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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변학수 譯, 미래지식 | My Reviews & etc 2023-09-23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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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변학수 역
미래지식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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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볼프강 폰괴테가 젊은 시절 자신의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지은 이 작품은 청춘기의 불 같은 고뇌, 말그대로 슈트룸 운트 드랑의 체화라고도 할 만한 감정의 격동을 잘 표현한 고전으로 유명합니다. 작년 2월, 또 올해 3월(개정판)에 변학수 박사님이 옮긴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독후감을 남겼습니다. 이번에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입니다. 디자인은 올해 2월에 출판되었던 <데미안>과 비슷한 빨간색 표지의 반양장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우리가 흔히 (손수 읽어 보지도 않고) 멋대로 짐작하듯 어떤 설익은 열정만 간직한 청년이, 어울리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맺어질 가능성도 없는 여인을 향해 일방적인 애정 공세를 퍼붓다 제풀에 지쳐 자살하는 흔한 치정 스토리가 아닙니다. 일단 베르테르(베르터. 그러나 이 번역본의 표기를 따르겠습니다)는 젊은이이기는 하나 공사(公使. minister. Gesandte) 밑에서 비서 임무를 수행하는 등 일정 소양을 갖춘 사람입니다. 또 로테에 대해 품은 연정도 일차원적이고 맹목적인 욕망이 아니라 꽤나 정제되고 정중한 감정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엄혹한 현실에 대한 자각도 없이 폭주하다 마침내 현타가 와서 거꾸러지는 요즘 치정극의 전형과는 너무도 다르며, 베르테르나 로테나 자신들이 어떤 제약 하에서 플레이하는지 너무도 잘 압니다. 베르테르나 로테나 우리 선입견보다 훨씬 입체적인 캐릭터들이며 이보다 수 세기 전의 단테, 베아트리체의 평면성과 매우 대조됩니다.


많은 이들은 스탕달의 <적과 흑>, 단테의 <신곡> 둘을 적절히 섞어 두면 이 작품이 나오지 않겠냐고도 하는데, 일단 <적과 흑>은 이 작보다 뒤에 나왔을 뿐 아니라, 이 작보다 훨씬 통속적이며 주제의식도 더 저급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적과 흑>을 즐겨 읽었고 캐릭터들의 생동감이나 풍자 기조도 높이 평가합니다만, 지금 이 작의 정제된 형식미(<적과 흑>에 비해)와 고상하고 진중한 방향성에 뭐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태여 서열을 매기자면) 괴테는 스탕달보다 지성으로나 인격으로나 몇 레벨 위의 문학가입니다. 물론 괴테는 문학가 이상의 위인이기도 합니다.


"로테를 너무 많이 만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지켜질지!(p58)" 매번 이렇습니다. 베르테르 같은 20대 젊은이들뿐이겠습니까? 사랑이라는 감정은 그게 절제하려 든다고 사그라지는 게 아니며 연령대를 초월하여 당사자의 이성을 잃게 만듭니다. 알베르트가 정확히 보았듯이 베르테르는 매우 분별력 있는 청년(오늘날 감각으로는 소년에 가깝습니다만)입니다. 이처럼, 배울 만큼 배우고 정신도 (나이에 비해) 충분히 성숙한 인물이 저런 운명으로 몰려 가는 과정이 이 걸작의 매력 포인트라고 하겠습니다. 베르테르는 셰익스피어의 로미오나 신재효의 이몽룡처럼,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상상이 안 될 만큼 어린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으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눈먼 사랑에 빠지는 위험한 감정은 남자보다 여자의 경우가 더 어렵습니다. p69에 보듯, 베르테르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얼마 전에 발생한 "물에 빠져 죽은 어느 소녀" 이야기를 꺼냅니다. 행실이 착하고 집안일에만 열심이던 평판 좋은 소녀는 어느날 한 청년을 만나 자신도(세상 그 누구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베르테르는 이 소녀(의 사례)에 그리 과몰입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다 가라앉을 감정을 그예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리석음에 안타까움을 표하기까지 합니다(물론 바로 뒤에 단서를 답니다만). 베르테르가 이런 치정 상황을 메타적으로 충분히 분석할 줄 아는 젊은이였다는 데 일단 방점이 놓이는 것입니다. 잘 훈련된 안정적 정서의 뻔한 궤도만 달리는 알베르트의 반응은 여전히 예측 가능하며 무미건조합니다.


베르테르는 시민 계층(p202)입니다. 시민 계급이라서 귀족들에게 경원시되었다는 말은 그러려니 넘어갈 수도 있으나, 시민이라는 게 이 당시에는 제3계급이었습니다. bourgeois는 영어로도 독일어로도 부르주아지인데(이 작픔 중에 그런 말이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아무리 베르테르가 성실함과 유능함으로 무장해도 저 공사 같은 사람은 여전히 (여행 중의 방해물처럼) 그를 싫어하는 것입니다. C 백작(베르테르에게 호의를 보인)은 독일어 원어로 Graf C입니다. 구태여 이니셜이 C인 건 프랑스어의 comte를, 외국어 실력이 출중했던 괴테가 의식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당시에는 문화적으로 독일이 후진국이었을 뿐 아니라 아예 "독일"이라는 정치 단위가 없었습니다만. 이 작품에서 구태여 "공사"라는 직책이 등장한 것도 당시 수백 개 영방(領邦)으로 쪼개졌던 독일 지역의 정치적 현실을 반영합니다. 


p90에 보면 조사(助詞) 하나에도 민감해하는 공사에 대해 불편해하는 베르테르의 진술이 이어지는데 사실 독일어뿐 아니라 대개 굴절어인 인도유럽어족에 조사(토씨)란 없습니다. 변 박사님이 느낌을 살려 의역하신 건데, 원어는 Partikel이며 영어로도 particle이라 부르는 문법용어입니다. 독일어의 Partikel은 부사, 접속사, 감탄사 등인데 우리가 고교 시절에 배운 분리/비분리전철 같은 것도 이에 속합니다.

정확하고 세심한 번역, 알찬 역자 후기 등도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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