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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런던 '23~'24 최신판 | My Reviews & etc 2023-06-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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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렌즈 런던

한세라,이정복,이주은 공저
중앙북스(books)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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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은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대영제국의 수도였으며 국세가 많이 위축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국제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치는 강국의 심장부이고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 노릇을 합니다. 사정이 이러니 도시 자체가 세계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attraction이며, 런던을 가 보지 않은 이가 여행 좀 다녀 봤다며 어디서 내세울 수 없을 하나의 큰 이유가 됩니다.


p32에는 "생각보다 맛있는 영국 음식"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p250 이하에서도 따로 자세히 다루니 참조하십시오). 프렌즈 시리즈가 귀여운 점이 바로 이런 부분들입니다(독자의 의표를 찌른달지). 기껏해야 피시앤칩스 정도가 떠오르며 세계적으로도 최악으로 놀림 받는 게 영국 요리이지만 디테일을 좀 파고들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선입견을 좀 걷어내고 보면 (영국뿐 아니라 어느 나라의 요리라도) 괜찮은 별미가 많습니다. 책에는 5종이 모두 소개되는데 제가 (현지에서는 아니지만) 먹어 본 중에서는 선데이로스트가 괜찮았습니다. 물론 시장이 반찬이긴 합니다만.

서울도 오랫동안 한 나라의 수도 노릇을 해 온 터라 제법 분위기 있는 오래된 골목들이 (특히 강북 쪽에) 많습니다. 책 p48 이하에는 런던의 "색깔 있는 골목"들이 예쁜 사진과 함께 소개되는데 지인들로부터 듣기로는 특히 메릴본, 세실코트 등이 볼만하다고들 하더군요. 유서 깊은 도시는 이처럼 그윽하면서도 현지색 물씬 나는 골목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p55에는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이 소개되는데 두 말이 필요없을 대한민국 월클 손흥민의 소속 구단 홈구장입니다.  


영국에 들어가려는 이들이 대부분 거치는 히스로 공항도 그 자체로 런던의 명물이겠습니다. 지하철이 세계에서 최초로 생긴 곳이 바로 런던이니만큼 여행객들도 그저 대중 교통 수단 이용이라는 의의 외에 역사적 의의도 새겨 볼 만합니다. p78에 나오는 mind the gap이란 문구는 한국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여러 맥락에서). 런던, 혹은 영국이란 나라의 문물 전체를 상징할 만한 빅벤(p92), 근대 의회민주주의의 요람 구실을 톡톡히 한 House of Parliament 역시 뜻깊은 건축물들입니다.  

한국인들에게도 보헤미안들의 아지트로 잘 알려진 소호(Soho)가 또 런던의 명물로 빠질 수 없습니다. 책에서는 그러나 이 구역의 어두운 점도 슬쩍 찔러주며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는 평가를 덧붙입니다. 사실 해외를 다니다 보면 당황스러운(?) 면모가 반드시, 어느 도시에서나 발견이 됩니다. 그런 곳에서 꼭 현행법까지 어겨가며 현지의 추억을 만드는 모험을 감행할 필요야 없겠습니다만 여튼 런던(혹은, 다른 어떤 도시라도)은 런던이기에 런던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도 해 봅니다. p129에는 왕립 미술원(RA)의 웅장한 전면이 프렌즈 특유의 선명한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독자를 설레게 합니다.


닥터가 아니었는데도 닥터로 기려지는 당대 최고의 문필가 새뮤얼 존슨. 그가 저작을 남긴 본거지였던 우아한 저택도 이처럼 관광지로 개발되어 전세계로부터 영문학도들을 맞이하고 있네요. 책에서는 18세기 런던 건축물의 한 전형적인 양식 보존으로도 의의가 크다고 평가합니다. 런던은 또 세계 금융의 수도이기도 하기 때문에 특히 뱅크 디스트릭트에 가면 다양한 모습을 한 빌딩들을 구경할 수 있겠는데 p164 이하에 예쁘게 잘 소개가 되네요. 시사 퀴즈로도 자주 출제되는, 폐 화력발전소를 개조하여 만든 테이트 모던도 런던의 명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테이트 모던 카페테리아는 저 뒤 p282에 따로 소개됩니다).

영국은 또 세계 패션의 거점이기도 합니다. p304에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샵이 소개되는데 특히 책에서는 아무도 생각 못한 모델을 기용하여 단숨에 그 창의적 컨셉을 대중의 뇌리에 심었던 사례를 상기하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건, 런던에는 없는 브랜드가 없다고 하면서, p305 이하에서 "영국 브랜드는 아니지만 런던에서 볼 수 있는" 인기 브랜드들도 한데 모아 소개해 주는 점입니다.

책이 최신판이다 보니 작년 9월 별세한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묘소가 언급되기도 하는데 물론 윈저 성(p346)에 대한 소개입니다. 가는 방법, 내부 지도, 성 내 명소 소개가 자세합니다. 윈저 성 내부 건물은 아니지만 윈저 성과 가까이 있는 이튼 칼리지도 소개되는데 영국을 이끌어 온 그 숱한 지도자들의 요람이라고 생각하면 각별한 경의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프렌즈 시리즈를 읽으면 저는 언제나 인문서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드는데 p376 이하에 영국 역사의 중요 터닝 포인트, 인물들 소개가 재미있습니다. 초서부터 셰익스피어까지, 디킨스에서 조앤 K 롤링까지! 한 나라의 힘은 이처럼 군사력이나 경제력뿐 아니라 문화의 면면한 전통에서도 기인하는 것입니다. 역시 프렌즈는 여행가기 전 계획 세울 때뿐 아니라 현지에까지 반드시 휴대해야 할 컴패니언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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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현의 친절한 사회과학 | My Reviews & etc 2023-06-08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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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임수현의 친절한 사회과학

임수현 저
인간사랑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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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현 선생님의 "친절한" 시리즈 두번째 권이 드디어 나왔네요. 작년('22) 2월달에 <친절한 인문학>이 발간되어 저도 읽고 리뷰를 올렸더랬습니다. 그저 친절하기만 한 게 아니라 내용도 정확하며, 아직도 사회과학이 어려운 독자들에게 개념을 쉽게 잡아줄 뿐 아니라 앞으로 더 심화한 수준의 독서, 공부를 도와 줄 길라잡이 노릇도 해 줍니다. 기초가 튼튼해야 그 위에 높은 탑을 쌓을 수 있듯, 쉬우면서도 정확한 책으로 첫걸음을 떼어야 독자에게 발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 최고 명문대를 졸업하시고 대기업연구원, 국회정책비서관, 지상파 방송인, 인기 유튜버 등 다채로운 경력까지 쌓은 사기캐 임쌤의 책이라서인지 이번 책도 최고였습니다.  


사회과학 고전 명저 20선이 어떤 책으로 시작할지 궁금했는데 올해 탄생 300주년이기도 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 첫 테이프를 끊은 건 아주 놀랍지는 않았으나, 배달앱 이야기부터 꺼내시는 그 서두를 읽고서는 좀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체 배달앱하고 국부론이 무슨 상관이람? 그러나 임쌤은 정말 기발하게 이야기를 이어가시는데,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제때 따박따박 받아먹을 수 있는 건 음식점 사장님들이나 라이더, 혹은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대표가 이타적이라서, 배고픈 우리들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렇게 된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타심, 박애주의로 무장한 분들은 사회의 빛과 소금과도 같은 분들이죠. 하지만 그런 분들은 소수일 뿐이며 사회 구성원 다수가 그런 착한 마음을 갖기를 당장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개개인의 이기심이 우리 모두의 이익이다(p24)." 각자에게 자신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보장하는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만 하면, 라이더나 식당 주인, 앱 중개사업자, 시켜먹는 우리들 모두 윈-윈이 된다는 뜻이겠습니다. 


이기심이 의외로 모두의 풍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결론 말고도 <국부론>에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주장이 많았습니다. 중상주의가 주장하던 금 축적론에 반대하여, 금을 잔뜩 쌓아놓은 나라가 부자가 아니라, 쓸모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활발하게 사회에 유통되는 나라가 부자라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당시로서는 이런 주장이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돈다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과도 같았겠습니다. 개인이야 저축이 많으면 좋겠지만 위정자는 그런 식으로 국가 거시경제를 운용하면 안 되며 국민들이 실제로 누리는 효용을 극대화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는 거죠.

임쌤은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내용도 바로잡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시장 만능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는 실제로도 온화하고 침착한 품성의 소유자였는데 이런 분들의 특징이 어느 한 가지 도그마나 이데올로기에만 기대어 모든 것을 재단하려 들지 않는다는 거죠. 시장은 물론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기제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사회와 국가가 올바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 외에 <도덕감정론>도 저술했으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공감의 동물이기에 공동체가 이기심의 정글로 타락하도록 방치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정치 이념은 그것이 아무리 완전무결한 체계를 지녔어도 현실에서 올바로 작동해야만 가치가 있습니다. 프랑스 사람 알렉시스 드 토크빌이 쓴 <미국의 민주주의>는 어떤 선험적 가정적 당위론을 연역적으로 전개한 게 아니라, 반대로 미국이라는 신생국에서 제법 효율적으로 굴러가는 그들식의 민주주의에 대해 귀납적으로 서술한 책입니다. 토크빌은 이미 프랑스 혁명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지 그 교훈을 충분히 성찰할 수 있었던 세대에 속하며, 자유와 평등은 기대처럼 동시에 얻어지거나 유지되기가 매우 힘들다는 걸 체득하고 있었습니다. 한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회적 습속, 법과 제도, 그 다음에 환경적 요인이 중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그의 통찰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임쌤은 특히 환경적 요인이 절대적이라고 믿었던 당시의 통념에 드 토크빌이 합리적으로 반박했던 사실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어리석은 동물이어서 분위기에 휩쓸려 이성을 잃고 바람직하지 못한 실수를 종종 저지릅니다. 군중 심리라는 게 그만큼 무서운데 이 와중에 누군가는 이익을 취한 후 숨으며 행동에 참여한 다수는 엉뚱한 혐의를 쓰고 대신 불이익을 받기도 합니다. 인터넷상에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정보가 난립하는 요즘,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는 두 세기를 앞서간 한 사회과학자의 통찰이 얼마나 위대했는지를 증명합니다. 또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통해 우리는 "꿈의 재료는 그저 자신의 내면에 존재할 뿐이니 예지몽 같은 것은 설 공간이 없다(p103)"는 점을 배울 수 있습니다.

부에 대한 욕구를 형이상학적으로 어떻게 의미부여할 것인가. 만약 경제적 풍요가 신의 계시라면, 그 추구 방법이 지나치게 비도덕적이거나, 그 추구 동기가 탐욕에만 기반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칼뱅의 의도가 무엇이었건 간에 스위스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의 개신교도들은 이런 믿음을 생활 속에서 실천했고 막스 베버는 이를 정확히 포착하여 그의 명저 속에 풀어냈습니다. 20세기 들어 나온 여러 자계서들은 경제활동을 유도하는 욕망에 대해 아무 제한선을 두지 않습니다. 이런 점이, 이른바 프로테스탄티즘 기반 자본주의 정신과 오늘날의 자기계발사상 사이의 차이점 같습니다.

라인홀드 니부어는 개인의 이기심이나 폭력성향이 집단 레벨로 올라오면 성질 자체를 달리하여 심각해진다는 진리를 체계화했습니다. 집단 폭력이 정당하다는 게 아니라, 개인의 폭력과 이기심을 다룰 때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책에서는 19세기 말 미서전쟁, 이른바 the splendid little war에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이없게도 반제국주의라는 명분을 걸고 얼마나 위선적인 행태를 보였는지에 대해 비판합니다. 니부어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윤리적 전제를 유지하면서도 혁명을 위한 몸부림 자체는 그대로 남겨 둬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집단 레벨에서 발동되는 폭력은 고유의 논리에 대해 절제된 방식으로 행사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케인즈는 시장 기구의 작동이 그 본성상 언제나 원활하게 작동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정부가 수시로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는데, 현대에 들어서는 새고전학파(new classical)에 의해 이론적 허점을 많이 지적당했습니다. 임쌤은 특히 케인즈가 경제의 정적인(static) 측면만 중시하다가 동적(dynamic)인 측면을 놓친 오류가 있다고 정리합니다. 그런데 케인즈도 생전에 그런 취지의 비판들에 대해 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며 퉁명스럽게 반박한 적 있습니다. 

문명과 야만의 우열을 가를 수 없다고 한 레비스트로스는 현대에 들어서도 제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사상가에게 큰 영향력을 남겼습니다. 신비스러운 성격마저 지닌 마셜 맥루언의 이론은 뜨거운 미디어와 차가운 미디어를 구분하며 현대 미디어학에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임쌤은 우리들이 자신만의 주관을 유지하며 미디어로부터 적정 거리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핵심과 요지뿐 아니라 고전들의 표준적 해석까지 알기 쉽게 풀어 주는 책을 읽다 보니 명저 20권 내용이 머리 속에 살아 숨쉬는 느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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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프, 바이 더 시 - 조이스 캐럴 오츠의 4가지 고딕 서스펜스 | My Reviews & etc 2023-06-07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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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카디프, 바이 더 시

조이스 캐럴 오츠 저/이은선 역
하빌리스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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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종에서 수컷들은 다른 수컷의 자손을 살해하려는 성향을 보이며 그 어미와의 짝짓기를 통해 자신의 DNA를 복제하려 한다(p17)." "수컷이 다른 수컷의 새끼를 죽이는 게 자연의 섭리이듯이(p477)." 이 두 문장은 별개의 두 작품에 나오지만 주인공 여성, 혹은 주인공 여성에게 죽고 나서도 강한 영향을 끼친 어느 여성(사실상 주인공?)이 비슷한 취지로 한 말입니다.


이 책에 실린 네 작품에서 여성들은 대체로 무기력하거나, 사악한 남자한테서 무기력화한 후에 큰 위험에 처합니다. 사실상 이 세계들에서 수컷들이란 다른 수컷의 자손을 죽일 뿐 아니라 선한 암컷과 어린것들을 두루 약탈하고, 욕보이고, 기어이 죽이려 드는, 사악한 성품을 가진, 세계의 파괴자들입니다. 혈기왕성한 수컷들이 살아 있는 한 이 세상에는 참평화가 깃들 날이 없어 보이며 늙은 수컷은 그것대로 추태를 떨며 세상을 더럽힙니다.


카디프-바이-더-씨는 오래 전의 지명(地名)이며 지금은 사람들에게 그저 카디프로 불린다고 합니다(제가 알기론 메인 주에 카디프라는 곳은 없습니다). 네 편의 소설 주인공들 중 유일하게 안정된 삶을 줄곧 누려온 경우인 클레어 사이들은 원래 고아였고 클레어 도니걸이란 이름이었습니다. 사이들 부부에게 입양되어 이제 박사후 과정 중인 그녀는 입양아라는 점만 빼면 더 바랄 게 없는 완벽한 삶을 살아 왔는데 느닷 "모르는 사람"인 루셔스 피셔란 변호사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생물학적 조모가 그녀에게 유산을 남겼다는 소식입니다.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살던 그녀에게 유산 같은 게 솔깃한 소식까지는 아니었으나 이 기회에 그녀는 자신의 근원과 뿌리를 캐 보기로 합니다. 그런 처지의 여성치고는 대단한 모험심의 발휘였으며 독자들은 마치 유령 같은 그녀의 이모할머니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벌써 으스스해집니다.

클레어는 우리 독자들 헷갈리게, 이모할머니들이 정성껏 잘 차려 준 만찬을 받고도, 이상한 약을 먹은 듯 몽롱해진다고 하는가 하면, 어느 분의 팔이 싹둑 잘려나간 듯 뭉툭하다고 했다가 다시 보니 그냥 손톱이 부러졌을 뿐이라고 하는 등 횡설수설합니다. 두 페이지 뒤 p53에서는 "기형에 가까운 모랙이 한쪽 팔로 트렁크를 옮긴다"고 했다가 잘못 본 것 같다고 다시 바로잡네요. 현재 그녀가 산다는 브린모어 역시 펜실베이니아이며, 멀다고는 하나 어차피 같은 동부 권역인데 메인주가 무슨 아편에 취한 차이나타운이라도 되는 양 이리 온 후 그녀는 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은 듯합니다.

사실 이는 서술 트릭에 불과하며 이모할머니들은 아무 잘못 없는 사람들입니다. 혹시 유산을 가로챌 생각으로 클레어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속셈도 아니며, 무슨 맥베스를 홀리는 마녀 같은 초자연적 존재들도 아닙니다. 그럼 혹시 그날, 클레어에게 무서운 일이 있었던 그날의 진상을, 이 할머니들이 은밀히 공유라도 하는 걸까요? 그것도 불가능합니다. 진상을 누가 혹 안다면 당시 초동수사를 맡았던 은퇴 경찰관 드루이트뿐입니다. 그녀는 마치 학술 목적으로 인터뷰를 따는 학자처럼 자료를 수집하고 그날의 진상을 캐려 듭니다. 


과연 ooo은, 그 기분나쁜 외모에 걸맞게, 아름다운 o과 oo를 질투하여 그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 개수대 밑에 숨어 있던 ooo까지 해치려다 뜻밖의 반격을 받고 더 이상 나가지 못한 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외모가 unprepossessing한 남자들에게 강한 혐오감을 갖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자신을 향해 강한 의구심을 표현하는 ooo에게, ooo은 그저 무덤덤하게 뭔소리냐는 듯 대꾸할 뿐이지 않습니까? 특이하게 이 소설은 수미쌍관식 구성인데, 아마 모르는 누구에게 전화가 걸려온 그 짧은 순간 잠시 고딕 망상을 한 편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L 피셔는 변호사가 아니라 아마 텔레마케터인지도 모릅니다. 전화를 받아 봐야 알 수 있죠.

<먀오 다오>는 그래도 진상에의 짐작이 비교적 쉽습니다. 우선 미아를 괴롭히던 뎀스터를 잔인하게 죽인 범인은, 소설 후반에 패리스 로크를 처단한 먀오 다오(아니, 뭐라고?)일 것입니다. 승냥이처럼 로크의 경동맥을 끊어 한순간에 쓰러트린... 아 물론, 먀오다오는 그 전에 이미 로크에게 죽었기 때문에 다시 살아난다든지 해서 복수를 할 수는 없고, oo를 뜻하는 겁니다. oo가 먀오다오를 성장기 내내 같이 둔다는 건, 이제 자신의 분신처럼 내면에 이 무서운 애를 비치하고 있다가 필요할 때마다 끄집어내겠다는 뜻이겠죠. 인상적인 건 그 엄마가 갑자기 콩깍지가 벗겨지기라도 했는지 마지막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아니면 이 모든 게 다, 아빠를 갑자기 잃은 oo의 망상일지도 모릅니다.

읽으면서 가장 답답했던 건 <환영처럼 1972>였습니다. 물론 이 소설에서 가장 나쁜 놈은 "아직 서른도 안 되었기에 어른스워지지 못한(p395)" ooooo입니다. 그런데 나쁜 놈보다 더 기분 나쁜 자는 그 예순 살 자신 시인입니다. 얼마 전 oo 앞에 신붓감 찾는다는 광고를 낸 어떤 사례도 생각났는데, 이 노인은 그야말로 주책바가지이며 평생 독신으로 살겠다는 신조와도 모순입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너의 비전형적인 미모를 몰라볼 수도 있다는 말은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입니다. 객관적으로 육십 먹은 노인이 젊어 보일 수가 없는데 앨리스가 필사적으로(?) 그를 젊게 보는 건 저 <카디프..>에서 팔이 없는 모랙에게 팔과 손이 달린 듯 본 클레어의 이상 지각과 비슷합니다. 다만 마지막에, 이미 혼백이 된 상태에서 병상을 찾은 앨리스를 노시인이 분명히 알아본 건 자못 감동적이었습니다. 어쩌면 그의 사랑(?)은 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남은 아이>도 비교적 분명히 진상이, 특히 후반부에 다 드러나는 편입니다. 앞에서 <카디프>의 클레어처럼, 성별은 다르지만 여기 스테판도 the surviving child입니다. 우리도 "동반 자살"이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하는데 여기서 NK는 죽은 후 메데이아에 비유될 만큼 컬트적인 독부(毒婦)입니다. 그러나 갑자기 세계로부터 자신을 닫아 버린 스테판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걸로 드러나니... 한심한 수컷들의 저주받은 속성을 끊어 버리려면 아직 오염되지 않은 스테판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가 엘리자베스를 살린 건 단지 한 여자의 목숨만 건진 게 아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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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디에 | My Reviews & etc 2023-06-06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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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엄마는 어디에

이도흠 글/윤다은 그림
특서주니어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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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학자 이도흠 선생님이 쓴 생태 성장 동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으나 독서를 진행할수록 전혀 가볍지 않은, 너무도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펼쳐져서 놀랐습니다. 제목은 "엄마는 어디에"인데, 이 동화 세 명의 주인공들, 오누이 연어들인 아리, 마루, 이든이 엄마를 찾아 떠나는 기나긴 여정이 담겼습니다.


이 이야기는 "성장 동화"입니다.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나이가 어리니까 당연히) 잘 모르는 세 오누이는 엄마를 찾아 떠나면서 다양한 물 속 생명체들과 만납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동족인 연어이며, 다른 종류의 물고기들과는 생사를 건 다툼을 벌입니다. 세 오누이는 여정을 이어갈 때마다 무엇인가를 배우지만, 그 가르침들 중 어떤 것은 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매우 잔인한 진리입니다.

어디 계신지 모르는 엄마를 찾아 나선 오누이들이 궁극적으로 알게 된 진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너희 어머니께서도 너희를 낳기 위해 먼 거리를 거슬러와선 출산이라는 성스러운 행위를 완수하셨다. 너희들도 너희의 운명인 후손 번식을 위해 애써야 한다." 물론 인간에게도 후손을 낳고 성장시키는 건 무척 소중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오로지 후사를 잇기 위해 이처럼이나 개체에게 수난이 따르다니, 그럼 개체가 세상에 나 기쁨과 슬픔을 맛보는 의의는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요.

세 오누이는 엄마의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험난한 약육강식의 세상을 살아나갑니다. 연어 오누이 역시 자신보다 약한 물고기나 벌레가 나타나면 가차없이 잡아먹고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래야만 자신보다 더 크고 강한 물고기를 만나 치열하게 싸우고 버텨 나갈 수 있어서입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작을 때에조차 우리를 지켜줄 덩치 큰 엄마가 없을까?" 스스로를 불쌍히도 여기지만 그렇다고 자신보다 아주 작고 힘없는 녀석들에 대한 연민은 없습니다. 다만, 같은 연어 무리 중에 덩치 작은 애를 만나면 작다고 무시하지 않고 "넌 작은 대신 빠르니까 부러워."라며 힘을 북돋워줍니다.


동족끼리는 경쟁도 하지만 협력의 지혜도 공유합니다. 이 배움이 절정에 이른 건 새미, 슬기샘을 만나고 나서였습니다. 그는 참으로 지혜로워서 오누이뿐 아니라 어린 물고기들에게 다양한 학습을 시키며 강한 개체를 만들고 이들 집단이 공동의 적을 만나 어떻게 단결하여 싸우는지도 가르칩니다. 교육은 놀랍게도 살벌한 실전까지 포함하는데, 슬기샘 역시 산메기와의 전투에서 입은 상처가 덧나 결국 죽음에 이를 만큼 잔인한 과정이었습니다. 슬기샘이 죽자 여러 이유로 불편해진 오누이들은 다시 엄마를 찾아 떠납니다. 


(내용누설)
막내 이든은 결국 바다표범에 물려가는데 이 대목에서 너무 슬펐습니다. 그 끔찍한 모습을 누나와 형이 보았으니... 둘째 마루도 결국 수달에게 물려 죽는데 누나 아리가 살아남아 출산의 의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따른 희생이었지요. 이 전에 마루는 제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제시의 언니 낸시도 순바리와 짝을 짓는데 아름다운 사랑이 흐뭇하기보다 슬펐습니다. 엄마 역시 이 세 오누이를 낳다 죽었고 자신의 육신을 벌레에게 먹혔으며 그 벌레를 먹고 다시 오누이가 자랐으니 너희 엄마는 너희들 안에 있다는 가르침, 결국 그들은 번식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게 곧 효도였습니다.


은연어, 백연어, 왕연어의 싸움을 중재하면서 그들은 각자에게서 착한 마음을 알아보기, 상대의 눈에서 바로 나를 찾기 등의 지혜를 배웁니다. 이게 거울신경체계를 통한 눈예수, 눈부처, 눈알라의 발견이고 공감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세상이 그저 약육강식의 전쟁터가 되지 않게, 우리 모두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 나가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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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 쓰기노트 | My Reviews & etc 2023-06-0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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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 쓰기노트

이미선 편저
미래지식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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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아무래도 고유어보다 한자어의 비중이 훨씬 높기 때문에, 효과적인 언어 생활을 위해서는 한자 학습이 필수입니다. 이 책은 "어휘력과 문해력 증진에 주안을 두었다"고 스스로 밝히는데요. 요즘은 또 성인 문해력이 큰 이슈입니다. 책이나 언론 기사를 읽을 때 "그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 가며 읽어야 내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바르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자를 대충은 안다고들 생각하지만 막상 이 교재를 보며 실제로 따라 써 보니 여태 잘못 알던 바가 무척 많았습니다. 어린 학생들은 처음에 배울 때, 아예 정확하고 확실하게 배워야, 어른이 되고 나서 다시 수고를 할 필요가 줄어들 듯합니다.  


한자는 올바른 모양이 나오려면 필순이 정확해야 한다고들 하죠. 책 p4에 보면 필순의 원칙이 나옵니다. 위에서 아래로 쓰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쓰는 게 대원칙입니다. 많은 이들이 틀리는 게 가로와 세로가 겹칠 때에는 가로획을 먼저 긋는다는 점입니다. 글자의 허리를 끊는 획은 나중에 쓴다고도 가르쳐 줍니다. 이런 원칙을 어려서부터 공부한 학생들은 글씨를 쓰면서 이미 몸에 배었기 때문에 일일이 원칙을 텍스트로 떠올리지 않아도 알아서 손부터 나갑니다.   

p5를 보면 삐침과 파임이 만날 때는 삐침을 먼저 쓴다고 합니다. 아버지 부(父)와 사람 인(人), 이 두 가지 경우를 보면 일견 비슷해 보이는데도 왜 순서가 다른지 아이들이 의아해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 지도하면서 삐침과 파임의 차이를 정확히 어른들이 이해시킬 필요가 있겠습니다. p5의 12번 원칙을 보면 필발머리라든가(發의 부수 부분) 임금 왕(王), 푸를 청(靑) 등은 쓰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한문이나 한자는 꼭 자신이 배운대로 방식이 맞다고들 하며 싸움이 나는 수도 있는데, 이처럼 본래 복수 표준이 존재하는 경우도 있으니, 보다 유연한 태도를 다들 가져야 하겠습니다.


p21을 보면 벼슬 경卿, 서로 상相을 합쳐 경상이라는 단어를 소개합니다. 물론 여기서 相은 서로라는 뜻의 부사가 아니라 역시 벼슬, 그 중에서도 재상이나 장관이라는 뜻이겠습니다. 관련 단어로는 추기경, 양상(樣相) 등을 소개합니다. 학생들에게 지도할 때는 이 단어들도 예문과 함께 공부하게끔 유도해야 하겠습니다. 경이(驚異), 경인(庚寅. 육십갑자 중 하나) 등 발음이 같아도 뜻, 모양이 다른 경 이라는 글자들이 이처럼 많다는 점을 이해시키고, 아래에 마련된 빈 칸에 필순대로 따라 쓰는 연습이 반드시 따라오게 지도해야 하겠습니다. 참고로 이 경과 인은 천간과 지지를 나타내는 글자이므로 혹 다른 단어에서 쓰이는 예로 무엇을 들었을까 궁금했는데 역시 경시(庚時), 인방(寅方) 등 본연의 용도로 쓰이는 예들만 제시되었습니다.

p84를 보면 벽계(碧溪)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푸르게 보이는 맑은 시내란 뜻이라고 나옵니다. 다른 단어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하나하나의 단어에 필순을 다 붙여 놓았기 때문에 무작정 쓰는 게 아니라 또박또박 원칙대로 아이들이 따라할 수가 있습니다. 예전 책들은 개별 필순은 생략하거나 아니면 필순 대원칙을 안 가르쳐 주고 무작정 따라하게만 시키는 것도 있었는데 이 교재는 이런 점들이 확실히 좋습니다. 

어른들이 봐도 어려운 단어가 있는데 p117을 보면 숙약(孰若)이 나옵니다. 집(執)하고도 모양이 비슷합니다. 또 불화발이 달린 熟이라는 글자도 따로 있습니다. 孰은 주로 의문사로 쓰이며 熟은 우리가 아는, 숙성했다 익숙하다 할 때의 그 숙입니다. 아래에는 숙능, 즉 누가 (감히) 할 수 있겠는가 라는 뜻의 구절이 제시되며, 아마도 우리가 이 글자가 들어가는 것 중 가장 잘 아는 단어일 "약간"도 있습니다.


p165에는 이혜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泥兮라고 쓰며 그 뜻은 신라 시대 현 이름 중 하나라고 합니다. 사서에 고려 초기 신라의 이런저런 행정구역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 지명이 기록된 바가 있나 봅니다(검색을 해 봤습니다). 기초한자 1800자에 이처럼 다양한 글자가 포함되며, 언어 생활의 정확을 기하기 위해 생각보다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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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미국 서부 최신판 '23~'24 | My Reviews & etc 2023-06-0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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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렌즈 미국 서부

이주은,소연 공저
중앙북스(books)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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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4~p15의 지도에 나오듯이 미국 여행의 한 백미는 그 광활한 대륙을 촘촘하게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타고 자유롭게 행선지를 잡아 달리는 것입니다. 물론 바로 앞 페이지에 나온 앰트랙 철도나, 단일 회사로서 유일하게 전국망을 지닌 그레이하운드(버스)가 있지만 아무래도 자유도가 떨어집니다.


아무튼 광활한 북미대륙을 나만의 스케줄로 누벼 보는 일은 생각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보통 서부라고 하면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유타, 뉴멕시코, 콜로라도, 와이오밍, 몬태나, 아이다호, 워싱턴, 오리곤 등을 포함하는데, 이 책에서는 한국인의 취향이라든가 현실적 조건을 감안하여 캘리포니아 북부(샌프란시스코로 대표되는), 캘리포니아 남부(LA, 샌디에이고, 여러 테마파크들, 팜스프링스 등)을 소개하며, 여기까지가 책 분량의 2/3가 넘습니다. 재미있는 건, 프렌즈 시리즈가 원래 그렇지만, 책에서 주제로 삼는 도시나 국가가 아닌 데도 인접한 나라의 다른 도시를 당일치기 코스로 하나 정도 가외로 소개한다는 점입니다. 이 책에서는 티후아나가 그렇습니다. 이 점도 좋았습니다.

남서부에서는 네바다 주에 소재한 라스베거스가 자세히 소개됩니다. 그다음에는 샌터페이, 그랜드캐니언, 모뉴먼트 밸리, 아치스 등 절경이 나오고, 여기서도 (미국 서부가 아니라 남부인데도) 뉴멕시코가 당일치기 코스 가외편으로 나옵니다. 다음으로는 시애틀, 밴쿠버(캐나다인데), 러시모어, 로키 산, 유타 주 솔트레이크시티 등이 소개되네요. 미국은 우리한테 친숙하다고 생각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가 여전히 다 드러나지 않은 채 여행코스로 남아 있습니다.


p108에 보면 서부뿐 아니라 미국 입국시 주의할 사항이 나옵니다. 음... 책에서는 미국 세관 사이트를 참조하라고 하지만 혹시 더 업데이트된 사항이 있는지 한국 외교부 홈피에 잘 정리되어 있으므로 영어가 혹 안 되는 분들은 그곳을 참조해야겠습니다. 물론 영어가 되는 분들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유권해석 기관인 미 세관에서 당연히 최신 정보를 숙지해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현지를 방문하면 그곳의 기념일 등도 염두에 두고 참여할 만한 행사가 있으면 참여해서 더 각별한 추억을 만들어야겠습니다. Chinese New Year은 우리가 쇠는 그 음력설인데 기원이 그쪽이니까 당연히 그렇게 부르며 미국에서도 동아시아+베트남 해도 그 중 중국계가 가장 많으니 그렇게 불립니다. 다만 요즘 미국에서는 비중국계의 요청도 있어서 PC에 맞게 중립적으로 부르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테마파크는 책 해당 파트에 아주 자세히 소개가 되지만(이 책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입니다), 한눈에 빨리 요점만 보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참조하라고 p42 이하에 요점만 잘 간추려 놓았습니다. 


스캇 맥킨지의 노래 <샌 프란시스코>에서처럼 머리에 꽃을 꽂고 거길 갈 필요까지야 없어도, 유서 깊은 관광지에 가려면 어느 정도 지식의 채비나 감정적 세팅은 최소한이라도 하고 가야 내 여행이 알차집니다. 샌프란시스코 하면 그저 번화한 도심만 떠올리겠지만, p130 이하에서 보듯 볼 곳 갈 데가 이렇게나 많습니다. p150의 세일즈포스 타워를 보면 우리 잠실 롯데타워하고 꽤 닮았는데 물론 롯데타워가 더 먼저입니다. 샌프란시스코도 활기가 죽지 않는 북가주의 거점이라서 몇 년 전만 해도 없던 랜드마크나 볼거리가 이처럼 많이 생겼는데 또 그래서 이런 여행서의 최신판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특히 프렌즈 시리즈는 쇼핑 명소를 깔끔하게, 빠진 데 없이 잘 정리하는데 p192 이하에 샌프의 쇼핑 핫플이 잘 나와 있습니다.

스탠포드대는 한국인 졸업자들이 유독 많이 보이기에, 유학러들 중 가장 많은 수가 모교로 두는 미 명문대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예상외로 아이비리그가 아니라서 졸업생들이 물론 명문대 졸업자이지만 아이비리거는 엄밀히 말해서 아닙니다. p202에, 샌프 남쪽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 대해, 관광지로서의 소개가 나옵니다. 세계적 명문대는 관광지로서의 위상도 겸하기 때문이죠.

미국 서부 하면 역시 누구나 남가주의 LA를 떠올립니다. 행정구역상 캘리포니아 주가 남북으로 나뉘지는 않지만 교포들이 편의상 그렇게 부르곤 하죠. 한국인 이민 정착 역사도 워낙 오래되었으니 말입니다. LA 현대미술관(MOCA)는 의외로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p259에 소개가 짧게나마 나오니 관심 있는 분들은 꼭 한 번 방문해 볼 만합니다. 역시 프렌즈란 말이 나올 만큼, 소개가 너무도 잘 되어 있어서 그저 최고라는 말만 나옵니다. 스탠포드가 북가주에 있으면 남가주에 UCLA가 또 빠질 수 없고(p286), 이곳은 명문대다 이런 걸 떠나 힐가드 애버뉴 본캠 조경이 정말 멋지죠. 책에 나오듯이 버스도 안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유니버설(셜이라고 보통 잘못 쓰는데 이 책은 영어 잘하는 분들이 써서 이런 것도 안 틀리네요) 스튜디오를 비롯해서 디즈니랜드 등 테마마크들도 p306 이하에 총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백미입니다.   


남서부 하면 갱스터 벤자민 시겔(=벅시)이 만들었다는 라스베가스가 최고의 명소이겠습니다. 라스베가스는 물론 카지노가 본진이지만 호화카지노의 부대시설은 그것 자체로 독립적인 볼거리입니다. p392에 나오는 벨라지오 호텔은 특히 <오션스일레븐(2001)>에서도 주요 배경으로 등장했습니다. 뭐 한국 강남도 일류 유흥업소 근처에는 꼭 괜찮은 호텔이 있으니 말입니다. p404에, 근처 후버 댐이 나오는데 이름은 정적의 이름이 붙었으나 뉴딜의 한 상징과도 같은 건조물이죠.

애리조나는 오랫동안 주가 아니라 준주(準州. territory)로 있었고 서부영화의 단골 배경 중 하나입니다. 서부극 볼거리 중 하나는 기암괴석이 이루는 자연 풍경인데 그 중 하나가 p430에 나오는 세도나입니다. 여기도 엄청 넓어서 책처럼 attractions을 따로, 일류 레스토랑 따로, 숙소 따로 안내를 해 줘야 여행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최적화한 계획을 짤 수 있지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 본 중 미국 서부에서 가장 좋았던 곳이 샌타페이입니다. p468에 나오는데 역시 기대에 충분하게 깔끔하고 예쁘게 잘 나와 있어서 아주 좋았고 추억도 같이 생각나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샌타페이는 "성스러운 믿음"이란 스페인어에서 유래했고 원래 애리조나가 멕시코 세력권일 때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죠. p472 이하에 유서 깊은 성당도 두 군데나 소개되는데 다 그 영향이겠습니다.

책은 다시 북서부로 올라와서 시애틀을 들릅니다. 시애틀 하면 아내를 잃고 대륙의 반대편 시애틀로 건너와 메릴랜드의 여성 기자 멕 라이언과 원격으로 연애를 시작하는 잠 못 이루는 톰 행크스가 떠오르죠. 시애틀에도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살고, 이 책에서는 주로 먹거리 명소 위주로 소개됩니다. 로키 산맥의 여러 절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는데 그랜드캐니언은 애리조나 주 소재이며 로키 산맥 끝자락이라 해도 애리조나 주는 지나가지 않습니다. 이 책은 세심하게 각 명소들을 구분하여 소개하며 여행자가 자기만의 플랜을 짤 때 시행착오가 최소회하도록 배려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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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뒷발이냐옹 - PIE International | My Reviews & etc 2023-06-04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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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구 뒷발이냐옹

PIE international 저
아르누보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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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리뷰했던 <누구 입이냐옹>이 시리즈 제4권이고, 이 책은 제3권입니다. 앞 리뷰에서도 말했듯 등장하는 고양이들 라인업이 별로 안 겹치고 새 얼굴들이 많이 보입니다. 권마다 새 얼굴을 대거 섭외하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앞 권들에 등장했던 모델들을 좀 꼽아 보자면 하나, 우라, 이나호 정도입니다.


앞 권들도 그렇지만 이 책도 맨 뒤에 모델들 신상이 자세히 정리되었으며 각각 몇 페이지에 등장했는지도 인덱싱이 되었습니다. 제가 재미있게 본 포인트 중 하나는, 프로필 넷째 페이지 상단 두번째에 나오는 믹스묘 요칸의 경우 괄호 뒤에 (양갱)이라고 따로 표기되었다는 점입니다. 요칸을 우리식으로 읽으면 양갱이죠. 모델의 생김새와 비교해 보면 더 재밌습니다.

앞의 두 권에 비해 이 책은 텍스트가 더 많습니다. 이를테면 "p28의 양말 신은 고양이"가 그것인데, 아무리 더워도 양말을 벗을 수가 없다고 합니다. 물론 물리적인 양말을 진짜 신은 게 아니고, 발목 부분까지의 색상이 다리나 몸통과 달라서 그렇게 보이는 것입니다. p29에는 "삭스"가 소개되는데 빌 클린턴과 그의 가족들이 키우던 아주 유명한 고양이(현재는 고묘가 되었습니다)를 가리킵니다. 이른바 "퍼스트 캣"입니다. 원래 길고양이 출신이라서 더 유명했죠. 책에도 나오지만 1991년이면 아직 빌 클린턴이 백악관에 입성하기 전이고 아칸소 주지사였을 시절이었죠. 대통령 집무실에 앉은 모습이 의젓합니다.


삭스는 14년 전에 다른 세상으로 간 분이고, 이 사진집에 나온 분들은 2023년 현재도 집사들의 시중을 받으며 잘 살고 있습니다. 이 사진집은 또 뒷발에 포커스가 놓이다 보니 아무래도 얼굴이 덜 나올 수 있는데 p18~19를 보면 히말라얀인 PLUME는 얼굴이 나왔습니다. 표정은 마치 지혜 가득한 올빼미가 뭔가젊은이들을 향해 못마땅해하는 것 같습니다. 특이하게도 집사 이름(닉네임)은 "Plume마마"입니다.

토실토실한 엉덩이와 엄청나게 굵은 꼬리를 누이고는 세상 편한 자세로 자는 듯한 p26의 브리티시쇼트헤어 슈슈. 여기선 얼굴이 안 보이지만 뒤의 프로필란을 보면 뭔가 불쌍한 표정을 짓습니다.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마치 엄마를 잃고 혼자 남겨져 "나 이제 어떻게 살아요?"라며 애처롭게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이 사진집 최다 출연자는 슈슈와 이나호입니다. 5회 출연으로 공동 2위인 후쿠, 마루, PLUME 중에 후쿠는 p32에서 발랑 뒤집어진 포즈로, 저 자세로 얼굴이 잘 보이지도 않을 텐데 애써 상반신을 조금 들기까지 합니다. "니네들 지금 뭐 찍냐?"고 묻는 것 같은, 뭔가 못마땅함이 가득한 표정 같아서 웃었습니다. 살이 올라서 몸이 통통하니 터질 것 같네요. 제 근처 길냥이들은 날씬하고 군살이 없던데 이분은... 아마 집사 시미즈 사쿠라코 씨가 너무 잘 보살펴 주는가 봅니다. 안 그렇고서야 원...

p56에 보면 좀처럼 보기 힘든 스리샷인데 냐아, 무기, 마루입니다. 좀 특이한 게, 뒤의 프로필 란을 보면 페이지 하단에 이 세 마리가 나란히 나오네요. 세 마리가 한 컷에 나온 건 이 p56에서뿐이고 나머지 출연은 각각 다 다른 곳에서들 했는데도... 일부러 이렇게 배치한 걸까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집사가 동일 인물입니다. 둘 다 스코티시폴드인 논타와 보, 이 둘도 같은 집사가 관리합니다. p62, p63에 나오는데 발랑 뒤집어져 누워서 세상 편한 자세입니다. 


고양이 뒷발들만 이렇게 구경해도 참 다양한 감정이 캐치되는 것 같아요. 발바닥에도 표정이 있는 걸까요? 사람이나 고양이나 감정선은 닮은 데가 은근히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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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보이는 수학 상점 | My Reviews & etc 2023-06-04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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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래가 보이는 수학 상점

김용관 저
다른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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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들, 혹은 성인들을 위한 수학책은 지금껏 여러 책들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내용이 서로 비슷합니다. 산업공학과는 본래 탄탄한 수학 실력이 요구되는 전공인데, 저자 김용관 선생님은  기존의 수학 대중서들과는 내용이 많이 다르면서도 현재 산업계에서 핫한 토픽들을 주제로 삼아 이 책을 쓰셨네요. 문체도 발랄하고 담겨진 이야기들도 재미있으면서 어떤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에 탐구심과 지적 호기심이 왕성한 어린 독자들에게 무척 유익하겠습니다.


대칭성은 참으로 신비로운 성질입니다. 우리 생각에는 어떤 물체가 이렇게 생겼다고 해서 그와 반대 모양을 가진 무엇이 반드시(조화와 균형을 위해) 어딘가에 있어야 할 것 같지는 않은데, 자연계, 또 우주에는 이런 예가 예상 외로 많습니다. 아직 그 존재가 발견되지는 않았으나 반물질이란, 아마 그게 있다면 대칭성의 궁극이겠습니다. 저자는 <대칭과 아름다운 우주>라는 레더먼, 힐 공저도 소개합니다. 알고보면 음수 양수의 수직선 분포도 대칭의 좋은 예입니다.

대체 음수 길이가 무엇인가? 질량(혹은 무게)이 음수일 수도 있을까? 왜 음수끼리 서로 곱하면 다시 양수가 될까? 사실 이는 생각만큼 상식에 반하는 현상이 아닙니다. 중 3때 일(W)의 개념을 배우고 이때 어렴풋하게나마 벡터내적의 정의에 접근하는 셈입니다. 중1때 힘(F)도 배우는데 사실 이때 초급벡터를 조금이라도 가르치는 게 통합적 교육을 위해 더 좋죠. 왜 현장에서 이렇게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상식에 충분히 부합하는 것도 그저 고지식하게 책에 나오는 대로 주입식으로 가르치니 수학이고 과학이고 모든 게 파편화한 암기과목이 돼 버립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모든 게 하나의 스토리로 통하는 김용관 저자님한테 배운 학생들은 나중에 꼭 영재로서 크게 성공할 것 같습니다.


김용관 저자는 마이너스를 반대방향으로 해석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이게 벡터의 기본개념이고 두 축 사이에 있는 방향들은 코사인값을 곱해 해결하면 됩니다. 그래서 삼각함수가 중요한 것이며 스토리로 연결해 가면 이렇게나 재미있는 것인데 가르치는 방법이 잘못되어 이처럼이나 고역이 됩니다. 음수는 기준하고 반대방향을 뜻한다! 이거 하나로 끝입니다. 

p44에 보면 눈에 드러나는 차이는 델타, Δ로 표시하며 무한히 작아지는 차이는 d로 적습니다. 그래서 미분할 때 dy/dx(디와이 바이 디엑스. 와이를 엑스로 미분) 등으로 적는 것입니다. 이런 것도 이 책에서처럼 미리미리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가르쳐 주면 상급학년으로 올라가서 새로운 기호에 당황하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엔트로피는 과학자가 아닌 제레미 리프킨의 인문학 저서 <엔트로피> 덕분에 더 유명해진 개념인데 책 p45에는 음수 엔트로피로 움직이는 우주가 (대칭적으로) 따로 존재하여 정리를 게을리하는 사람들도 청소 걱정 없이 잘 사는 모습이 작가 지망생분의 상상력을 통해 제공됩니다. 그런데 거기서는 우리와 반대로 사람들이 뭘 어지럽히는 게 일이 되어 역시 그나름대로 고생을 할지도 모릅니다.(어떻게 하면 복구가 안 될 만큼 잘 어지럽힐 수 있을까?)


우리가 "생사를 알 수 없는 고양이"로 잘 아는 에르빈 슈뢰딩거가, (책 p53에 나오듯) 네겐트로피의 개념도 처음 제안했습니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가 어쩌면 이 네트로피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는데, 이것이 제대로 이론화하여 실체가 규명된다면 그때는 진시황이 꿈꾸었던 불로장생이 가능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좌표계는 고교에서 3차원까지 배우며 이것도 이과생들뿐이고 문과는 끝까지 2차원입니다. 2차원이면 2차원, 3차원이면 3차원이지 2.7차원 같은 것도 있을까요? 좌표축이 90도로 꺾이면 정수(중에서 자연수) 1만큼 커지는 거고, 소수(소숫점이 있는 수) 좌표축은 90도가 아닌 다른 각도로 꺾이는 것입니다. 이 아이디어에서 요즘 핫한 메타버스 아이디어가 나온 것입니다. p73에서 저자는 "무식하게 메타'뻐'스라고 발음하지 말자! 부드럽게 메타버스!"라고 합니다. 사실 메타버스는 meta universe이기 때문에, omnibus나 혹은 교통수단 bus하고는 무관합니다. 후자를 우리가 일상에서 "뻐스"라고 발음하기 때문에 메타버스에도 이게 옮아온 건데요. bus도 입술소리 유성음이라서 거센소리 ㅃ이 아닙니다.  -verse든 bus든 뻐스가 아니라는 걸 유의해야 하겠네요.

수를 극한으로 보는 게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야 2.9999999999....가 3과 같으며 0.000000...001 차이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0으로 나누면 수학 전체가 붕괴해 버리는데 나눗셈을 곱셈의 역연산이 아니라 전혀 새롭게 정의해 버리면(물론 기존 결과는 다 포함하면서) 그 모든 모순이 일거에 해결될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정의에서 곧 혁신이 도출되는데 이런 대담하고 발칙한 시도를 사회가 도와 줘야 하며 적어도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합니다. 칸토어는 "수학의 본질은 자유에 있다"고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참된 자유의 쾌감이 뭔지 알았으면 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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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한 과학자의 위대한 꿈 | My Reviews & etc 2023-06-0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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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이종호 저
인물과사상사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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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패러다임만으로도 물리계에 대해 정확한 설명을 충분히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다들 생각했을 무렵 아인슈타인은 전혀 새로운 발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전세계에 증명했습니다. 물론 뉴턴 고전역학 체계로 해명이 안 되는 난제가 많았으나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뉴턴 이론의 더 정교한 적용 방법을 우수한 두뇌들이 계속 찾아냄에 따라 해결이 되리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너무도 혁신적인 새 이론은 그 빈 구석 상당수를 더 우아하게 채웠을 뿐 아니라 아직 그게 난제인 줄도 모르던 걸 혼자 찾아내어서 깔끔하게 설명까지 해 냈습니다. 천재란 천재는 다 모여서 절대 진리임을 믿어 의심치 않던 체계에 대해 처음으로 의심도 해 보고 더 잘 작동하는 대안까지 새로 제시했다는 건 정말 놀라운 일이며 이런 사람이 다시 나타나려면 앞으로 몇 백 년을 더 기다려야 할지 모릅니다.


책에서도 말씀하시지만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은 아인슈타인과 개인적 접점은 없었습니다. 1879년이면 p34에 나오듯이 맥스웰이 사망하고 공교롭게도 아인슈타인이 태어나던 해이며 한국(조선)에서라면 백범 김구 선생, 이승만 등이 태어나고 몇 년 후이겠습니다. 이때로부터 십 년 후면 아돌프 히틀러라는 괴물이 세상에 나옵니다. 여튼 이 설명은 적절한 게, 전자기학은 현대 문명 건설 토대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학문이며 맥스웰이 이 분야에 끼친 공적은 필설로 형용할 수 없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전자기학과 무슨 관계일까 싶을 수 있으나 책은 우리 독자를 위해 최대한 쉽게 맥스웰 체계를 풀어 주며 아인슈타인의 세계와 자연스럽게 연결지점을 마련합니다.

"빛도 전자기장의 일부이며 그래서 전파와 자기파가 빛에 가까운 속도로 움직인다." 사실 전기와 자기를 통합적으로 본 것만으로도 인류 지성의 지평을 무한히 넓힌 대 업적입니다. 그런데 빛과 전자기의 본성이 같기까지 하다니! 지금은 중학교에서도 배우는 상식이 되어버렸지만 19세기에만 해도 이런 발상은 너무나도 파격적이었습니다. 이 충격파에 버금갈 만한 게 나오려면 아인슈타인이 평생 꿈꾸었던 통일장이론 정도는 되어야 할 것입니다. p64에 나오는 조지 가모(가모프라고도 하죠)는 알파베타감마 이론의 세 축 중 하나인 그분입니다. 여튼 그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빚기도 한 드브로이 공작님(ㅋ)은 빛뿐 아니라 어떤 물질이라도 결국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을 지닌다는 물질파 이론을 내세웠는데 이로써 수백 년 전 빛의 본성을 놓고 그토록 치열히 벌어지기도 했던 논쟁은 이론의 여지도 없이, 완전히 종결되었습니다. 빛은 고사하고 모든 물질이 다 그렇다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단지 눈에 보이는 걸로만 편의에 따라 이렇게 저렇게 판단할 뿐이죠.


 

이미 맥스웰 방정식만으로도 빛의 속도가 불변이라는 점은 충분히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상상해 보면, 이 물체로부터 일정 속도로 공을 던지면 두 속도는 합성됩니다. 상식에도 부합하고 학교에서도 초보 벡터 이론을 그리 배웠습니다. 그런데 왜 광원끼리는 속도 합성이 안 되는가? 왜 빛에 한해서는 맥스웰 법칙이 안 통하는가? 놀랍게도 이 모순을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는 상태에서는 공간 자체가 변형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해결했습니다. 공간(거리)이 줄어드니 속도가 늘어날 수 있겠습니까(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 등속일 때는 특수 상대성이론, 가속일 때는 일반 상대성이론이 적용되는데 훨씬 설명력이 높은 일반상대성 이론도 아인슈타인은 "자유낙하 중인 사람은 자신의 무게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같은 간단한 발상으로 해결했습니다. 마치 삼백 년 전 뉴턴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 방정식을 고안해 낸 것과 비슷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을 잘 못 다루었다는 평판으로도 유명합니다. 물론 이는 난다긴다 하는 천재들과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것이며 일반인에 비하면(감히 비교할 수도 없지만) 수학의 신이나 마찬가지입니다. p109에 나오는 마르셀 그로스만은 아인슈타인보다 한 살 위였는데 텐서 해석(=텐서 미적분)을 일러 주어 시공 방정식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천재는 확실히 자기 스타일이 따로 있는 건지, 1915년에 과감히 이를 폐기하고 새 방정식을 찾아 이론을 완성합니다. 이런 걸 보면 당시 주류 수학 도구를 동료들에 비해 서투르게 다뤘다는 거지 수학 실력도 귀신이었겠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머리가 어디 다른 데로 가겠습니까. 


에테르설은 지금 와서 보면 허무맹랑한 미신처럼 느껴지지만 19세기 후반만 해도 과학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고 올바른 신 학설이 에테르 존재라는 가설에 위배되어 거꾸로 폐기되는 판이었습니다. 이종호 박사는 로런츠의 상대성이론은 에테르를 가정한 후 전개된 이론이라는 점에서 아인슈타인의 그것과 근본의 결이 다르고 따라서 아인슈타인만의 독창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광양자설이나 상대성 이론만으로도 아인슈타인은 인류 지성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뤘지만 그 외에도 다른 과감한 이론을 많이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당대에 큰 비판을 받았는데 대표적인 게 양자이론 코펜하겐 해석에 대한 무리한 반론이었습니다. 이 이슈에 한해서는 아인슈타인이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 진영에 가루가 되도록 깨졌고 현재까지도 그 평가에 변함이 없습니다. 즉 이 문제에 한해서는 아인슈타인이 명백히 오류를 범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통일장이론이라든가 암흑 물질 아이디어는 당대에 역시 큰 조소를 받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대로 최근 연구와 관측 데이터가 축적됨에 따라 다시 그 타당성이 주목받는 추세이니 천재의 통찰력이라는 게 정말 놀랍습니다.

성인뿐 아니라 중고교생들이 읽기에 좋은 과학 머티리얼입니다. 용어 설명이 쉽게, 또 많이 서술되었으며 인용문헌들이 대중서에서 고전, 학술서까지 매우 다양하게 쓰인 게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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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2 입속사용 설명서 | My Reviews & etc 2023-06-02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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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0612 입속사용 설명서

공정인 저
늘푸른봄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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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두꺼운 책이었고 그만큼 챙겨봐야 할 내용이 많았습니다. 한 번에 읽어내기에는 양이 많고, 곁에 두고 수시로 참조하며 도움을 받아야 할 책이었습니다. 성인도 입 안에 탈이 나면, 워낙 신경이 많이 모인 곳이라 다른 데 집중을 못 할 만큼 아픕니다. 하물며 6~12세 아동이야 말할 것도 없죠. 물론 치과나 이비인후과, 소아과에 가면 선생님들이 잘 돌봐 주시겠지만, 아이들은 역시 그 부모가 뭘 알고 곁에서 세심히 케어해 주는 게 또 다릅니다. 아이를 돌보려면 정성된 마음에 덧붙여 체계적인 지식도 중요하니 말입니다.


p86 이하를 보면 아이 양치시키는 방법이 일러스트와 함께 나옵니다. 치아가 처음 났을 때이므로 그림만 봐도 아주 어린 아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네번째 그림에서 엄마는 아기와 눈을 맞추며 "자 이제 맘마 먹었으니 깨끗이 닦자"라고 말해 주라는 인스트럭션인데, 참 이런 그림 하나에도, 또 동작 하나에도 이렇게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구나 싶었습니다. 눈을 맞추는 동작에 진정성이 표현되고, 뭔가 처음에는 입 안에 싸한 느낌의 이상한 게 들어오니 아이가 당황할 수도 있죠. 그런데 이게 결국 나한테 좋은 거다, 이런 안심되는 느낌을 주는 게 결국 엄마의 저런 동작과, (아직 말은 정확히 못 알아듣겠지만) 언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기 입이 작아서 과연 어떤 칫솔을 쓰며 어떻게 닦아 줘야 효과가 날지 궁금했는데, 역시 다음 페이지에 상세한 설명과 그림이 나옵니다. 최소 20회 이상 칫솔질을 해 줘야 하며, 치약은 좁쌀 크기만큼 짜라고 하는군요(저는 제 양치질할 때 퍽퍽 짜서 하는데ㅋ). 아직 아기라서 잇몸이 안 난 부위도 있는데 여기도 잘 닦아 줘야 합니다. p94 이하에 불소 도포에 대한 설명도 나오는데 불소는 물론 충치 예방에 아주 효과적인 물질이지만 그 자체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과학적 설명도 이어집니다. 양치 시 아이가 입을 조금만 다물어도 칫솔은 (당연히) 옴짝달싹 못하는데, 생각해 보면 참 어려운 케어입니다. 저 뒤 p186 이하에 더 자세한 칫솔질 방법이 입 안 설명도와 함께 나옵니다.


이런 일은, 내 배 아파서 낳은 아기한테가 아니고는 아무도 대신해 주기 어렵다고 생각이 됩니다. 귀한 아이라서 보모가 대신 돌보거나, 반대로 시설에 위탁된, 어려운 형편의 아이라면 과연 이렇게 케어를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어머니에게는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는 것이고, 또 엄마한테서 이렇게 직접 양육을 받은 이들은 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행운아인 줄 알고, 어머니한테 감사한 마음을 제발 좀 가져야 합니다. 사랑 담뿍 받고 큰 애들은 길에서 봐도 벌써 남 눈에 그 분위기와 생김새, 용모, 남들과 대화 할 때 쓰는 말씨와 행동거지부터가 다릅니다. 

어제 제가 개인적으로 읽은 다른 책에도 그런 표현이 나오던데, "우리(=엄마)들은 육아에서 그 누구도 완벽하기 힘듭니다"라는 구절이 p136에 나오고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게 저자님의 취지인 듯합니다. 또 19~31개월 아이들에게 입은 "감염의 창(window of infectivity)"라고 하네요. 이래서 어머니들이 이런 책을 보고, 어린 자녀들의 입 건강을 특별히, 특별히 챙겨야 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생후 24개월이면 유치(乳齒)가 완성된다(p162)고 합니다. 幼齒가 아니라는 점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다른 말로 "젖니"죠. 만 6세까지 이 상태로 지내며, 이 중에는 영구치도 있는데 행여 손상이 안 가게 주의하라고 합니다. 충치가 아예 안 생기게 예방해야 아이한테 고통이 없으며 비용도 들지 않고, 워낙 이 관련 고통이 심하다 보니 트라우마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이가 제대로 아프면 성인한테도 고통인데 이 어린 아이한테 왜 트라우마가 안 생기겠습니까. 이 책에는 8단계로 표시된 그림이 수시로 나오는데 책 진도가 나감에 따라 진하게 강조되는 칸도 점점 오른쪽으로, 밑으로 밀려옵니다.  


성인 여성 중에는 앞니가 너무 커서 고민이다, 앞니 사이가 벌어져서 걱정이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p274를 보면 아이 때에는 이게 정상이고, 서서히 다른 영구치가 나오면서 간격은 줄어든다고 하네요. 이 시기를 미운오리새끼 단계(ugly duckling stage)라 부른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손가락 빨기, 구호흡, 혀로 치아 밀기 등의 습관은 위턱이 튀어나오는 부정교합 문제가 생긴다고도 지적합니다. p282 이하에 턱 부정교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나오는데 아마 자녀의 이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부모들이 제법 있을 갓입니다. 일러스트가 많아서 이해가 아주 쉬울 것입니다. 


p147 이하에는 특히 충치 예방에 대한 설명이 매우 자세합니다. 충치원인균은 뮤탄스라고 부르는데 이게 당분도 먹고 치아를 부식시키니 당분 섭취 조절이 아주 중요하며 불소 도포도 무한정 당분 섭취 앞에 효력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또 아이를 낳기 전, 직후 임산부의 건강 역시 몹시 중요한데, 이 책은 앞부분에서 그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해 놓고 있습니다. 아이와 엄마가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라야, 밝은 미래가 있고 진정한 평화가 깃들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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