꺾어서 철모와 군복을 푸르게 위장한 국군의 트럭들이 보얀 흙먼지를 쓰고 미아리 고개를 넘는 모습이 비장해 보였다.

(p.277)

 

19506월 초 대학에 입학하고 채 한 달도 다니지 못했는데 전쟁이 터졌다. 미래, , 소망... 생존을 제외한 모든 게 사치가 되던 시절.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작가가 어제 일처럼 증언하는 그 해 봄, 동숭동의 아름다운 풍경은 잔인한 여름 때문에 더욱 눈물겹다.

 

책을 읽다보니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난다.

마주앉아 도란도란 옛이야기 하던 그 때. 방아 찧고, 가마솥에 밥 짓고, 길쌈하고, 시집살이 한 이야기들. 당시에는 금세 지루해져서 듣다가 화제전환하기 바빴는데 이젠 명절이 되도 그런 얘기를 해줄 어른이 안 계시니 마음 한 구석이 휑하다.

허전한 마음에 명절 끝에 찾아 읽은 박완서님의 유고집.

노년에도 변함없는 총기와 집중력으로 글을 남겨주신 작가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어떤 사전 지식도 요구하지 않고, 따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없는 휴식 같은 글. 오랜만에 찾아간 외갓집에서 할머니를 뵌 듯 따뜻한 작품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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