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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6] 금지된 음악, 무스타파 밴드의 마지막 콘서트 | 타인의 방에서 2012-02-2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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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음악, 무스타파 밴드의 마지막 콘서트

 

 

 

세상에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요? 음악은 사람에게 본능적인 즐거움을 줍니다. 그래서인지 제3세계나 분쟁 지역처럼 제아무리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이라도 음악은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는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파키스탄 페샤와르로 취재 갔을 때 나는 음악을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바로 탈레반입니다.

 

그들은 인간이 즐기기 위해 만든 음악은 신이 금지한다고 주장합니다. 음반 가게나 라디오, 텔레비전을 파는 상점에 폭탄 테러 감행하고, 결혼식장에서 음악 소리가 나도 총을 들고 가서 아수라장을 만듭니다. 심지어 음악을 하는 뮤지션의 목숨까지 위협합니다.

 

 

                           ⓒ김영미  

                           탈레반의 폭탄 테러로 폐허가 된 가게.                                        

 

 

우리에게는 해외 토픽처럼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지금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 + +


나는 탈레반에게 탄압받는 음악인을 취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찾아내서 취재를 부탁하면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 탈레반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아무도 선뜻 취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겨우 겨우 섭외에 성공한 뮤지션은 파슈툰족 정통 음악을 하는 무스타파 밴드였습니다. 페샤와르 지역에 사는 파슈툰족의 음악은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가사 또한 무척 아름답고 서정적입니다.

 

밴드의 보컬인 무스타파는 서양의 마이클 잭슨, 한국으로 치면 조용필 정도 되는 인기 스타였습니다. 무스타파는 인터뷰에서 그의 가수 친구가 탈레반에 잡혀 참수당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다니… 아무리 문화와 종교가 다르지만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 + +

 

나는 무스타파 밴드에게 무대를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촬영도 촬영이지만 진심으로 그의 노래가 듣고 싶었고, 무엇보다도 그에게 마음껏 노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통역 파칼과 함께 장소를 물색한 끝에 깊은 산속의 계곡을 찾아냈습니다. 계곡의 물소리에 음악 소리가 묻혀 비밀 콘서트를 열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겁을 내는 무스타파의 요청대로 열 명의 경호원들을 데리고 와 배치했습니다. 밴드는 트럭에 숨겨 온 악기들을 꺼내 조율하기 시작했고, 무스타파는 이것저것 지시하며 상기된 얼굴이었습니다.

 

+ + +

 

드디어 무스타파 밴드의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무스타파가 첫 곡을 부를 때 나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깊은 전율을 느끼게 했습니다.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데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경호원들과 운전기사들도 넋을 잃고 그의 노래를 듣고 있었습니다.

 

 

ⓒ김영미                                                              

         파슈툰 전통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무스타파와 연주자들.

 

 

 

그때 갑자기 멀리 떨어져 원거리 경호를 하던 총잡이가 숨을 헉헉대며 달려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음악 소리를 듣고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그 사람들도 음악을 듣고 싶다고 나에게 애원을 합니다. 어떻게 할까요?”

 

나는 그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고 탈레반이 아니라면 괜찮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금방 30여 명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 비밀 콘서트의 관객이 되었습니다.

 

잠시 중단되었던 콘서트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무스타파 밴드 앞에 자리를 깔고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표정은 말 그대로 감동과 몰입 자체였습니다.

 

 

 

        ⓒ김영미    

        카메라도 의식하지 못한 채 음악에 빠져 있던 사람들.

 

 

 

아무리 탈레반이라도 사람들 가슴속에 있는 음악에 대한 본능을 막지는 못합니다. 강제로 음악을 없애려고 폭탄을 터뜨리고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인다 한들 어떻게 사람들 마음속에 유전자처럼 자리 잡은 음악을 없앨 수 있을까요.

 

+ + +

 

앙코르 곡까지 부르고, 한 시간여에 걸친 무스타파의 콘서트가 끝났습니다. 무스타파는 마을 사람들과 일일이 포옹을 했습니다. 나는 그의 눈에 눈물이 흐르는 것을 보았습니다.

 

“가수로서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는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언제 내가 다시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어요.”

 

+ + +

 

그가 목숨 내놓고 부른 노래는 나의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한국에서 전파를 탔습니다. 방송 직후 사람들에게 “그 노래 참 좋더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음악은 국경도 민족도 초월하는가 봅니다.

 

언제 다시 그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영원한 그의 팬입니다. 하루 빨리 그가 마음 놓고 백만 관객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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