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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80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6-01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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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되시는 분께서 눈치를 채셨다는 그 청춘남녀 관계란 것은 대관절 어떤 관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말허자면 요런 관계지요. 최부용과 이연실 두 청춘남녀는 지난날 학창시절에 책이 맺어준 인연으로 만나서 서로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다가 뭔가 피치 못헐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부득이허게 헤어지고 말었다, 헤어지고 나서 오랫동안 서로간에 소식 돈절헌 채로 지냈지만 두 남녀는 여전허니 서로를 사랑허고 있다, 아즉도 서로가 서로를 못 잊기 땜시 양쪽 다 시방 심고나 신고가 우심헌 형편이다…… 대충 이런 관계 아니겄어요?”

 

 전번 것보다 이연실의 한숨소리가 한결 더 커지고 길어졌다.

 

  유감스럽게도 누님 되시는 분께서 틀리셨네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양자 합의하에 헤어졌던 게 아니랍니다. 최부용 씨한테 제가 일방적으로 버림을 받았어요. 어느 날 갑자기 그분이 불문곡직하고 저를 헌신짝같이 버렸어요. 그런데……”

 

  꽉 막혀오는 가슴속에 숨길을 틔우기 위한 안간힘인 듯 이연실이 갑자기 이야기를 멈추면서 대짜배기 한숨을 푸지게 쏟아냈다. 요동치는 자기 마음을 향해 숙녀로서 부끄럽지 않게 치신할 것을 충고하는 육성 발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분은 오히려 버림받은 쪽은 자기라고, 여자가 먼저 자기를 배신하고 배척한 거라고 강변하면서 자기 편리할 대로 진실을 왜곡했어요. 하등의 이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절교를 선언해 버렸어요. 그것도 자기는 숨어서 끝까지 나타나지도 않고 비겁하게 대리인을 시켜서 간접적으로 통고한 것이지요. 같은 여자 입장이니까 누님 되시는 분께서도 제 심정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어요. 세상에 어떤 여자가 제 스사로 남자를 걷어차고서는 바로 그 걷어찼다는 이유로 음독할 수가 있을까요? 어떻게 제 스사로 남자를 걷어찼다는 그 이유로 동맥까지 절단할 수가 있을까요? 그분은 제가 사경을 헤매고 있는 줄 번연히 알면서도 그 뒤로 일절 연락을 끊고는 종적을 감춰버렸어요. 최부용이란 사람은 바로 그런 비인간 같은 인간이지요. 그런데 이 마당에 와서 그 정도로 지독하고 비열한 비인간을 제가 왜 반다시 만나야 되지요? 그리고 만약에 만난다면 무슨 자격으로 만나고, 또 어떤 형식으로 만나야 되는가요?”

 

  그때 워낭 소리가 딸랑거리며 청랑한 음색으로 다가왔다. 소가 먼저고 사람은 나중이었다. 배지가 터지도록 들에서 실컷 풀을 뜯어먹은 황소가 고삐를 길바닥에 길게 늘어뜨린 채 뚜벅거리는 발걸음에 맞추어 턱밑에 매달린 워낭을 딸랑딸랑 흔들며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처져 꼴지게 짊어진 소년이 콧노래 흥얼거리며 황소 뒤를 한가로이 밟아오는 중이었다. 말못하는 짐승에게조차 얼굴을 숨기고 싶었던지 이연실은 얼른 길가로 외어서면서 양산을 아래로 내려뜨려 몸 전체를 야무지게 가렸다. 피차 어색스러운 자세로 길가에 대치해 있는 두 여자 앞에 다다르자 꼴지게 소년의 걸음걸이가 현저하게 늦추어졌다.

 

  안녕허셨어라우?”

 

  낯익은 마을 소년이 천석꾼 지주 딸에게 머리통 한 번 꾸뻑 쥐어박는 시늉 끝마치기 무섭게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로 불고염치하고 낯선 양산 그 안쪽 사정을 깐깐히 살피려 들었다. 산서 바닥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화사한 꽃무늬 양산에 옥색 원피스 차림의 주인공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내고 싶어 무척 안달이 난 표정이었다.

 

  늦었고나. 어서 그만 가봐라.”

 

  아쉬운 듯 입맛 다시며 소년이 멀어지기를 기다려 순금은 끊겼던 대화의 맥을 얼른 다시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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