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나는 육아와 관련된 충격적인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프랑스 가정이었는데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아이가 아침에 잠투정 하나 없이 일어나 혼자 씻고 나오는 모습이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이는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식탁에 얌전히 앉아 식사해 어린아이답지 않은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당시 미혼이었던 나는 잠시 내 어린 시절을 망각한 채 그 영상에 빠져 육아에 관한 헛된 꿈을 꾸게 되었다.
몇 년 뒤, 나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다. 그것도 셋이나!
육아에 헛된 꿈을 꾸고 있던 나는 세상 모든 아이가 프랑스 아이처럼 자기주도적으로 행동할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세 아이를 키우면서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왜 이렇게 챙길게 많은지.
왜 이렇게 신경 쓸게 많은지.
한국식 육아로 길러졌고, 그것을 그대로 전수받은 나는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해결하는 프랑스 아이의 모습을 머릿속에 지운 채 하나부터 열까지 따라다니며 챙겨주는 엄마로 거듭났다.
계속해서 애착 육아를 했다면 나는 이 서평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착 육아를 이어가던 우리 집에 셋째가 찾아오자 말이 달라졌다.
가장 어린 막내에게 어쩔 수 없이 손길이 많이 가자 나머지 아이들에게 내내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며 징징대는 일이 늘어갔다.
그제야 깨달았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그동안 애착 육아랍시고,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 해낼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빼앗았다고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후 나는 적당히 힘을 빼고 육아하려고 애쓰고 있으며 그 덕분에 전보다는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
아이들이 한살이라도 더 어렸을 때 이 책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이 책을 만나고 아쉬운 마음과 반가운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책 <자발적 방관육아>는 초등 교사이자 두 딸을 키우는 최은아 저자의 책이다.
읽는 내내 지난날의 내 행동을 반성하게 만드는 이 책.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말 좋다!'
나처럼 애가 셋이든,
옆집처럼 애가 둘이든,
내 친구처럼 애가 하나든 간에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펼쳐 나가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을 읽는 순간, 아이들은 미성숙한 존재이니 엄마인 내가 1부터 10까지 도와준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게 될 것이다.
이 책 한 권이면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을 일이 없다.
아! 초등 입학을 앞둔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는 몇 년 간 1학년 담임을 맡아온 저자의 꿀팁도 있으니 기대해도 좋겠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히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