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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피스토

루리 글그림
비룡소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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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루리

루리 작가님의 <긴긴밤>을 무척 좋아한다. <긴긴밤>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고 그만큼 위로받았다. 루리 작가님의 책은 그런 것이다. 내게 문학이 주는 힘은 위로였다.

메피스토가 말해주길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된다. 그러면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지내게 된다는 메피스토의 말이 너무 아파서 한참을 울었다. 메피스토가 나 같아서.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서글퍼서, 아팠기 때문이다.

메피스토에게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고 둘은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 여자아이는 나이가 들었고 지난 날들을 잊어가고 있었다. 메피스토는 그녀에게 지난 날들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못된 짓만 하고 다녔던 구겨진 기억들을. 그러나 구겨진 기억은 구겨지지 않았다.

다 읽고나서야 엄마와 딸의 이야기임을 알았다. 어디서도 구원받지 못하는 악마를 위해 과거를 다시 쓰는 사람. 가장 미워하는 존재은 나 자신이면서 가장 좋아하는 존재는 네가 되는 일. 지지 않고 실패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안고 가는 사랑. 온 힘을 다해 살아갈 세상을 열어주는 사람을 엄마라고 표현해냈다는 사실이 못내 또 슬프다.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뒤를 돌아봐 준 그 날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어.

지옥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물었어.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돼.
그래, 지옥에 가면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지내게 되겠지.
그럼 천국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다시 물었어.
나도 몰라. 가 본 적이 없어서. 가장 좋아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살게 되려나.
그래, 그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거야.

그렇게 마지막 남은 소원을 빌었어.
제발 날 지우지 마.

난 우리가 실패한 줄 알았어.
그런데 너는 지지 않았구나.너는 지지 않았어.

#작가의말
이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살아온 한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이 슬프고 억울해서 악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 저의 오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냉혹한 세상을 살아 낸 엄마가 물려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한 삶이, 우리가 온 힘을 다해 살아갈 수 있게 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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