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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인류 - 주경철 | 역사 지리 2022-02-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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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다 인류

주경철 저
휴머니스트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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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통해 들여다보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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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땅을 딛고 살아간다. 하지만 지구의 71%를 덮고 있는 바다는 인류의 팽창과 발전의 터전이 되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 가치는 변함없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다. 주경철의 <바다인류>는 인류가 이룩한 문명의 발전과정을 바다와 결부시켜, 바다가 인간의 문화와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조명하고 바다가 가진 무궁한 가치를 역설하고 있다.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태어나 유럽으로, 아시아로, 아메리카로, 그리고 오세아니아까지 세력을 넓혀 나가면서 바다는 이동의 걸림돌이 되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인구 과잉이나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등의 목적에 의해 인간 무리는 이동을 결심했고 항해술을 발전시켰다. 그 결과 남극을 제외한 전 대륙에 인간의 손길이 닿게 되었고 인류는 지형적 제약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진화되었다. 

 

인류가 바다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시기를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려운 면이 많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파악할 수 있는 지적 수준에서 살펴보자면 바다를 광범위하게 활용한 첫 번째 지역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며, 초기 이를 주도한 세력은 이집트였다. 이집트는 근방의 지역들과 교역과 교류를 위해 해로를 이용했으며 레반트, 에게해, 키프로스, 소아시아 연안 국가들과 잦은 왕래를 했다. 기원전 13-12세기 경 이집트가 쇠퇴하면서 지중해 무역에서 두각을 드러낸 것은 페니키아였다. 페니키아는 특정 국가라기 보다는 고대 가나안 지역의 문명을 일컫는 말로써 주로 지중해 남부 연안에 해상 교역망을 구축했다. 페니키아는 지중해 서쪽으로 세력을 팽창하면서 카르타고, 가디르와 같은 식민도시를 건설했으며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 대서양까지 진출하였다. 이런 팽창의 동기는 금, 은, 구리 같은 광물자원과 수산업 및 교역이 가져다주는 이문이었다. 

 

페니키아의 확장을 보던 인접국가 그리스도 페니키아와 같은 노선을 걸었다. 그리스는 지중해 동부, 아프리카 연안, 시칠리아, 프랑스 남부, 그리고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식민도시를 건설했고 광물, 올리브기름, 도자기, 포도주, 직물 등을 교역했고 문학, 건축, 예술 등을 전파/교류했다. 여기서 지중해는 그리스 민족의 확산과 교역의 실크로드로 작동했다. 

 

기원전 6세기 중동지역에서 페르시아가 제국으로 성장하면서 인접국들에 대한 지배를 강화했다. 이에 대한 저항이 일자 페르시아는 무력으로 진압했고 소아시아 서부 해안을 따라 존재하던 그리스 식민도시들의 봉기가 일어났다. 대표적으로 밀레투스를 들 수 있는데 페르시아에 대한 밀레투스의 저항과 이를 지원한 아테네는 결국 페르시아에 부딪치게 된다. 다리우스와 크세르크세스, 대를 이어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은 마라톤 전투와 살라미스 해전에서 그리스연합군이 승리하면서 페르시아 세력은 위축된 반면 아테네의 입지는 크게 강화되었다. 

 

아테네가 그리스 도시국가연합(델로스 동맹)을 이끌며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려 하자 델로스 동맹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그리스의 강대국인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연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결국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이어졌고 스타르타 연합군이 승리하면서 아테네의 기세는 꺾이게 된다. 

 

기원전 6세기부터 두 세기에 걸친 전쟁으로 그리스가 몸살을 앓고 있는 사이 지중해 중부에서는 로마와 카르타고라는 걸출한 국가가 성장하고 있었다.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고 외부로 눈을 돌렸을 때 이미 지중해 해상을 장악하고 있던 카르타고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었으며 3차례의 포에니 전쟁을 거치며 카르타고를 복속시키고 지중해 패권을 장악한다. 이어진 지중해 동부 세력과의 쟁탈전에서도 승리함으로써 기원전 1세기 무렵에 이르렀을 때 로마는 지중해를 내해(mare internum)로 여기게 된다. 

 

로마가 지중해 패권을 장악하던 시기 동아시아, 인도 아대륙, 동남아시아, 그리고 중국에서도 활발한 해양활동이 이루어졌다. 육상 교역보다 수월했던 바다 교역은 중동에서부터 동아시아에 이르는 광활한 해역을 연결시켜 주었고 수많은 도시가 무역로를 위한 징검다리 역활을 수행하거나 무역의 중심이 되어 성장하였다. 

 

로마가 전성기를 구가하다 제국이 분열되고 5세기 말엽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동로마 제국 또한 점차적으로 힘을 잃어가던 시기 중동지역의 힘이 커지기 시작했다. 7세기 이슬람 세력이 등장해 중동 전역과 지중해 동부를 장악하기에 이르렀고 이내 아프리카와 스페인까지 그 세력을 확장시켰다. 로마 제국은 수많은 국가들로 분열되었으며 로마의 내해였던 지중해는 많은 국가들의 교역로로 이용되었다. 이슬람의 지배력이 강해지면서 홍해를 통한 무역로의 활용이 어려워지자 지중해를 벗어나 대서양과 아프리카 대륙을 이용한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었다. 아메리카 대륙이 발견되고 인도로 향하는 새로운 항로가 개척되었다. 해양 세력의 활동범위가 더욱 넓어진 것이다. 

 

15세기 말에 콜롬버스에 의해 아메리카 대륙이 서유럽에 소개되면서 대서양을 이용한 항로가 적극적으로 개척되었고 수많은 교류가 행해졌다. 자원을 수탈하기 위한 인간의 움직임을 따라 생태계 전체가 교류되었으며 천연두와 같은 각종 질병 또한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서유럽이 주축이 된 아메리카 원정대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을 거의 멸절시켰지만 신대륙을 식민지로 활용하고자 하는 강대국들의 움직임에 따라 유럽의 이주민, 아프리카의 노예, 중국의 노동자 등이 아메리카로 향했다. 유럽의 강대국들의 움직임은 아메리카에서 멈추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혹은 지중해를 넘어선 해로를 통해 인도와 동남아시아 그리고 동아시아까지 그 세력을 미쳤으며 상대적으로 우월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이런 지역들을 식민지화했다. 이 시기부터는 전지구적인 교류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해로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역활을 수행했다. 

 

산업화가 먼저 진행된 유럽 열강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무력을 동원해 세계의 다른 지역들을 지배하기 위한 각축을 벌인다. 아메리카 대륙 뿐 아니라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의 수많은 국가가 서구 열강에 지배당했고 착취당했다. 인류의 기술의 진보는 범선을 대신할 증기선을 발명했고 증기선이 대두되자 해양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이 크게 상승했다. 산업화와 막강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18세기 중엽 영국의 동인도회사가 내란으로 쇠약해진 무굴제국을 정복했고 19세기 중엽에는 중국과 두차례의 아편전쟁을 벌여 승리하며 동아시아를 침략했다. 해양에 대한 지배권과 해군력이 취약했던 거대 제국들은 수적/지리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열강의 선진화된 해군력 앞에 쉽사리 무너졌다. 19세기 말엽부터는 증기선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고성능의 엔진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세계는 좁아졌고 열강들이 전세계적 지배를 행사하고자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근대사에 제국주의의 대두를 불러오고 침략과 약탈로 세계사를 얼룩지게 했으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초래한다. 

 

현대에 이르러 바다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이 종식되면서 세계의 패권은 미국과 소련의 양강구도로 짜여졌고 이들 국가는 상대국을 압도하는 군사력을 가지고자 군비경쟁에 돌입했다. 무기는 보다 강력하고 정교해졌으며 핵폭탄, 수소폭탄 등 소위 게임체인져라 불리울만한 위력을 지닌 무기들이 속속 등장했다. 더욱이 잠수함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형태로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기술적 발전을 이루면서 강대국들의 대양지배에 대한 욕구는 더욱 커졌다. 바다는 식량자원의 보고, 교역을 위한 실크로드를 넘어 군사적 이점을 차지하기 위한 필수요인으로 자리잡게 됐다. 20세기 말 소련이 붕괴되었지만 소련의 빈자리를 중국이 차지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이 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고, 남중국해나 동중국해는 자칫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화약고로 비춰지고 있다. 

 

초반에 언급했듯 바다는 전체 지구 면적의 2/3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인류의 생존에 직결되는 자원의 보고이다. 해양 자원은 앞으로 인류가 번영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폭발적 인구증가를 떠받칠 수 있는 곳은 바다 외에는 상상하기 힘들다. 현재 국제문제로 대두되는 환경오염이 바다와 그 안의 수많은 자원을 파괴시키고 있기 때문에 낙관적인 전망만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류가 바다를 미래를 위한 희망으로 인식하고 바다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바다는 인류에게 풍부한 식량, 각종 해저 자원, 우수한 교역로, 해저 도시 등을 제공할 것이기에 인류의 미래는 바다에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바다인류>는 바다를 품은 인류의 역사이다. 인류의 문명이 발전해 온 과정에서 바다가 활용된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바다가 인류의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세계사 책이라 칭해도 부족하지 않을만큼, 기원전 10세기 무렵부터 현대사회에 이르는 과정에 인류가 만들고 겪은 수많은 사건을 다루기에 900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어느 곳 하나 쉽게 지나치기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다. 바다가 제목에 적혀 있으나 실제로는 세계사 그 자체라 할만하기 때문에 인류 역사에서 바다가 얼마나 중요한 역활을 담당해왔는지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바다인류>에 담긴 역사는 사람과 물자, 정보와 문화 요소들이 바다를 통해 교환되고 섞여 새로운 문화를 만들거나 보다 진보된 기술을 불러온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또한 과거, 현재, 미래로 갈수록 더욱 바다의 중요성이 높아짐을 강조하고 있다.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담겨 있다는 저자 주경철의 말을 다시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류의 기술이 진보할수록 바다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와 수단이 증가하게 되고 바다가 품고 있는 자원의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임은 자명하다.  

 

<바다인류>라는 책을 읽으며 세계사를 한 번 정리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 리뷰는 지면상의 이유와 연속성의 문제로 서양사에 치중해 적었지만 <바다인류> 내용의 상당부분은 중동, 인도, 동아시아의 해양사를 포함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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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 이선종 편역 | 고전 리뷰 2022-01-3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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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 (특별판)

단테 알리기에리 저/이선종 편역
미래타임즈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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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신곡을 읽기 위한 훌륭한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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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단테의 <신곡>은 여러차례 도전했지만 아직까지 완독하지 못한 어려운 책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함께 어려운 책 1-2위를 다투던 중이었는데 최근에 여러 해설서의 도움으로 <차라투스트라>를 완독, 재독, 삼독하게 되면서 한 줌의 깨달음을 얻었고 이제 단테의 <신곡>이 가장 어려운 책으로 남게 됐다. 물론 이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준이기에 단테의 <신곡>보다 훨씬 어려운 책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내가 읽고자 마음 먹고 덤벼들었다가 어려워서 완독을 못한 책을 생각해보면 <신곡>이 가장 먼저 그리고 유일하게 떠오른다. 

 

<신곡>을 마지막으로 도전했던 건 2년 전 즈음인데, <신곡> 지옥편을 읽다 포기하면서 다시 언제고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다짐만 남겨뒀었다. 다른 책을 기웃거리면서 <신곡>을 잊고 지내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의 출간소식을 접하게 됐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서평단에 신청했는데 운 좋게도 서평단에 선정돼 이 책을 단테의 <신곡>을 읽는 길잡이로 삼고자 정독하고 리뷰를 작성하게 됐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단테의 <신곡>의 구성과 같이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테가 산 자는 도달할 수 없는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으며 그의 안내자로 단테가 존경했던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등장한다. 단테의 <신곡>과 달리 서술은 매우 쉽고 간결하게 이루어져 있고 각종 미사여구가 빠진 형태이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 아주 편하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을 돌아보는 단테는 지옥의 입구라 할 수 있는 1층 림보에서부터 마왕 루시퍼가 머무는 9층까지를 여행한다. 지옥은 지하로 내려가는 형태로 1층인 림보는 특별히 죄를 짓진 않았으나 하느님을 섬기지 않은 자들이 머무는 곳으로 천국에 오를 수 없다는 절망에 탄식이 이어지는 곳이다. 2층부터 4층까지를 상부지옥이라 하며 5층부터 9층까지를 하부지옥이라 분류하는데 죄에 대한 심판을 받고 죄의 경중에 따라 지옥이 배정된다. 무거운 돌을 굴려야 하는 상대적으로 경한(?) 심판을 받는 지옥에서부터 불똥이 비처럼 쏟아지는 지옥이나 오물에 잠겨있다 머리를 내밀면 악마의 창에 공격을 받는 지옥 등이 소개된다. 지옥은 묘사된 바를 상상해보자면 어느 곳 하나 잠시라도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말 그대로 지옥이랄 수 있다. 단테는 이 지옥을 내려가면서 수많은 악인들과 조우하고 이들의 하소연을 듣거나 아직도 참회하지 않은 그들의 태도를 접하면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지옥의 마지막 층, 9층에는 루시퍼가 그리스도를 배신한 유다와 카이사르를 암살한 부루투스와 카시아스를 삼키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며 루시퍼의 다리를 지나 지상세계인 연옥에 이르게 된다. 


 

연옥은 살아있을 때 지옥에 들어갈 만큼 큰 죄를 짓진 않았지만 천국에 오를 수 있는 신앙도 지니지 않았던 자들이 있는 곳이다. 이들의 자신의 죄(하느님을 성심으로 섬기지 않은 죄)를 정화시키고자 고행의 길을 오르게 되는데 죄의 경중과 신앙의 깊이에 따라 연옥에 머물러야 하는 기간이 달라지게 된다. 만약 신앙을 갖지 않았던 시기가 10년이라면 그 10배인 100년을 연옥을 오르는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지상의 누군가가 진심으로 기도해준다면 정화의 시기는 단축될 수도 있다. 베르길리우스와 단테는 연옥을 오르는 고됨을 겪으면서도 오르면 오를수록 자신들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짐을 경험하게 된다. 단테가 지옥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섞었던 것처럼 연옥에서도 자신의 지인들이나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사연을 듣고 하느님을 진심으로 섬기는 도리를 더욱 마음에 새기게 된다. 연옥의 최상층에 도달하게 되었을 때 단테는 그가 꿈에도 그리던 사랑하는 연인이요 성자인 베아트리체를 만나게 된다. 


 

베아트리체의 안내로 천국을 돌아보게 된 단테는 수많은 성인들과 천사들을 접하게 된다. 또한 베아트리체의 가르침을 통해 어떤 경우라도 하느님을 섬기는 마음이 최우선시 되는 사람을 살아야 천국에 도달할 수 있음을 깨우친다. 아무리 선행을 많이 쌓았더라도 그것으로는 천국에 이를 수 없으며 수많은 인명을 살해한 자(예로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라 할지라도 하느님을 성심으로 섬겼다면 천국에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천국의 1층이라 할 수 있는 월성청에서부터 수성천, 금성천 등을 거쳐 9개 층을 오른 후에 최종적으로는 성모 마리아의 도움으로 하느님을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눈부셔 제대로 바라볼 수조차 없던 하느님의 모습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느끼고 자신의 내면에 하느님이 기거하고 계심을 깨닫고 찬란한 빛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보게 된다.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신곡을 알기 쉽게 풀어 쓴 글이다. 단테의 <신곡>이 가지고 있는 유명세와 이런 저런 책에서 언급되는 신곡의 부분들에 호기심을 느껴 <신곡>을 읽고자 했던 독자라면 아마 나처럼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짐작한다. 특히 신앙이 아닌 인문학적 소양을 위해, 또는 호기심에 동해 <신곡>에 접근했던 사람이라면 더욱 더 <신곡>이 어렵게 느껴졌으리라 생각한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편자 이선종의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가 쓰여졌으며 저자의 의도대로 단테의 <신곡>이 너무나도 쉽게 서술돼 있었다. <신곡: 지옥편>을 읽는 중간에 번번이 책을 덮어야 했던 입장에서 보자면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은 너무 좋은 길잡이로 여겨졌다. 언제고 다시 단테의 <신곡>을 접하게 될텐데 이 때 <명화로 보는 단테의 신곡>를 통해 이해했던 <신곡>의 전반적인 스토리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단테의 <신곡>을 접하고자 하는 독자와 <신곡>을 읽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일반적이지 않은 문장에 휘둘려 미처 이해하지 못했거나 놓쳤던 <신곡>의 큰 흐름을 깨우치게 해주는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가 되어 줄 책이라 확신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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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가와 천황 - 이마타니 아키라 | 역사 지리 2022-01-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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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가와 천황

이마타니 아키라 저/이근우 역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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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세시대, 막부와 천황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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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역사를 접하다 보면 천황이란 존재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전제군주라기 보다 상징적 존재로 비춰지기도 하고 실존하는 통치자가 아닌 종교적인 숭배의 대상으로 여겨질 때도 있다. 일본의 무사가 권력을 쥐고 흔들었던 막부 시절, 우리가 익히 아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의 무장이 활개를 치던 시절에도 천황의 존재는 항상 그들과 함께 논의되었다. 실권은 빈약할지라도 천황이란 존재가 갖는 상징성(신의 후손이며 일본의 최고 지위에 있다는 믿음)에 의해 막부의 수장들조차 천황을 버리지는 못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무가와 천황>은 12세기 말엽부터 메이지유신 직전까지의 시기동안 무가(막부)와 천황 사이에 일어났던 패권 다툼을 주제로 하고 있으며 이 둘 사이의 균형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통해 일본의 중세를 들여다보고 있다. 

 

일본은 천황이 다스리는 단일왕조 국가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기도 한다. 천황이 일본 역사에서 왕조라 칭해질만큼 권력을 떨치는 자리였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데 <무가와 천황>에 실린 내용을 보자면 가마쿠라 막부(1185년부터 1333년까지)와 무로마치 막부(1336년부터 1573년까지)를 거치며 천황의 세는 크게 위축되었다. 당시 천황가에는 권력자의 가장 큰 무기라 할 수 있는 군수통제권은 물론이고 과세권이나 경찰권까지 막무에 모두 빼앗겼으며 연호의 제정이나 제사의 주최권 정도만 유지되었을 뿐이다. 이 의례적이고 종교적인 부분마저도 점차 잃어 16세기에는 천황이란 말 그대로 빈 껍데기처럼 남겨졌다. 드물긴 했지만 천황가의 제위를 찬탈하려는 시도까지 행해지기도 했다. 즉, 당시의 천황이란 허수아비 군주에 불과했을 따름이다. 

 

의례적이고 종교적인 권위는 16세기 말엽 오다 노부나가 시대에 어느정도 회복하였으나 실질적으로 군사를 부릴 수 있는 권력은 여전히 갖추지 못하였다. 무가의 지배자(쇼균, 정이대장군)의 의중에 따라 꼭두각시 노릇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았고 쇼군의 눈 밖에 나는 경우 유배되거나 강제로 천황의 위를 내줘야 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런 자신들의 처지에 분노하여 변혁을 도모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오다 노부나가가 암살당한 후 권력을 잡은 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다. 그는 농부에서 대장의 위치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써 노부나가 사후 그의 빈 자리를 재빨리 차지했다. 노부나가를 따르던 중신들을 차례로 제거하면서 자신의 권력을 견고히 해나간 히데요시는 숙적이랄 수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강화(실질적으로는 항복)을 맺고 나머지 다이묘(대명)들을 굴복시키며 열도의 통일을 이뤄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열도를 병합했지만 그의 출신의 한계로 쇼군(천출인 히데요시가 쇼군의 지위에 오를 명분이 없었다)의 위치에서 전국을 통치하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그는 결국 임진왜란을 일으켜 대의명분을 획득하고 쇼군의 지위를 얻고자 했으며 아직 전력이 온전한 다이묘들을 약화시키려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이런 히데요시의 의견에 반대했고 여러 핑계를 대며 임진왜란에 참전하지 않았다. 

 

1598년 히데요시가 생을 마감하자 그의 권력은 도요토미 히데요리에게 이어졌으나 아버지와 달리 굳건한 군사력을 가지지 못했단 히데요리는 결국 야심을 드러낸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자결로 내몰렸다. 결국 열도의 권력은 도쿠가와 가문으로 이어졌다. 

 

막부의 성장과 견고함은 천황가의 위축으로 이어졌지만 천황의 위치와 그가 내리는 윤지는 (비록 막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일지라도) 대의명분을 상징했기에 천황이란 존재를 내치지 않고 막부는 천황의 지위를 이용하곤 했다. 자신의 경쟁자를 토벌하거나 자신의 사람을 요직에 앉히거나 자신이 하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할 때 천황의 윤지를 오용하였다. 이에야스의 시대에는 아예 천황가에 자신의 후손(딸)을 시집보내 자신은 국구가 되고 천황가 자체를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척신정치를 꿈꿨다.

막부의 권력(군사력, 지배권)이 강해짐에 따라 천황가의 위상은 더욱 형이상학적 위치로 강제되었으며 상징성을 제외하고는 천황가가 통치 전반으로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18세기 말엽부터 서양열강의 압력이 거세졌고 막부의 군사력이 이를 저지할 수 없음이 자명해지자 막부는 천황의 권위에 의존하게 된다.

외압에 의한 위기는 일본은 신국이다 고 말한 히데요시나 일본은 신국이자 불국이다라고 한 이에야스의 말처럼 일본을 천황이 최상위에 위치한 신국으로의 회귀와 존왕사상의 대두를 불러왔다. 더불어 외세에 무력한 막부를 타도하고자 하는 운동이 활발해졌고 결국 메이지유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무가와 천황>이란 책에 담긴 일본의 역사는 아마 일본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리라 생각되는 중세 막부시대를 담고 있으며 막부와 천황의 관계를 배타적이라기 보다 공생관계로써 풀어내고 있다. 이 시대의 천황은 '을'의 입장에서 막부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럼에도 천황이 상징하는 위상은 신의 자손이자 최고지위를 상징했으며 이것은 후일 메이지유신 이후의 일본의 성장과 제국주의에 물든 일본을 설명해주는 주요한 열쇠가 된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이 많고 역사가 간략히 설명되고 있어 쉽게 읽히진 않지만 일본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어 볼 가치가 충분한 책이며 특히 일본사를 파편적으로 알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이라 여겨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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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 | 고전 리뷰 2022-01-1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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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보이지 않는 소장품

슈테판 츠바이크 저/정상원 역
이화북스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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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의 필력을 알 수 있는 소설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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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2020년 발행된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 이은 두 번째 '츠바이크 선집'으로 발간되었다. 내가 츠바이크를 처음 접했던 것이 니체나 톨스토이와 같은 위대한 인물에 대한 평전이었기 때문에 츠바이크에 대한 개인적 감회는 굉장한 필력을 지닌 전기작가라는 인상이었다. 위인의 일생과 그들의 저작을 서술하는 츠바이크의 글은 해당 인물이 살아온 삶을 소개하며 "왜 그 인물이 남긴 저작은 이런 형태를 띠고 있나, 혹은 왜 그 인물이 이런 형태의 저작을 남길 수 밖에 없었나!"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었다. 이런 첫인상이 강했던 탓인지 츠바이크라는 인물이 남긴 평전 위주로 그를 접하게 됐고 그가 남긴 소설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츠바이크 작품인 <광기와 우연의 역사> 역시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츠바이크의 생동감 있는 전개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소설적이라기 보다는 역사서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번에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보이지 않는 소장품>를 접하면서 츠바이크의 필력을 소설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보이지 않는 소장품>는 총 6 편의 소설(아찔한 비밀, 불안,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 모르는 여인의 편지, 보이지 않는 소장품, 어느 여인의 24시간)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과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10여 페이지 분량의 단편이며 나머지 4개의 소설은 중편 소설이다. 이 리뷰에서는 아찔한 비밀, 불안, 모르는 여인의 편지,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소장품에 대해 소개하고 내가 느낀 감흥을 간략히 적고자 한다. 

 

첫 번째 '아찔한 비밀'은 어머니와 아들이 여행 중 맞닥뜨리게 된 위기 상황에서 벌어지는 심리변화와 갈등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어머니는 낯선 남자와의 만남에서 겪게 되는 위태로운 심리를, 아들은 소년의 마음에서 갈등을 거쳐 내적 성장을 이루는 모습을 보이는데 인물들의 심사는 마치 내가 그 인물이 된 것과 같은 깊은 몰임감을 남긴다. 어머니와 소년이 느꼈던 짜증, 고통, 실망, 초조, 불안, 죄책감, 행복, 평안 등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글을 읽는 내내 독자로서의 내가 등장인물이 되어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내가 착하고 성실하기만 한 사람이었다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이었기에 스스로에 조금의 부끄럼이 가미되었다. 

 

'불안'은 상류사회에 속한 어느 여인의 외도가 불러 온 정신적 파국을 담고 있는데 단지 호기심에 저질렀던 외도가 누군가에게 발각되면서 여인의 평온했던 삶이 극도의 비참함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풍족한 삶과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가를 뼈저리기 절감하지만 이미 상간을 저질렀고 그 사실이 드러났을 때 불러올 절망적 결과가 그녀를 계속해서 옥죈다. 자신의 행위가 온 천하에 드러날 것이라는 두려움은 온실 속 화초처럼 살아 온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가혹했으며 결국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놓고자 한다. '불안'은 여인, 아니 어떤 인간이라도 겪을 수 있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대가가 그 사람의 정신과 삶에 얼마나 파괴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죄책감이라는 멍에를 지닌다. 비밀리에 이루어진 죄라도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고 그 죄가 클수록 죄책감 또한 크게 다가올 것이다. 또한 아무도 모를 것이라는 위로가 사라졌을 때,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나의 죄를 알아챌 위기에 처했을 때 인간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리라 생각한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익명으로 발송된 편지를 읽는 남자가 등장한다. 호감형 외모와 태도를 가졌고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둬 부족할 것 없는 대접을 받고 사는 남자는 어느 날 익명의 편지를 받는다. 거기에 담긴 내용은 자신을 사랑하는 어느 여인의 삶 전반이 담겨 있다. 소녀였을 적부터 그를 사랑했던 여인은 이제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 처음 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평생 그 만을 사랑했던 여정을 담은 편지를 남긴 것이다. 이를 받은 남자는 그녀가 누구인지 떠올리고자 노력하지만 기억은 쉽사리 그녀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편지에 담긴 내용은 그와도 깊이 연관된 중요한 사항인지라 그는 그녀와 그녀의 사랑이 남긴 잔재를 좇으려 하지만 머리만 더 복잡해질 뿐이다. 아마도 그는 여생을 그녀에 대한 의문과 고통 속에서 살게 되리라 짐작된다.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사랑에 대한 관점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할 수 있을까, 단지 사랑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랑과 별개로 자신이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조차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고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한결같이 바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녀는 편지에 삶의 마지막을 앞둔 순간조차 그를 사랑했음을 후회하지 않노라고 적었지만 과연 그녀는 그를 온전히 사랑했음에도 그의 눈길조차 받지 못했음에 어떤 슬픔과 원망도 없었을까? 그녀에게 사랑은 찰나의 기쁨일 뿐 대부분이 고통이었을텐데 그녀는 그 사랑을 다시 하고 싶을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진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은 평생에 걸쳐 고미술품을 수집해 온 노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두 눈을 잃었음에도 그가 수집해 둔 소장품은 그에게 삶의 에너지가 되고 기쁨의 원천이 된다. 너무도 애정을 기울여 모아온 것들이기에 실명한 상태에서도 그는 소장품의 내역을 모두 나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도 기억에 담고 있다. 소장품의 이미지는 그의 눈이 아닌 뇌리에 각인돼 있어 눈의 도움 없이도 볼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런 노인을 바라보는 미술품 상인은 자신이 느낀 감동을 다른 이에게 전달해주면서 스스로도 깊이 감화된다. 행복의 기준을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라 느꼈다. 굉장히 짧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삶의 목표로 생각하는 '행복'이 과연 눈 앞의 실체에 있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마음과 기억에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기는 작품이었다. 나도 그렇고 누구나 행복하고 싶다. 행복의 척도는 주관적이기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라도 내가 누리는 것들이 주는 편안함과 행복이 어떤 성취를 이루어 더해지기 보다는 내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다시 느끼게 해준다. 쉽지만 어려운...

 

 

 

 

 

 

"믿고 읽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이라는 문구가 책의 뒷면에 새겨져 있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보이지 않는 소장품>에 소개된 6편의 소설은 '믿고 읽을 수 있는 츠바이크의 글'을 증명하는 소임을 다했다고 느껴지며 이 책을 계기로 츠바이크의 다른 소설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소설들은 모두 등장인물의 내면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전지적 시점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이 겪는 마음을 독자도 쉽사리 이해할 수 있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인물들의 행동의 묘사는 글로써의 이해를 넘어 공감이라는 감정을 일깨우는 것 같다. 

 

츠바이크의 평전이 아닌 소설을 처음 접했는데 평전만큼이나 뛰어난 필력을 접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다음에 츠바이크를 떠올릴 때는 전기작가가 아닌 그냥 작가라는 이미지가 먼저 등장할 듯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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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 조지 오웰 | 고전 리뷰 2022-01-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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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984

조지 오웰 저/한기찬 역
소담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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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가 만연한 디스토피아의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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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유구한 역사는 진보의 발걸음을 내딛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믿는다. 가끔은 실수로, 가끔은 착각으로 퇴보를 겪기도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인간 문명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거세게 빨라지고 있다. 서양문명을 기준으로 봤을 때, 중세가 끝나고 계몽주의 사상이 부각되면서 신학에 갇혀 있던 인간의 이성은 눈부신 성취를 보였으며 18-19세기에는 사상의 홍수라 일컬을 만큼 수많은 사상과 위대한 철학자들이 등장했다. 그 가운데 '공산주의'는 너무도 매혹적인 요소를 품고 있었는데, 그것은 '평등'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민중은 농노의 신분은 벗어났지만 생활상은 비참한 행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노동은 생계,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필수제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구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무산자)가 자신들을 착취하는 대상을 타파하고 진정한 해방을 맞이하게 되면 모든 노동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모든 인간이 마땅한 대우를 받게 되리라는 초기 '공산주의'는 피끓는 젊은이들과 무산자들에게 복음과 같이 전파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르크스와 앵겔스, 이들에 의해 신흥종교 공산주의는 19세기 중반부터 유럽 전역에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포교되었다.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공산주의라는 열병을 앓고 회복했지만 러시아와 같은 나라는 공산주의 세력에 의해 나라가 지배되었다. 어쩌면 당시의 러시아는 이론적(물론 '모든 인간이 공동체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전제 등의 이론적 한계도 명백하지만) 공산주의가 국가통치에 어떻게 적용되는 가를 시험하는 무대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조지 오웰의 관점에서 공산주의는 실리를 추구하고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인간의 보편적 본능을 등한시한 이론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의 대표 저작이라 할 수 있는 <동물농장>과 <1984>는 공산주의의 맹점을 냉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우화로 공산주의를 비판한 <동물농장>과 달리 <1984>는 공산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를 묘사하는데 공산주의 또한 기득권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일반 사람들이 희생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기존 체제와 다를 바 없으며 오히려 선전과 감시에 의존하는 체제유지로 인해 인간의 자유를 더 옭아매는 구조로 발전하리란 점을 보여준다. 

 

<1984>에 등장하는 주인공을 포함한 대다수의 '일반인'들은 프로파간다(propaganda)에 휩싸여 살고 있다. 과거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미디어의 외침에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 감히 그것을 밖으로 표출하지는 못한다. 자신의 행동은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당하고 누군가를 '사랑'할 자유조차 박탈당한 사회에서 사람들은 순종하며 살거나 순종이 결여된 의구심을 표출한 자들은 어딘가로 끌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도처에 깔린 텔레스크린은 모든 사람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으며 정체를 감춘 사상경찰은 어딘가에서 감시의 눈길을 더한다. 감시도구와 더불어 자식이, 배우자가, 친구가 혹은 그 어떤 사람일지라도 자신을 이적행위자로 고발할 수 있는 세계에서 한 사람이 온전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배적 위치가 아닌 모든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늘 감시의 눈초리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새로운 도전이나 생각은 사회로부터 억압당한다. '사람'이란 사회의 부속품처럼 정해진 길을 왕래하는 역할에 충실히 임하고 불합리한 일에도 '당'의 말이라면 철썩같이 믿어주는 미덕을 갖춘 인간만이 적합한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진다. '빅 브라더'의 눈과 귀는 천지사방에 깔려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모난 행동을 할 수 없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바로 공산주의 혁명에 성공한 오세아니가 꿈꾸는 세계이다.  

 

주인공 윈스턴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사회가 과연 진실을 이야기하는가에 의문을 품는다. 그의 온전한 생각이 표현된다면, 직장 동료를 비롯한 어떤 사람이 자신을 밀고할테고 자신도 증발된 사람들처럼 어디론가 끌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임을 알기에 항상 사회에 동조하는 듯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그가 하는 생각, 진실을 찾고자 하는 행위, 사회의 부조리로부터 오는 이질감 등 모든 것을 억제하고 감추는 가면은 그의 일상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위장을 한다고 해도 없는 것이 아니므로 윈스턴의 이적행위는 꼬리를 밟힌다. 

 

사람으로서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여지는 생각의 자유, 사랑의 자유, 행동의 자유는 이 무채색 사회에서는 적대행위에 불과하며 '프롤레타리아에게 희망이 있다'는 표어는 프롤레타리아를 무지로 몰아 넣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희망'을 잃는다. 오세아니아라는 국가에 속한 구성원들은 그저 국가의 존재와 위정자들의 지배를 원활히 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기능 외에는 모든 것을 차단당한다. 

 

윈스턴의 자신의 회색 빛깔의 삶 속에서 진실과 사랑을 추구했다. 당국이 말을 바꾼 어떤 것이라 할지라도 그 흔적을 찾는 행위조차 국가반역죄에 해당하는 사회에서 윈스턴이 실행한 '인간의 삶'은 반역죄에 해당하는 항목이었기 때문에, 생각의 자유와 사랑의 자유의 실천은 결국 윈스턴을파국으로 몬다. 윈스턴의 착각 속에(정확히 말하자면 윈스턴을 착각하게끔 유도한 것이겠지만)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다고 여겼던 오브라이언은 사상경찰이었으며 윈스턴과 그의 연인은 체포된다. 체포된 윈스턴에게 주어진 정신적 육체적 고문은 윈스턴이 품었던 빅브라더의 사회에 대한 의구심을 탈색시키고 윈스턴 자신이 빅브라더의 맹신자가 되고 윈스턴으로 하여금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게끔 만든다. 그 어리석음이란 오브라이언을 믿었다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가면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것도 아니며 단지 빅브라더가 세운 유토피아에서 자신이 가졌던 의구심이 얼마나 부끄럽고 부당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윈스턴은 그 자신으로서가 아니라 개조된 정신상태로 최후를 맞는다. 공산주의를 찬양하고 빅브라더를 숭배하는 그런 상태가 된 후에야 죽음이 허락된 것이다. 

 

 

 

 

<1984>, 세 번째 이 책을 읽었는데 처음은 너무 어린 나이에 읽어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했으며 두 번째 읽었을 때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이번 독서는 인간 사회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을 때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 사회로 치달을 수 있는지를 절감하며 읽게 됐다. 현대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의 공산주의적 요소를 함유하고 있다. 이 정도를 조율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의 과제인데 자칫 공산주의적 요소가 강하게 또는 절대적으로 지배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1984>에 그려진 회색보다 더 어두운 세상을 초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누리는 대부분의 자유는 의무를 수반한 자유이다. 상대방과 사회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조절되는 자유이다. 법이나 도덕에 의해 규제되는 자유의 범위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누구나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고 다른 의견을 피력할 수 있으며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한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국민에 의해 존재하는 정부가 지나치게 국민을 억압하는 것에 대해 저항할 수 있어야 하고 시민의 자유가 축소되는 것들에 대해 경각심을 유지해야 한다. 

 

인간의 유구한 역사는 우리 인류가 진보해 왔음을 보여준다. 지금 우리가 갖춘 국가사회적 체계가 최선이라고 말할 순 없을지라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진화해 온 형태라 볼 수 있다. 근시안적인 접근이 아닌 거시적 흐름으로 본다면 1세기 후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는 현재의 사회형태와 다른 모습의 사회가 만들어져 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그 새로운 사회의 모습은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인간 자유의 보장이 강화된 형태이길 기대한다. 

 

고전으로서의 위치 뿐 아니라 사회가 그릇된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 사회가 직면하게 될 디스토피아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책으로써 <1984>를 읽길 추천하고 싶다. 

 

* 겉표지에 보이는 매서운 눈이 항상 우리를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소름 돋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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