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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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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대기업 인적성 & NCS 수리 추리 집중 공략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22-02-0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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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해커스 대기업 인적성 & NCS 수리·추리 집중 공략

해커스 취업교육연구소 저
챔프스터디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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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인적성이나 NCS에서 수험생들을 가장 괴롭히는 파트는 수리/추리입니다. NCS기준 10개 영역 중 다른 영역은 어느 정도의 반복 연습이나 상식선의 학습, 혹은 암기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리 추리만 좀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책이 필요한데 해커스의 지금 이 책이 가려운 부분을 어느 정도는 긁어 줄 것 같습니다. 


 

pp. 14~33에는 여러 기초 사칙연산 문제 pool이 나옵니다. 처음에 책을 펼쳐 보고 조금은 놀랐는데 초등학교  졸업 후 처음 접하는 형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설령 수리/추리가 취약한 우리 수험생이라 해도 이 부분이 아쉬운 경우는 대단히 드물 것 같습니다. 혹시 점검차 그래도 해 봐야겠다 싶으신 분들은 시도해 보시고,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으면 과감하게 생략해도 될 것 같습니다. 수험생 중에는 다양한 케이스가 있을 듯하므로 그래도 "원칙에 따라서" 이 drill test를 배치해 놓은 강사진의 성의는 높이 평가헤야 할 듯합니다. 

 

pp. 34~55에는 정수, 분수 등의 대소를 비교하는 문제가 나옵니다. 이때 정 모르겠으면 일일이 계산을 해 보고 대소를 판정해야겠으나, 요령이 있는 수험생이라면 계산을 끝까지 수행하지 않고 적정선까지 따져 본 후 더 이르게 판정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물론 감에 따라 적당히 하는 건 금물입니다. 

 

p57에는 괄호에 따라 혼합연산을 시키는 문제들이 나옵니다. 이건 인터넷상에서 가끔 뭐가 맞니 틀리니 하며 큰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는 주제죠. 공학용 계산기가 표준이 아니라 우리가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운 우원칙이 최우선으로 적용되어야 하겠습니다.

 

자료분석 파트는 대체로 초반부에는 단답형이 이어지며, 그 내용은, 주어진 자료에서 가장 크다거나 두번째 혹은 여러 서수를 주고 그에 맞는 변량(variable)를 고르게 하는 문제입니다. 이 기초학습 파트가 p85까지 이어지며 자신 있는 이들은 여기까지는 스킵해도 될 듯합니다. 

 

다음부터는 응용계산/자료해석 두 영역에 대해 조금 더 심화된 문제들, 그리고 설명이 이어집니다. 설명 면에서 확실히, 기존 기본서의 설명보다 더 자세합니다. 속도, 거리 문제도 그저 거/속=시의 기본 공식 하나로 다 알것이라는 식으로 넘어가지 않고, 직선, 원 궤도, 터널을 지나는 기차 문제 등 다양한 유형별로 나누고 자세한 설명도 덧붙입니다. 터널은 터널 자체의 길이가 있고 기차의 길이가 따로 있기에 어느 기차가 완전히 터널을 나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냐는 식으로 묻습니다. 사실 중 1 과정에서 다루곤 하는 유형입니다. 

 

p95 이하에는 이른바 "소금물" 문제들이 나옵니다. 용질이 꼭 소금일 필요는 없으므로 널리 "용액" 관련 문제라 부르는 게 더 정확하겠으나 문제가 거의 나왔다 하면 소금물이므로 이렇게 직관적으로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책에서는 이 유형도 더 세분화하여 여태 출제되었던 1) 혼합 2) 증발 3) 추가의 세 유형을 모두 다룹니다. 


 

p99의 10번 문제가 ★★★으로 난이도가 최상입니다. 해설은 별권 p4에 잘 나와 있으나, 제가 다른 방법으로 풀어 보았습니다. 우선 각 설탕물(소금물이 아니네요)을 그냥 100, 200, 300으로 가정합니다. 왜냐하면 문제에서 비율이 1:2:3이라 했기 때문이죠. 다음으로, 12%, 18%, 24%가 각각 그 농도이므로 설탕의 양을 12(=1x12), 36(=18x2), 72(=24x3)라고 정할 수 있습니다. 이제 12+36+72=120을, 100+200+300=600으로 나눕니다. 즉 120을 600으로 나눕니다. 그럼 답은 0.2=20%이죠. 문제에서 그냥 농도만 물었으므로 일일이 미지수 x를 두지 않고 저렇게 숫자를 내 맘대로 정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암산으로도 20초 안에 끝낼 수 있습니다. 

 

원가, 정가, 이익률, 할인률 구하는 문제도 자주 출제됩니다. p107을 보면 두 개의 풀이 방법이 나옵니다. 하나는 정가를 x, 원가를 y로 두어 미지수 2개의 연립방정식을 푸는 방법이고, 두번째 풀이 방법이 상당히 기발한데 문제에서 개당 할인액의 차이가 곧 개당 이익의 차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A-0.3x=-4000, A-0.2x=10000 이 두 식을 이용하는 거죠. 여기서 A는 정가대로 팔았을 때의 이익입니다. pp. 107~109의 세 유형에서 정석대로의 본풀이보다 그 아래에 나오는 꿀팁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원가, 판매가에 연연하지 말고 이익률, 할인폭에만 주목하여 훨씬 빨리 푸는 방법을 알려 주는 거죠. 


 

저 개인적으로 이 교재에서 가장 멋있었던 부분이 pp. 107~109의 페이지 최하단 꿀팁 대목이었습니다. 요런 착상을, 그저 특정 문제 유형의 풀이에 한정하지 말고, 다른 유형에도 확대 적용할 수 없을지 수험생들은 고민을 좀 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취업 후 일머리 향상에도 도움이 됩니다. 

 

ISBN 9788969652324, 즉 이 해커스 NCS 시리즈 중 통합기본서(+실전모의고사) 리뷰 중 제가 좀 아쉬운 부분을 지적했었는데, 부등식에서 곱셈 나눗셈 합치는 법이 안 나왔던 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책(ISBN 9788969652379)에 바로 그걸 보충하는 부분(이 책 p112 이론 파트)이 나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수리추리가 약한 수험생뿐 아니라, 이미 잘하고 시험에서 더 완벽을 기하려는 수험생들도 이 책을 통합기본서와 같이 볼 필요가 있다고 저 개인적으로 생각되네요. 

 

p117의 10번을 보면 난이도가 ★★★으로 역시 최상인 문제입니다. 별책 해설집 p9를 보면 아주 정석대로 풀어 놓았습니다. p112에 나온 대로 방정식을 하나하나 세워 푸는 방법밖에 없다는 거죠, 만약 이 문제도 혹시 여자직원의 수만 물었다면, pp. 107~109의 꿑팁 패턴처럼 구태여 두 개의 미지수를 안 세우고 바로 푸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체 직원 수를 물었으므로 푸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정 헷갈리면 그냥 정석대로 푸는 게 안전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교 저학년 학부 수준에서는 확률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수학 올림피아드에서도 조합은 순수하게 타고난 지능의 영역으로서, 이게 왜 그런 식으로 접근되어야 하는지 그저 본능적으로 깨닫는 머리가 따로 있습니다. 경우의 수, 조건부 확률 같은 건 초급에서는 미적분(물론 NCS에 이런 게 나오진 않지만)보다 더 어려운 유형입니다. p123의 09번 같은 걸 보면 난이도가 ★★★입니다. 등급의 합이 7이되는 경우를 모두 구한 후, 이를 모든 경우의 수(5x5x5=125)로 나누면 답이 나옵니다. 본문을 착실히 공부하면, 분자, 즉 등급합이 7이 되는 경우를 보다 빠르게, 혹은 보다 안전하게 구할 수 있습니다. 

 

p129를 보면 해설에서 어떻게 그렇게 바로 나올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수험생도 있는데 하나씩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꿀팁의 다른 풀이도 아주 기가 막힙니다. 말로 된 소리만 보고 바로 이런 식이 나온다... 머리가 꽤 좋아야 이런 풀이가 바로 떠오를 수 있죠. 

 

책과 좀 다르게 풀어 보자면 3a+1=4b+2에서 일단 양변을 3의 곱, 4의 곱으로 억지로라도 같게 한번 만들어 봅니다. 예를 들면 3a=4b+1이 되는데, 양변에 3을 더하면 3(a+1)=4(b+1)로 인수꼴로 예쁘게 묶이죠. 3과 4가 서로 소(素)이므로 a+1=4k 즉 a=4k-1이며 이때 b는 3k-1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c와 d도 모두 k에 대한 식으로 아예 일반항을 구할 수 있는데 그 중 적당한 k값을 잡아서 가장 작은 양수를 구하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풀면 가장 작은 수(=첫번째)뿐 아니라 세번째, 네번째, 2397번째, n번째, 뭐 원하는 대로 모조리 구할 수 있습니다. 

 

p130을 보면 등비수열의 합을 구할 때 공식을 외워서 할 수도 있고, 맨아래 꿀팁에 나온 것처럼 급수에다 공비(이 문제에서는 2)를 곱한 후 하나하나 밀려서 쓴 후에 그걸 원래 식에서 빼는 방법이 있습니다. 사실은 등비수열의 합 공식도 이 방법으로 처음에 유도된 것이므로 새삼스러운 건 아닙니다. 꿀팁에 나온 대로 하면 수학이 지루하지 않고 자기 나름 재미를 느끼며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좋죠. 


 

p137의 08번 같은 건 조건부 확률 문제입니다. 당황할 필요 없이 2x2 매트릭스를 하나하나 채운 후 불합격자의 행(row)을 분모로 삼고 남자 불합격자의 수를 분자로 삼으면 바로 답이 나옵니다. 


 

위 과정을 보면 A+2A-90=150이므로 A=80입니다. 답은 ① 즉 31/53이 바로 나오죠. 


 

그래프만 보면 괜히 긴장부터 하는 수험셍들이 있죠. pp. 190~191을 보면 난이도가 ★★★입니다. 머리를 써야 풀리는 문제라기보다 눈을 크게 뜨고 꼼꼼하게 봐야 풀 수 있습니다. 사실 순전히 눈치를 굴려 보면, ①~④는 p190의 표와 변수가 같지만, ⑤만 유독 "증감량"이라고 해서 뭘 더 계산을 한 변수입니다. 그러니 이게 답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며, 마지막 게임 감소량만 살짝 틀린 수치로 막대그래프를 그렸죠.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수리영역이 끝나면 다음에는 추리가 이어집니다. ISBN 9788969652324(통합기본서+실전모의)의 리뷰에서 제가 "명제의 진리표"가 일괄해서 좍 정리 안 된 게 아쉬웠다"고 했는데, 그 아쉬운 점을 pp. 264~265에서 어느 정도는 해결해 줍니다. 통합기본서하고 설명이 아주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건 여전히 아쉬운데,.... 이 추리영역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pp. 270~271에서 전칭, 특칭 명제 관련 문제를 벤 다이어그램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대목입니다. 사실 벤 다이어그램은 간단한 아이디어일 뿐입지만, 무슨 집합이 어디에 포함된다 혹은 반대로 포함을 한다, 혹은 아무 관계도 아니다 하는 걸, 벤 다이어그램만큼 확실히,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도구가 또 없죠. 잘하는 사람은 본래 이걸로 더 쉽게 이해하고 설명도 합니다. 이 부분은 다른 학원의 교재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습니다. 

 

또 pp. 276 이하에서 표를 만들고 도식화를 통해 참거짓을 가리는 방법도, 기존 교재에서 말로 일일이 설명하는 걸 읽다가 더 스텝이 꼬여 온 수험생들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이 방법을 따라 pp. 280~281의 여러 문제들을 풀어 보십시오. 한결 쉽게 풀리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벤 다이어그램이 얼마나 막강한 도구가 될 수 있는지는 pp. 290~297의 여러 연습문제를 통해 다시 증명됩니다. pp. 328~332의 고난도 문제들이라고 해도 큰 차이 없이 대개 같은 방법으로 해결됩니다. 

 

해커스 교재는 심지어 토익책도 그렇고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해설이 좋다는 것입니다. 본책의 문제를 다 풀었다고 해도 해설의 풀이가 더 좋다거나, 지금까지 생각 못 한 다른 방법을 통해 생각의 도구, 아이디어를 하나 더 장착하는 성과가 있을 수 있으므로 꼭 읽어들 보면 좋겠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으로부터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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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몽전쟁 그 상세한 기록 1권 풍운천하 - 구종서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21-09-16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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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항몽전쟁 그 상세한 기록 1

구종서 저
살림출판사 | 200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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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기록"이란 말이 있습니다만 소설 형식입니다. 또,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정사에 근거를 두고 꼼꼼한 연구 끝에 쓰인 작품이므로 거의 역사책으로 읽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일본 작가 시바 료타로 같은 이의 대하소설도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서부터가 소설인지 모호한데 이 책도 그런 기분으로 읽으면 좋을 듯하네요.

 

출간된지 14년이 지났는데 저는 11년 전쯤인 2010년쯤에 전권을 구매했었습니다. 그 당시 도정제 실시 전이라서 특히 교보 한 군데에서만 싸게 판매했기에 얼씨구나 하고 샀던 기억입니다. 작가는 중앙일보 국제부장을 역임한 구종서씨이며 필력이 좋아서인지 소설이 술술 재미있게 읽힙니다. 왜 아직까지 이 책을 제가 책프 글감으로 삼지 않았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책프에 오래 참여하다 보니 이게 혹시 전에 리뷰했던 책은 아닌지 일단 책좋사 카페에서 검색을 한 후에 읽고 독후감을 써도 쓰는 게 습관이 되었습니다. 구종서 작가님이 쓴 다른 책에 대한 서평은 여러 회원님들이 남긴 기록이 눈에 띕니다. 

 

이런 역사소설을 읽는 보람은, 개인적으로는 역사적 사실이 머리에 잘 정리된다는 걸 그 첫번째로 꼽고 싶습니다. 역사를 국사 교과서나 참고서로 공부할 때처럼 지루하고 괴로운 순간은 없습니다. 아무리 설 모씨나 최 모씨처럼 일타 강사한테 배우더라도 이게 공부는 어디까지나 공부라서, 아무리 배워도 헷갈리는 부분은 언제나 남아 있습니다. 반면 소설로 접근하는 역사는 게임 못지 않게 꿀잼이라 결과물이 오래 기억된다는 게 비교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다음으로 이 작품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작가분이 정말로 열정을 기울여 연구한 흔적이 작품 곳곳에 묻어난다 할 만큼, 문장 하나하나가 비분강개한 애국심을 뿜습니다. 그래서 독자로서 작품을 읽어 가며 새삼 자세를 고쳐 잡기도 했습니다. 작가분의 고향이 강화라고도 나오는데 아마 그래서 더 특별한 창작 동기와 열정이 부여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은 최충헌 집권기부터 시작합니다. 처음에 최충헌이 명종을 폐하고 신종을 옹립할 때 명종의 태자도 함께 폐위되었는데, 신종은 병으로 붕어하고 그 아들 희종이 즉위하여 최충헌을 상대로 일종의 친위쿠데타를 기도하다 실해합니다. 이걸 계기로 희종까지 다시 폐위하고는, 최충헌 자신이 14년 전에 태자 자리에서 쫓아낸 왕숙(王璹)을 즉위시킵니다. 이분이 고려 강종이죠. 즉위시에 이미 나이가 육십이었습니다. 휘(諱)인 숙(璹)은 옥그릇 숙 자인데 이 글자도 지금 제가 시도해 보니까 여튼 윈도에서 바로 지원이 되네요. 

 

강종은 병으로 승하하고 아들이 즉위하는데 이분이 고려 고종입니다. 즉위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아 북방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이는데 거란의 잔당이 고려 국경을 넘어온 사건입니다. 이를 진압하라고 금나라(여진)에서 보낸 포선만노가 연전연패한 후 처신이 힘들게 되어 엉뚱하게도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세우는데 이게 동하(東夏)입니다. 한국에서는 동진으로 더 잘 알려졌는데, 여기에 당시 엄청난 기세로 동아시아 일대를 휩쓸던 몽골까지 합세하여 아주 복잡한 양상의 국제전이 일어납니다. 

 

이 1권에서 가장 재미있는 대목은 북방 민족의 한다하는 장수들이 고려의 김취려 장군을 보고 형님으로 모시며 친분을 도모하는 장면입니다. 개인의 역량(외모 포함!)이 이처럼 압도적이면 나라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는 점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이 대목은 꼭 작가의 상상이나 허구인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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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 매혹되다 [조선임금 잔혹사]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4-06-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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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 임금 잔혹사

조민기 저
책비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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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확실히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맞나 봅니다. 관(官)에서 강요한 충. 효 위주의 사관(史觀)이 지배적일 때에는, 조선이건 고려건 그저 두루뭉술, 무색무취, 운명, 필연 위주의 시야를 강요당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장밋빛으로 충만하지도 않고, 순리보다는 모순과 비위가 더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굳이 은폐하려는 세력이 수그러든 다음에는, 그저 양반님네들이 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다스렸을 것만 같은 조선의 역사도, 요즘이나 마찬가지로 음모와 모략, 부정과 불의가 판을 쳤다는 사실에 일반 대중도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이덕일 씨 같은 대중저술가가 인기를 끈 것도, "가면 뒤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의 폭로에다가, 특유의 상상력까지 가미하여 재미있게 펼쳐 내는 그의 솜씨 덕분이었을 줄 압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열었을 때에는, "우리가 몰랐던 또 어떤 무서운 진실을 저자분이 시원하게 파헤쳐서, 진실만이 안겨다 줄 수 있는 건강한 카타르시스를 맛 볼 수 있을지"가 기대되었습니다. 태종, 연산군, 인조, 영조 등 그러잖아도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잔혹 군주" 외에, 우리가 그저 명군, 성군, 혹은 인격자로만 받아들이던 나라님들에 대해서까지도 그 숨겨진 어떤 잔혹한 면이 더 있었을까 생각하면, 환상이 깨지는 두려움보다는 잘 짜여진 미스테리의 결말만이 안겨줄 수 있는 짜릿한 각성의 쾌감에 설레기에, 이런 책은 표지에서부터 먹고 들어가는 면이 있습니다.


막상 책을 열고 보니, 이 책은 날것의 진실이 안기는 충격 외에, 몰개성의 외피 안에 숨겨져 있던, 왕들의 빼어난 자질과 개인적 매력을 샅샅이 파헤쳐 주는, 대단한 무게가 느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잔혹사"가 아니라, "매혹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큼, 수백만 인민의 삶과 삼천 리 국토의 얼개를 어루만졌던, 빼어나고 영명한 이들의 연대기가 좍 펼쳐지더군요. 동시대(조선 전기 기준)에 대륙 저편에서, 일부러 그리 가려 뽑으려 해도 어려울 것 같은 암군, 혼군들이 줄을 서서 제국을 다스린 사실과 대조하면, 이씨 왕조의 DNA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인 통치자들이 시대와 공간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륙에 비해 왕권이 강력하지 않았기에, 개인으로서 왕위 계승자들이 그만큼 권신들에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긴장, 노력을 한 결과 아니었을까 짐작도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저자분이 연산군에 대해, 각별한 정성을 쏟아 그 재조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월탄 박종화 같은 분들도, 이 휘를 "융"으로 쓰는, 자격과 혈통에 아무 하자 없는 젊은  군주에 대해,그 빼어난 잠재력을 내심 아까워하는 마음을 작품에 표현하는 데에 전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gimmick이 그리 굳어버렸으니, 후대인이 그를 상기할 때 애써서 그 밝고 축복받고 매력 가득한 기남자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는 게 당연했습니다. 작가분이 이 책에서 그려내는 연산군은, 마치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과도 같은 장엄한 파멸의 주인공입니다. 체자레 보르자를 형상화한 시오노 나나미가 연상될 정도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저자는 대단히 신중한 자세로, 그 인격의 단점과 한계, 미숙함을 지적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주인공에 저자가 지나치게 빠져들어 허구와 진실을 스스로 혼란시키는 게 역사책에서는 가장 볼썽사나운 폐단입니다. "알고 봤더니 모두를 매혹시킬 만한" 참으로 멋진 남자 이융에 대해, 저자는 그 억울한 평가에 대해 상당 부분 교정을 시도하면서도, 지적할 것은 매섭게지적하고 넘어가는 태도가 돋보였습니다. 


선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불어닥친 충무공 열풍 덕분에, 선조는 조선 역대 군왕 중에서도 최악의 찌질이로 대중에 낙인이 찍히다시피했습니다. 굳이 억지스럽게 선양하려 들지 않아도, 그저 진실만 눈 앞에 펼쳐줘도 결론은 동일하게 날 것을, 부자연스럽게 국가주의 교육과 결부하다 보니 이처럼 새삼스러운 재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 충무공. 그 최종 평가야 달라진 게 없지만, 그 부작용으로 선조 임금은 완전히 만인의 공적, 경멸 대상으로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예전만 해도, 나이 드신 교육자 중에 선조를 좋게 말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역사 왜곡의 희생물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좋은 점이 있으니까 그런 작은 인식상의 트렌드도 남아서 전했겠죠. 저자는 1차 문헌을 꼼꼼히 조사한 후, 개인적 미덕이나 장점, 혹은 가능성 등은 확실하게 평가를 해 주고 넘어갑니다. 물론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출범(즉위) 당시만 해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정부가, 왜 최악의 국난을 맞이하여 국가를 초주검 상태로 몰고 간 주범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군주 개인의 특성과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차근차근 반추하는 서술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연산군을 평가할 때에도, 저자는 예능(요즘 TV 버라이어티 쇼에서 말하는 그 "예능"이 아닌)적 자질이 뛰어났던 개인적 특질에 유난히 초점을 둡니다. 행정적 능력, 학문적 능력은 어쩌면 조선 같은 문치주의 체제에서 드물게 보는 자원은 아닙니다. 그러나 예술적 천재성은, 당시 같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지배 계층 출신이 쉽게 꽃피우거나 드러낼 것은 아니었죠.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한 순간에 결론에 도달한다거나, 복잡한 현상 뒤에 감춰진 진상을 한눈에 꿰뚤어 보는 능력은, 예술적 자질을 지닌 천재라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연산군, 그리고 효명 세자처럼, 머리도 영특하고 유난히 예술적 기질이 강했던 왕재들에게 큰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효명세자가 김조순의 등쌀에 덜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조금만 적게 받아서, 20대 후반 정도까지 건강을 잘 관리하여 넘겼더라면 이후 조선의 역사는 어찌되었을까요? 역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사란, 그리고 우리가 지금 호흡하고 있는 현실이란, 꽉 짜여진 제약과 초기 조건의 수레바퀴에 그저 압살되어 끌려가야만 하는 운명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모이고 모여, 있을 수 없는 기적도 일어나는 것이고, 뻬어난 천재, 개인의 중요성은 그래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미처 피지 못하고 져 버린 그 숱한 가능성 때문에, 핏빛의 잔혹은 모두를 매혹하는 장밋빛으로 거듭나는 것이고, 우리는 척박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벅찬 희망에 더욱 부푸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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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사라진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4-05-3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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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라진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

필립 코펜스 저/이종인 역
책과함께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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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에 묻혀 있는 오래되고 스허져가는 옛 자취를 더듬으로써, 그 예전 고대인들이 무엇을 영휘하고 어디까지 누렸던가를 규명해 내는 작업은, 천문학과 더불어,철 없는 아이들과 철 들기를 거부하는 모든 어른들의 로망입니다. 여기서 "철 없다"는 맗은, 세상살이에 영악하지 못하여 생존 경쟁의 뒤안으로 처진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누가 슣리만 같이, 영리하다 못해 거의 사기꾼에 가까울 정도로 세상살이에 도가 튼 인물이 았었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는,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다 싶은 스케일을 보고 "천문학적"이라 표현하며, 머나먼 고대에 "무"니 "아틀란티스"니 하는 문명이 있었다고 하면 "저 자가 허황된 소리를 하는군."하며 다 듣기도 전에 일침을 가하려 정신의 무장을 하고 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딱히 분명한 근거가 없고 결국 실망 가득 섞인 한숨을 내쉬게 될지라도,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걸 무척 즐깁니다. 데이빗 카퍼필드가 "한국에서는 마술 쇼를 못 하갰다!"고 불평했을 때, 많은 외부인들은 칼날 같이 예리한 한국인의 눈썰미를 칭찬하기는커녕, "즐겁게 속아 주려고 찾는 쇼에서 경우 없는 짓을 하는 구경꾼들"이라며 오히려 매너를 지적했습니다. 그레이엄 핸콕이나, 이 책의 저자 코펜스 씨(매체에서 여러 번 이름이 오르내리는 건 보았으나, 실제 저작을 읽기로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처음이었습니다) 같은 분이, 대놓고 허황한, 혹은 사기술을 구사한다는 뜻까지는 아닙니다. 하지만 뭐 어떻습니까.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든 한계와 굴레야말로, 사실 기존의 관습과 가칙관을 정당화하려 기를 쓰고 주입된 하나의 억압 체계, 토마스 쿤의 말로 "패러다임"에 지나지 않았다는 걸 누가 지적이라도 하면, 그 순간이나마 상당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토마스 쿤은 예전에, 엄정성과 치밀한 아카데미즘이 지배하는 자연과학 분야에도, "과학자들의 합의"라는 주관과 의식의 힘이 크게 지배함을 강조한 바 있었습니다. 실험과 화학식, 그리고 수학적 증명의 기술이 "논의의 모든 것"이어야 할 필드에서도 그렇다면, 인문이나 사회학의 영토에서라면 "원로와 다수의 위력"이야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이 고고학은, 유물과 유적의 증거력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일반으로부터 미치는 신뢰가 자연과학 못지 않은 곳입니다. 그런데도, 권위자의 단정, 기득권의 담합이 미치는 파워가, 일말의 가능성으로 새로이 피어나는 분야를 무참히 옭죄는 데에 별로 주저함이 없다고 합니다. 학문의 세계가 아니라, 그 억압과 사술의 발흥이  마치 비즈니스판의 풍토 못지 않다고 합니다.


10년 전에 관련 학계와 독서계를 크게 뒤흔들어 놓았던 그레이엄 핸콕의 학설, 그리고 이 저자 필립 코펜스의 주장들은, 우리가 오래 전에 잊고 있었던, 마치 첫사랑의 현장에 두고 온 펜던트만큼이나 아득한 상상, 애착, 그리움을 유발합니다. 코펜스는 때로는 분노, 때로는 열정으로 "왜 당장 눈에 보이고 들리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가? 모퉁이에 삐져 나온 붉은 실의 흔적에서, 우리는 그 뒤에 헬레네가 목에 두르던 스카프가 숨어 있다고 상상할 자유마저 빼앗겨야 하는가?"를 외칩니다. 사실, 그들 비주류의 주장은 아직은 근거가 박약합니다. 다양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독자의 문명이 발흥했다는 생각은, "모든 것에 일종의 빅 뱅이 있어야 한다"는 우리 동시대인의 관념에 왠지 어긋나는 면이 있습니다. 만약 빅 뱅(주류적 견해는 이를 "아웃 오브 아프리카"라고 부릅니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초기 유럽이니 아틀란티스니 하는 프로토 문명에 다시 어떤 공통 원초점을 부여해야 할 것이고, 이는 학문적 노력의 소모적 우회를 의미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도, 이들 비주류가 찾아낸 증거 역시, 물적 증좌임에는 분명합니다. 우리의 이론은, 이들이 과연 어떤 맥락으로 전 구조에 포함될 수 있는지에까지도 미쳐야만 할 것입니다. 비주류의 답답함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지만, 반대파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논지가 간혹 일탈하는 건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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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거기 있기에 오른다 [세상의 끝에 혼자 서다]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4-05-1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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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의 끝에 혼자 서다

펠리시티 애스턴 저/하윤숙 역
한스미디어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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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오카 소하치의 <德川家康>을 보면, 서양인들의 모험 정신에 대해 막부 쪽에서 짧은 평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남만인이다 홍모인이다 하며 폄하를 하던 끝에)...그러나, 그 먼 곳에서 여기까지 배를 몰고 오는 모습을 보면 그 감투 정신은 실로 대단하니 우습게 볼 게 아닙니다.." 자신들이야말로 좁은 섬에 갇힌 중에서도 인접국의 선진 문물을 지극히 제한적 범위에서만 수용하던 섬나라 근성으로 가득찬 주제에 자기 중심 시각에서 뭘 평가를 하고 있으니 우습기도 하지만, 역시 인간의 통성이란 게 있는지라 누구 눈에도 분명한 팩트는 무시할 수가 없었나 봅니다.


인간이 달에 착륙한 지 어언 반 세기가 가까워 옵니다. 하지만 저간의 천문학, 이론물리학의 발달은 차치하고, 순전히 "탐사"의 관점에서라면 그 긴 세월 동안 큰 진보가 이뤄진 바 별로 없습니다. "화성에서 물의 흔적이 나왔다."는 이십여 년 전의 보고가 고작이죠. 인간 문명의 모든 면이 시간 가로축의 좌표에 따라 직선상의 비례 그래프를 그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여기서도 드러납니다. 눈을 돌려 지구를 향해도, 극지, 아뇌쿠메네로 실물의 개체가  몸소 그 발, 손, 시선을 내딛고 두는 건, 필멸의 육체를 한 인류로서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거죠.


심지어 과학 기술의 발달도, 이제는 어느 한 천재의 힘만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작업이 되었고, 그가 속한 문명이나 문화권의 배경상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경제적, 군사적, 산업적 동기가  명예욕을 자극하던 한두 세기 전과는 달리, 지금은 한 개인으로서 오지를 탐험할 인센티브는 딱히 크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가적 사업의 필요라면 첨단 과학기술로 무장한 "스쿼드, 태스크 포스"가 해결하면 됩니다. 개인이 순전히 특별한 동기에서 일을 벌인다고 해도, 최첨단 장비의 도움을 받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일 개인(그것도 여성)이, 원칙적으로 19세기적수단에만 의존한 채 일을 벌인다면, 주위에서 미친 사람 소리나 듣기 딱 좋을 것입니다. 


펠리시티 애스턴은 혼자 남극을 횡단한 역대 세번째의 인물이고, 여성으로서는 처음, 그리고 스키 외에 다른 장비에 의존하지 않은 점으로도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아문센 이래 남극 대륙을 밟은 이들은 많지만, 애스턴은 극히 기초적인 장비만 가지고 혼자 힘으로, 모든 면에서 인간이 버틸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돌파했다는 점이 중요하죠. 또, 이게 지나치게 강조되어서는 곤란하겠지만(성차별적 발상이므로), 펠리시티 애스턴은 여성의 몸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근육량이라든가 심폐 능력 면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열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남/녀의 준별 기준을 떠나, 너무도 놀랍고 경이로운 체험의 진술에 그저 숙연한 마음만 들 뿐이었습니다.


남극이라고 하면 그저 "극한의 추위"만 떠올리는 게 보톹입니다. 그러나 이 책에도 상세히 나와 있듯, 남극은 일단 고도부터가 높은 곳입니다. 그렇게 낮은 기온이니, 얼음 덩이인들 두텁게 얼지 않았겠습니까. 과거 티벳 고지에 정착한 이들은 대단히 사나운 전투 종족이었는데, 그런 고지에 자기 삶의 터전을 일군다는 자체가 보통 각오와 체력으로 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수긍이 됩니다. 그런데, 이 남극은 평균 고도가 티벳의 그것에 맞먹습니다. 높은 지대에 있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데, 그곳이 극한의 추위까지 겸하고 있다면, 그게 한시라도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상황이겠습니까.


혼자 힘이기 때문에 각종 장비와 식량을 챙겨 가도 어차피 운반 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하루에 켤 수 있는 성냥은 세 개가 고작이었는데, 이마저도 도무지 불이 붙지 않더라는 거죠. 애스턴 씨는 물론 숙련된 전문가였으므로 이 프로젝트 이전에도 다양한 험지(險地)를 겪은 분입니다만, 이런 전혀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 크게 당황할 만했습니다. "GPS를 크게 믿을 수는 없었으나, 지도 등을 참조하니 대략 그 정도의 고도이지 싶었다..." 읽으면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또 애처롭기도 했습니다. 대체 뭐하러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걸까? 그러나 이런 질문은 저처럼 범속한 사람이나 떠올리는 것입니다.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진술을 읽을 때에는, 부디 삼가고 조신한 태도를 유지해야겠죠.


책의 추천사를 쓴 조애나 럼리

(출처:http://en.wikipedia.org/wiki/Joanna_Lumley)


추천사에서 조애나 럼리(영국의 배우이자 작가)는 이런 말을 합니다. "...그녀의 업적이 너무도 뛰어나지만, 그의 필체가 너무도 겸손한 탓에 독자는 그 위대성의 평가에 대해 자칫 오해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해 내려면, 단지 체력이 엄청나다든가, 지식과 장비 활용력이 대단하다든가 하는 장점 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그런 능력도 필수적으로 요구되겠습니다만, 정작 그녀가 다른 이를 압도하는 부분은 바로 정신력입니다. 그는 책 곳곳에서, "....우리의 생각이란, 그 토대란 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 ".. 생각이란 그저 화학 작용, 생리 작용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철석같이 믿고 있는 모든 상념과 그것이 구축한 세계란, 극한의 상황에 부딪혀 거의 무용지물에 가까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몰트케는 "전투 한 번을 겪고 나면, 배겨나는 작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탁상공론, 개념 속의 작용만으로는 안 되는 게 없지만, 현실, 그것도 극한의 현실을 치르고 나면 속된 말로 "멘붕'이 오는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 극한의 체험을 하고 나면(탐사의 성공이란 아예 논외로 하고), 육체적으로 피폐해지거나 치명적 타격을 입기 전에, 이미 제 정신이 아닌 지경에 빠지기 쉽습니다(대형 사고를 겪고 나서 괜히 광인이 나오는 게 아니죠). 하지만, 애스턴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이루고 나서, 이토록 침착하게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 줍니다. 어조가 하도 담담해서, 우리는 마치 달라이 라마의 강연을 듣는 것만 같습니다. 목숨이 백 번도 넘게 저 피안을 다녀 온 사람(그것도 여성)이, 그 풀어 놓는 언어와 품이란 명상수련가의 그것이니 말입니다.


러디야드 키플링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He travels fastest when he travels alone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가장 빨리 여행할 수 있다)."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어쩌면 "혼자 된다는 것"의 생산성을 깨닫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지에 돌입하기란 우리의 체력, 시간, 정신력이 쉬이 용납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절실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혼자 있어 보아야, 숱한 아집과 착각, 미신, 비논리를 바라볼 수 있고, 내가 집착하던 그 모든 가치관과 감정상의 선호, 그 헛됨에 눈이 떠지는 지도 모릅니다. 역으로 말하면, 오지나 수양의 공간에 머무르지 않아도, 내 마음이 그를 향하고 있으면 근원의 진리가 깨쳐질 수 있는 것 아닐까요.


p109에서 Ganzfeld를 "겐지스필드"라고 옮기고 있지만, 그런 발음이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독일어 원어든 영어식이든 그저 "갠즈(츠)펠드"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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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길, 군왕의 길 [이성계와 이방원]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4-05-02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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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자의 길, 이성계와 이방원

이덕일 저/권태균 사진
옥당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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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성 혁명이란 양날의 칼과 같습니다. 천명을 득(得)하여 나라를 세우고 백성을 보살핀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왕조를 전복하고 새 체제를 세웠건만, 정복 세력이 아닌 이상 창업자 역시 종전의 군주에게 충성을 맹세한 신하의 신분이었다는 사실은 불변인 것입니다. 자신도 제 나라님을 내쫓은 주제에, 아랫것들에게 충성을 요구할 수 있겠습니까? 대륙에서 5대 10국이 하나같이 단명하고 스러진 건, 새 왕조의 개창 작업이라는 게 그만큼이나 애로 가득한, 지난(至難)의 정치적 행보임을 후세 사람들에게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이덕일 소장은 이번엔 조선 창업자들의 행보에 주목하여 역작을 내놓았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기획의 의도는 두 가지입니다.


1) 이 소장 자신이 뚜렷한 행보로 종래 다뤄 왔던 주제는 대체로 조선 후기, 중기라는 배경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모든 정변과 의혹, 대립은 제아무리 변이, 편차가 있다 해도, 다 "조선"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는 이벤트들이었습니다. 조선에서 벌어진 역사를 알자면, 대체 조선이 무엇을 뒤엎고 무엇을 내세우며 무엇에 의해 세워진 나라인지 그 근원을 알아야 합니다. 언젠가 그가 짚어야 할 지점, 프레임의 시초적 기반에, 이번 저작을 통해 드디어 착륙한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를 오래 지켜 보았던 독자의 입장에선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2) 아무래도 요즘 대중의 관심은, 경세적 혁신가였던 정도전에 쏠려 있습니다. TV 드라마조차 이 난해한 심리와 개성을 지닌, 지극히 정치적인 인물에 대해, 그 드라마타이징이 쉽지 않을 텐데도 애써 거액을 들여 이를 론칭했습니다. 그를 다룬 책은, 웬만큼 이름이 있는 작가라면 한번은 터치하고 지나치는 느낌이 다 듭니다. 일개 유생, 초보 관료에 불과했던 그를 처음 중히 써 준 이가 이성계였고, 한번 깔아 준 멍석에서 놀라운 수완으로 신생국의 물적 제도적 기초를 거진 혼자 힘으로 다 닦은 그를 정치적, 물리적으로 처단해 낸 이는 이성계의 아들 방원이었습니다. 이덕일 씨는 현재의 트렌드에 몸을 싣되, 외곽으로부터의 접근, 혹은 종래 그가 즐겨 써 온 방법론대로 "당대 재위 군주로부터의 시선"을 중심 축에 놓는 길을 택한 것 같았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에상과는 달리 정도전 이야기가 많지 않았다는 점, 저자 자신이 제목이나 서두에 내세운 취지대로 철저히 "두 부자의 종적과 개성, 대립과 업적"에 초점을 맞추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태도에는 찬성합니다. 조선은 기본적으로 왕정 국가이며, 비록 "천하는 공물(公物)"이라는 명제가 유교 도그마의 일부라고는 하나, 이에 공화정적 의의까지 부여하는 건 역사를 정치학으로 왜곡하는 처사입니다. 이씨가 세운 나라이니, 그 창업자(방원은 사실상 공동 창업자였습니다)들의 행적에 보다 큰 비중을 둔 건 당연한 처사입니다.


전체 4부의 구성이지만 크게 둘로 갈라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고려 멸망사이고, 다른 하나는 본격 조선 건국사입니다. 반도에 오랜 동안 확고한 정통성을 갖고 지탱해 온 왕조를 대체하는 작업이었기에, 예컨대 대륙의 송 제국(조송), 한 제국, 수-당 제국 등과는 경우가 상당히 다릅니다(대륙의 경우 황조 교체 사이에 거의 언제나 분열기의 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조선의 건국은, 어떻게 고려의 간판을 (왕실과 기득권, 그리고 일반 백성의 )반발을 최소화하며 내렸느냐 하는 그 과정, 그리고 영민한 군주의 통치가 전혀 없지 않았던 직전 왕조에서, 어떻게 역성 혁명의 빌미를 주기 시작했냐는 분석적 작업을 반드시 동반해서 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덕일 씨는 이러한 기본에 충실한 자세로, 종래의 책들과는 달리 대체로 주류 견해에서 크게는 벗어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공민왕의 치적이라든가, 전문가든 일반 대중이든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그 시해 경위에 대해서도,크게 튀는 신설(新說)은 제기함 없이, 독자의 평탄한 이해를 최우선으로 배려한 듯 재미있는 내러티브로 일관하는 서술입니다. 


태조 이성계는, 그가 만약 창업 왕조의 시조라는 길을 걷지 않고 신하의 몸으로 일생을 마쳤다면, 우리가 충무공을 기억하는 만큼이나 혁혁한 무공, 그리고 초인적인 무장의 능력으로 온 겨레의 뇌리에 남았을 대단한 민족적 영웅입니다. 이덕일 씨는 독자가 그저 "역성 혁명의 장본인" 정도로 그를 인식하지 않게 하려는 듯, 여러 대목에서 적절한 배려를 공정하게 베풉니다. 물론 이런 태도는, 주류 사학계의 그것과 거의 조화를 이루는 성격이며, 따라서 그만의 특징적 주장은 상대적으로 덜 두드러집니다.


이방원에 대해서는 냉혹하고 과단성 있었으며 심지어 보수 반동의 색채마저 띤 인물로 평가받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습니다. 저자는 대체로, 인간적 측면에서 방원의 고뇌와 결단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저자의 관점에서, 조선이 초기의 행정적, 민심상의 곤란과 이반을 극복하고 안착할 수 있었느냐의 갈림길이, 방원이 후계자 선택에서 보인 그 현명함에 기인하는 바 있다고 판단한 듯도 보입니다. 아버지와 관계가 어긋난 처지로서, 이제는 자신의 자식 중 한 명과도 결국 관계의 파탄을 겪고 만 것은 인간적으로 대단한 비극입니다. 그 비극이 개인의 차원에 머물고 만 것이, 신생 국가 조선이 대단한 효율로초창기 순항을 이뤄 낸 비결이 아닐까, 책을 다 읽고 난 결론은 이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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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대사 그 원죄의 현장 [지슬]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4-04-23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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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슬

김금숙 글,그림/오멸 원저
서해문집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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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민족처럼 동일 공간에 천 년 이상 단일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고 유지하며 살아 온 예는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유럽처럼 외부로부터의 유입이 적지 않은 역사적 사례를 이뤄 왔고(예: 유대인, 집시), 내부에서의 이동, 교잡도 활발히 이뤄진 공간과는 경우가 많이 다릅니다. 본디 기원과 풍습, 외관이 많이 다른 일족 간에 "생활 공간"을 둘러싸고 싸움이 벌어질 만한 조건이었다면, 정복민과 피정복자 사이에 피비린내 나는 생존 경쟁이 펼쳐진다거나, 굴러온 돌이 박힌 돌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든가 하는 사태는, 가령 수백 년 정도의 시간적 간극을 갖고 관망자적 자세로 지켜 본다면 냉연한 인과율의 적용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이미 같은 피붙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지를 세기 단위로 헤아려야 하는 단일민족의 경우라면, 그 어떤 명분에도 불구하고 "학살"이란 비극이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타이완에서의 2.28사태와 흔히 비교되곤 합니다만, 타이완 원주민(이른바 본성인)은 대륙의 지배층과 크게 정체성, 집단 정서와 역사감정을 달리했다는 점에서, 우리의 4.3은 완전히 별개 차원의 조명이 필요합니다. 보편적 휴머니티라는 측면에서 학살이라는 범죄에 경중이 있을 수 없습니다만, 예컨대 살인에도 존속살인, 혹은 비속 등 피보호자에 대한 위해가 가중 처벌을 받는 이치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4.3은 대한민국 건국 초창기에 벌어진, 미국과 소련의 패권 다툼이 엉뚱하게도 한반도를 배경으로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그저 돌발적이 아닌 어느 정도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만 역사적 비극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대사건입니다. 가해의 한 축인 미국은 아직도 이 사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이 미진한 상태이지만, 굳이 타 민족을 탓할 것도 없이, 자국 정부와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된 어처구니 없는 대랻 학살에 대해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 보아야 할 계기라고나 하겠습니다. 같은 겨레를 애매한 죄명을 뒤집어 씌우고 비참한 학살을, 가학적 쾌감으로 태연히 저지르는 이들의 마음에는 과연 무엇이 자리하고 있었을까요?


몇 달 전 제가 읽은 <버둑할망 돔박수월>이란 책에서도 잘 드러나 있지만, 이 제주도라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은, 그 기후가 빚어낸 가장 선하고 지혜로운 이들이 올망졸망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지상 낙원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사람의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은 사람이 보존하고 가꾸는 소중한 생태계로서 그 모성을 누대에 전합니다. 여기에, 외부인의 탐욕과 권력 의지가 개입하는 순간, 지옥도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오래 생계의 터전을 함께해 온 겨레를 배신하는 패륜과, 자연과 그의 순리를 어지럽히는 배덕이 결합하는 순간, 단테도 폴포트도 채 알지 못했던 지옥은 마침내 현실이 됩니다. 지옥을 현실로 만드는 초인적(?) 재주를 시전하는 순간, 죄악의 손길은 자신을 낳아 준 토양과 순리를 겁간하며 시간(時間)을 역류합니다. 인간은 애써 일군 문명을 모조리 부정한 채, 짐승보다 못한 타락과 야만으로 구천의 길을 자진 역행합니다. 정의는 생매장당하고, 도덕은 형틀에 높이 매달린 채 가뿐 숨을 몰아쉽니다.


흑백 영화 <지슬>은.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것처럼 단편 영화가 아닙니다. 상영 시간이 거진 두 시간에 육박하는, 누가 봐도 정통 극영화에 가까운 분량이자 완성도, 그리고 묵직한 주제의식을 전하는 작춤이었습니다. 흑백의 톤에서 펼쳐지는 대사와 장면장면들은, 순박한 대사와 캐릭터들의 성격이 잘 빚어내는 다소 코믹한 분위기였으며, 이런 희극적 아우라는, "점령군"의 폭력과 악마성이 도래하여 온 섬(계절상 순백의 배경입니다)을 생지옥, 피바다로 만들고 나서 순식간에 절대 비극의 성격으로 바뀝니다. 단일 민족의 오랜 내력을 한 순간에 부인하는 패륜의 아비규환이 펼쳐진 그 현장을 묘파함에 있어, 오멸 감독은 평온한 구도와 롱테이크 촬영, 그리고 막간을 지배하는 긴 침묵의 미를 최대한으로 살립니다. 영화는 그 주제 의식을 잠시 한켠에 모셔 두고라도, 이런 미적 성취만으로도 격찬을 받기에 충분했고, 그 결과는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선댄스 영화제에서의 쾌거입니다(로버트 레드포드의 창설 사실로도 유명하죠). 이제 4.3은 영화 <지슬>을 통해, 세계사적 사건, 영화사적 모멘텀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영화 <지슬>을 보면서 저는, 거대 사찰 경내를 빙 둘러치고도 남을 기다란 병풍에 그린 수묵화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김금숙 화백님의 솜씨로 이번에 영화의 그래픽 노블 버전이 독자들의 환영을 받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그래픽 노블이 먼저고 이의 성공을 바탕으로 영화화가 이뤄집니다만, 이번 경우는 그 정반대라고 하겠습니다. 띠지의 소개는 "한 폭의 수묵화"로 펼쳐지는" 민족사적 비극 4.3의 재현입니다만, 영화의 성취와 아름다움을 손상하지 않고 그대로 계승하겠다는 양, 품격과 절제미 가득한 컷 하나하나가 보는 이의 경탄을 자아냅니다. 영화에서 롱테이크로 잡은 화면은 큰 박스에, 레귤러 시퀀스는 보통 박스로 처리한 센스도 돋보이고, 무엇보다 "한국형 그래픽 노블"의 한 모범 사례를 이룰 것 같은 독창적이고 안정감 있는 그림들이 일품이었습니다. 4,3이 남기고 간 그 쓰라린 상처를 소재로, 위대한 예술혼은 역사 자체보다 위대한 치유력과 포용력을 발휘하여,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뛰어넘어 이처럼 아름다운 이정표 둘을 빚었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이제 게르니카 둘을 소유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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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걸어유, 자연과 역사 속으루 [충남도보여행]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4-04-04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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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걸어유 충남도보여행

(사)한국여행작가협회 저
상상출판 | 2014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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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다 보면 "정말 이런 책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생각이 들게 할 때가 있더라구요. 걷기를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며, 중고등학생 시절 수학 여행 말고는 아직 제대로 충청도 토착색을 맛보지 못한 저로서는,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들어 있는 이 책에 "나를 위한 아이템이었어!"하고 즐거운 비명을 나온 게 당연했다고나 할까요?


제 1장은 "바다와 함께 걷는 길"입니다. 수심이 깊지는 않지만, 오밀조밀 복잡한 해안선에 개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지니고 있는 서해안은, 삼천리 어느 구석 아름답지 않은 곳 없는 우리 강산 중에서도 특별한 명쇼로 꼽힐 만합니다. 저는 이 중에서 태안 한 군데만 다녀 왔었기에, 이 장에서 소개하는 당진, 보령, 서산의 다양한 풍광에 그저 눈과 뇌가 호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가 본 적은 없지만, 제 지인 중에 서산 출신의 대단한 수재 한 명이 있고, 예전 대학생 시절 자취할 때 이웃에 사시던 아저씨 한 분이 보령 출신이라서, 두 고장 다 안 가 봐도 고향처럼 친하게 느껴지더군요.


요즘은 어느 고장을 찾아도, 그 지방 고유의 아름다움을 잘 간직한 산책로를 명소로 개발하는 당국이 많습니다. 책에 소개된 중 특히 마음을 당겼던 곳은, 태안 바라길 1~3구간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님들과 우리가 줄곧 살아 온 강산이 반도 지형에 자리잡고 있고, 태안은 그래서 반도에 붙은 프랙틀 구현의 또다른 소(小) 반도인 셈이죠. 그 좁다란, 그러면서도 오목조목 매력 가득한 반도의 길을 따라, 말 그대로 바다를 끼고 돌며, 제 거죽 땅을 디디는 관광객에게 바다의 선(善)한, 선(鮮)한 풍광의 미를 가뜩 담아 주는 이 바라길. 아무리 감수성 충만하던 시기였다 해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 완상하는 데야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지금의 안목과 느낌에 미치지 못할 것입니다. 반드시 다시 가 보고 싶습니다. 이 작고 예쁜 책을 가방과 품에 번갈아 껴 가면서요.


방문지로서 호서의 매력과 깊이는 이런 자연 풍경의 천혜성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지난 역사의 자취와 교훈을 흠씬, 오롯이 지니고 있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역사가 짧은 신라, 북방의 개성이 다소 강한 고구려와는 달리, 백제야말로 한반도 남부의 예쁘고 침착한 개성을 고대부터 온존히 구현한 공동체 아니었습나까. 그런 백제, 반 천년 문화와 정치, 제도의 꽃을 한강 유역, 그리고 이 충청 지방의 남북, 동서에서 가장 찬란한 모습으로 피웠던 반도의 강자, 그들이 도읍으로 자리했던 수많은 유적과 발자국은, 오늘날 한국인의 정서와 정체성을 형성함에 가장 중추적인 기여를 한 과거의 증거물입니다. 부여, 공주, 예산, 금산... 아름답고도 전통의 침향 가득한, 진정 도보 답사의 필수 코스겠다 싶은 멋진 곳들이었어요.


3부 "경관이 아름다운 길"에 수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천안 태조산 같은 곳은 그 이름이 알려주는 대로 역사적 회고의 강한 동기를 유발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라는 시조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고나 할까요. 유독 여기 소개된 명소에는 "솔바람길"이란 이름이 붙은 데가 많아요. 서로 다른 지역들인데도요. 사실 우리 강산의 어느 고장도, 솔솔 부는 솔바람의 혜택을 안 입은 곳이 오히려 드물죠. 어느 도시에 가도 얕으막한 동산이 있듯, 그리고 그 동산에 웬만해서 소나무 몇 십 그루의 군집지 없는 곳이 없듯, 삼천리 강산의 제유처럼 등장해도 무방한 이름이 바로 솔바람길 아닐까요?


이렇게 아름다운 산수와 호흡하다 보면, 생태와 자연의 소중함은 자연스럽게 깨닫게 됩니다. 그러나 책의 5장은, 생태 체험의 소중한 영적 교감을 따로 대비하길 권하기라도 하듯, 특별히 적합한 명소 여러 곳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책 제목을 볼까요? "걸어유, 도보 여행"입니다. 이런 곳들을 차 안에서 일별한다는 건 격에 안 맞습니다. 내가 나무와 물, 공기와 꽃 사이를 "걸으면서" 자연과 잁체가 되는 체험을 해야 합니다. 도보가 아니면, 내 다리로 디뎌 가며 닿는 그 느낌이 아니면, 여행의 의의는 반감되고 맙니다. 왜 도보여행이어야 하며, 왜 충청도라야 하는지, 여러 작가님들이 묘여 엮으신 이 책은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전라도, 경상도, 그리고 그 외 지역 편도 읽어 보았으면 하고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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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설의 친일, 제국주의의 마수 그 선봉에 서다 [간도 특설대]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4-03-21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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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간도특설대

김효순 저
서해문집 | 201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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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재능을 역사의 바른 물줄기와 합류시키는 데에는 실패한 비운의 천재로서 육당 최남선을 들 수 있습니다. 훼절된 정치적, 민족적 지향과는 달리 그가 일생을 두고 지녔던 학문적 열정은 단 하나의 과제에 향해 있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데요, 바로 "만주와 조선, 내륙 평원과 반도 사이의 역사적 상관 관계의 규명"이었습니다. 여기서의 역사란 고대사의 영역에 한정되지 않고, 그가 살았던 당대의 궤적까지 고스란히 이어지는 "현재적 역사"였는데요. 만-선-왜-漢의 역학 쟁탈이 20세기 전반에 이르러 가장 치열하게 불거진 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 우리에게는 일제 강점기로 기억되는 그 시절, 잃어버린 강토 "간도"의 사정은 복잡하고도 간난했습니다.


육당이 유독 상고의 대상으로 만주를 주목한 건, 그가 취한 학문적 스탠스가 정곡을 찌르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 이 무대를 중심으로 지극히 복잡미묘한 정정이 전개되어서이기도 합니다. 그의 빼어난 두뇌가 이 테마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거니와, 조선인으로서 일제 중심으로 정립된 동아시아 체제 안에서 입신 출세를 도모하려면, 이 만주라는 기회의 땅에서 한몫 잡아야 했다는 현실에 영악하게 적응한 계산의 발로이기도 했다는 점에서입니다. 만주는 진정, 일본인(일본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논자에 따라 이곳을 당시 군국주의자들의 해방구라고까지 부른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죠), 조선인, 그리고 만주 토착인들에게 있어, 정치적 신분 상승과 경제적 궁핍 탈출을 일거에 이룰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만주는 무정부상태, 힘의 공백이라는 조건 탓에 이런 정황이 펼쳐졌음도 명확한 만큼, 풀세주의자들의 기회 쟁탈전 전개 이전에, 일제의 입장에서 불령, 불순 세력이 판을 치는 요정화 구역이었음도 명백합니다. 자, 이제 이 책의 본격 주제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제거해야 할 비적과 병비들이 설치는 그 광활한 땅에, 제일 먼저 구비해야 할 기관이 무엇일까요? 바로 특무, 특설 부대입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이 척박한 미개의 땅에 그들의 질서를 이식하려면, "정지 작업"이 필요합니다. 미국의 서부만큼이나 와일드한 풍토다 보니, 예사 역량으로는 질서가 안 잡힙니다. 그냥 부대도 아닌 "특설대"가 필요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인 "간도 특설대"는 바로 여기서 유래하는 것입니다.


만주를 영원한 연구 테마로 삼았던 최남선의 재능도 에사롭지 않고 "특"별한 것이었듯, 이 간도 "특"설대에 자원하여 들어온 자들의 재능 역시 결코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정상적인 민족 공동체가 형성된 사정이었다면, 그들은 관료로서 최정예 엘리트 집단을 구성했을 우수 자원이었습니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 이들에게도 "훼절 곧 민족 반역이냐 아니면 대의에의 순교냐" 하는 선택의 여지는 있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건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듯, 명분과 도덕의 방향이 아닌 일신 영달에의 떳떳지 못한 행로였습니다. 나중에 해방된 조국의 대통령까지 역임한 박정희는, 바로 이 출세에의 루트를 밟기 위해 혈서까지 써서 제출했고, 이는 이후 두고두고 그의 발목을 잡아 녹록지 않게 남긴 업적, 긍정적 영향을 잠식하는 불명예의 족쇄로 남았습니다. 누굴 탓할 것은 없습니다. 어떤 형태의 강요도 없이 그가 자기 의지에 의해 선택한 결과였으니까요.


중원을 통일한 당 제국도, 강성한 유목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른바 기미정책을 구사한 바 있죠. 일제는 이 기조를 대단히 교묘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계승하여(그들의 대선배격인 영국제국주의에서 배운 바도 물론 많았겟습니다만), 소위 후데이선진을 "토벌(섬뜩하면서도 가슴아픈 단어입니다)"하는 데에 최정예 인력 조선인을 동원했습니다. 박정희 뿐 아니라, 이후 한국의 독립 후 체제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은 기라성 같은 인사들의 이름이 참 많이도 보입니다. (저자도 명기하고 있듯) 바로 5.16 군사정변 당시 박 소장과 대립했던 이한림 1군 사령관의 이름도 등장하고, 한국전 당시 말채찍으로 미군을 구타하여 그 유별난 기백이 UN군에까지 알려졌던 김백일 장군, 소위 "오성장군" 김홍일, 얼마 전 모 전국구 국회의원의 돌출 행동으로 일반에 다시 화제가 되었던 백선엽 장군까지, 이 책에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여기서만큼은 등장하지 않았으면 할 대목대목에 절묘하게도 그 모습을 내비칩니다. 물론 "토벌의 대상"이 아닌 그 "주체"로서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그 중추 과정을 고찰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명들이, 왜 하필 동족의 저항을 근절하는 특무 기관의 족적 속에 이렇게도 많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걸까요.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천박한 감성주의로 "쓸어버려라! 처단하라!"를 광기 어린 어조로 외치는 게 아닌, 이성과 분석의 시선으로 그 비극의 심장부를 하나하나 짚고 살피는 데에 있습니다. 치기어리고 위험하며 부정직하기까지 한 선악의 이분법은, 이미 신변에의 위협이 사라진 지금이라면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릴 수 잇습니다. 그러나 대안의 제시, 냉철한 현황의 분석은, 책임 있고 진지하며 성숙한 정신에서만 가능합니다. 저자는 대단히 겸허한 어조로, 근대사의 가장 어둡고 암울한 순간을, 방대한 자료와 치밀한 논리로, 동아시아의 권력 질서가 근본의 변혁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건강한 논조로 그 재구성을 시도합니다. 과거의 역사를 다루었다보다는, 오늘의 겨레가 처한 그 복잡다단한 형편을 정통으로 조망하는 발걸음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다만, "간도 특설대"의 대척점에, 저 북의 김일성이 이른바 항일 무장 투쟁으로 남겨 두었다는 여러 행적에 대해, 다소 너그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유감이었습니다. 이런 실증적인 엄정성은, 저 북의 "신화"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로 적용되어야 마땅하다는 점에서이죠. 남의 친일이라는 원죄가, 북의 미심쩍은 광란적 선전에 면죄부로 작용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p268 밑에서 둘째 줄에 오타 있었습니다.

아마데라스 오카미 아마데라스 오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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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 중에서도 가장 기구한 운명 [발칸의 역사] | YES리뷰어클럽 [나]조 2014-03-0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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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저/이순호 역
을유문화사 | 2014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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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칸"이라는 단어에서 대뜸 떠오르는 연상은 무엇인가요? 혹시 20구경의 대형 자동 화기는 아닙니까? 그러나 GD 제조의 그 무서운 흉기와, 지중해와 흑해, 아시아와 유럽, 카프카즈와 트랜실바니아의 맞바람 그 풍상에 단련된 애상의 고장은, 표기에 동원된 철자가 서로 완전히 다르답니다. 우리에게는 아마, 중등 교육 과정에서 다룬, 1차 대전 직전의 그 황량하고 살벌한 국제 정치 상황, "유럽의 화약고" 어쩌구 하는 그 문구가 자동으로 귓전에 들리는 바 있죠? 엇, 이 점에서 둘은 다시 공통점을 맞기도 하는 하는 건가요? 미리 말씀 드렸지만, 그러나 둘은 철자가 안전히 다르답니다. 표준 영어 표기법을 기준으로 삼아도 말이죠.


현재 우리가 펠로폰네소스 이북에서 루마니아 이남에 걸친 그 지역을 지칭할 때, "발칸"이라는 고유명사 아니면 어떤 대안을 즐겨 사용하겠습니까? 남동유럽? 소 슬라브 벨트? 우리 동아시아 기준이나 서유럽의 국외자 기준이나, "발칸"만큼 선순위로 이 경우에 떠오르는 명사는 없습니다. 특히 지난 세기에, 세계사적으로 굵직굴직한 대사건에는 반드시 이 곳이 연루되었기에, "발칸"은 그 지역이 누리고 있는 경제적 풍요나 정치적 비중에 비해서는 과하다 할 만큼 잦은 연상 빈도를 갖습니다. 그런데,저자는 그 서문에서부터 우리에게 다소의 충격을 안기는 서술을 합니다. "'발칸'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친숙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이전에도 이 지역은 그 동쪽, 그 서쪽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공히 첨예한 이해관계를 지닌 요충지였으나, 당시만 해도 이 발칸은 발칸이라는 이름으로 자주 불리지 않았다." 참 낯설고 어색합니다. 현재의 우리에게 그만큼이나 익숙한 게, 시절의 한 때에는 그만큼이나 생경했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시점으로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대상을 응시할 때, 어떤 오류가 발생 가능한지를 잘 증명하는 예라고 하겠습니다.


낯설기만 한게 아닙니다. 이 지역은 동일 연상을 부과함에 있어, 상당한 세월을 사이에 두고도 제법 능란한 솜씨를 발휘합니다. 우리(발칸의 국외자로서 그 모든 이방인을 통칭합니다)는 발칸을 주시함에 있어, 어제도 오늘도 깊숙한 우려와 동정, 불안의 기운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 동네 특유의 생명력"에 대해, 다소나마 감탄하는 기분도 마음 한 구석을 떠나지 않습니다. 탁월한 관찰자요 공정한 캐스처인 마크 마조워는, "발칸의 이름이 구체성과 응집력, 존재감으로 다시 떠오르는 건, 오스만 제국의 쇠망과 함께 다시 찾은(혹은, 찾아 가는) 그들의 자존과 독립상의 추세와 그 상승 곡선의 기울기가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놀랍지 않나요? 아니, 당연한 건가요? 단일 단어의 언중에의 노출 빈도가 높아지는 그 움직임의 속성이, 실제 그 언어가 표상, 대표하는 역사의 실체와 궤를 같이한다는 사실이, 그저 당연하게만 받아들여져야 하는 걸까요? 오스만의 suzerain 으로 깊숙한 지저에 매몰되어 있을 때 미처 몰랐던 존재감이, 이제 그 이름 유래처럼 이면에서 지표룰 뚫고 뿜어져 나오는 저 힘찬 용암의 기운을 받아(발칸은 산맥명에서 유래한 지명입니다), 세계에 자신의 주권성을 선포하는 그 약동상을 과시하는 모습이라니요.


아직은 미숙하고, 아직은 불안정합니다. 그러나 토인비의 말처럼,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정의 기록인 법입니다.기후와 이민족으로부터 혹심한 시련을 겪고 몽골은 세계의 패자로 거듭났습니다. 비잔티움 제국도, 오스만의 술탄도, 그들을 길들이고 복종시키느라 국력의 태반을 쏟았지만, 그들은 가고 발칸은 남아 오히려 더 맑고 붉은 피의 색감으로 지도를 아로새깁니다. 이 무서운 생명력의 고장이, 동서의 신 냉전과기독교- 무슬림의 충돌이라는 이중의 교차점에 서서, 어떻게 그 선명한 비스타를 펼치고 구현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기대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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