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에서 드라마 파는 여자 도서 리뷰 : 방송국에서 드라마 파는 여자

송효지 지음

우선 제목부터 흥미가 일어 읽게 된 책이다. "하이퍼리얼리즘 협상 에세이"이라니 신박한지고!

내가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방송국에서 드라마를 팔 일은 없겠지만 살면서 협상을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는 타입이라 내 입장을 이야기하다가 억울하고 분하면 머리가 마비되며 곧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눈물부터 흐르는 협상 젬병이니 32가지 협상 시크릿에 솔깃할 수밖에.

총 다섯 파트로 나누어져 "첫인상 다지기- 본 게임-맞춤형 응대- 교착 상태 해결 방법- 협상을 마무리하는 자세"를 이야기한다.
협상 바이블이라고 해서 딱딱한 정보를 담은 참고서일 것 같다는 편견을 버려도 되겠다.
협상 에세이라고 이름 붙은 이유가 확실히 있었다. 협상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면서도 위트를 잊지 않아 부담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장마다 공감되는 협상 방식에 토를 달 수 없었을뿐더러 중요한 전략 역시 쉽게 설명해 주어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저자는 한 지상파 방송국에서 10년째 콘텐츠 판매 협상을 담당하고 있는데 전 세계에 우리의 드라마와 예능 콘텐츠를 수출하고 국내 플랫폼들과의 협상을 하며 얻은 노하우를 비전문가들도 이해할 수 있는 말랑말랑한 화법으로 들려준다.
한 예로, 우리에게 관심이 없는 구매자에게 보여야 하는 태도와 먼저 호의를 보이는 상대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지적하며 그 방법을 "풍차의 날개"에 비유한다. 풍차의 날개는 바람에 따라 서로 다르게 움직이며 경우에 따라 방향을 바꾼다. 모든 일에 정답이 하나일 수는 없다.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협상은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로 국적과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진심이 통하는 법이란 것도 아울러 짚으며 저자가 진심으로 대한 구매자가 감동을 받아 본인이 받은 배려의 몇 배로 호의를 보내오기도 했다는 언질도 잊지 않았다.
협상 시에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고 원하는 것을 제때에 얻기 위한 알토란 같은 방법들이 협상 전문가인 작가의 친근한 목소리로 가득 담겨있다. 즐거운 에세이를 읽다 보면 저절로 얻게 되는 협상 시크릿!
재미있는 전략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체득되어 있는 협상의 기술.

협상학을 처음 접하는 분이 읽어도 부담이 없겠고, 협상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고 있더라도 인생을 잘 엮어갈 지혜를 얻기에도 모자람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