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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저/강동혁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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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이라는 책 제목을 보자마자 의문이 들었다. 1년 간 해외로 여행을 갔단 말인가, 유학을 떠났다는 걸까. 그것도 아니면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온 건가. 이 애매모호한 제목에는 그저 남의 나라에서 일 년을 지냈다는 정보만 나와 있었다. 주인공이 보낸 일 년이 어땠을지 궁금해 선뜻 책을 집어 들었다.

*

소설의 주인공은 틸러. 미국에 거주중인 20대 초반 남성으로, 아시안의 피가 아주 조금 섞인 거의백인이다. 아시안은 그를 코쟁이라 불렀지만, 백인은 젓가락질하는 방법을 짓궂게 묻곤 했다.

그에게 아시아쪽 피를 물려준 엄마는 틸러가 어릴 적, 집을 나갔다. 아버지는 그를 책임감 있게 길렀으나, 다정하지는 못했다. 틸러에게는 성인 자폐 환자인 고모가 있었는데, 그녀를 돌볼 유일한 가족이 제 아버지였으므로, 아버지의 온전한 관심을 받는 건 사치였다.

틸러가 살았던 던바는 빈부격차가 심한 동네였다. 16살 생일파티를 미슐랭 스시 레스토랑에서 벌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접시닦이 알바를 하면서 손님이 남긴 음식을 줏어먹는 친구도 공존했다. 틸러는 딱 그 중간 지점의 중산층이었다. 그는 부유한 친구들의 파티에선 늘 대기자로서 결국 초대받지 못했고, 접시닦이 알바는 해외 연수를 떠날 용돈을 보태기 위해 방학에만 참여할 정도였다.

 

아무 데도 속하지 않느니 어둠에라도 속하고 싶은 것이다.”_463p

 

틸러는 항상 여기도 저기도 아닌 곳에서 부유했다. 그런 그에게 일상은 무료하고, 삶은 지겹기까지 했다. 틸러에게 삶이란, 시간이라는 바다 위에 몸을 뉘인 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었다. 배의 방향키 손잡이를 뜻하는 틸러(tiller)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그는 제 삶의 키를 느슨하게 놓아버린 채 살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의 방향키를 낚아챈 남자가 등장하며, 틸러의 삶은 낯선 파도 속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그것도 무려 일 년이나.

 

유혹하기 쉬운 소년, 그게 나였다._394p

  *

틸러는 알바를 하던 도중 우연히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 퐁을 만나게 된다. 터무니없이 큰 저택, 그가 가진 광범위한 사업체, 경찰들과도 친근해 보이는 퐁은 의심할 여지없이 크게 성공한 이민자였다. 그런 퐁은 틸러에게 사업가적 잠재력이 있다며, 함께 1년간 사업 여행을 떠날 것을 제안한다.

 

내 생각에, 넌 진짜로 드럼 카파고다를 만나야 할 거 같아.” 퐁은 거대한 원형 진입로에 서 있는 공유 자동차로 나를 데려다주며 말했다. “그렇게 해 보자.”

좋죠.” 나는 양손 엄지를 치켜올리며 말했다._97p

 

언제나 그렇듯, 틸러는 제 삶의 방향키를 놓은 상태였으므로 흔쾌히 그를 따라나선다. 화려한 전세기, 퐁과 함께하는 어마어마한 아시안 갑부들. 퐁의 화려한 재력은 곧 절대적 믿음이 된다.

틸러는 이들과 함께 자무라는 음료에 투자해줄 사람들을 찾아 전 세계를 떠돈다. 자무는 일종의 인도식 민간요법 음료로, 길거리에서 자무 파는 노인에게 증상을 이야기하면, 노인이 온갖 약재를 마음대로 섞어 만들어주는 음료수다. 퐁과 일행은 시한부 부자 노인에게는 자무를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로, MZ세대에게는 천연 레드불로 소개하며 성공적인 투자금 유치를 해낸다.

그러던 중, 그들의 가장 큰 투자자인 드럼 카파고다를 만나며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게 되는데…….

 

질문 : 너무 멀리까지 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_462p

*

소설은 크게 세 가지 서사가 중첩되며 앞으로 나아간다. 틸러의 어린 시절과 퐁의 어린 시절, 틸러가 퐁을 따라 나선 1년간의 사업 여행, 여행 이후, 열댓살 연상의 싱글맘 밸과 그의 아들 비즈와의 동거 생활.

 

어린 시절, 틸러가 겪은 상처는 그의 결핍이 되고, 이는 손쉽게 퐁을 따라나서는 열쇠가 된다. 결핍은 쉽게 채워지질 않아 밸을 금방 사랑해버리는 단서가 되지만, 퐁과 떠났던 여행에서의 경험은 밸을 향한 책임감의 밑바탕이 된다.

이 소설이 재밌는 지점은 스펙타클하던 퐁과의 여행이 틸러를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타국에서의 일 년은 틸러가 고생 끝에 미국으로 돌아온 순간, 그 힘을 잃는다. 틸러는 다시 연상의 아시안에게 쉽게 호감을 갖고 제 삶을 내맡겨버리는 몹시 틸러다운 인간으로 돌아온다.

 

나는 사라지고 싶었다.

삶으로부터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삶 속으로 사라지고 싶었다.”_451p

 

그러나 틸러는 타국에서 보냈던 일 년을 잊지 않았다. 그곳에서 신랄하게 자기 자신을 빼앗겼던 시간과 도로 나 스스로를 되찾은 경험은 고스란히 그의 몸 한 구석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는 결정적인 순간, 누군가의 의지가 아닌 오로지 자신의 결단력으로 가족을 만들고, 뿌리를 내린다.

그는 줄곧 삶의 주도권을 버린 채 수면 위를 둥둥 떠다녔지만, 사실 그에겐 절박함이 있었다. 세상 모든 인간이 제게 선을 긋더라도,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해 경계선 위에 덩그러니 방치되어있더라도, 어떻게든 세상에 뿌리내리고자 하는 간절함이 있었다. 온전한 자신이 남아있지 않을 만큼 누군가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들길 원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스스로 선을 넘어 밸과 비즈의 삶 속으로 거침없이 뛰어드는 틸러는 더 이상 마냥 어리숙한 소년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런 틸러의 변화(성장)를 보고 있으면, 내 안에도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와 인생의 이정표를 꽂아줄 힘이 숨어있는 건 아닐까 기대하게 된다.

 

네 안에는 어떤 절박함이 있어. 일종의 허기가 있지.

넌 그게 뭐라고 생각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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