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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 AI 혁명 - 챗GPT와 오픈 AI가 촉발한 (강정수 외 지음)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10-0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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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성 AI 혁명

강정수 등저
더퀘스트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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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가 처음 논의되었을 때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자동화, 무인화가 진행되겠기에 일자리가 많이 사라진다고들 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방법은 기존의 낡은 지식과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창의럭을 증진시키고, 영역을 넘나들며 통섭을 꾀하고 자신 고유의 인사이트를 넓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본작가 등 영화계 종사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는 뉴스가 몇 달 전 미디어를 통해 들려왔습니다. 그들뿐 아니라 AI 때문에 일자리를 통째 잃을 수 있다는 공포감(p94)이 엄습해 온다고도 합니다. 사실 사람들은 당장의 위협과 공포에 직면해서는 의외로 용감하게 싸우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을 진정으로 절망하게 만드는 건, 잔뜩 기대를 걸던 것이 좌절되거나 앞으로 전망이 보이지 않을 때입니다. 의외의(안 그럴 것 같던 사람의) 자살 뉴스가 들릴 때에는 대개가 그런 원인입니다. 


머신 러닝의 경우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킵니다. 이때 특히 이미지 생성 AI의 경우 다양한 이미지를 읽혀들이는데, 이게 어떤 건 저작권이 붙었습니다. 작가들의 경우 기계가 내 이미지를 읽어 내고 내 터치를 배우면서 테크닉을 훔치고(기계한테는 창의력이 없습니다), 결국 내 일자리까지 뺏는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면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미술뿐 아니라 글 쓰는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일이 평범하고 전달 위주로만 승부하며 부족한 자질을 주장의 과격성, 원색성으로 만회하려는 작가라면 타격이 더 클지도 모릅니다.  


p119 이하에는 빅테크 5대 기업이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요약합니다. 이들은 수동적 대응이라기보다 지금 이 시대를 선도하여 이 정도까지 세상을 변화시켜 온 주역들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메타(구 페이스북) 역시 인공지능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여 현재 일정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들리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은 구글에게 큰 위기이기도 한데 이유는 우리 독자들도 대강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 초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던 챗GPT가 갓 나왔을 때 구글 검색 셰어를 잠식한다고들 했습니다. 이제는 좀 과장된 우려였음이 드러나는 중이지만 다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야 아무도 모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빙(Bing)에 대해서는, 구글이 포지션 제로를 선언한 마당에 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입니다. 


에세이 교육은 미국 시스템의 큰 자랑이었으며 한국이 죽어도 미국 못 따라가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러던 게 이제 챗GPT가 등장해서 아예 대놓고 커닝(치팅) 소스, 아니 솔루션을 제공하고 나선 셈입니다. 책에는 미국 학교 등 교육계가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자세히 설명됩니다. 한국에서도 참고할 부분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자리 문제가 역시 핫이슈인데, 우선 가장 큰 타격을 받는 분야는 코딩입니다. 코딩도 단순 반복 과정이 많기 때문에 소수 핵심 파트를 제외하고는 기계가 대신할 가능성이 있긴 했는데 이런 생성형이 나올 줄은 몰랐지요. 몇 년 전만 해도 애들한테 코딩 조기 교육 시켜야 한다고들 했는데 (순수 교육용 과정은 제외하고) 이제 어떻게 될지 모를 판입니다. 재무 분석 이야기가 나오는데 책에서는 이거야말로 기계가 사람보다 낫다는 다수 의견을 소개합니다만 저는 그닥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숫자가 많다고 기계 친화적인 업무는 아니고 숫자 속에 꽁꽁 숨은 의미를 찾아야 하는데 그걸 AI가 할 수 있겠습니까?


마케팅은 어떠한가. 그러지않아도 취약한 분야였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이 역시 갈수록 사람의 찬의력이 중요해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이미지 생성이 쉽지 않았으므로 상황에 잘 맞지도 않는 것이 그저 기술적 치장으로 위에서 컨펌받고 대중 앞에 화제를 모으는 경우도 있었으나(상품의 마케팅이 아니라 마케팅의 자기 도취, 자기 최면, 혹은 마케팅 자체의 마케팅) 이제는 찐이 아니면 못 살아남는 시대가 올 수 있죠. 모든 위기는 기회임을 알고 과감하게 현실을 직면해야 살아남습니다. "경쟁자가 아니라 당신의 협력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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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병원이 잘되는 12가지 비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3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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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 병원이 잘되는 12가지 비밀

박정섭 저
매일경제신문사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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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은 업종을 불문하고, 가장 확실하며 효과적인 성공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경영학 교과서에서도 벤치마킹의 미덕을 강조합니다. 벤치마킹에 가장 밝을 수 있는 입장이라면, 이 회사 저 회사를 두루 둘러볼 수 있는 직분을 가진 이들이겠습니다. 컨설팅 회사라든가, 국세청 직원일 수도 있습니다. 병원의 경우, 영맨이라고도 불리는 분들이 심지어 드라마에서도 "잘될 병원인지 아닌지 한눈에 안다"며 덕담을 건네고 이를 들은 개업의들이 좋아하는 장면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자 박정섭 대표는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둔 유능한 영업사원 출신인데, 이런 분들은 분야 불문하고 그 비결이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하물며 의료 섹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본래 이 책은 잘되는 병원들의 공통점을 분석한 책이지만, 저는 언뜻언뜻 보이는 저자의 성공 수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고 그에 대해 제 나름대로 결론을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초진 환자가 어떻게 유입되게 하는가? 병원에 왔을 때 어떻게 신뢰감을 갖게 하는가? 진료를 받고 나서 만족감을 갖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p51) 이 세 가지가 병원 성공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첫째 질문에 대해, 이것이 만약 마케팅에 대한 사항이라면 동네 급여과 의원들은 "나랑은 먼 얘기"라며 관심없어 합니다. 의원에서 누가 마케팅에 돈을 쓰냐는 이유에서입니다. 


둘째, 병원에 딱 들어섰을 때 너무 광고 같은 안내문만 잔뜩 붙어있거나 인테리어가 지나치게 화려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고 합니다. 원장님은 간단한 아이디어로 일반 서민에게 친근감을 줄 방법이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셋째 일단 진료 자체의 뛰어남은 별개로 하고(이건 마케팅의 영역이 아니죠. 기술은 같다는 전제 하에 이 책은 어떻게 마케팅 어필을 하느냐는 내용입니다), 환자와 진료 결과에 대한 소통을 어떻게 해야 환자가 만족을 하고 나가느냐에 대해 책은 가르쳐 줍니다.

요즘은 어떤 업종이라도 검색 엔진에서 일단 검색을 해 보고 어디를 갈까 무엇을 살까를 결정합니다. 100% 믿을 수는 없어도 후기도 읽어 보고 참고는 일단 합니다. 그러니 병원도 지나가다 간판만 보고 막연하게 들어가는 게 아니라 검색이라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최우선으로 해 둬야 할 일은 네o버 플레이스에 노출되도록 최소한의 정보를 게시하는 것입니다. 이 정도야 누구든지 하시겠으나 의사분들 중 연세가 많으신 분이라면 혹 아니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무료 홈페이지인 모o, 검색 앱인 o닥 등에도 게시하거나 노출되게끔 간단한 절차를 거치실 것을 의사분들께 저자는 권합니다. 이용자 입장에서 저는 평소 병원에 갈 일이 없어서인지 사실 병원 검색에 이런 수단들이 있는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아파트 광고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에 가성비 면에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깔끔하게 병원 이름만 게시하는 엘리베이터 광고가 뜻밖에 만족스러울 수 있다고도 합니다. 블로그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유의 진료 철학을 설명하고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좋다고 합니다. 일방적으로 광고를 하는 채널이 아니라 나는 이런 식의 의료 원칙을 갖는다고 표방하며 공감을 얻어가는 방식을 말합니다. 삶의 근간을 이루는 철학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공감자를 모으기 시작하면 확실한 충성 고객들 확보로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진실성이 최우선입니다.

젊은 의사라고 해서 반드시 경험이 일천하다거나 지식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젊은 원장님이, 기술 면에서 결코 베테랑보다 못할 것 없다는 점도 허위 과장이 안 되는 범위 안에서 확실히 어필하라고 합니다. "공부하는 의사"라며 계속 최신 지식을 흡수하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한의원이라고 해도 이 이치는 같다고 합니다. 한의원이야말로, 사람들이 나이든 원장님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겠으므로 이거 유념들 하실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소통 시 환자의 눈을 똑바로 보고 이야기하며(모니터를 응시하며 이야기하는 것 지양), 목소리는 너무 작아선 곤란하며, 사투리를 쓰며 쏘아붙이듯이 얘기하지 말라고 합니다(사투리가 문제가 아니라 어조를 지적함입니다). 말끝을 흐리면 어르신들이 못 알아듣는다고 합니다. 의료 아니라고 해도, 제 경험상 어르신들은 청력이 안 좋아서 대화 중 발음을 분명히하고 목소리만 커도 호감도가 급상승하긴 하시더라구요.

요즘은 CEO가 직원들에게 기를 살려 주고 인간적으로 벽 없이 대해야 그 직원들이 제 잠재력을 다 살려 일합니다. 원장님은 당연히 CEO입니다. 특히 휘하의 간호조무사분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책 p181 이에 자세히 설명합니다. 사실 이 점은 병원 이용자 입장에서 자주 느끼는 게, 간호조무사분들이 불친절하다 싶으면 그 병원을 꺼리게 되는데, 이 원인 중 상당 부분은 원장님이 그분들을 대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시사를 받았습니다.


우선적으로는 원장님들이 읽으실 필요가 있을 책이겠으나, 그냥 일반 독자 입장에서도 어떤 병원이 상업적으로 성공하고, 어떤 병원이 그렇지 못한가에 대해서 공부하며 이 산업 일반의 특징과 전망, 구조에 대해 조금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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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플레이션 시대의 경제지표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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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 인플레이션 시대의 경제지표

에민 율마즈 저/신희원 역
시크릿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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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라는 건 본질적으로 물가의 상승입니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에 대해 학자들은 여럿을 꼽습니다만 현재 우리가 겪거나 앞으로 겪을 것이라 우려되는 인플레이션은, 튀르키예 출신, 일본 주재 경제 저널리스트인 에민 율마즈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려서입니다. 당연한 지적이긴 하나, 사실 경제에 충분한 활력이 돌면 돈이 많이 풀려도 큰 지장이 없고 오히려 활황을 돕기까지 합니다.


저자는 지금의 인플레이션 위기 원인을 멀리 1987년 블랙 먼데이 사태까지 거슬러올라가 돌아보는데, 물론 그때 풀린 돈이 지금까지 회수가 안 되어 말썽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 동안에 인류 역사를 바꿔 놓은 혁신(과 그를 통한 경제적 효용 창출)이 얼마나 있었는데요. 당국은 그때 이후로, 실물 경색과 침체 심리의 조짐이 보이기만 하면 바로 돈을 풀어서 해결하는 나쁜 버릇이 들었다고 합니다.

미국은 그때가 시초이고,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대폭락 당시 (경기를 부양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버블 퇴치를 명분으로 금리 대폭 인상, 긴축 정책을 단행했었는데(당시로부터 십 년 전 미국 폴 볼커를 그대로 따라해서) 이게 중환자의 체질 강화가 아니라 외려 호흡기를 뗀 꼴이 되어 버렸습니다. 잃어버린 30년은 이때 비로소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저자분은, 일본이 그때 호되게 데여서 지금까지도 웬만하면 완화를 유지하지, 돈을 거두어 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각각의 이유로,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큰 파장을 부를 만한 대질병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민대응하여 돈을 지나치게 풀었다가 자국은 물론 세계적 범위의 인플레이션 사태를 불렀다(혹은, 그러기 직전이다)라는 게 이 저자의 입장입니다. 소를 잃기 전에 외양간을 고치는 게 사리에 맞으므로 수긍이 가는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현재 미국(연준)은 대중의 예상을 깨고 피보팅을 하지 않은 채 고금리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베이비스텝으로 금리를 올릴 기색마저 보입니다. 물론 정말로 올렸다가는 그날로 증시가 박살날 것을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합니다. 앞으로 차이나프리 상태로 살아야 하니 저가생필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고, 그 상태를 견뎌내려면 시중에 돈이 많이 돌아선 안 되기 때문에 긴축으로 가는 건데 서민들은 힘들어질 게 뻔합니다. 이래서 꽁돈 좋아하는 경제는 망하기 십상이라는 거죠. 받을 당장에는 좋지만 말입니다.


저자는 말하기를 이른바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나 조언은 믿을 게 못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도 한국에 그렇게나 경제학자, 전문가들이 많았건만 단 한 명도 그런 엄청난 사태를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나 학자가 예측을 척척 해내기에는 실물경제에 변수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무능해서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이며, 다음으로는 혹 정확하게 봤다고 해도 그런 말을 구태여 공개적으로 표명할 유인이 없는 것입니다. p27에도 보면 그런 말이 나오는데, 설령 개별 애널리스트가 다르게 봤다고 해도 대외적으로는 하우스 오피니언(한국 증권사에서도 이런 말을 씁니다)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혼자 바른말을 못합니다. 상식적으로, 괜찮은 정보가 있으면 지가 영끌해서 지가 다 먹지 그걸 뭐하러 알지도 못하는 사람(아는 사람이라고 해도)에게 뿌리겠습니까?

아무튼 그래서, 저자는 대중들이 이른바 전문가나 기관이나 미디어의 말을 믿을 게 아니라, 각자 알아서 이 험난한 세상의 파고를 헤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조언을 합니다. 난파선 잔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생존의 희미한 가능성만 의지하는 사람에게도 어떤 멀리서 비추는 등대의 조명이라도 있어야 하겠는데, 그게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경제지표들입니다. 적어도 이것만이라도 챙겨서 효과적으로 각자도생하자는 뜻이겠습니다.


지표도 선행지표라 볼 수 있는 게 있고 후행지표가 따로 있습니다. 사실 보는 관점, 활용하려는 목적에 따라 다른 것이며 어떤 고정된 선행지표, 후행지표가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p78을 보면 예를 들어 GDP의 경우 본질적으로 경기 후행지표이지 이걸로 한 국가의 경제 장래가 어떠할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GDP통계는 거시 경제 전반에 대해 매우 세부적으로 커버를 하므로 이를 통해 현재(직전 과거)의 일국 산업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진로를 (눈 밝은 사람이라면) 내다볼 수는 있습니다. 실적발표를 낸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기도 하는 현상(선반영, 이익실현심리)과 매우 닮았다고 하겠습니다.

경제관련뉴스에서 ISM 제조업지수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대체로 50을 넘으면 경기 확대, 그 밑이면 경기 후퇴라는 게 이 지표를 해석하는 상식적 기준입니다. 이 지수는 특히 제조업 관련하여 비교적 적실성이 높은 편이나, 사실 설문조사 기반이기 때문에 특별한 물적 근거를 갖고 예측력을 발휘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각 기업에서 책임 있는 포지션의 담당자들이 무슨 전망을 갖는지를 대량 취합하여 어떤 개략적 결론을 도출하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의 투자자들에게 요즘 미국 경제 뉴스는 국내 뉴스하고 아무 차이 없을 만큼 관심이 집중됩니다. 시차 때문에 밤새(한국 기준) 당국에서 무슨 발표가 났다 제롬 파월이 무슨 소리를 했다 등을 CNN이나 유튜브 관련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 봅니다. 아마 그 중에 제일 잘 알려진 게 CPI일텐데, CPI도 종류가 있다며 주식카페에 가면 사람들이 자기 주민번호처럼 줄줄 뀁니다. 책에서도 "마지막으로 챙겨봐야 할 지표"라며 강조합니다(물론 책에서 설명상 마지막 순서라는 뜻이겠습니다만). 특히 이 책의 메인 테마가 인플레이션이니 만큼 더 주제와 긴밀한 관계를 지닌 지표입니다.

저자가 일본 주재원이기도 하고 그래서 일본의 상황이나 과거 선례, 지표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실제로도 일본의 통계는 작성 과정이 매우 꼼꼼하고 응답자들이 진지하게 참여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습니다. 책에서는 그 대표로 일은(日銀)에서 발표하는 단칸 지수를 드는데, 그 중에서도 업황 DI에 주목하라고 합니다. 저자의 말씀은 물론 개인 견해에 그치지 않고 일반적인 타당성까지 갖지만, 또 일본의 뎡제적 저력은 오랜 역사 속에 구축되었으므로 언제든 잠재력이 폭발할 개연성이 높지만, 실제로 세계 경제의 흐름과 일본의 동향은 다소 유리된 감이 있기에(과거에는 아니었죠) 일본의 지표로 세계 경제의 트렌드를 예측한다는 게 다소 고개가 갸웃해지는 점이 없지는 않습니다(물론 통계를 다루는 입장에서는 아주 이쁜 머티리얼이죠). 사실 일본은 이제 부를 충분히 쌓았기 때문에 더 이상 세계 흐름에 연동되지(혹은 좌우되지) 않고 갈라파고스에서 자기들끼리 잘 살겠다는 선택을 했다고도 보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했다간 당장 북한처럼 되죠.

책에도 나오듯이 ASML은 네덜란드 기업이고 얼마전 이재용 회장이 직접 방문하기도 할 만큼(그래서 국내 투자자들도 그 이름을 다 아는), 반도체 산업에서 대체 불가능한 기술을 보유한 곳입니다. 역사적으로 네덜란드는 이처럼 못 따라할 기술을 갖고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키를 지녔던 나라이긴 합니다. 발틱 운임 지수, 장단기 금리 역전, 독일의 IFO, 인도와 브라질의 특정 섹터에도 주목하라고 합니다.


이 책 곳곳에서 강조되는 키워드 중 하나는 "전환점"입니다. 거시경제든 개별 종목이든 전환점만 잘 짚으면 저점에 사서 고점에 파는 투자자의 최상급 판타지가 언제 어디서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결국 믿을 것은 나 자신의 처지에 최적화한 개별 생존 전략임을 알고 누구의 주관에 의해서 쉽게 왜곡되지 않는(대체로는) 통계와 지표를 일상적으로 체크하고 해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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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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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뉴 스포츠 비즈니스 인사이트

박성배 저
인물과사상사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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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스포츠는 과거 재벌기업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국민 사기 진작(?)이나 자사 이미지 개선 등에 간접 활용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리그 운영에 참여하던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도 경제의 활기가 왕성한 나라는 스포츠가 사업적으로 이윤을 크게 창출하며, 대중의 참여 열기도 매우 높습니다. 한국도 프로 리그가 갈수록 국민적 주목을 받고 열성 팬들이 늘어나면서 그저 간접 홍보 수단에 그치지 않고 기업들이 이를 통해 쏠쏠한 이익이 생기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또 선수들의 연봉 협상을 대행하거나 상품성 향상, PR, 법적 분쟁 대응을 전업으로 삼는 에이전시(agency)업도 따로 성행하는 게 작금의 현실입니다. 저자께서는 이 단계를 넘어, 한국의 스포츠 비즈니스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진화할지를 예측합니다. 사실 지금 단계에서도 이미, 한국의 스포츠 산업은 대중의 짐작 범위를 훨씬 벗어나서 정교한 영역 개척을 시도하는 중입니다.


연고지 이전은 아주 미묘한 이슈입니다. 뉴욕 브루클린을 연고로 뒀던 다저스 구단의 LA 이전은 대성공 사례로 꼽힙니다. 톰 베린저와 찰리 신이 주연한 <메이저 리그>는 바로 이 연고지 이전을 소재로 삼아, 구단주와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어떤 코믹한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재미있게 터치합니다. 한국에서 연고지 이전을 감행한 구단은 인기 면에서 심각한 고충을 겪는데, 베어스(충청도 → 서울), 레이더스/와이번스(전북→인천), 유니콘스/히어로즈(인천→서울) 등이 그 예이며(독자인 저의 개인적 생각이고, 구단 법통 계승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라이온스 구단도 한때 대구에서 수도권으로 연고지 이전을 고려하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중단한 바 있습니다. 책에서는 p63에서 몬트리올 엑스포스가 워싱턴 내셔널스로 이전한 예를 들어 자세히 분석합니다.  


최근 서울시장이 잠실 마이스센터와 연계하여 새 야구장을 돔 형식으로 새로 짓겠다고 발표하여 여러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그 사정이 반영된 서술은 물론 아니겠으나) p47을 보면 현대 스포츠 비즈니스 관관에서 "경기장"이란 무엇이며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다양한 산업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체험." 아마도 이 비슷한 관점을, 몇 년 전 모 야구단을 인수하여 화제가 되었던 모 경영인(p46)도 공유하지 않을까 짐작합니다(책에는 구단명, 구단주명이 모두 나옵니다).


한국에서도 이승엽 선수가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세워 나갈 때 잠자리채까지 등장하여 기념비적으로 남을 공을 획득하기 위해 관중들이 경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p31을 보면, 레전드 투수 로저 클레멘스의 300승을 추억할 사진 한 장이 3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된다는 사실이 소개되는데, 프로야구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 있을 법한 일입니다. 또 미키 맨틀은 2만 개의 사인볼로 275만 달러를 벌었다고 하니 아직 한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풍속도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 들어 WBA, WBC 등 메이저 복싱 리그는 헤비급 바로 밑에 크루저급이라는 체급을 신설했는데, 보비 치즈는 자신이 멘사 클럽 회원임을 과시하기 위해 멘사 로고가 찍힌 티셔츠를 입고 나와 상대인 에반더 홀리필드를 맞았습니다. 저자는 이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만약 이 경기가 1996년이 아닌 지금 열렸다면 그 티셔츠 자체가 엄청난 고가에 거래되는 기념품이 되었으리라고 추천합니다. 참고로 이 경기에서 보비 치즈는 홀리필드에게 5회 KO로 졌습니다. 저자가 이 사례들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스포츠 파생시장의 볼륨과 역동성"입니다.


FIFA 월드컵 대회에서, 2018년 이래로 경기장 펜스를 온통 중국어 간판이 주름잡고 있는 모습을 TV 중계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 시청자는 피파에 귀한 고객이며, 중국 기업들은 피파의 든든한 돈줄이 된지 오래입니다. p171에서 피파가 왜 중국에 그토록 호의적인지 저자분의 자세한 분석이 나오는데, 우리가 그저 예사롭게 보곤 하는 스포츠 행사에서 사실은 그 막후에 얼마나 거액을 놓고 치열한 계산이 오가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3월의 광란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미국에서 대학 농구 대회는 프로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모으는 빅 이벤트입니다. 그러나 p200 이하에서 저자는 이 화려한 행사의 이면에, 사정 없이 유린당하는 아마추어리즘과 부정부패의 흑막이 있음을 개탄합니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찬란하게 발전시킨 것도 스포츠이지만, 그 스포츠의 아름다운 정신을 무참히 훼손하는 것 역시 자본의 논리임을 저자는 안타까운 어조로 지적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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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실무 이것만 알면 된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1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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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역실무 이것만 알면 된다

이기찬 저
중앙경제평론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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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무역실무는 관세사 등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이 공부합니다만 사실은 현업 종사자라고 해도 매뉴얼을 옆에 두고 수시로 참조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대체로 무역실무 매뉴얼은 매우 두꺼운 책이지만, 긴 내용을 일일이 살필 시간이 없거나 휴대가 필요할 경우에는 이런 간단하고 요점만 잘 추려진 책이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이 분야 지식이 없었는데 급하게 실무자들을 상대해야 할 때에 요긴할 책 같습니다. 

분량이 작지만 무역이라는 게 워낙에 전문적인 영역이다 보니 내용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쉽게 풀어쓰려 든 저자의 의도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p29를 보면 병행수입이라는 용어가 설명되는데, 워낙 많이 쓰이는 말이므로 무역 직접 종사자가 아니라 해도 대강은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 말인지 아는 사람들이 많겠습니다. "진정상품을 국내 상표권자, 전용사용권자 허락 없이 수입하는 행위"라는 게 그 정의입니다. 원칙적으로 병행수입은 "일정 요건 하에 허용이 된다"는 게 우리 법의 태도입니다. 유통의 자유라는 게 있고, 독점수입업자의 폭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전용사용권자 등이 원 권리자와는 별개로 거래계에서의 신용을 쌓은 업자라면 이는 보호를 받습니다. 그 사람한테서 사는 건 다른 사람한테서 사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병행수입이 허용되는지 여부는 관세청 사이트에서 직접 확인하라고 책에 나옵니다.


아무하고나 거래를 할 수 없습니다. 어느 업종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객관적인 신용정보를 입수하려면 한국수출공사 사이트에서 그 회사의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고 나옵니다(p51). 이 책에 나온 디앤비코리아는 현재 나이스신용정보와 합병하여 nicednb.com에서 서비스되니 착오가 없어야 하겠습니다. abc-companies.co.kr도 현재는 서비스되지 않으니 그냥 위에 언급된 곳을 이용하는 게 낫겠습니다. 책에도 나오듯이 구태여 신용정보를 조회할 것까지는 없고, 수출보험 가입이 더 현실적인 수단이라고들 하죠.

신용장이라는 게 종류가 무척 많습니다. 이게 무역실무를 학교에서 책으로 배운 것과 현장에서 배운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나는 부분입니다. 특히 견질신용장이라는 걸 두고 어떤 이들은 낯설어하는데,  이건 일종의 담보로 잡는 신용장을 말합니다. 실제 사용을 막기 위해 견양(見樣)이라고 표기하는 게 흔한데 여기서 견(見)은 그런 뜻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서류에 consignee라고 적혔으면 그건 수출물품을 인도받을 사람 혹은 회사입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건, 신용장방식의 경우 신용장 상에 명기된 대로 기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vessel은 대개 선박이며, flight는 항공편입니다. 중량을 기재하는 방법도 다른데, net이 있고 gross가 있습니다. 무역 분쟁이 발생하면 여튼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데 알선, 조정, 중재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책에 나오듯이 중재는 일단 성립이 되기만 하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대체로 알선과 조정은, 절차가 진행되는 중 어떤 타협의 여지를 쌍방이 기대하거나 탐색의 기회를 갖고 싶을 때 선택합니다.   


HSK번호라는 게 있는데 물론 업계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대로 번호를 골라야 하겠으나 혹여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낮은 관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는 품목으로 가야 하겠습니다. 이 책에는 특별소비세라고 표기(p114)되었으나 현재는 개별소비세로 크게 개편되었으므로 세법상의 업데이트 부분은 꼭 확인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제방식도 요즘은 은행을 통한 TT방식이 가장 일반적이지만(p62), 그 외에도 DD, CD, CAD, 추심 등 여러 방식이 있으므로 경우에 따라 알맞게 가야 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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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위 구종순 共著 무역실무 신정판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1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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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역실무

박대위,구종순 공저
법문사 | 201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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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하면 대뜸 온갖 번잡한 서류가 난무하는 상황이 떠오르지만 p51에 나오듯 대세는 무역자동화이며, 이 말은 앞으로 종이서류 없는 무역(paperless trade)가 현장에서 구현된다는 뜻입니다. EDI란, electronic data interchange의 약자입니다. 다음 페이지의 다이어그램에도 잘 나오듯이, 무역은 세관, 은행(국내나 외국계), 해운기관, 운송사, 창고업자, 손해보험사, 관세사, 보험사, 기타 협회 등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잡다단한 법룰관계가 배후에 있습니다. 이걸 가능한 한 간이화해야 무역업자가 오롯이 제 업무에만 몰입할 수 있고 시스템 차원에서 그리 되어 가는 중입니다. 다만 최근에는 EDI가 아니라 그보다 더 편한 API 방식으로 가는 추세라는 점도 알아야 하겠습니다. 비용도 줄이고, 기업은 구태여 수도권에 옹기종기 모일 필요 없이 지방으로 자연스럽게 분산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심지어 중학교 교과서에서도 CIF다 FOB다 해서 무역조건이 위험부담을 누가 해야하는지에 따라 이리저리 갈린다는 점을 배웠던 적 있습니다. 실제 무역조건은 그보다 훨씬 더 세부적으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로 p87에서는 DEQ라는 게 설명됩니다. 이것은 부두인도조건인데, 약어의 Q가 다름아닌 quey(키), 즉 부두라는 뚯이 되죠. 여기서도 INCOTERMS 규정이 또 문제됩니다. 수입통관의무는 이제 편의를 위해 수입업자(매수인)의 의무로 변경된 것입니다. 관세미지급 인도조건이라는 것도 있는데 영어 약자로는 DDU입니다. delivered duty unpaid의 약자입니다. 

용선계약이라고 하니 말이 어려울 수 있는데 쉽게 말해서 배를 세 내는 계약입니다. 고용이라고 할 때의 傭 자를 씁니다. 뭐 用이라고 해도 뜻은 통할 듯한데 원래 한자라는 게 음이 비슷하면 뜻도 어느 정도 연결되는 경우가 많고 허신의 <설문자해>에도 이 비슷한 뜻을 암시합니다. 용선에는 기간용선이 있고 항해용선이 있는데 후자는 임차 단위를 특정 항해로 삼는 계약입니다. 영어로도 voyage charter 혹은 trip charter라고 씁니다. 이때 하역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FIO냐 아니면 그냥 FI, FO냐에 따라 귀속되는 당사자가 달라집니다. p106 이하에는 컨테이너화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이어집니다. 컨테이너선(船)의 종류, 유통경로도 시험에 자주 출제되니 야무지게 학습해야 하겠습니다.


선하증권(B/L)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통과선하증권(이른바 through B/L), 약식선하증권(숏폼), 부서부선하증권(countersign B/L. 副署附船何證券) 등이 있습니다. 부서부라는 건, 메인이 아니라 서브 격인 서명이 더 붙었다는 뜻인데 선박회사가 물품인수자로부터 관련대금 일체를 다 수령했음을 인정하는 서명을 뜻합니다. 이제 대세는 전자식 선하증권인데, 그 규격은 CMI rule에 따릅니다. CMI(국제해사법회)는 국제해사기구인 IMO하고는 다른 기구이며, 역사는 더 오래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국제거래는 대금정산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송금환과 추심환이 있고, 전자는 remittance, 후자는 collection이라 부릅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는 환어음 결제입니다. 바로 다음 챕터에 환어음 결제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주지하다시피 환어음 거래는 3자 간에 진행됩니다. 필수기재사항이 있어서 하나라도 결(缺)하면 무효가 되는 게 있고, 임의기재사항이 있습니다. 친절하게도 환율에 대한 설명까지 자세히 나오는데, 크로스환율과 재정환율에 대한 설명이 특히 좋습니다.


포피팅도 잘 알아 둬야 합니다. "몰수하다"라는 뜻의 forfeit하고는 철자가 살짝 다르니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종의 채권양도인데, p259에 설명이 잘 나와 있으니 읽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다음 페이지의 절차에 관한 다이어그램도 이해가 쉽게 잘 정리되었습니다. 원자재의 조달은 내국신용장에 의할 수도 있는데 p331에 구매확인서와 내국신용장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잘 나옵니다. 역시 무역은 서류의 행위인데, 서류를 매입은행이 통째 인수하기도 하며 이를 covering letter라고 합니다. 나중에 혹시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바탕으로 채권보전절차에 바로 돌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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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쉽게 배우는 무역실무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18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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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에서 제일 쉽게 배우는 무역실무

신성찬 저
미래지식 | 2005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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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실무는 수백 년 동안 갖가지 기술적인 면이 발달한 분야일 뿐 아니라 최근에 급격히 신기술이 발전하기도 했기 때문에 배워야 할 내용이 그만큼 많습니다. 내용이 양적으로 많기도 하지만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 그만큼 공부하기가 힘듭니다. p12에는 무역을 일러 종합예술, 무역업자는 국제신사라고 규정하는 대목이 있어서 흥미롭습니다. 무역 분야에 능통하게 되면 수입에 여유가 생기는 생업을 갖게 되고, 그래서 생긴 시간적 여유를 활용해 낮 시간대에 야구장을 찾기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저자님의 말씀을 새기고 싶네요. 



심지어 p17에는 "영어를 잘하려면 무역을 하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영어뿐 아니라 어떤 외국어라도 일상 속에서 꾸준히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어야 몸에 배고 실력이 늘죠. 무역에 종사하는 사람은 일상이 외국인과 대화하고 생각마저도 영어로 수행하는 때가 많으니, 영어가 안 늘려야 안 늘 수가 없다는 저자님의 말씀에 공감하게 됩니다. 책에는 "당구도 치면서 실력이 늘듯이"라는 구절도 있는데, 당구를 쳐 본 사람들이라면 고개가 끄덕여지겠습니다. 다만 상대하는 사람들의 수준이라는 것도 있기 때문에, 처음 한두 번은 몰라도 시간이 좀 지나면 사람의 품격이 드러나 보이는 올바른 문법이라든가, 고급 어휘 같은 것도 신경을 써야 하겠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종사하는 분야에 대해 확실하게 알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직장에서 살아남고, 고객에게 할 도리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그렇지만,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기 능력과 성취 현황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 자신감이라는 건 그저 주관적 만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 직업을 앞으로 길게 영위할 수 있게 하는 어떤 기(氣)를 나의 내면에 불어넣는 장기 작업이기도 합니다. 특히 무역은 거래를 성사시켜야 할 그 결정적 순간에, 상대방에게 강한 확신을 심어 주기 위해서라도 나의 웨어(ware)에 정통한 지식을 가져야 합니다. 물론 목소리만 높인다고, 없는 지식이 보충되는 건 아닙니다. 상담(商談)할 때에는 쓸데없이 목청만 키우는 사람을 조심해야 합니다.


p138 이하에는 무역에 자주 소용되는 다양한 서류가 설명됩니다. 특히 to order라든가, to the order로 표시된 경우 이를 to the order of shipper라고 해석한다고 나옵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지시에 대해"를, "송하인의 지시에 대해(=따라)"라고 새기라는 뜻입니다. 또 사실은 그 다음 구절이 더 중요한데, 책에 보면 B/L 뒷면에 shipper가 배서한다고 나옵니다. 이 내용을 송하인이 책임 진다는 뜻입니다. 불일치의 경우, 만약 하자 내용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면 수출자로부터 L/G(보증서)를 받고 신용장 매입 은행이 그대로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고 나옵니다.

C/O는 원산지 증명서인데, 일반인들은 이게 얼마나 중요한 서류인지 잘 실감하지 못합니다. p218에는 특히 가상의 사례를 통해 "중동지역에서는 서류 작성이 번거롭고 수수료도 많이 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는 종교적 이유가 있겠고, 특히 대사관 인증을 받는 데에 0.7%나 책정한다는 건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무역 서류는 bill이 들어가는 게 무척 많은데 약자로 B가 있으면 대개가 bill입니다. 그런데 p226을 보면 특히 환어음을 그냥 bill이라고 부른다고도 합니다. 정식명칭은 B/E입니다. 

p89를 보면 바이어에게 L/C를 받는 경우, "이러한 서류"는 바이어에게 보내는 게 아니라 은행으로 직접 보내는 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서류"는 바로 앞에 나온, B/L(선하증권), 송장(invoice), 품목표 등입니다. 그런데 현금이 아닌 엘씨이므로, 당장 공장에다 물퓸 대금을 줄 수가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엘씨가 그냥 엘씨가 아니라 은행의 지급확약서인 로컬 엘씨라면 공장 측에서도 믿고 생산을 개시하는 게 보통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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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주식은 때가 있다 - 래리 윌리엄스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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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래리 윌리엄스 좋은 주식은 때가 있다

래리 윌리엄스 저
페이지2북스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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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예전에 수익을 안겨다 준 종목이라고 해도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산다면 큰 손실을 끼칠 수 있습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 이치를 사람들은 곧잘 잊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합니다. 학부 3학년 수준의 재무관리 교과서에도 이 원리가 나옵니다. "감마(γ)로 통상 표시되는 타이밍 요소이야말로 사실 포트폴리오의 중핵이다." 주식은 무엇을 사느냐보다, 언제 사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투자는 실전이고 실적이란 점 감안하면, 계좌를 까서 인증하기 전까지는 누가 고수라는 말 믿어서는 안 됩니다. 투자의 고수들이 지향하는 바가 다 다르며 물론 가치투자라는 원칙 하나로 세계를 제패하다시피한 현자도 있습니다만 밸류에이션 스킬은 일반인이 쉽게 따라하기 힘든 영역이라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타이밍의 미덕을 최우선으로 치는 이 래리 윌리엄스의 지침이 어쩌면 개미투자자에게는 더 현실적인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지만 채권시장 사이즈가 주식보다 훨씬 큽니다. 보통 채권 동향과 주식 흐름은 별개로들 알고 있지만, 래리 윌리엄스는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시장 약세가 초래된다고 합니다(p96). 그건 당연한 상식 아니냐, 당연히 채권과 주식이 대체재 관계이니 이리로 돈이 쏠리면 저기서 돈이 빠지는 것 아니냐, (채권 시장 다이렉트는 아니지만) 지금도 미국에서 고금리 기조이니 증시가 어려운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으나, 래리 윌리엄스가 이 대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조금 다른 뉘앙스입니다. 우선 주주는 (물론 회사의 주인이지만) residual claimant, 즉 잔여재산청구권자입니다. 이 말도 여러 뜻이 있으나 원칙적으로 회사에서 채권자가 주주보다 우선이라는 말도 됩니다. 고금리는 회사가 우선 갚아야 할 이자비용을 증가시키며, 이러니 주주한테 가는 배당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증시 약세가 예상된다는 게 그의 주장 핵심입니다. 뭐 읽기 따라서는 당연한 명제의 반복일 수 있으나, 우리들은 이 당연한 원칙을 너무 자주 망각하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이 책에서는 진 할러의 잘 알려진 주장, "금리가 1% 하락하면 하락장이 상승 전환하는 데에 충분하다."를 인용합니다. 뭐 주식에는 변수가 워낙 많으니 저 말도 그저 참고용으로만 유념해야 합니다.


"역사는 자신을 반복한다." "대중은 언제나 어리석게 행동한다." 전자도 잘 알려진 명언이지만 때로는 크게 어긋나기도 합니다. 래리 윌리엄스는 후자에 더 방점을 두고, 자신은 "대중이 거의 언제나 상승기의 중반에 (겨우) 진입하여 고점에서 대량 매수한다(그래서 물린다)."는 믿음을 따르며, 그를 역이용할 것이라고 호언합니다(p118). 또 대중이란 결국은, 처음에야 가치주에 집중하는 것 같아도, 나중에 가서 투기성 주식에 몰린다고도 합니다. 따라서 뉴스에서 어느어느 종목에 몰린다고들 하면, 이는 폭락이 임박했다는 명백한 시그널로 봐도 된다고 합니다. 이 책은 2003년, 거의 20년 전에 쓰였지만 적어도 이 지적만큼은 전혀 변하지 않고 적용되는 듯합니다. "The fundamental things apply." 이 시점 한국 증시에서도 대번에 어떤 종목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세상은 언제나 호황과 불황을 거듭해 왔습니다. 1920년대에도 1차대전이 끝난 후 대호황이 찾아왔고 사람들은 무분별하게 누가 좋다고 선동하는 주식을 (하필이면 너무 늦은 시점에) 사들이다가, 약은 사람들이 재빨리 팔아치우고 나가는 바람에 큰 손해를 봤습니다. 20세기 전반의 공황은 그렇게 찾아왔는데 거기서 쓰디쓴 교훈을 얻은 후 각국 정부(혹은 그와 유사한 책임 당국)는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려고 애를 씁니다. 현재 뜻밖에도 고금리 기조를 계속 유지하려는 기색인 미 연준도 한편으로 거품이 잘못 터질 것을 우려하고, 한편으로 중국산 저가품과 절연하려는 장기 비전으로 저러는 듯합니다. 이 와중에 증시의 향방이 과연 어디를 향할지는 정말 신중하게 지켜봐야 하겠는데, 대세는 하락장일 수 있지만 장세는 개별화할 수 있겠습니다. 이럴 때 인덱스를 사는 건 현명하지 못하겠기도 하겠고요. 책에서 래리 윌리엄스는 1980년대 여피족의 부상(浮上)을 회고하는데 자신이 젊었을 때(초년생 때) 겪은 바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만 어느 시대인들 저처럼 젊은이들이 확 들어왔다가 피 보고 나가는 일이 어디 없었겠습니까. 21세기 초 닷컴버블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앞시대도 마찬가지였고 말입니다.


"구경제가 (곧) 신경제다.(p173)" 참 이상하게도 경제는 스케일을 길게 잡고 보면 과거의 일들이 자주 반복됩니다. 사기를 쳐도 이처럼 패턴이 자주 반복되면 아무도 안 속을 듯합니다. 한편, 주가는 "그 회사가 과거(현재 포함)에 한 일들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앞으로 10년 동안 무슨 일을 할지에 따라 정해진다."는 말도 절대 진리입니다(앞의 말과 모순되는 것 같아도). 단지 미래를 정확하게는 아무도 모른다는 게 문제지만.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장기적으로 지극히 타당한 말도 단기적으로는 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역으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는 또한 "주가상승의 첫째 요인은 '인기'"라고도 말합니다. 인기라는 건 특히 주식에서 불가사의한 요소인데, 어떤 회사는 내용이 몹시 좋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회사 이름이 잘못 달렸다고 해서 잘 안 오르기도 한다는 지적도 개인적으로 들은 적 있습니다(oo약품인데, 하는 일은 여느 우량 제약회사와 같지만 이름이 마치 화학약품만 만드는 회사 같다고 해서 - 그렇다고 이 업계에서 쌓은 평판이 있는데 쉽사리 바꾸기도 어렵죠).


버릴 부분이 하나도 없는 명저이지만 그래도 혹 시간이 없을 이들을 위해 제11장에 투자원칙 총정리 코너가 따로 마련되었으니 이 부분만 정독해도 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이런 명저를 읽어도, 오히려 정독을 하면 할수록 서로 모순되지 않나 하는 명제들이 나옵니다. 증시 자체가 원래 모순투성이인데다가, 고수의 말은 원래 겉으로 모순되는 듯 보여도 다 그게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들이므로 형식논리를 따지기보다 그 깊은 뜻을 곰곰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시장의 냉혹한 현실 앞에서 겸허한 태도를 취할 때 눈에 새로이 보이는 게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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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상품과 세계 통화 - 벤저민 그레이엄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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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 상품과 세계 통화

벤저민 그레이엄 저김인정 역
페이지2북스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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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경제적 동물입니다. 그래서 효용은 다른 것(상품)에서 얻고도, 거래는 그를 상징하는 것(화폐)를 통하여 행하는데 마치 후자가 진짜 만족을 주는 양 착각합니다. 허나 만약 무인도에 고립이라도 된다면 그가 가진 수백만 달러 지폐 다발은 (추위가 닥칠 때 땔감의 용도 말고는) 아무런 효용을 그에게 주지 못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화폐의 막강한 기능 때문에 종종 이 점을 잊습니다.


이 책은, 서문 p19에 잘 나오듯, 2차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9월에 저술되었습니다. 이미 추축국의 패배는 기정사실화했고, 전후 세계 경제 질서는 어떤 대원칙에 의해 작동되게 할지 연합국 측의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시점이었습니다. 비록 승리를 앞두었다고는 하나 영국의 파운드는 크게 힘을 잃을 게 자명하여 더 이상 거래의 표준이 되기 힘들었고, 파운드의 쇠락 이전에 이미 이를 찍어내는 영국의 국부(國富)가 크게 축난 상태였습니다. 전후 세계 경제는 막강한 생산량을 입증해 보인 미국의 달러가 주도해야 했고, 그 달러의 신인(信認)은 그 나라(즉 미국)가 가진 막강한 상품(commodity)의 양이 뒷받침하게 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였습니다. 이 고전의 제목에 쓰인, 오늘날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 세계 상품과 세계 통화라는 말들은 그런 맥락으로 새겨야 하겠습니다. 


세계 통화는 아무래도 현 시점에서 미국의 달러화가 가장 그 비슷한 구실을 하고 있으니 그러려니 해도, 세계 상품은 무슨 뜻일까요? 중상주의 경제학파가 전 유럽을 사로잡았을 때 유독 스코틀랜드 사람 애덤 스미스만이, 한 나라의 부(富)는 보유한 금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그 나라 국민들이 지닌 갖가지 재화와 서비스가 결정한다는 주장을 폈습니다. 평화시에는 그 재화와 서비스를 국민들이 향유하니 그게 부유함의 척도요, 전시에는 배, 말, 총포, 식량으로 전쟁을 직접 수행하거나 군인들의 수요를 대니 그게 곧 국부입니다. 금을 씹어먹거나 금괴로 적군의 머리통을 내리치는 식으로 싸움에 임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화폐는 실제로 쓸모가 있는 상품을 상징할 뿐이니, 화폐의 진정한 가치는 특정 상품(경우에 따라 제한적으로 화폐 구실도 직접 행할 수 있는)에 의해 담보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여기에도 배어 있습니다. 물론 금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오늘날 선물(future)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는 상품들은 대개 이런 것들입니다. 80여년 전 벤저민 그레이엄이 찍어 준 상품이라서가 아니라, 사람들의 날카로운 이익 추구 본능이 그 품목을 정하긴 합니다만.


17세기 네덜란드가 세계 무역의 강자로 발돋음하자 영국은 대뜸 각종 세법상의 규제를 반포하여 상대방을 견제하고 급기야 전쟁까지 벌여 주저앉히고 이후 3백년 동안 패권국으로 군림했습니다. 이러던 영국이, 20세기 신흥 강국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해서는 얼마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는지 p41의 이코노미스트 誌 기사(1943) 인용에 잘 나옵니다. 아무튼 관세는 자유무역의 숙명적 원수이며, 1990년대 내내 그렇게나 관세철폐, 자유무역의 이상을 노래했건만 기어이 최근 다시 퇴행을 보이는 중입니다.


책에는 "국제 연맹"이라는 단체가 종종 언급됩니다. League of Nations는 아직 유엔에 의해 대체되기 전이며, 비록 추축국들에 의해 유명무실화했으나 아직도 유일한 최상위 국제 협의체로 제한적 기능을 수행하는 중이었습니다. p40에는 무역 장벽 때문에 국제무역 불균형이 생기는 게 아니라, 국제무역의 불균형 때문에 무역장벽이 생긴다는 저자 벤저민 그레이엄의 유명한 언명이 나옵니다. 이미 국제 무역 구조 자체에 심각한 모순이 존재하는데, 각국더러 관세 장벽만 철폐하란다고 그게 효과가 나겠냐는 뜻입니다. 각국 정부들도 자국 내 여러 정파들의 반대 때문에 그런 조치를 단행하기도 어렵고 말입니다.

21세기인 현재도 석유처럼 중요한 자원에 대해서는 강대국과 산유국 수뇌부들이 수시로 협의를 거쳐 감산, 증산 여부를 결정합니다만 이게 어떤 통일된 행동으로 이어지기 매우 어렵습니다. 저자는 1944년에 대두되었던, 가격 안정화를 위해 여러 상품의 생산을 적정 선에서 규율하려던 국제 상품 협정을 p88에서 언급하며, 그 성사 여부와 장래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표명합니다. 지금 우리들이 살펴 봐도, 아 저 시기에는 참으로 이상적, 낙관적인 세계관을 가진 이들이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 석유 하나에 대해서도 수많은 이들의 이해가 충돌하여 그 조율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데, 주요 상품과 원자재에 한정한다 해도 그걸 어떻게 일일이 협정으로 통제하겠습니까?


상평창은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우기로 고려의 물가 조절 기관이었습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이 고려 시대에 대해 뭘 알았을 리 없지만, p113에서 그는 ICC라는 국제 회사(corporation)를 설립하여, 특정 상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앙등한다고 여겨지면 이 회사의 재고를 시중에 풀고, 그 반대의 경우는 사들이는 기능을 수행하게 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러니 이 한국어판 역자가 이를 상평창에 비유한 건 매우 적절하며, 구태여 차이를 꼽자면 이는 일종의 영리 추구 조직이므로 오로지 공익만 추구하게 동작하지는 않는다는 정도이겠습니다. 지금이야 이런 식의 문제 해결 접근은 완전히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본래 경제 사상이나 아이디어는 돌고도는 법이니 세월이 많이 흐르면 이 비슷한 제안이 IMF 연계로 다시 어디서 나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런 글로벌한 계획이 잘 진행되려면 각국의 생산량, 소비량에 대해 정확한 통계 자료가 available하다는 전제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p157에 나오듯 러시아와 중국이 이때에도 문제였습니다. 단, 이들 국가가 문제가 된 이유는 그때와 지금이 상당히 다른데, 지금은 이 두 국가가 국제 분업 체제에 상당히 편입된 상태에서 다만 주류 국가들과 다른 지향성을 지닌 탓이고, 저때에는 러시아(소련이 정확한 명칭이겠지만)는 공산주의 체제라서 아예 세계 무역 구조와 분리된 자립경제를 추구했고, 중국은 장개석 정부가 아직 전국을 완전히 장악 못 한 데다 일본에 침략까지 당한 터라 통계 산출 등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없었겠죠.

이무렵은 브레튼우즈 체제가 막 출범하려던 시기였습니다. 달러기축, 금태환, 고정환율 등을 핵심 속성으로 삼았던 이 시스템은 1970년대 들어 달러화 가치 하락을 도저히 방어할 수 없었던 미국이 금 태환을 일방적으로 중단 선언하면서 붕괴했습니다. 이제 페트로 달러마저 큰 균열이 생겨가는 요즘, 그저 각 경제 주체 사이의 치열한 눈치 게임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이 유지되는 현실을 지켜봐야 하는 게 상품 시장, 화폐(외환) 시장의 형편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종의 일반균형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시대에 활동한 벤저민 그레이엄 같은 현자가 오늘날의 이 불안정한 경제현실을 보면 과연 어떤 소회를 피력할지가 새삼 궁금해지는, 유익한 고전 독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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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베스트셀러의 마케팅 법칙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3-09-08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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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마존 베스트셀러의 마케팅 법칙

두번째 월급,보표,정현군 공저
호우야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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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처음에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으나 이후 안 파는 게 없는 백화점, 소매업의 거인으로 우뚝 서서 이제 세계 최고 레벨의 시총을 자랑하는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안 팔릴 법하던 물건도 아마존의 손을 거치면 매혹적인 상품으로 둔갑한다는 게 놀랍습니다. 마케팅의 힘이라는 게 아마존의 성공 사례를 통해 유감없이 증명이 된 셈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처럼, 남김없이 팔아치우는 마법의 마케팅이 가능할까요? 


한국의 마스크팩은 중국어로 面膜(면막)이라 부릅니다. 그저 어디서나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상품인데 동북 3성에서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사용이 일상화한 제품도 다른 나라 다른 지역에 가면 다소 낯설 수 있는데, 이럴 때 그 사용법을 가르쳐 주면 장벽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판매량이 급증라기도 합니다. p40에 보면 여드름 패치, 세럼 스틱처럼 한국에서는 중학생들도 친숙하게 사용하지만 외국인들은 낯설어하는 제품들을, 어떻게 시장에 한껏 가까이 다가서게 했는지 그 비결이 사진들과 함께 소개됩니다(뒤 p164에도 또 나옵니다). 정수 필터가 달린 스트로의 마케팅 사례도,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진 한 장의 위력을 일깨웁니다(p41에도 나오고 뒤 p232에도 다시 짚어집니다). 


"키워드는 역할에 따라 메인, 핵심, 추가로 구분된다(p80)." 이미지가 대개 환기, 감각의 영역이라면 텍스트는 구매에의 최종 결정을 내리게 하는 방아쇠 노릇을 합니다. 브랜드명, 제품군, 개별제품 특징을 간결히 넣는 타이틀의 모범적인 구조가 다음 페이지에 바로 나옵니다. 이렇게 카피와 문구를 배치해야 사람들이 사고 싶겠구나 하는 수긍이 절로 듭니다.   


"소비자는 일단 관심이 없고 정말 바쁘다(p79)." 맞는 말입니다. 우리들도 이런저런 광고(그 중에는 정말 요긴하고 유익한 메시지도 있습니다)를 보고 얼마나 짜증부터 내고 봅니까, 일단은요. 우스운 건, 우리들도 대부분은 남들에게 무엇을 팔아야만 살아남는 회사에 다니면서 열심히 뭔가를 팔 궁리를 하는 사람들이란 점입니다. 나는 남들의 노력에 관심없으면서 나만은 누구한테 뭘 악착같이 팔려 든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점은, 남의 주의라도 일단 끄는 일이 그만큼이나 어렵다는 겁니다.  


똑같은 소릴 하면 누구나 지겨워합니다. 반면 그래도 같은 소리를 여러 번 발신해야 그 중 한 번이라도 제대로 도달이 이뤄집니다. 책에서 말하는 건 반복과 변화입니다. 웬만큼 매혹적인 메시지가 아니라면 반복을 해야 상대의 뇌리에 남고, 그게 혐오스러운 지경까지 안 가려면 변화를 줘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마케팅에 한정된 게 아니라 효과적인 소통 일반의 원리입니다. 이걸 강조하다가 연관이 된 다른 것도 한번 슬쩍 찔러넣기가 가장 모범적으로 구현된 마케팅의 장(場)이 바로 아마존입니다.

"그냥 제품을 팔지 말고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켜라(p102)." 가장 대박인 게 바로 이런 제품이겠는데, 제품 자체의 성능도 성능이지만 이런 경우에도 마케팅의 지분이 크다는 게 의외라면 의외입니다. 고작 토스트기 하나가 30만원인데 그걸 누가 산단 말인가? 상식을 뒤집는 발뮤다의 성공은 바로 소비자의 토탈 만족을 이끌어내는 데 기인합니다. 최고급 고성응 쥐덫은 아무도 안 산다고 하지만, 발뮤다는 토스트기 하나를 갖고 직장인 아침 시간에 전에 없던 활력과 운치를 불어넣었습니다. 하이엔드 토스트기라는 건 확실히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혁신입니다. 다 거기서 거기인 듯한 캔커피인데 뭔가 다른 만족을 주는 몇몇 브랜드가 어떻게 마케팅을 했는지도 우리가 공부할 필요가 있지요.


화장품 광고를 무조건 미남미녀 모델이 한다는 것도 공연한 선입견입니다. p124를 보면 장수 브랜드는 소비자 페르소나가 결정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광고를 보고 아 저 제품은 바로 나 같은 사람이 쓰는 거네?하고 동질감을 어떻게 주느냐가 이 페르소나 형성의 핵심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나 찌르면 안 되고, 제품의 특성에 맞는 정밀 타기팅(targeting)이 필요하다는 말 역시 잊지 말아야 하겠네요. 책에 자세히 나오는 듀드의 사례는 정말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남성 전용 물티슈라니 그게 어디 팔릴 법한 카테고리이겠습니까? 이런 걸 갖고 없던 시장 하나를 만들었으니 장사는 정말 이렇게 해야 합니다.

뭘 누구한테 팔아먹으려면 내 입장이라도 이건 사고 만다는 자신감이 판매자에게 있어야 합니다. 품질에 대한 확신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저자극, 무독성, 천연성분, 친환경을 내세운 핑크 스터프(p182)는 이런 면에서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로 꼽힐 만합니다. 이렇게 품질이 좋아야 소비자들로부터 후기가 쇄도하는 선순환이 이뤄집니다.


소비자의 경험이 중시되고 피드백을 통해 적극 (재)활용되어야 하며, 그 제품은 다른 경험으로 손쉽게 이어지도록 확장하되 그 전략은 철저히 데이터 기반 위에 세워져야 합니다. 마케팅에 있어 감각과 직관은 물론 중요하지만 현대 시장에는 이미 충분한 데이터가 구해진 상태이므로 이걸 무시하고 감에만 의존하는 건 무모함과 직무 태만의 소산입니다. 심리를 파고들되 전략은 철저히 과학이어야 한다는 점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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