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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세계사를 바꾼 전쟁의 신 - 김정준(이다미디어) | My Reviews & etc 2023-09-2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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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도로 읽는다 세계사를 바꾼 전쟁의 신

김정준 저
이다미디어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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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는 누리에는 언제까지나 평화가 깃들어야 하며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전쟁으로 해결하려 들면 이제는 모두가 핵 피해 때문에 죽게 되어 있습니다. 갈등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건 이미 인간의 방식이 아니며 사람이 동물의 수준으로 떨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아무 명분 없이 나에게 폭력으로 도발해 오면 그에 대응하는 최소의 수단으로 자위 전쟁이 강구되어야 하며, 그런 이유에서라도 지난 역사의 전쟁 과정과 결과는 진지하게 고찰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쟁의 역사 속에는 한 종족이 다른 종족에 맞서 싸우며 발휘한 지혜의 총체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또 저자께서 지적하신 대로, 한 번의 결정적 전투에서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거둔 승리는 세계사의 거대한 물줄기를 바꿔 놓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한 사연이기도 합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나뉘며 모두 23인의 명장이 등장합니다. 3장은 고대, 중세, 근현대를 각각 다루며 시대에 따라 역사의 형세, 각 정치단위의 구조, 전쟁의 양상이 다르므로 일단 이렇게 세 파트로 나눈 것이 매우 적절하다고 독자로서 생각했습니다. 한국인은 광개토태왕과 이순신 두 사람, 일본인, 중국인, 몽골인 등 기타 동아시아인은 손무, 백기, 한신, 칭기즈칸, 오다 노부나가 등 다섯 사람입니다. 근현대에서 뽑힌 여섯 명은 모두 구미인들인데 독일인 2명, 영, 미, 불이 각각 1명씩입니다. 명장이라고 해서 모두 장수 신분이었던 건 아니고 천부적으로 왕족이었던 이들, 출세하여 군주까지 이른 이들이 두루 포함되었습니다.  


키루스 2세는 아케메네스 조 페르시아가 메소포타미아와 근동을 통일하게 만든 군주입니다. 그의 통일은 거의 최초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국가가 제국을 일군 사례인데, 그저 폭력적 억압과 공포 분위기 조장으로만 신민을 다스리지 않고 장기 비전과 통합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도 특기할 만합니다. p21에 컬러 지도가 두 폭 수록되었는데 역시 이다미디어의 이 시리즈는 예쁜 지도가 최고 강점입니다. 또 이 통일 페르시아는 건너편 반도의 그리스 여러 도시국가들에까지 심각한 우려를 끼쳤는데, 천 수백 년 후 낭만주의 사조가 휩쓴 유럽에서 이 키루스를 소재로 여러 멋진 그림을 남겼고 책에는 그 명화들이 올컬러로 실렸습니다.


손무는 병법서의 저자이기도 하고 명장이기도 했습니다. 역시 천 수백 년 후 빌헬름 2세도 황제였으면서 이 중국 고전을 탐독하며 감탄하기도 했고, 책에 나오는 대로 위 무제(조조)가 직접 주해를 하기도 한 고고이죠. p32에는 컬러로 정리된 표가 나오는데 회수 이남 3대국인 초, 오, 월의 군주들이 대순(代順)으로 정리되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될 시기에 초점을 두어 정리한 표인데 독자에게 깔끔하게 정보를 전달해 줍니다. "전하께서는 병서를 즐겨 논하실 뿐 실제의 용병에는..." 운운하는 손자의 말은 여러 사서에 등장하여 독자들에게도 익숙한데, 아마 빌헬름 2세한테도 똑같이 적용될 듯합니다. 항상 현실에 무지하고 탁상공론에만 능한 왕들이 문제입니다. 

백기는 섬멸전의 주역으로 저자께서 평가하는데 아마 기록상의 과장이 있긴 하겠으나 40만명의 조나라 군사를 생매장한 사례는 역사 어디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기 힘들 듯합니다. p63에 심플하게 도식화한 장평 전투의 대진도가 역시 한눈에 쏙 들어옵니다. 고대에는 이처럼, 물산이 풍부하여 많은 수의 백성을 넉넉히 잘 먹이던 느슨한 기강의 나라가, 척박한 변방에서 상무적 기풍을 유지하던 나라에게 큰 일격을 당해 일시에 국세가 무너지는 예가 많았으나, 현대전은 물량과 보급 위주이므로 이렇게 가기가 매우 힘듭니다. 군국주의 일본도, 만만히 보던 미국한테 된통 당하고 무조건 항복 문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귀족이었던, 정복 군주로 내내 자라날 운명이었던 항우와, 정치 99단이었던 서민 출신 유방 사이의 건곤일척 항쟁으로만 알던 초한 쟁패기에서 사실 진정으로 군신이라 불릴 만한 이는 한신이었습니다. p73에 컬러로 초와 한 사이의 일전일퇴상이 잘 정리된 지도가 나오는데 산동 반도를 보면 제(齊)가 표시됩니다. 이 제나라가, 한신이 유방더러 가왕(假王)을 삼아 달라고 했던 그 땅이며, 책사 괴철이 자립을 권할 때 그 기반으로 삼으라고도 했습니다. 괴철은 철(撤)이라는 이름자가 한 무제의 휘와 같다고 하여 <사기>에는 내내 괴통(通)으로 피휘됩니다.   

알프스를 넘는다, 혹은 적이 전혀 생각 못한 난지형을 넘어 기습공격을 감행한다고 하면 첫째 자신을 따르는 수많은 병졸과 장교들에게 무리한 작전을 감행하고도 동의를 얻을 만한 지도력이 있어야 하며, 이 장군을 따라가면 위험해도 그만한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 마음속으로부터 솟아나야 합니다. 둘째로 경험이 아주 많거나 임기응변에 아주 능하여 자연지형상의 각종 난관을 요리조리 잘 피해가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크게 경영 역량으로 볼 수 있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데 한니발에게는 이런 재주가 있었던 것입니다,.물론 그는 야전에도 능해서 그가 이끄는 군대와 정면으로 붙어 이길 수 있는 사령관이 로마에는 없었습니다. 마치 연의의 제갈량이나 19세기 초 유럽의 나폴레옹 1세와 같았습니다. 책에는 이 파트에서 모두 세 점의 지도가 나와 한니발의 천재성과 최후의 비극성을 독자에게 잘 이해시킵니다. 물론 그를 이긴 스키피오도, 러시아에서 끝내 나폴레옹을 격퇴한 쿠투조프만큼이나 명장입니다.


한니발이라는 대적(archenemy)을 퇴치한 로마는 이미 원하든 않든 자신의 방식으로 지중해 세계를 지배하고 있었는데, 계속 내치를 공화정으로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오리엔트처럼 제정으로 갈 것이냐의 기로에 섰었습니다. 이 책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두 파트에 걸쳐 다루는데, 전편은 골 족을 물리친 외정에 초점이 놓이며, 후편은 폼페이우스 등 로마 내부의 정적을 꺾는 과정을 분석합니다. 그는 로마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화족이었던 데다 교양이 풍부하여 단순한 무인이 아니었고, 그저 무지한 자들을 사탕발림으로 선동하여 얄팍한 사탕발림으로 한몫 잡으려는 사기꾼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p115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그의 일대기가 나와 거인의 자취를 엿보게 합니다.

보통 사산 조 페르시아와 헤라클리우스 황제의 비잔티움(동로마) 제국이 공연히 항쟁하다 신흥 사라센에게만 좋은 일 시켰다고 비웃지만 이슬람 제국 역시 그만한 역량이 있었기에 "이삭줍기"가 가능했으며 할리드 이븐 알 왈리드 같은 명장이 정통 칼리프들의 명을 잘 받들어 동로마를 효과적으로 격퇴하지 않았더라면 이후 수백년의 영화가 없었을 뿐 아니라 현재 중동 사람들이 무슨 종교를 믿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런 명장도 결국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역사에서 쓸쓸하게 퇴장한 건 한(漢)나라의 한신(韓信), 청나라의 연갱요, 융과다 등과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앞에서 백기의 잔혹함에 전국 시대 백성들이 치를 떨었다고 했으나 칭기즈칸의 손자 훌라구 , 또 그의 후손을 자칭한 티무르 등이 메소포타미아와 페르시아에서 각각 자행한 대량 학살은 한동안 해당 지역에서 문명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철저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졌습니다. p259에는 티무르가 오스만 투르크 황제 바예지드 1세와 일합을 겨룰 때 양군이 어떤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도식화가 나옵니다. 바예지드는 이 전투에서 티무르에게 져 그의 몸뚱이가 발받침으로 쓰이는 치욕을 당했다고 하며, 그의 아내는 옷이 벗겨진 채 춤추기와 술따르기를 강요당했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구스타프 아돌프는 스웨덴의 왕이면서 병법에도 능했던, 북부 유럽의 오랜 군사적 정통을 제대로 상징하는 아마도 마지막 군주였지 싶습니다(물론 고유의 군주정은 지금까지 이어집니다만). 귀신 같은 솜씨를 자랑했건만 역시 병법의 천재였던 발렌슈타인과 한판 붙다 전사하고 30년 전쟁은 이제 합스부르크 제국이 전 유럽을 가톨릭 기치 하에 통일하기 직전까지 갔습니다만 난데없이 같은 구교국인 프랑스가 개입하여 결국 유럽은 종교상의 할거 시대로 진입합니다. 이후 상무의 전통이 완연한 프로이센이 특히 프리드리히 대왕의 영도 하에 열강으로 자리잡고 발전하다가 나폴레옹의 grande armee 앞에 무릎을 꿇습니다.


전략전술은 그것이 아무리 과거에 찬란하게 효율을 발휘했다 해도 현재의 기술 여건을 최대한 반영해야 실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투하체프스키 같은 명장도 이미 소련에서 현대적인 군사 교리를 성립시켰으나 스탈린의 어리석은 판단 때문에 그 성과가 사장될 뻔했습니다. 독일에는 하인츠 구데리안 같은 천재가 기갑사단 운용에 걸맞은 원칙을 발전시켰고 아르덴을 통한 프랑스 진입에서 혁혁한 공적을 세워 그 천재성을 세상에 증명했습니다. 전격전의 위력을 잘 보여 주는 지도가 p401에 잘 나옵니다.  

특히 전쟁사는 지도와 함께 공부해야 그 정확한 의의를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인이신 김정준 저자의 정확하고 명료한 서술과 함께하는 "지도로 읽는다" 시리즈가 이다미디어에서 계속 출판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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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 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 애도의 방식(안보윤) | My Reviews & etc 2023-09-2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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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안보윤,김인숙,신주희,김병운,지혜,강보라,김멜라 저
북다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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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수상작품집들을 읽어 보면 꼭 대상수상작뿐 아니라 같이 실린 우수상 수상작들, 기수상작가 자선작 등도 재미있습니다. 이번 연도(2023) 작품집에서 저는 대상수상작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김멜라 작가의 <이응 이응>에 더 큰 흥미를 갖고 감상했습니다. 작년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읽지 못했습니다만 찾아 읽어 볼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3년 전 8월 이 작가분의 <적어도 두 번>을 읽고 독후감을 남긴 적 있습니다.


미도파(p10)는, 대상수상작 <애도의 방식>에서 어느 찻집(작품의 제재) 이름으로 쓰입니다. 미도파라고 하면 나이 드신 분들에게는 대농그룹이 운영하던(현재는 롯데 소속) 남대문상가의 백화점이 떠오르겠습니다. 또 1980년대 최강 전력의 실업 여자배구단 이름이기도 하며(같은 기업이 운영), 현 프로 흥국 핑크스파이더스의 직전 감독, 현 KBS 해설위원 광주광역시 출신 박미희씨 같은 이름이 연상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하고많은 이름 중에 왜 하필 "미도파"가 선택되었을까 하는 점입니다.


작중 찻집 미도파의 실내나 분위기 모두 촌스럽다고 합니다. 특히 인테리어 중 체리색 몰딩(p10)은 요즘 젊은 2030 여성들이 질색을 하는 획일성과 갑갑함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무려 이효석문학상 작품집에까지 체리몰딩이 끌려나와 욕을 먹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체리몰딩이 그리 싫지 않고 호불호가 덜 갈리는 무난한 선택인데 왜들 그러나 싶지만 여성들 사이 최신 트렌드가 그렇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동주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는 어른들 때문에 내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듯합니다. 어떤 할머니(제 몸뚱이가 다 썩었다는)는 구태여 찾아와 네가 돈가스집 아들 아니냐(p21)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혼동하기까지 합니다. 이 부분이 가관이죠. 어리석은 대중은 사건이 터지면 자신이 법관, 정의의 사도나 된 양 목소리를 높여 판결문을 읊어 대지만 이처럼 기초적인 사실 관계도 모르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바로 자신이, 사건의 가해자보다 더한 악을 저지르기 직전임을 알기나 할까요? 더 기가 찬 건 진실을 말해 달라며 피해자인 동주를 귀찮게 구는 승규의 모친입니다. 우리 독자가 이미 짐작한 대로, 또 작품 끝에 다 밝혀지는 대로, 진실은 웬 양아치가 미쳐 날뛰다 개죽음을 한 것이며, 심지어 죽고 나서도 남한테 폐를 끼친다는 거네요.


"제가 쫓아낸 것보다, 댁의 아이가 개o끼처럼 군 게 더 문제 아니겠어요?(p43)" 요즘은 사회 곳곳에서 갑질이 문제입니다. 최근에는 교원들이 고생을 했나 봅니다만 원래는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버르장머리없는 아이들을 대동한 일부 부모들 때문에 온갖 고충을 다 털어놓곤 했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을 놓고 절대악으로 타매할 것은 아니며, 제도적 허점은 보완하되 개별적으로 누가 잘못을 했는지 세심하게 가려서 따져야 합니다. p45에 보면 문이 닫히면서 자칫 사고가 날 뻔했다는 서술이 있는데 실제로 어느 치킨집인가에서 애 손가락을 다친 사고 때문에 몇 년 전에 소송이 난 적도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니, 한국 사회 어디서나 갑질 악성민원 없는 데가 없는데, 왜 교원들만 이렇게 민감하게 구나요?" 이 작(<너머의 세계>)의 오연수 선생 같은 분을 보면 명백하게 악질한테 잘못 걸린 사례가 맞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교원이 희생자이고 학부형은 이기주의의 귀신이 씐 악마일까요? 사례를 보다 보면 정반대 케이스도 많습니다. 단지 나이 어린 교원이 유독 타겟이 되고 이들이 사회 초년생이다 보니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양심이 여려서 사고가 날 뿐입니다.이 작에 나온 학생놈은 커서도 양아치 말고는 될 게 없는 싹수가 노란 망나니인 게 또 분명하고 말이죠.


"역시 나이가 문제인 걸까.(p101)" 본인도 잘 알고 있겠으나 문제인 건 나이가 아니라 뒤떨어진 감각이며 헛된 추억의 자취에 대한 공연한 집착입니다. 나이 탓을 하면 다만 본인 마음은 당장 편하겠죠. 요즘 세대는 문자 소통에서 마침표 같은 구두점을 쓰지 않고, 특히 말줄임표(p134)는 극혐한다는데 나이 든 세대는 이걸 전혀 의식 못합니다. 그런가 하면 p125에는 ㅋㅋㅋ ㅎㅎ 같은 초성체도 나옵니다. 이 작(<세월은 우리에게 어울려>)에서 단발이 두 번 언급되는데 하나는 "애나의 희끗한 단발머리(p132)", 다른 하나는 바로 앞 페이지의 요가복 입은 백인의 칼단발인데 작중에서는 구태여 "칼로 자른 것처럼 반듯한 단발머리"라고 풀어 쓰셔서 약간 의아했습니다. 

이제는 원로라고 봐야 할 김인숙 작가님의 <자작나무 숲>도 있는데 그래서인지 작품 제목도 (신작인데도) 오래 전 작품인 듯 착시가 일어났습니다(제 개인적으로). "가스보다 더 유독했던 건 할머니에 대한 나의 불안이었다(p184)." 우리는 누구나 늙고 언젠가는 쓸모, 볼품 없어지니 노화나 노인을 타자화할 일이 절대 아닙니다만 현실은 또 그렇지 못합니다. "아무것도 버릴 수 없어요. 왜죠? 모든 것에 다 기억이 있어서요.(p203)" 그다음 말이 걸작입니다. "어떤 기억인가요?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지혜 작가의 <북명 너머에서> 중 "북명"은 가상의 백화점 이름입니다. "나는 그 구덩이를 사랑했다는 걸, 절망한 이무기와 이별과 실패한 오욕이 고인, 빈 연못을 한없이 원했다는 걸 깨달았다(p242)." 같은 백화점에 입주한 매장이라고 해도 평수가 다르고 번창하는 정도가 달라서, 직원들은 위화감을 느낄 만합니다. 키가 훤칠하고 세련된 모델처럼 생긴 조옥(p243)은 그녀를 오빠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합니다(p247). 작품 말미에 이르러서야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기억"이, "이무기가 돌아올 때까지" 바라보아집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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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변학수 譯, 미래지식 | My Reviews & etc 2023-09-2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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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변학수 역
미래지식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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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괴테가 젊은 시절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지은 이 작품은 청춘기의 불 같은 고뇌, 말그대로 슈트룸 운트 드랑의 체화라고도 할 만한 감정의 격동을 잘 표현한 고전으로 유명합니다. 작년 2월, 또 올해 3월(개정판)에 변학수 박사님이 옮긴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독후감을 남겼습니다. 이번에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입니다. 디자인은 올해 2월에 출판되었던 <데미안>과 비슷한 빨간색 표지의 반양장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손수 읽어 보지도 않고) 멋대로 짐작하듯 어떤 설익은 열정만 간직한 청년이, 어울리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맺어질 가능성도 없는 여인을 향해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다 제풀에 지쳐 자살하는 흔한 치정 스토리가 아닙니다. 일단 베르테르(베르터. 그러나 이 번역본의 표기를 따르겠습니다)는 젊은이이기는 하나 공사(公使. minister. Gesandte) 밑에서 비서 임무를 수행하는 등 일정 소양을 갖춘 사람입니다. 또 로테에 대해 품은 연정도 일차원적이고 맹목적인 욕망이 아니라 꽤나 정제되고 정중한 감정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엄혹한 현실에 대한 자각도 없이 폭주하다 마침내 현타가 와서 거꾸러지는 요즘 치정극의 전형과는 너무도 다르며, 베르테르나 로테나 그들이 어떤 제약 하에서 플레이하는지 너무도 잘 압니다. 베르테르나 로테나 우리 선입견보다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들이며 이보다 수 세기 전의 단테, 베아트리체의 평면성과 매우 대조됩니다.


많은 이들은 스탕달의 <적과 흑>, 단테의 <신곡> 둘을 적절히 섞어 두면 이 작품이 나오지 않겠냐고도 하는데, 일단 <적과 흑>은 이 작보다 뒤에 나왔을 뿐 아니라, 이 작보다 훨씬 통속적이며 주제의식도 더 저급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적과 흑>을 즐겨 읽었고 캐릭터들의 생동감이나 풍자 기조도 높이 평가합니다만, 지금 이 작의 정제된 형식미(<적과 흑>에 비해)와 고상하고 진중한 방향성에 뭐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태여 서열을 매기자면) 괴테는 스탕달보다 지성으로나 인격으로나 몇 레벨 위의 문학가입니다. 물론 괴테는 문학가 이상의 위인이기도 합니다.


"로테를 너무 많이 만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지켜질지!(p58)" 매번 이렇습니다. 베르테르 같은 20대 젊은이들뿐이겠습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게 절제하려 든다고 사그라지는 게 아니며 연령대를 초월하여 당사자의 이성을 잃게 만듭니다. 알베르트가 정확히 보았듯이 베르테르는 매우 분별력 있는 청년(오늘날 감각으로는 소년에 가깝습니다만)입니다. 이처럼, 배울 만큼 배우고 정신도 (나이에 비해) 충분히 성숙한 인물이 저런 운명으로 몰려 가는 과정이 이 걸작의 매력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베르테르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나 신재효의 이몽룡처럼,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상상이 안 될 만큼 어린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눈 먼 사랑에 빠지는 위험한 감정은 남자보다 여자의 경우가 더 어렵습니다. p69에 보듯, 베르테르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얼마 전에 발생한 "물에 빠져 죽은 어느 소녀" 이야기를 꺼냅니다. 행실이 착하고 집안일에만 열심이던 평판 좋은 소녀는 어느날 한 청년을 만나 자신도(세상 그 누구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베르테르는 이 소녀(의 사례)에 그리 과몰입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 가라앉을 감정을 그예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리석음에 안타까움을 표하기까지 합니다(물론 바로 뒤에 단서를 답니다만). 베르테르가 이런 치정 상황을 메타적으로 충분히 분석할 줄 아는 젊은이였다는 데 일단 방점이 놓이는 것입니다. 잘 훈련된 안정적 정서의 뻔한 궤도만 달리는 알베르트의 반응은 여전히 예측 가능하며 무미건조합니다.


베르테르는 시민 계층(p202)입니다. 시민 계급이라서 귀족들에게 경원시되었다는 말은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으나, 시민이라는 게 이 당시에는 제3계급이었습니다. bourgeois는 영어로도 독일어로도 부르주아지인데(이 작픔 중에 그런 말이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리 베르테르가 성실함과 유능함으로 무장해도 저 공사 같은 사람은 여전히 (여행 중의 방해물처럼) 그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C 백작(베르테르에게 호의를 보인)은 독일어 원어로 Graf C입니다. 구태여 이니셜이 C인 건 프랑스어의 comte를, 외국어 실력이 출중했던 괴테가 의식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문화적으로 독일이 후진국이었을 뿐 아니라 아예 "독일"이라는 정치 단위가 없었습니다만. 이 작품에서 구태여 "공사"라는 직책이 등장한 것도 당시 수백 개 영방(領邦)으로 쪼개졌던 독일 지역의 정치적 현실을 반영합니다. 


p90에 보면 조사(助詞) 하나에도 민감해하는 공사에 대해 불편해하는 베르테르의 진술이 이어지는데 사실 독일어뿐 아니라 대개 굴절어인 인도유럽어족에 조사(토씨)란 없습니다. 변 박사님이 느낌을 살려 의역하신 건데, 원어는 Partikel이며 영어로도 particle이라 부르는 문법용어입니다. 독일어의 Partikel은 부사, 접속사, 감탄사 등인데 우리가 고교 시절에 배운 분리/비분리전철 같은 것도 이에 속합니다.

정확하고 세심한 번역, 알찬 역자 후기 등도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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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NCS 출제기준 완벽적용 합격포인트 자동차 정비기능사 | My Reviews & etc 2023-09-23 15:06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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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4 합격포인트 자동차정비기능사 필기

GB자격시험편성위원회 저
골든벨 | 202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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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S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인재를 채용할 때 적용되는 가장 표준적인 기준이며 동시에 이런저런 공기업, 공무원 채용시험 출제범위이기도 합니다. 2022년에는 이처럼 자동차 정비기능사 시험에도 이 기준이 적용되어 어떤 표준적인 모듈에 의해 시험이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만큼 수험생들은 이 바뀐 기준과 체제에 적응해 나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이런 기능사 수험서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 도판이 일단 풍부하게 실려서 수험생의 이해를 도울 필요가 있고, 글자 크기가 너무 작아도 너무 커도 안 되며 시간이 없는 수험생들 눈에 한 번에 팍팍 들어오게 하는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또 각종 물리 공식이 자주 등장하므로 암기가 잘 되도록 시각적으로 예쁘게 배치하여, 가뜩이나 외울 게 많아서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수험생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주는 책이 좋은 책입니다. 수험생들은 이미 전공 시간에 그 핵심 원리를 잘 이해하고 졸업했다는 전제 하에, 그 기억을 잘 되살릴 수 있도록 간명하면서도 정확하고 쉽게, 이론 사항을 정리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p42에 설명이 잘 나오듯 건식 압축 압력과 습식 압축 압력은 그 측정 방법이 다릅니다. 엔진을 250~300rpm 이상으로 cranking시키고 4~6회 압축시킨다는 점은 두 경우가 같습니다. 그런데, throttle valve(스로틀 밸브)를 열기 전에, 습식의 경우는 점화 플러그 구멍으로 엔진 오일을 주입한 후 압축 압력을 재는 단계가 끼어들어간다는 게 큰 차이점입니다.


20세기 말에 들어 딱히 타이피스트라는 직업이 필요 없어졌듯이, 마이카 트렌드가 보편화하면서 남자라면 간단한 정비는 자기 손으로 하는 게 돈도 절약하고 일부 비양심적인 썩어빠진 공업사한테 (속된 말로) 눈탱이 맞는 일도 막는 지름길이 되었습니다. 대기업 차량 AS를 받는다 해도 어느 기사에게 걸리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르며, 소비자, 오너 본인이 잘 알아야 괜한 불이익, neglect를 면할 수 있습니다. 스로틀 밸브다 전자제어 연료 분사장치다 하는 말들은 더 이상 전문가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jargon이 아니며, 이런저런 재주에 능함을 과시하는(?) 남자들의 일상용어처럼 된 지가 오래입니다. 이런 책을 보고 공부를 해 보면, 그간 차를 똑똑하게 몰면서 하나둘 익혀 온 지식이나 감(感)이 드디어 하나로 통합되는 쾌감도 맛볼 수 있습니다.


냉각장치도 여러 종류가 있죠(p101). 요즘 차 모는 이들은 당연히 라지에타(=래디에이터)가 달린 수랭식만 대뜸 떠올릴 뿐 공랭식이라고 하면 "아니 무슨 오토바이도 아니고, 세단에 그런 것도 있나?"라고 할 만합니다. 디젤 트럭도 공랭식이 잘 없습니다. 그러나 아주 예전에는 공랭식 차량도 많았으며 1970년대부터 차 몰고 다니던 찐중산층들(지금은 돌아가시거나 노인들)의 대표 자가용 포니의 경우 공랭식이었습니다. 아무튼 차량 정비사의 경우 이 두 가지를 다 알아 두어야 그게 직업 본분을 다하는 길이겠으며, 향후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 부분적으로 이 공랭식이 살아난다고도 하니 원리를 알아 둬서 나쁠 거야 없습니다. 

연료 분사를 할 때 가솔린 차량은 대개 GDI 방식(p149)을 취하고 많은 운전자들의 경우 이게 눈에 익을 것입니다. 트럭이라든가 디젤 차량의 경우는 다릅니다. 요즘 모 정당의 어느 국회의원이 이른바 탄력 주차장 설치에 관한 법안을 발의했다고도 하는데, 커다란 트럭이 엄연히 차로인 구역에다가 버젓이 차를 대어 놓는 걸 보면 꼴사납기도 하고 이게 과연 위험하게 방치되어도 될까 싶어 개탄스럽기도 합니다.


아무튼, 그런 트럭들을 보면 전면에 엠블럼으로 CRDi라고 새겨 놓은 걸 지나가다 한 번 정도 보셨을 텐데, 이게 디젤 차량 연료 분사 방식들 중의 하나입니다. 이 교재에서는 p150 이하에 비교적 자세히 서술되었습니다. CR은 책에도 나오는 커먼레일의 약자입니다. 저 뒤 문제 파트 p180의 05번 문제, 07, 08, 09번 문제들에서도 이 사항을 다룹니다. Di는 다이렉트 인젝션, 즉 직접 분사의 약자인데, 이 장치의 자세한 원리는 기능사 시험이라면 필기보다 실기에서 자세히 터치합니다. 

자기유도 작용과 상호유도 작용에 대한 설명이 p430에 나옵니다. 이처럼 자동차 공학은, 물리, 화학 핵심 원리들이 집약된 첨단 기술의 집약 영역이며, 역학(dynamics. 力學) 중에서도 동역학, 유체역학의 중추적 명제들이 모조리 동원되므로 예사 두뇌가 소화할 수 없는 까다로운 학문입니다. 여기서도 점화 코일에 대한 교재의 일러스트가 필요한 부위만 선명하게 강조되어서 이해하기에 편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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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 GPT 10가지 인공지능 그림 그리기 | My Reviews & etc 2023-09-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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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챗GPT AI 국내 최초 10가지 인공지능 그림 그리기

최경희,허기도 공저
광문각출판미디어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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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일반인들도 인공지능 플랫폼에 들어가 키워드만 입력하고(or 불러 주고) 그림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한때는 내가 생각하는 줄거리나 컨셉을 내 손으로 선, 색을 통해 표현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고 해서 데셍배우기가 큰 인기를 끌었으나 이런 혁신적인 기술이 나옴에 따라 다시 주춤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직 AI가 익히지 못한 비선형적인 테크닉은 온전히 인간의 창의에서만 나올 수 있다고 하니 손재주의 영역이 완전히 밀려난 건 아닙니다.


챗지피티는 영어를 배운 엔진이므로 기본적으로는 영어만 알아듣지만 익스텐션인 프롬프트지니를 설치하거나, 다른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한국어 명령으로도 가능합니다. p24~p25를 보면 버전 3.5와 4의 차이가 나오는데, 3.5는 현재 무료로 쓸 수 있고 4.0은 따로 요금을 내야 한다고 저는 들었습니다. 3.5를 두고 "절절한 문맥 이해력"이라 평가한 대목이 재미있습니다. 물론 4,.0은 그보다 뛰어난, "더 긴 컨텍스트를 유지하고 미묘한 입력을 더 잘 이해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p69에 나오듯 이 엔진은 "명령어를 텍스트로 입력하면 자동으로 이미지를 생성한다"는 게 가장 본질적이고 또 강력한 기능입니다. 우리는(특히 남자애들) 어렸을 때 각종 이상한 생각을 하며 못된 낙서를 하기도 하다가, 내 솜씨가 (내 눈에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면 트레이싱지를 이용하여 잡지 같은 데서 잘된 윤곽을 베끼기도 했습니다. 그래봐야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올 리가 없었는데, 이제는 내가 앉아서 주문만 하면 최상급의 솜씨를 지닌 화가가 내 취향의 작품을 내가 원하는 컨셉대로 뚝딱 완성해 줍니다. 대단합니다.


어린이의 불측한 낙서 그 고도화와 효율화가 고작 이 엄청난 혁신의 성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업체에서 늘씬한 미녀를 광고모델로 쓰고 싶을 때, 이제는 피팅모델을 구태여 섭외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더 완전한 구도와 과감한 시각 이미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훨씬 적은 비용만을 들여서 구현할 수가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거 AI잖아?"라며 사람들이 그 패턴을 알아 보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개선이 이뤄지겠으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놀라운 결과물만 봐도 충분히 경이롭습니다.

일단 생성이 된 이미지를(생성 자체가 놀라운 기능입니다만) 편집하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p73에 나오듯 우리는 이미 다른 사용자가 생성한 이미지를 이용하여 2차로 새로운(변형된) 이미지를 따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그 절차도 아주 간단해서, 명령어 복사, 붙여넣기 과정으로 그냥 끝납니다. 다만 좀 조심해야 할 게, 책에서 잘 설명하듯이, 이미지를 한번 패닝하고 나면 이제는 이 방향으로만 패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횟수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p81을 보면 "모나리자를 고흐의 화풍으로 그려 주세요."라는 명령을 AI가 어떻게 수행하는지가 나옵니다. 솔직히 제 생각에는 그냥 고흐의 그림인데 피사체 하나가 모나리자(라고 애써서 볼 수도 있는)가 들어간 정도입니다. 뭐 여튼 재미있긴 합니다


빙 말고도 다른 그림그리기 AI도 많습니다. 이 책의 최고 장점은 다양한 엔진을 두루 소개하며 각각의 사용법을 잘 가르친다는 점입니다. p105 이하에는 레오나o도가 소개됩니다. 이는 무료가 아니며, 다만 이용자에게 150토큰(고유한 결제 단위)는 그냥 지급합니다. 이미지 생성 1회당 10토큰이 소요된다고 하니 신중하게 사용해야겠습니다. 요금제는 다양하니 관심이 있다면 하나 가입해서 이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엔진의 특징은, 교육 및 데이터 세트의 기능을 사용하여 맞춤형 AI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p121)는 점입니다.


다음에는 플레이o라운드라는 AI 엔진이 소개됩니다. 여기서는 구o 계정과 연동이 된다는 게 눈에 띄며, 주제별로 잘 분류된 커뮤니티 피드가 죽 소개된다는 게 특징입니다. 역시 요즘은 사업을 해도 관련 커뮤니티를 잘 생성하여 충성스러운 고객 집단을 초기부터 잘 육성하는 게 좋은 전략들 중 하나입니다.


비 디o커버의 경우 무료 버전, 유료 버전에서 이미지 생성하는 방법이 차이가 설명됩니다. 유료는 일회성으로 프로필 한 장에 140장을 생성합니다. 이렇게 결제 즉시 바로 140장이나 생성이 된다는 게 눈에 띕니다. 또 다른 사용자가 생성한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고(타 엔진은 이게 안 되기도 합니다), p185에는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고흐 스타일로 그려달라는 명령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결과물이 나옵니다. 이게 고흐(풍)의 그림인 줄은 대번에 알겠지만, 황무지("4월은 잔인한 달...")의 그 절절한 심상이 잘 구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역시 AI는 AI이며, 인간의 창의력은 고유의 영역이 아직 많이 남았습니다. 

선명한 사진들을 써서 이용자에게 어떻게 따라할지를 또박또박 쉽게 가르쳐 주는, 더군다나 다양한 엔진사용법과 특징을 두루두루 다 가르쳐 주는 친절한 책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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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 | My Reviews & etc 2023-09-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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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물아홉 생일에 헤어졌습니다

남아린 저
마시멜로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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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만남은 설레고 벅찬 감정으로 시작합니다. 하필이면 그 소중했던 사람과 (내) 생일에 헤어졌다면, 그래서 지인들에게서 발송되는 수많은 축하 톡을 무방비 상태로 받아내어야 한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요. "나는 죽고 싶었습니다(p13)." 책을 보면 그 만남은 여태 6년 동안 이어졌다고 합니다. 사람은 아끼던 전자제품이 고장 나서 스티커 부착 후 갖다버릴 때에도 뭔가 마음이 아픕니다. 하물며 남친(여친)입니다. 젊은 시절 그 깊은 감정을 교류했던 상대는 평생 동안 기억에 남고 그래서 여성들이 구글 드라이브 등에 끝까지 그 흔적들을 간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여성들의 마음을 남자들은 이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쉽게 말하기엔 뭔가 좀 마음에 걸리긴 하네요.


"이렇게 달려와 준 고마운 사람들을 제가 평생 잊지 않게 해 주세요.(p19)" 누구라도 그 곁에 누가 있어도 있어 주기 마련이며 정말로 아무도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그 "있어 줌, 달려와 줌"을 너무 자주 쉽게 잊으며, 그 이유는 배은망덕함이나 건망증이 아니라 대개는 "편안함, 익숙함"입니다. 우리가 우리 주변의 고마운 이들을 그저 펀안하게만 여기지 않기, 이런 자세만 유지해도 꽤나 괜찮은 사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어도 주변에 나쁜 사람으로 찍혀 손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는데, 웬만해선 이런 일은 잘 안 생깁니다. 평범한 우리들은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나는 걸 무척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추억이 계절마다 있어. 짜증나게(p92)" 재채기가 날 때 양쪽 콧볼을 누르면 멈추나요? 일단 재채기를, 어떤 엄숙한 자리나 심지어 수업 시간에도 멈추려고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정말로 참아 줘야 할 상황에서는 써야겠다 싶어서, 책의 이 가르침(?)을 기억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는 재채기는 그냥 나도록 놔 두는 게 기분도 시원하고 내 건강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추억도 마찬가지라서 갑자기 감정이 왈칵 나를 덮쳐 와도 이를 응급처치로 억제할 방법은 (아마) 없고, 또 그럴 이유도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센치해진다고 죽을 지경까지 가진 않습니다. 다만 당장은 몹시 힘들긴 합니다.


"풍요롭게 사는 사람은 그 자체로 빛이 납니다(p153)."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남 바쁠 때 혼자 자판기 커피 앞에서 가오 잡는 사람은 대개 얄밉더라는 기억입니다. 그 사람의 느긋함이 내 똥줄 탐으로 이어진다는 피해의식 때문일까요? 내가 발악(책에 나오는 표현입니다)할수록 그 사람은 빛이 더 나더라... 이게 저자의 고백입니다. 모두가 어떤 합의(?) 하에 잠시의 간격을 갖는다면, 근거없는 피해의식은 동시에 청산되고 모두가 여유를 풍기는 멋쟁이가 될 수 있겠습니다.


안전장치(p204)라는 게 있습니다. 더 큰 일로 번지기 전에 멈춰 주는 장치입니다. 우리는 가끔 우리 자신의 감정에만 너무 충실해서 안전장치를 무시하고 폭주합니다. 이 폭주의 난장판은 결국 남이 치워줘야 합니다. 자기 말에 책임을 못 지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내 욕구가 나를 결국 지배한다느니 뭐니 한심한 소리를 하는 사람은 무책임한 인간, 안전장치가 고장난 인간입니다. 시한폭탄 같은 인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결코 그런 민폐덩어리는 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결국 잘 맞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p268)" 참 슬픕니다. 처음에 그 설레는 순간, 보기만 해도 너무 좋았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더 슬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감정은 더 성숙해지고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입니다. 어차피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일 뿐입니다. "생각해 보니 나는 나 혼자서도 잘살았어(p306)." 혼자 보냈던 크리스마스가 대체 몇 번이었나요? 그만큼 더 튼튼하고 성숙한 내가 되어 가는 겁니다.


사실은 다 심각한 이야기들인데 그림이 귀여워서 마치 별 것 아니었던 상황처럼 잘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매우 슬펐던 순간들입니다. 누구에게나 다 있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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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엽서북 100 | My Reviews & etc 2023-09-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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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엽서북 100

편집부 편
아르누보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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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북입니다. 엽서북이라는 포맷은 저 개인적으로는 처음 접해 봅니다. 형식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엽서 100장이 들었고, 그 중 열 장은 홀로그램을 입힌 것입니다. 말이 엽서지 이런 고급품을 누가 우표 한 장 붙여서 엽서로 소비하겠습니까(제 생각일 뿐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안부를 그렇게 전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포카(=포토카드)로 여겨도 될 굿즈입니다. 예쁩니다. 또 내용물뿐 아니라 풀컬러 컨셉 케이스가 전체 가치의 절반 정도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마블은 현재 엑스맨 연작도 접고 어벤저스 크루들의 이야기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입니다. 원래 마블은 라이벌 DC의 캐릭터들에 비해 영상물에서는 좀 밀리는 추세였습니다. DC의 대표 주자인 슈퍼맨 프랜차이즈가 워낙 인기가 좋았으며, 원더우먼 시리즈도 린다 카터의 압도적인 비주얼 덕에 세계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습니다. 21세기 들어 마블의 엑스맨이 인기를 끌고, 2008년에 (로다주까지 회생시킨) 아이언맨이 빅히트를 쳤으며,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가 약간은 애매한 평가를 받으면서 양사의 우월이 역전되기 시작했습니다.


독특하게도 아이언맨은 솔로 연작을 3편에서 접었는데, 스파이더맨은 앞에 두 번이나 영화판으로 대형기획이 나왔었는데도 세계관을 다 갈아엎어 21세기 후에만 세번째로 리부트를 하고 지금까지도 계속 나옵니다. 스파이더맨에 다른 캐릭터들까지 끼워넣어 어벤저스 일부가 이리로 이사를 온 느낌입니다. 세번째로 리부트한 스파이더맨은 피터 파커의 원맨쇼 진행이 아니라, PC 가치를 대변하는 다양한 친구들을 주변에 배치하여 복합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런 스파이더맨이, 영화판 아니라 애니메이션 버전에서는 더 과감한 혁신을 꾀했습니다. 피터 파커뿐 아니라 모든 인종, 모든 성별, 모든 연령대, 심지어 모든 생명체들에까지 스파이더맨의 문호를 개방했습니다. 이제 흑인, 여성, 어린이, 강아지까지 스파이더 수트를 입고 특유의 초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시대나 공간도 다양하게 바뀌기까지 합니다.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란 그냥 비유적으로 자주 쓰이는 관용구인데, 이 기획에서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이 우주 저 우주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마음대로 넘나드니 그게 바로 멀티버스(multiverse)이며 스파이더맨 고유의 개방성 때문에 이게 더 확실하게 구현되었다고 하겠네요. 개방성, 포용, 톨레랑스, 그 다음에 올 말은 자유와 평화입니다.


스파이더맨 수트는 다른 초능력 히어로 코스튬과는 달리 얼굴이 안 보입니다.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 2편을 보면 닥 악(Doc Oc)과 갖은 사투 끝에 옷은 다 찢어지고 얼굴이 드러난 스파이더맨을 보고 대중들이 깜짝 놀라("뭐야, 어린애잖아?") 우리가 그를 지켜줘야 한다며 분기탱천하여 빌런과 맞서는 감동적인 장면이 있습니다. 이 점, 즉 얼굴이 평소에 안 드러난다는 점에서 스파이더맨은 외형으로 사람, 혹은 생명체를 차별하지 않는 평등의 가치, 그리고 참여의 미덕이 구현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엽서북을 보면, 아티스트가 작품의 이런 메시지, 교훈을 깊이 이해하고 난 후, 선 하나 배색 하나 캐릭터의 동작 하나까지, 상징적 의미를 충분히 고려하여 형상화한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스파이더맨(들)의 우주(들),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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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캐나다 '23~'24 최신판 | My Reviews & etc 2023-09-21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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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렌즈 캐나다

이주은,한세라 공저
중앙북스(books)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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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일찍부터 한국인들이 이민을 자주 갔던 나라였으며, 같은 북미 대룩에 속했으나 미국과는 또다른 사회 분위기가 있어 선호도가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학 연수 목적으로도 자주 찾아지며, 개성 있고 차분한 풍광 덕분에 여행지로도 널리 사랑 받습니다. 익히 잘 아는 나라라고 생각들 하지만 의외의 면들이 있어서, 꼼꼼하고 체계적인 여행서 한 권이, 사전 계획을 위해서건 현지에서의 참고용으로건 꼭 필요합니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은 나라입니다. 그래서인지, p54에 나오듯 기후도 다양하며, 사람이 살기 어려운 한대, 냉대 지대가 있는가 하면, 지중해성 기후까지 두루 분포합니다. 크게 다섯 부류로 나뉘며, 북극에 인접한 곳은 당연히 한대(寒帶)이지만 중부는 대륙성 기후라서 연교차, 일교차가 큽니다. 느낌상으로는 작고 조용한 나라만 같지만 이렇게 영토가 광대한 만큼이나 풍토가 천차만별이란 점이 재미있습니다. 

밴쿠버는 태평양에 접한, 캐나다 서부의 대표 도시이며 미국의 시애틀과도 거리가 가깝습니다. 프렌즈 시리즈의 일관된 장점이기도 한데, 밴쿠버까지 이르는 다양한 방법, 또 밴쿠버 시내를 이동할 수 있는 전철 등 대중교통편도 보기 좋게 인쇄되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버스에서만 쓸 수 있는 1회용 종이 승차권도 있다는 점입니다(p75). 마치 예전 세대가 쓰던 회수권처럼 말입니다. 한국과는 달리, 버스에서 거스름돈을 내어 주지 않으므로, 미리 잔돈을 준비하라는 실용적인 조언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통한 친환경 이동은 일찍부터 캐나다에서 발달했었습니다. 관광객 역시 이런 편리한 수단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책에서는 "조이 사이클" 등의 업체를 추천하는데 읽어 보면 역시 이곳의 사정에 밝은 저자분이라서 이런 적합한 이유를 대시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겨울 스포츠를 위한 리조트로 휘슬러가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꽤 유명한데, 책에도 나오듯이 이리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죠. 밴쿠버에 일단 떨어졌다가 오는 수밖에 없고, 밴쿠버 관광을 마치고 뭔가 약간 심심하면 당일치기로 들를 만합니다. 프렌즈 다른 시리즈에서도 그랬지만 메인 코스 외에, 옆에 바로 붙은 다른 명소 하나를 곁들여 소개해 주는 센스가 너무 좋습니다.   


캘거리는 원래 인지도가 아주 높지는 않았으나 1988년에 동계 올림픽을 개최하고 유명해졌습니다. 서부(태평양 연안)에서 큰 도시는 대부분 해안에 면했으나 캘거리는 내륙에 있습니다. 책에 나오듯이 여기는 로키 산맥 기슭이라서 거칠고 험한 자연의 풍광이 그대로 살아있는 지역이 많죠. 밴프, 쿠트니, 요호 국립공원도 죽 이어져서 볼거리가 붙어서 가는 지형이기도 합니다. 

이제 동부로 이어져서 온타리오 주 토론토가 소개됩니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에는 비(非) 미국 연고 팀이 딱 하나 있는데 그게 토론토 블루제이스이며 류현진이 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퀘벡 주 몬트리올에도 엑스포스라는 팀이 있었는데 현재는 DC로 매각되었습니다. p340에는 CN타워가 소개되는데 토론토의 랜드마크 중 하나이겠습니다.


마릴린 먼로 주연의 흑백영화 <나이아가라>도 있고, 슈퍼맨 영화판 2편에서도 클라크 켄트가 로이스 레인에게 정체를 들키는 장면이 이 폭포를 배경으로 전개됩니다(p376). 이 명소는 캐나다, 미국 양쪽에 걸쳐 있으므로 소개는 두 나라 접근 양면 모두에서 이뤄지며 이 역시 책의 자상한 배려입니다. p396에 보면 일만(一萬) 불(佛) 사리탑이 소개되는데 사실 나이아가라에 왜 이런 불교 시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튼 재미있는 지점입니다.


어느 나라이건 수도 관광을 빼놓을 수 없으며 오타와에는 국회의사당, 컨페더레이션 스퀘어, 자연사 박물관 등 딱 수도의 품격에 맞는 명소와 시설들이 있고 이 책에도 깨끗한 사진들과 함께 소개됩니다. 이어 몬트리올이 나오며 이곳 역시 1976년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곳입니다. 책에는 초보건 여러 차례 관광을 해 온 경험자에게건 유익할 여러 정보가 나옵니다.

프렌즈 시리즈는 읽을 때마다 그저 여행서가 아니라 인문서를 읽는 느낌인데, 책의 대미는 애틀랜틱 캐나다 지방의 소개로 채워지며 무엇보다 루시 몽고메리 여사의 고전 빨간머리 앤의 배경으로도 한국인에게 아주 친숙한 곳입니다. 여행은 그저 지역에의 무미건조한 이동이 아니라 순간순간 깨달음과 감동이 이어져야 하며, 그런 벅찬 체험을 잘 짜여진 여행서가 돕습니다. 역사가 짧고 심심한 캐나다일 것 같아도 이 책과 함께할 때 환상여행이 될 수 있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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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역사 - 소소의책 | My Reviews & etc 2023-09-2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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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학의 역사

존 서덜랜드 저/강경이 역
소소의책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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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주옥 같은 문학 고전을 읽고 자란 아이는 커서도 정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의 마음 속 운동장에는 라스콜니코프, 싱클레어, 베르터, 아드리안 레버퀸, 안나 카레니나, 달타냥 등이 뛰놀며, 척박하고 비열한 심성이 채 자리할 틈을 주지 않고 잔디를 가꿉니다. 그의 마음은 항상 지평선 너머 찬란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아무리 어두운 밤이라 해도 하늘 높이 뜬 달이 천 갈래로 흐르는 강의 표면을 일일이 아름답게 비춰 줍니다. "웃고 울고, 상상하고 공감하(이 책 앞표지)"게 하는 문학의 힘은 이처럼 놀랍습니다.


영국 문학의 비조로 꼽히는 제프리 초서는 그 이름만 들어도 약간은 비(非)영어적입니다.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도 우리가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서 그 이름이라도 한 번 들어 본 고전입니다. 이 책 p48에 나온 대로, 그의 본성(本姓)은 드 초서(de Chausseur)이며 이는 프랑스어로 제화공을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조상이 제화공이었든 뭐든 간에 그의 집안은 왕실과 연결되는 좋은 기회를 잘 잡아 성공했고, 제프리 초서의 대에 이르러서는 유럽 쪽과의 잦은 교류를 통해 큰 부를 일궜으며, 그에 따른 자유로운 향락의 삶이 작품에 잘 배어납니다. 사실 초서뿐 아니라 초창기 고전 문학에는 말초적 쾌락에 대한 우아한(때로는 노골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뒤 p225도 참조하십시오).

셰익스피어는 어떤 저자가 어떤 관점에서 문학사를 쓰든 반드시 한 챕터를 차지해야 하는 위대한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불가사의한 매력이 풍기는 게, 시적인 운율이라는 건 번역을 일단 거치면 그 상당수가 죽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은 다른 언어의 옷을 걸쳐도 그 특유의 박력과 아름다움, 기발함을 여전히 풍깁니다. 책에도 서술되듯이 그의 작품은 "결코 쉽지 않고 편안하지도 않지만 그 위대함의 일부가 그런 점으로부터 나온다(p74)"는 사실 역시 놀랍습니다.


킹 제임스 성경은 새로 들어선 스튜어트 왕조가 국력을 기울여 완성한 영역본이며 그 이전에도 영어 번역은 간간이 있었으나 이처럼 내용이 정확하고(당시 기준) 최고의 두뇌들이 한곳에 모여 정력을 기울인 역작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종교적 권위는 일단 차치하고라도 아름다운 문장이라든가 풍성한 비유와 상징(원전 자체의 힘에도 기댄) 덕분에 영문학사에서는 그 의의를 결코 가볍게 둘 수 없는 이정표요, 어느 시대에도 문학적 영감의 원천 노릇을 했습니다. "책 중의 책"이라는 저자의 평가는, 그리스어 비블리아(바이블의 어원)가 원래 "책"이란 뜻이었다는 사실을 떠나서도 지극히 타당합니다.

구 민사소송법 용어 중에 "채무명의"라는 게 있었습니다. 이 말은 전형적인 일본식 번역어로서 말만 들었을 때에는 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집행권원"이라는, 겉과 속이 보다 일치하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이 책 p106(제11장 中)을 보면, 영국에서 출판사가 저작권(판권)을 가진 작품 하나하나를 title이라 불렀다고 하는데(물론 지금도 같습니다), 이 타이틀이라는 단어가 원래는 "권리"를 뜻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왜 집행권원의 독일어 원어가 Schuldtitel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래 영미법계와 대륙법계가 생각만큼 그리 선명한 대조만 서로 형성하는 영역이 아닐뿐더러, 이런 몇몇 용례는 그 근원이 프랑스법이고, 후진국이었던 영국과 독일이 각각의 방법으로 다른 시기에 이를 계수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너무나 힘든 곳이며, 역경은 (결국) 개인이 헤쳐나가야 한다. 개인주의는 소설 문학의 핵심 요소가 된다. 그래서 소설 제목에는 개인의 이름이 든 예가 많다. 사일러스 마너, 톰 존스의 일대기, 에마...(p119)" 역으로 생각하면, 소설에 개인주의가 덜 깃들면 제목에 개인(캐릭터)의 이름이 떡하니 들어가는 경우가 적어진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 예로 들지는 않았으나 가장 극적인 케이스로는 <로빈슨 크루소>가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영국 문학처럼, 사람 이름만 떡하니 제목으로 내세우는 관습이 파다한 나라가 없지 싶습니다. 테스(p228), 주드 디 옵스큐어, 올리버 트위스트... 아닌 걸 찾기가 더 어렵네요.

제15장에는 "낭만주의 혁명가"들이 소개되는데 바이런 경, 월터 스콧, 존 키츠, 윌리엄 워즈워스, (이 장에는 언급이 없으나) 예이츠 등이 그 대표입니다. 그런데 영국의 낭만주의자들은 다른 나라처럼 그렇게 대책없이 낭만으로만 치닫거나, 현실의 쓰디쓴 모순에 대해 외면, 도피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실의 완강한 족쇄가 자신들의 발목을 잡고 있음을 시니컬하게 인식하는 태도를 작품 속에서 자주 드러내곤 하죠. 대신 이 "혁명가"들은 말보다 행동을 통해 보여 주는 바가 많았습니다.


제20장에서는 문학과 어린이에 대해 다루는데 앞에서도 말한 워즈워스의 공헌에 대해서도 언급이 됩니다. 워즈워스는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유명한 구절을 그의 시 <Ode>에서 읊은 바 있고, 이 점은 책 p189에서 저자가 직접적으로, 또 자세히 분석합니다. 사실 문학사를 개관하며 저자가 따로 어린이 문학, 혹은 문학에서 어린이가 특히 주제로 부각된 대목을, 따로 챕터 하나를 할애하여 짚는 예는 좀 드물게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모든 문학은 어렵든 쉽든 유년 시절에 충분히 향유할 필요가 있으며, 성인이 되어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범죄자, 괴물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습니다. 이 책의 주제 중 하나가 "불멸하는 문학"인데, 세상에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으려면 후속 세대가 계속 건전한 유산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겠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계관시인 하면 대뜸 떠오르는 사람이 앨프리드 테니슨 경인데 p212에 나오는 <경기병대의 돌격>이 유명하고 이 작은 20세기 중반에 들어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반전 패러디물이긴 하나). 공적이냐 시적이냐, 둘 중 시인은 어떤 미덕을 택해야 하느냐에 대해 저자는 동시대의 제라드 홉킨스를 그와 대비시켜 독자에게 고민해 볼 것을 권합니다. "변절"이라는 단어도 쓰이는데 아마 한국 같으면 "어용"이라는 단어도 등장했을 법합니다. 


히틀러 같은 이들은 무척 불만이 많았으나 1차 대전 후 성립한 바이마르 공화국은 브레히트 같은 작가의 활약에서 알 수 있듯 검열로부터 대단히 자유로웠습니다. 반면 밀(JS Mill)의 <자유론>이라든가 더 예전 존 밀턴의 <아레오파기티카> 등이 발표(p235)되어 애독되었던 영국은 의외로 엄숙주의가 오래 지배했기에 예을 들어 조지 버나드 쇼 같은 자유로운 영혼이 무척 힘들어했습니다. 검열의 지옥이었을 러시아에서 체홉 같은 이가 어떻게 활동했는지에 대해서도 책은 짚습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고독, 살만 루슈디의 신성모독, 귄터 그라스의 휴머니즘과 고발정신, 폴 오스터와 제임스 밸러드, 로렌스 스턴의 트릭(기법)은 우리 삶의 이면을 엿보게 돕는지혜를 제공합니다. 20세기 들어 새로 등장한 종합예술인 영화에서 이런 비전은 새로운 통로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문학은 인류가 호모 루덴스로 남는 한 영원히 그 핵심 도구로서 우리와 함께 갈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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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실무 이것만 알면 된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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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역실무 이것만 알면 된다

이기찬 저
중앙경제평론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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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무역실무는 관세사 등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공부합니다만 사실은 현업 종사자라고 해도 매뉴얼을 옆에 두고 수시로 참조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대체로 무역실무 매뉴얼은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긴 내용을 일일이 살필 시간이 없거나 휴대가 필요할 경우에는 이런 간단하고 요점만 잘 추려진 책이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 분야 지식이 없었는데 급하게 실무자들을 상대해야 할 때에 요긴할 책 같습니다. 

분량이 작지만 무역이라는 게 워낙에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 내용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 든 저자의 의도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p29를 보면 병행수입이라는 용어가 설명되는데, 워낙 많이 쓰이는 말이므로 무역 직접 종사자가 아니라 해도 대강은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 말인지 아는 사람들이 많겠습니다. "진정상품을 국내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허락 없이 수입하는 행위"라는 게 그 정의입니다. 원칙적으로 병행수입은 "일정 요건 하에 허용이 된다"는 게 우리 법의 태도입니다. 유통의 자유라는 게 있고, 독점수입업자의 폭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용사용권자 등이 원 권리자와는 별개로 거래계에서의 신용을 쌓은 업자라면 이는 보호를 받습니다. 그 사람한테서 사는 건 다른 사람한테서 사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병행수입이 허용되는지 여부는 관세청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라고 책에 나옵니다.


아무하고나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업종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객관적인 신용정보를 입수하려면 한국수출공사 사이트에서 그 회사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고 나옵니다(p51). 이 책에 나온 디앤비코리아는 현재 나이스신용정보와 합병하여 nicednb.com에서 서비스되니 착오가 없어야 하겠습니다. abc-companies.co.kr도 현재는 서비스되지 않으니 그냥 위에 언급된 곳을 이용하는 게 낫겠습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구태여 신용정보를 조회할 것까지는 없고, 수출보험 가입이 더 현실적인 수단이라고들 하죠.

신용장이라는 게 종류가 무척 많습니다. 이게 무역실무를 학교에서 책으로 배운 것과 현장에서 배운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특히 견질신용장이라는 걸 두고 어떤 이들은 낯설어하는데,  이건 일종의 담보로 잡는 신용장을 말합니다. 실제 사용을 막기 위해 견양(見樣)이라고 표기하는 게 흔한데 여기서 견(見)은 그런 뜻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서류에 consignee라고 적혔으면 그건 수출물품을 인도받을 사람 혹은 회사입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건, 신용장방식의 경우 신용장 상에 명기된 대로 기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vessel은 대개 선박이며, flight는 항공편입니다. 중량을 기재하는 방법도 다른데, net이 있고 gross가 있습니다.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여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알선, 조정, 중재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책에 나오듯이 중재는 일단 성립이 되기만 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대체로 알선과 조정은, 절차가 진행되는 중 어떤 타협의 여지를 쌍방이 기대하거나 탐색의 기회를 갖고 싶을 때 선택합니다.   


HSK번호라는 게 있는데 물론 업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대로 번호를 골라야 하겠으나 혹여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품목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이 책에는 특별소비세라고 표기(p114)되었으나 현재는 개별소비세로 크게 개편되었으므로 세법상의 업데이트 부분은 꼭 확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제방식도 요즘은 은행을 통한 TT방식이 가장 일반적이지만(p62), 그 외에도 DD, CD, CAD, 추심 등 여러 방식이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 알맞게 가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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