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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코레아의 신부

이수광 저
북오션 | 2022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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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코레아의 신부>는 독일의 발레극 <코레아의 신부(Die Braut von Korea)>의 대본을 바탕으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그렇다면 발레극 <코레아의 신부>는 어떤 작품일까? 1897년 5월 22일 초연(初演)된 <코레아의 신부>는 극작가 하인리히 레겔(Heinrich Regel, 1869?~1934, 이하 ‘레겔’)과 무용 단장이자 안무가였던 요제프 하쓰라이터(Josef Haßreiter 혹은 Hassreiter, 1845~1940)이 대본을 구성하고, 빈 궁정발레단장이자 상임지휘자인 요제프 바이어(Josef Bayer, 1852~1913)가 작곡했으며, 요제프 하스라이터가 연출했다.

이 작품은 청일전쟁(淸日戰爭)을 배경으로 코레아의 왕자와 그의 신부 ‘다이샤(Daisha)’ 사이의 사랑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대본을 쓴 레겔이 발레극의 소재로 삼은 조선(朝鮮)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것이 여기저기 드러난다.

 

제1장의 “중국 교외의 서울”이라는 표현과 “한국군을 이끄는 중국 장군” 같은 장면 묘사는 레겔이 한국을 중국에 속한 나라로 이해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제2장 “아편굴에서” 등장하는 ‘아편굴의 프리마’는 당시 프로그램북에 “가이샤”(Gaisha)라고 언급되는데, 이는 일본 기생인 게이샤를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등장인물 중 ‘리타미’, ‘다이샤’, ‘태이탕’만 명확한 이름이 제시되었다. 이 중 리타미와 다이샤는 한국인이지만 한국 이름이 아니다. 제작자들은 이국적이면서도 아시아적으로 들리는 이름으로 지었다고 생각된다.

바이어의 음악에는 한국(또는 동아시아적인) 악기가 편성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통리듬(장단)이나 전통음계 등 세부적인 한국 음악적 요소도 거의 찾을 수 없다.1)

 

마도 발레극을 쓴 이들이 새로운 오리엔탈리즘의 소재로서 조선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게다가 구체적으로 줄거리를 살펴보면, 이 작품은 왕가의 오랜 신하인 리타미(Ri-ta-mi)의 소개로 만난 왕자와 ‘다이샤’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전장의 혼란 속에서 다시 만나 혼인한다. 하지만 왕자는 일본군의 포로가 되었고, 왕자의 신부 ‘다이샤’는 온갖 어려움과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포로가 된 신랑인 왕자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사악한 용에게 사로잡힌 공주를 구출하는 용사 이야기의 변형처럼 느껴지는 줄거리다

 

그렇다면 이수광의 소설 <코레아의 신부>는 어떨까? 이 소설의 띠지에 “일본의 <나비부인>, 중국의 <투란도트>보다 130년 전에 유럽에서 상영된 인기 발레극 소설화”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일까? 이 소설은 발레극 <코레아의 신부>의 대본을 쓴 레겔을 화자(話者)로 하는 액자소설의 형태를 띄고 있다. 덕분에 학창시절에 배웠던 김동인의 <배따라기>나 김동리의 <무녀도(巫女圖)>를 다시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조선을 처음 방문한 것은 1893년2)의 일이었다. 나는 그 무렵 오스트리아 빈에서 발레극을 쓰고 있었다. 당시는 <호두까기인형>과 <백조의 호수>가 러시아에서 공연되었고 오스트리아에서는 <해적>, <지젤> 등이 공연되었다.

나는 이들 작품을 능가하는 작품을 쓰고 싶었다. 특히 동양에 대한 발레를 쓰려고 계획했다.

당시 유럽에서는 동양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나는 대중들의 관심에 따라 동양의 여러 나라를 살피기 시작했다. 동양의 이야기를 발레로 다룬 작품이 거의 없었다.

때마침 형인 하인리히 랜스돌프가 조선이라는 나라에 영사로 가게 되었다.

형, 나도 조선에 데리고 가.”

나는 랜스돌프를 따라 조선에 가기로 결심했다.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p. 25]

 

만약 이 소설처럼 레겔이 조선을 방문했더라면, 그리고 왕자의 신부를 짝사랑했다면 그의 발레극에서 조선의 역사와 문화를 다르게 그려나갔을까? 당시 공연포스터에는 기모노를 입은 듯한 여인들이 등장하지만 돛의 정상에 태극기를 달고 있는 배가 그려졌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그가 조선에 대해 좀더 이해를 했다면 발레극에 묘사된 조선의 역사와 문화는 지금 전해지는 것과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면, 남자 주인공 의연군 이언(李彦)은 개혁적이지만 전통적인 왕조의 충신으로 그려진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지자 스스로 머리를 자르고 신식 군대인 왕국시위대에 들어간다. 하지만 청일전쟁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이언은 일본군에 대항하기 위해 평양성으로 향했다.

 

일본군이 경복궁을 침범하여 조선을 손아귀에 넣었습니다. 일본을 몰아내지 않으면 조선인 멸망할 것입니다.”

그럼 왕자님께서 일본군과 직접 싸우실 생각입니까?”

~ 중략 ~

언제 떠나는가?”

오늘 서대문 밖 무악재에 만나 평양으로 갈 것입니다.”

이언은 병사들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일본군을 반드시 조선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평양에 가서 청군과 연합하여 일본군과 싸워야 했다.

“나도 평양으로 갈 것이다. 밤에 나도 갈 터이니 먼저 출발하지 말고 기다리라.”

“왕자님, 왕자님께서 손수 일본군과 싸우실 필요는 없습니다.”

현흥택이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군사들만 죽음의 구렁텅이로 나가게 하고 싶지 않다.”

이언은 시위청에서 나와 건청궁으로 갔다. 평양으로 떠나면 살아서 돌아오기 어려울지 모른다. 아버지인 임금에게 하직 인사를 해야 했다. [pp. 191~192]

 

하지만 그 정보를 입수한 일본측에 의해 이언은 납치되고, 제물포에 갇히게 된다. 이에 이언은 기지를 발휘하여 탈출하고, 장학원의 기생이던 부용과 결혼한다. 그리고 기회를 틈타 평양으로 가서 일본군과 싸우다 죽는다.

 

조선 왕자가 일본군에게 죽었다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시체를 강물에 던지고 조선 왕자가 평양에 없다고 보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케다 소장이 눈을 번들거렸다.

포로들이 있지 않은가? 그들이 알고 있을 텐데…….”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습니다.”

노츠 중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시체가 있는 곳으로 가자.”

예”

노츠 중장은 조선군이 전투를 벌이던 보루로 갔다. 흙더미 위에 조선 왕자 이언이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었다. 탄환이 가슴을 꿰뚫어 옷이 피에 젖어 있었다.

“왕자가 확실한가?”

“확실합니다. 소관이 제물포에서 왕자를 직접 보았습니다.”

“으음.”

노츠 중장이 무겁게 신음을 삼켰다.

조선군 포로들은 영문도 모르고 학살되고 왕자 이언의 시체는 대동강에 버려졌다.

~ 중략 ~

그때 마을 사내 김금철이 바닷물로 들어갔다. 시체는 바닷물에 밀려왔다 밀려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김금철이 허리까지 오는 바닷물에서 시체를 끌고 나왔다.

‘왕, 왕자님……!’

부용은 시체를 보자 경악했다. 그녀는 재빨리 이언에게 달려가 끌어안았다. 눈물이 비오듯이 흘러내렸다.

이언은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부용은 통곡을 하고 울었다.

이언이 시체가 되어 섬까지 떠내려 온 것이 허망했다. 아아 나는 이제 어찌 살아야 하는가. 부용은 울고 또 울었다. [pp.327~329]

 

왕자의 신부 부용은 여기서 무너지지 않았다. 그녀는 의병이 되어 말을 타고 다니면서 활을 쏘면서 일본군과 싸웠다.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고애신처럼.

발레극에서는 다이샤가 포로가 된 왕자를 구하는 해피엔딩이었지만, 소설에서는 부용이 바다로 떠내려온 왕자의 시신을 발견하는 새드엔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샤의 자기주도적인 삶이 반영된 듯한, 부용의 의병활동은 절망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을 남기는 듯하다.

 

훗날 발레극 <코레아의 신부>가 제대로 복원된다면 한번쯤 보고 싶다. 발레극에 담긴 20세기 초반 오리엔탈리즘 짙은 서구의 시선을 재확인하고, 소설 <코레아의 신부>에서 느낀 안타까움을 다이샤의 적극적인 삶을 엿보는 것으로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참고 1> 1897년 초연된 발레 <코레아의 신부(Die Braut von Korea)> 공연 포스터

 

참고 2> 한국-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 기념으로, 복원된 <코레아의 신부> 전곡 오케스트라 초연(2022.05.25) 영상(https://www.youtube.com/watch?v=ZEoLcWZk7g4)

 

1) 김지은, “요제프 바이어의 발레 <한국의 신부(新婦)>(Die Braut von Korea) 작품 및 공연 사료 고찰: 공연 중단 원인을 중심으로”, <Asian Dance Journal(2021. 12)> Vol. 63, p. 68

2) 페르디난드 크리엔(Ferdinand Krien, 口麟 ~1924)은 1887년 5월 조선 주재 독일 영사대리로 발령받았고, 1889년 4월 영사로 임명되었다가 1900년 1월 일본 오사카 주재 영사로 전보되었다. 따라서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1893년 레겔이 독일 영사로 임명된 형 하인리히 랜스돌프를 따라 조선을 방문하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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