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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문학29집] 이완우 작가의 길 | 현대문학의 향기 2023-03-19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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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횡성문학 29집을 발간한 횡성문학회는

횡성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문학 동인 단체로

횡성문학의 정통을 지키며

전통을 이어온 중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원문단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김성수 시인과 정재영 소설가 등이

횡성문학회를 통해서 기량을 갈고닦은 바 있고요.

 

2023년 현재 횡성문학 1집부터 참여하고 있는 김정자 시인과

이정례 회장과 김은주 사무국장을 중심으로

21명이 문인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횡성문학 29집에 실린 작품들을 작가 별로 한 편씩 소개합니다.

 


 

이 길이 아닌 것 같애. 앞서 걷던 1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갑자기 주변이 낯설게 느껴졌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마치 잠을 자다가 낯선 곳에서 막 깨어난 것처럼, 혹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긴 어둠 속에 있다가 갑자기 밝은 곳으로 빠져나온 것처럼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한꺼번에 확 눈으로 들어왔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 바닥에는 진흙 묻은 낙엽이 달라붙어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길은 흙길이 아니다. 진흙 묻은 낙엽 밑은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다. 흙과 낙엽이 깔린 낡은 시멘트 길. 군데군데 차바퀴 자국 같은 것이 있는 것을 보면 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따금 차가 다니기도 했던 모양이다. 길 오른쪽으로는 낮은 산이 맞닿아 있고, 왼쪽으로는 몇 미터쯤 아래로 배추가 자라고 있는 경사 진 긴 밭이 이어져 있다. 가로수처럼 자라고 있는 길가의 나무들 틈으로 추수가 끝나가고 있는 늦가을 모습이 얼핏얼핏 보였다. 조금 쓸쓸하고 허망한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흔히 보던 시골 마을의 눈에 익은 풍경인데 1 때문에 갑자기 주변이 낯설어졌다.

 

저기 좀 봐. 집이 있어. 아까 갈 때는 집이 없었잖아.

 

정말 그런 것 같았다. 1의 말대로 집과 비닐하우스가 나무들 틈으로 얼핏얼핏 보이는 밭 그 가운데에 있었다. 보이지는 않는데 어디선가 개도 짖는다. 불쑥 앞에 나타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노려볼 것 같아 온몸에 전율이 느껴진다.

 

아까도 있지 않았나? 2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고 보니 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관심이 없어 느끼지 못했을 뿐 애초부터 우리가 걷던 길 아래쪽으로 긴 밭이 있고 그 밭 가운데에 집과 비닐하우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까도 있었으면 우리가 못 보고 갔을 리가 없어. 1이 다시 말했다.

 

맞다. 밭 가운데에 집이 있었다면 우리가 집을 보지 못했을 리 없다. 더군다나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개까지 있었다면 말이다. 갈 때는 분명 개 짖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지. 개는 어디 다른 곳에 있다가 왔거나. 2도 지지 않고 대거리를 했다.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나는 우리가 방금 걸어왔다는 길에 대해서 아무 기억이 없다. 집이 있었다거나 혹은 없었다거나 따위의 기억이 일절 없다. 그렇다고 2의 말처럼 딱히 내가 다른 것에 관심이 팔려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나는 그저 주변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나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말이 세상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말과 같은 뜻이라 해도 되겠다. 그리고 관심이 없다는 말은 무의미하다는 말이나 무의욕과 같은 뜻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러한 말들이 딱히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라는 것이다. … 이어지는 내용은 줄임 …

(횡성문학 29집, 148~164쪽)

 

 

* 목연 생각 : 이완우 작가는 여러 권의 작품집을 낸 소설가이며, 문학박사로서 대학 강단에서 국문학을 강의한 교수이기도 하십니다. 그런 작가의 작품에 대해서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굳이 한 마디 한다면 이 작품은 읽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도입니다.

 

"왜 읽기가 힘들까?"

 

등장인물이 많은 것도 아니고, 사건이 복잡한 것도 아닙니다. 등장인물은 잠깐 지나가는 여자까지 포함해도 5명에 불과하고, 사건이란 것이 나를 포함해서 3명의 동반자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정도이지요.

 

"그렇다면 왜 읽기가 힘든가?"

 

내 생각에는 등장인물이 익명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등장인물 5명은 '나, 1. 2, L, 여자'입니다. 작중 화자인 '나'야 그렇다고 해도, 다른 등장인물이 1, 2, 3, 4가 아니네요. 왜 '3'이 아니고 'L'이며, 생뚱맞게 '여자'는 또 무엇입니까?

 

그러고 보니 작가의 작품에는 그런 경우가 자주 있더군요.

 

『몽진』 : 사내, 노인, 무사, 무사의 벗, 아들, 이름이 나오는 인물도 있음

『누가 사랑을 저어하랴 』 : 남자1, 남자2, 남자3……. 이름이 나오는 인물도 있음.

『 머구리』 : 소년, 사내, 큰 아재, 작은 아재, 선배, 젊은 사내, 노인 등

그렇다면 이름을 숨기는 것이 작가의 경향일까요?

 

이 작품과 관계없이 중학시절에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를 배우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국어를 가르치던 선생님은 30대가 안 되었던 여선생님인데, 전공은 미술입니다. 우리 시절에는 교사가 부족한 탓이었는지 대학에서 자신의 과목을 전공한 선생님은 거의 안 계셨습니다. 아니, 대학을 나온 선생님도 거의 없던 시절이지요. 중1 때 영어는 농업 선생님이 담당했고, 수학은 과학 선생님이 담당했으니, 자신의 과목을 전공한 선생님은 음악, 미술 선생님 정도였던 듯합니다. 작품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이유는 서울에서 중, 고교를 나온 뒤에 홍익대를 나오신 그 여선생님은 어쩌면 가장 정통 코스를 밟은 선생님인지 모르겠다는 의미지요.

 

『소나기』 단원이 끝난 뒤에 선생님은 작품에 대한 어떤 내용이라도 좋으니 자유롭게 질문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때 내가 한 질문입니다.

 

"선생님, 왜 주인공의 이름을 쓰지 않고, 소년과 소녀라고만 했는지요?"

 

선생님은 웃으시며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어쩌면……. 나하고 똑같은 의문을 가졌니? 중학교 때 나도 그게 이상했거든. 나는 질문을 못했는데, 너는 질문을 하니 정말 장하다. 사실 정답은 모르겠는데……, 내 생각은 이래."

 

그 선생님 이런 요지의 설명을 하시더군요.

 

"만약에 소년을 철수, 소녀를 경숙이라고 했다면, 독자들이 알고 있는'철수(그가 어른이건 아이이건, 미남이거나 아니거나 관계없이)'라는 사람과 '경숙'이라는 사람의 이미지가 겹쳐서, 소년과 소녀를 그 사람과 동일시하게 될 거야. 예를 들어서 소녀 이름이 춘향이, 향단이, 월매 중에 한 명이라면 어떨까? 춘향이라면 미인을 떠올릴 것이고, 월매라면 좀 우습겠지. 그러나 '소년'과 '소녀'라고 표현하면 독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소년이나 소녀가 '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때는 몰랐는데, 국어교사가 된 뒤에 생각하니 그 선생님의 표현이 정말 멋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완우 작가가 이 작품에서 등장인물을 '나, 1, 2, L, 여자'라고 표현한 것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1과 2는 현실의 동반자, L은 다른 의미의 동반자, 여자는 큰 의미 없는 인물 등으로요.

 

그들은 길을 찾았을까, 2는 어떻게 되었을까, 남자가 아니고 여자인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되는 것을…….

 

이완우 작가는 추계 예술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 박사 학위를 받았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습니다. 문학세계 소설 부문에서 신인상으로 등단한 뒤 『진지왕의 진지한 스캔들』, 『머구리』, 『몽진』, 『누가 사랑을 저어하랴』 등 여러 권의 소설을 출간하였습니다. 횡성 우천중학교를 졸업한 인연으로 횡성문학회 동인으로 함께 하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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