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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 브라이언 무어 | R 2023-05-03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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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브라이언 무어 저/고유경 역
을유문화사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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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유출판사에서 감사하게도 요즘 내가 제일 열심히 읽는 암실문고 시리즈의 새로운 책을 보내주셨다. 1950년대 40대 독신 여성의 이야기를 적은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요즘 비혼 혹은 미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여전히 비주류에 속한다. 그런데 무려 1950년대에 출판된 미혼 여성의 이야기라니! 도레스 레싱 작가는 처음으로 여성의 일상을 소설로 적었다는 업적을 세우며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 책 역시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한 여성의 인생을 담았다는 그 가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이유가 있지 않을까?

 미혼의 삶에 대한 어떤 용기 같은 것을 기대하고 읽는다면 조금 실망할수도 있다. 요즘 많이 나오는 당당한 비혼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거의 100년 전에 미혼으로 살아온 여성의 이야기를 또 어디에서 읽을 수 있을까. 굳이 모르더라도 지금 당장 내 삶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도 언젠가 주디스 헌과 같은 상황에 놓일 수도 있으니, 혹은 여전히 주변에 남아있는 또 다른 주디스 헌들을 위해서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아무도 그녀를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뿐이다.

  저 두 문장이 이 책의 전체를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은 주디스 헌을 미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난하고 못생긴 데다 미혼이기까지 한 주디스의 인생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딘가 마음이 불편했다. 나 역시 주디스를 사랑하지 못한 채로 책을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보통 책을 읽다 보면 주인공한테 무조건 과몰입하는 편이다. 근데 그런 나조차 술에 중독되어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버린 주디스가 이따금 너무 멀게 느껴졌다.

>>주디스가 잘 살았으면 좋겠어.. 근데 왜 자꾸 저렇게 행동하는거지..? 그치만 주디스가 미운 건 아니야... 그래도 내 친구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 대체 내 마음은 뭘까..?<<

 이 상태로 계속 책을 읽었다. ㅋㅋㅋㅋㅋㅋ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은 뭘까..? 사실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주변에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왠지 친해지기는 싫은 사람들이 종종 있다. 보통은 약자에 속하는 그 사람들을 볼 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분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면하자니 딱히 외면할 이유는 없어서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다가가기는 싫은.. 이런 모순된 내 마음을 마주보기가 싫어서 계속 마음이 불편했던 걸까? 책을 읽다 보니 장희원 작가님의 우리의 환대가 생각났다. 주디스도 우리의 환대 속 아들처럼 훌쩍 떠나버린 어딘가에서 자신을 환대해 주는 사람을 만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마지막까지 그 누구도 진심으로 주디스를 반겨주지 않았던 사회가 너무나도 무정하다. 그렇지만 제일 슬픈 사실은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 그렇기에 이런 소설들이 계속해서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이 오늘따라 외롭게 느껴진다.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교양 수업을 대학교 다닐 때 들은 적이 있다. (ㅇㅈㅇ 교수님 잘 지내시죠..?ㅠ) 나는 대체 종교가 어떤 위안을 주길래 사람들이 그렇게 허황된 존재에 매일 기도하는지 항상 궁금했다. 저 수업을 들을 때 처음으로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특히 불교 교리는 지금까지도 종종 생각나는 것들이 많다. 그렇지만 역시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대체 종교란 무엇인가..ㅋㅋㅋㅋ 그런 생각이 든다. 주디스는 그렇게 바라던 신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이유가 있었던 걸까? 주디스보다 훨씬 탐욕적이고 비도덕한 사람들이 훨씬 환대받으며 살아가는 그 현실이 내 상식에선 이해가 되지 않는다.

 넷플릭스에서 봤던 폭격에서 전쟁으로 죽어가는 어린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신이 있는데도 왜 이런 전쟁이 일어나는 건가요? 수녀님이 대답했다. 신이 잠깐 연필을 떨어트려서 줍고 있을 수도 있다고. 신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이 너무 달라서 우리에겐 그 찰나가 이토록 길게 느껴지는 걸 수도 있다고. 주디스의 신도 잠시 연필을 줍고 있었던 걸까? 고작 연필을 줍는 사이에 내 삶이 그렇게 무너질 수도 있다면 우리가 신을 믿어야 하는 이유는 어디 있는걸까.. 그런 생각이 든다. 주디스도 마지막엔 그런 생각을 했을까?

 


 

  마지막 주디스의 말이 계속 생각난다. 주디스 헌의 외로운 열정. 주디스의 열정이 마지막까지도 외로웠다고 생각하면 쓸쓸하다.

  치열하게 살아온 주디스의 삶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겁다. 그 외에도 책에 나오는 여러 인물들, 19세기 벨파스트에서 일어났던 문제들이 현대와 겹쳐 보이는 것도 유감스럽다. 말은 서로에게 닿아 언어가 되어 우리를 소통하게 만들어준다. 소통할 사람이 없던 주디스에게 남은 것은 외로운 독백뿐이라는 사실이 마지막까지 신경 쓰인다. 서로의 말이 언어가 될 수 있도록, 누군가 주변의 주디스 헌을 반겨줄 수 있는 사회가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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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보다―Vol. 1 얼음 / 곽재식, 구병모, 남유하, 박문영, 연여름, 천선란 | R 2023-04-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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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SF 보다 Vol.1 얼음

곽재식,구병모,남유하,박문영,연여름,천선란,문지혁,심완선 저
문학과지성사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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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과 지성사에서 새로운 sf 단편집이 출판됐다. sf보다.. 첫번째 주제는 얼음.. 구경하다가 유명한 작가님들이 많이 참여했길래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우주 최고의 출판사,, 문학과 지성사에서 가제본 도서를 보내주셨다. 우리 집에 정말 지독한 sf소설 광인이 살아서 나는 공상과학.. 우주.. 그런 책들을 많이 읽는 편이다. 그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책을 고르라면.. 천개의 파랑.. 천개의 파랑... 한때 나는 지독한 천개의 파랑 무새가 됐었다.. 그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주로 읽었던 sf소설은 애슐러 르귄.. 할란 엘리슨.. 그런 류의 외국 소설이 많았다. 작가의 상상력과 소재에 감탄하며 읽게 되는 그런 책들,, 그리고 그런 책들은 이미 고전 명작들이 너무 많아서 굳이 한국 작가의 책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그런데 몇 년 전에 펀개의 파랑을 처음 읽고 이 책은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는 책이라고.. 한국에서 sf소설이 나온다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 생각을 했었다. (혹시 나.. 뭐 돼..?)


 

  아무튼 그래서 천선란 작가님을 사랑하게 됐는데 새로운 단편을 미리 읽어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리고 참여하신 다른 작가님들 중에도 유명한 분들이 많았는데 특히 박문영 작가님을 다시 봐서 신기했다. 귓속의 세입자를 읽는데 너무 재밌어서 작가님 이름을 찾아봤다. 처음 보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몇 년 전에 읽었던 '우리는 이 별을 떠나기로 했어'라는 단편집에도 참여하셨던 작가님이라는 사실을 알게됐다.. 내 기억력RIP.. 그때도 재밌다고 여기저기 추천하고 다녔었는데.. 잊고 있던 작가님을 다시 보게 돼서 너무 반가웠다.


 

  얼음이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다양한 주제로 적힌 단편들이 나온다. 그중에서 제일 좋았던 단편은 구병모 작가님의 채빙이다. 원래 작가님의 소설은 따뜻한 느낌의 문장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얼음이라는 주제처럼 차가운 이미지의 표현들이 많이 나와서 새로웠다. 위로와 따뜻함을 주는 이야기를 많이 적는 작가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야기도 잘 적으신다는 걸 알게 됐다. 구병모 작가님 비슷한 책 아시는 분 추천plz..

 주인공은 대체 누구일까 추측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너무 좋아서 한참 멈춰있었다. sf소설을 읽다 보면 냉동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치료할 수 없는 병에 걸렸거나 재난 상황에 인간을 얼렸다가 미래에서 깨어나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지금은 영화나 소설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 발명이 가져올 파장이나 기술에 대해 상상한 이야기는 많이 봤지만 생명을 멈춘다는 근본적인 행위에 집중한 소설은 처음 읽어서 너무 새롭고 좋았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꽃집을 지나가다 보면 진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말린 꽃과 달리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이름 그대로 생화처럼 꽃의 느낌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꽃 내부에 수분 대신 특별한 용액을 넣어서 만드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겉으로 보기엔 생화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알 수 없는 용액으로 몸이 구성된 책 속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책 속의 주인공은 본인조차 본인의 정체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피 대신 들어있는 용액이 원래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스스로를 잃어버린 모습처럼 보인다.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화처럼 겉으로 보기엔 정말 아름답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어딘가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시들었다 다시 꽃을 피우는 일을 반복한다. 우리가 꽃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이유에는 이런 순환에서 느껴지는 경이로움이 포함되어 있지 않을까? 피고 지는 생명의 활동을 무시한 채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멈춰진 그 물체를 생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매일 조금씩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생명이 가진 그 유한함이 현재를 더욱 가치 있고 소중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속이 텅 비워진 프리저브드 플라워처럼, 멈춰진채로 조금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 정말 행복한 일인지 생각해 봤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정말 이런 기술이 생긴다면 다른 생각을 하게 될까? 이런 일들을 생각하다 보면 다가올 미래가 무섭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평소라면 하지 못할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다는 게 sf소설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내가 제일 기대했던 천선란 작가님의 운조를 위한.. 붉은 눈의 생물과 토끼가 겹쳐지는 장면을 읽을 때 카페에서 눈물이 와르르르르..ㅠ 쏟아졌다..ㅠ 어릴 때 토끼의 죽음을 직접 경험한 뒤로 죽음과 가까운 삶을 살던 운조,, 그런 운조가 로타를 통해 다시 삶과 연결되는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웠다. 공상과학 소설이라고 하면 로봇과 발전된 기계들의 모습이 막연히 떠오른다. 인공지능이 점점 발전하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이 사회에 퍼져가고 있기도 하다. 그런 잔혹한 미래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삶에 대한 예찬을 말하는 이 과학 소설이 너무 경이롭게 느껴져서 눈물이 났다. 역시 천선란 작가님.. 사랑해요.. 사랑해요...

 sf소설이라는 단어와 얼음이라는 주제가 합쳐져서 나에게 이 책은 어딘가 차가운 이미지를 준다. 실제로 몇몇 단편은 그런 내용의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도 너무 좋았다. 그렇지만 책의 마지막에 시작된 운조의 새로운 도전을 보면 내 마음도 조금은 뜨거워진다. 운조가 꼭 로타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내 꿈에서라도,,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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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봄 / 다니엘 살나브 | R 2023-04-1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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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운 봄

다니엘 살나브 저/이재룡 역
열림원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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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사랑 정이현 작가님이 추천사를 쓰신 책이 새로 출간됐다길래 헐레벌떡 읽었다. 다니엘 살나브 작가의 추운 봄이라는 단편집이다.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나면 한숨이 나온다. 아름다움의 뒷면에 필연적으로 허망함과 슬픔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끝내 남는 건 근원적인 고독뿐이리라는, 인생이 알려준 그 유일한 비밀이 살갗을 저미듯 와닿는다.'

  책의 뒷면에 적혀있는 정이현 작가님의 추천사인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정말 잘 표현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11개의 단편이 나오는데 각각의 단편들을 읽다 보면 공통적으로 공허함이 느껴진다. 어쩌다 보니 이별을 경험하고도 다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요즘 많이 읽게 됐다. 그런데 이 책은 결론이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자,가 아니라 그럼에도 살아가겠지,로 끝나서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나는 봄에 펴있는 벚꽃을 보다 보면 너무 예쁘다가도 쓸쓸한 기분이 들곤 한다. 사실 벚꽃이 펴있을 땐 대체로 항상 춥다.. (경량패딩입고 벚꽃 구경 간사람,, 바로 나,,) 난 봄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먼저 활짝 펴버린 시간이 벅차서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여러 의미에서 이렇게 진짜 추운 봄에 읽게 된 추운 봄.. 밝고 즐거운 이야기는 아닌지라 다 읽고 나면 추천사처럼 한숨 같은 고독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추천사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런 고독의 반대편에는 필연적인 아름다움이 배어 있다. 그렇게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나면 유성의 꼬리처럼 찰나 같은 삶이 새삼 특별해진다.

 


 

 

  흘러가는 물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지만 단 한번도 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있을까? 루이자의 인생을 보면서 추상적인 개념들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선천적인 요소, 죽음, 종말 등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인생의 어딘가에 머무르게 될 것들인데 무시하고 사는 것이 마냥 좋은 일인가 싶기도 하다. 사실 굳이 나누자면 나는 루이자처럼 인생을 살아가려고 하는 편인데 그런 루이자의 인생이 답답하게 느껴져서 신기했다. 생각에 너무 깊이 잠겨 바깥의 삶을 너무 관망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구나 새삼 느꼈다. 결국 중요한 건 적당히 균형을 맞춰서 살아가기..겠지만 나한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ㅠ

  들고 다니면서 가끔 한 두편씩 읽다 보니 추운 봄에 시작해서 어느새 4월이 됐다. 아직 조금 춥지만 따뜻한 봄이 시작되는구나 싶은데 딱 이런 계절 같은 책이었다. 마지막 단편을 덮고 나니 이 쓸쓸한 책 속에도 결국 인생에  대한 다정함이 있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다. 죽음 이후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데 그럼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사랑했던 누군가를 위해 남겨진 사람들이 의미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소설 속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할머니의, 아들의, 강아지가 계속되듯 나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그런 생각을 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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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우 없는 세계 / 백온유 | R 2023-04-02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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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경우 없는 세계

백온유 저
창비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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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온유 작가님의 경우 없는 세계를 다 읽었다. 

  나는 학교 다닐때부터 청소년 성장 소설을 정말 좋아했다. 나도 아직 덜 컸는데 남 성장하는 소설을 누구보다 열심히 읽음; 사실 성장 소설이라고 나오는 책들이 다 비슷한 이야기들이라.. 근 몇 년 사이엔 성장 소설을 굳이 찾아서 읽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재작년인가 백온유 작가님의 유원을 우연히 읽었다. 그 때 나는 한창 긴긴밤에 푹 빠져있을 때라 유원을 읽으면서도 그냥 그럭저럭 재밌네,, 이런 생각을 했다. 근데 책을 다 읽어갈 때쯤에 별안간 왈칵 터져버린 눈물;;;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엄청 울었다. ㅠ 그때 당시에는 그냥 책이 너무 벅차서 울었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근데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그 감정은 그리움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한창 열심히 책을 읽던 중고등학생 때의 내 생각이 나서 울었던 건가? 그런 생각이 든다. 어릴 땐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내 친구 같고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함께 성장하는 기분을 느꼈었다. 물론 난 아직도 덜 큰 얼은이지만,, 지금 그 책들을 다시 읽어도 그때 같은 감정은 들지 않더라고,, 나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등의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사는 편인데 그 당시엔 그 시절의 나에 대한 그리움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새벽 감성으로 쓰긴 하는데 약간 징글;;) 

  아무튼 그래서 유원은 내 마음속에 뭔가 복잡미묘한 책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다가 백온유 작가님이 새로운 소설을 출판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름 창비 성장소설상 100인의 심사단도 참여했던 내가,,^^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창비 출판사에서 가제본 도서를 보내주셨다. 내 학창 시절을 책임져줬던 창비,, 감사합니다,,

 얼마 전에 엄마랑 국가 수사본부를 보는데 너무 어린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범죄를 저지르며 살고 있어서 깜짝 놀랬다. (중요한 점: 사실 나랑 몇 살 차이안 남;) 그걸 안보고 이 책을 읽었으면 이건 좀 오버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을 것 같은데 역시 현실이 제일 무서워..^^ 책 속의 이야기가 그닥 과장되지 않았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인수가 그다지 좋지 않다. 정이 안 간다. 경우한테, 자기 자신한테 왜 그랬어..ㅠ 하지만 그럼에도 인수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자기 이름에 담긴 뜻조차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 환경에서 어떤 아이가 제대로 자랄 수 있었을까? 주변에 멀쩡한 어른 한 명만 있었어도 인수의 어린 시절이 그렇게 불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마치 어른이 된 인수가 이호에게 그러하듯,,

  모든 비행 청소년이 엇나가는 이유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만약 이유가 있다면 그건 어른의 탓일 가능성이 크다. 일했던 가게의 주인이 조금만 양심적인 사람이었다면, 폐가에 살고 있는 아이들의 사정을 궁금해하는 어른이 있었다면, 하다못해 인수를 무죄로 만드는 일에만 관심 있던 변호사가 조금만 인수의 이야기를 들어줬었다면..? 책 속의 인수는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 어릴 때 이런 책을 읽으면 이런 세상이 너무 밉고..^^ 어른들은 우릴 이해못해,, 난 착한 어른이 되어야지,, 이런 생각을 했었다. 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지금 이 책을 읽고 난 여전히 나쁜 어른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 착한 어른이 됐나? 물어보면 그렇다고 대답하지도 못한다. 지금 내가 가진 이런 모순이 과거의 나에게 너무 부끄러워서 어느 순간 성장 소설을 멀리하게 된 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인수가 너무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인수에 비해 나는 좀 더 괜찮은 사람인가? 흑,,흑,,, 반성합니다,,,

 


 

'경우를 향한 내 마음을 채반에 받쳐 거른다면 무엇이 남을까. 너무 많은 불순물들이 섞여 있어 나조차도 내 마음을 제대로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책 속의 경우는 결국 인수가 원하는 미래의 경우의 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엄마와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고, 남들과도 잘 지낼 수 있는 자기 모습을 경우에게서 지켜본 것이 아닐까? 그럼 저 문장은 나 자신에 대한 말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자아와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는다. 어쩔 땐 누군가에게 자신을 투영해서 남들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 중에 '빌려온 꿈은 언젠간 돌려줘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줏대 있게 살아.. 이 거칠고 험난한 세상에서... 난 얼은이니까...ㅠ

 


 

'나는 나이를 먹어도 지혜나 연륜 같은 건 터득하지 못하고 외로움과 아득함만 깨닫고 있었다.'

. 나도.. 그래...ㅠ 우리는 인생의 아주 짧은 기간만 성장하고 그 뒤로는 계속 노화한다. 흐르기만 하는 듯한 이 시간이 너무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게 된 것처럼, 그런 아득함을 견딜 수 있는 무언가는 항상 존재한다. 인수의 경우에는 경우였다. 그렇다면 내 경우는 무엇일까? 저 페이지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한참을 멈춰 있었다. 작가님은 어떤 결론을 내리셨는지 궁금하다.

 


 

. 인수와 헤어지고 결말 전까지 경우의 공백이 가진 기묘함이 계속 기억난다. 패딩을 입고 서 있던 경우를 바라보는 인수와 나는 아직 그 집 앞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지만 결국 거기서 벗어나 살아가야 하는 것도 여전히 우리다. 경우라는 존재가 가지고 있는 우리의 허물이 희미해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경우없는세계 #백온유 #당신의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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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 예바 스칼레츠카 | R 2023-03-10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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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예바 스칼레츠카 저/손원평 역
생각의힘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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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이 일어났다고 했을 때 진짜 거짓말인 줄 알았다. 지금은 2023년인데 진짜 군대가 출동하는 전쟁이 새로 시작되는 게 말이되나..? 그런 생각을 했었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관계가 어떤지도 저 때 처음 알았다. ㅠ 요즘 시대엔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며칠 만에 끝난다, 민간인들이 다칠 일은 잘없다,, 그런 속 편한 얘기를 난 여태까지 믿고 있었다. 그렇게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책은 우크라이나에 살았던 예바 스칼레츠카라는 아이의 일기다.

  나는 손원평 작가님이 처음 번역을 하셨다고 해서 이 책을 알게 됐는데 옮긴이의 말을 보고 꼭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열두 살밖에 되지 않은 예바의 이야기가 계속 마음에 머물렀다는 책 띠지에 적혀있는데 다 읽고 나서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 ㅠ 나보다 더 철이 들어버린 예바의 일기를 읽다 보니 전쟁이라는 단어의 참혹함이 너무나도 가깝게 느껴져서 속상했다.

  예바의 생일이 며칠 지나지 않아서 전쟁이 시작됐다. 예바가 올해 생일을 잘 보냈을지 궁금하다. 1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쟁은 열두 살 아이가 마음놓고 생일을 기뻐하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전쟁이 시작되고 예바는 일기장에 그날그날의 생각을 전부 적었고 그 일기가 책으로 출판됐다. 나는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일기고 나발이고ㅠ 아무것도 못 하고 울기만 할 것 같은데.. 미래의 자신이 기억할 수 있게 기록을 남겼다는 예바가 너무 대단하게 느껴진다. 언젠가 전쟁이 끝나고 사람들이 전쟁을 잊어갈 때도 이 책은 증언처럼 남아있을 것이다.

  책을 읽다 보니 우크라이나 사람들도 전쟁이 정말 일어나겠다는 확신이 없었던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준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시작되는 게 맞나,,? 정말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냐는 할머니의 질문이 계속 생각난다. 1년이 지났지만 나도 아직 궁금하다. 정말 전쟁이 맞는 건가?

  국민들도 처음에는 폭격은 금방 멈출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난을 떠나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폭격은 멈추지 않았고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피난을 가는 일조차 어려워졌다. 일찍 도시를 떠나기로 한 예바는 폭격에 직접적으로 휘말리는 일은 피했지만 떠나온 고향은 그렇지 않았다. 예바는 피난길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집과 고향들이 전부 폭격으로 폐허가 됐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전쟁터에서 싸우는 것보다 도시에서, 매일 뭔가를 파괴하는 게 낫다는 말인가.

 

  왜 민간인들을 공격한 걸까? 전쟁과 아무 관련 없는 민간인들이 살고있는 도시를 전쟁터로 만든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금방 돌아올 수 있을 줄 알았던 집이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게됐을때 열두 살의 어린 아이가 느꼈을 감정을 생각하면 진짜 개열받는다.ㅠ

 

 

  예바는 친절한 기자들을 만나서 무사히 아일랜드에 난민이라는 신분으로 입국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지역에도 몇 년 전 아프간 난민들이 살게 됐다. 그때 우리 지역 커뮤니티가 정말 떠들썩했는데 사실 나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게 됐다는 소식에 걱정스러운 의견들이 들릴 때도 그럴만하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지금도 내 맘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있지만,, 예바가 아일랜드에 입국한 뒤의 이야기를 보고 부끄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예바의 피난 신청을 도와준 많은 사람들, 학교 친구들, 머물다 갈 곳을 제공해준 호스트들 등등,, 난민으로 입국한 뒤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예바를 환영했다. 지금 우리 지역에 살고있는 아이들은 처음 등교했을 때 어떤 시선을 받았을까? 난민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닌다고 걱정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내가 그 글을 보고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이 지금 생각해보면 충격이다.

  예바는 피난을 떠나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책을 읽다보면 정말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그런 예바도 할머니가 처음으로 본인을 난민이라고 지칭했을 때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더 이상 집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창피했다고 한다. 아무 잘못 없는 열두 살 아이가 왜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하는 걸까? 이제서야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나지만,, 정작 문제점을 깨닫고 행동해야 할 사람들은 여전히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게 너 무 화 난 다. ㅡㅡ

  작가님의 말처럼 아이들은 전쟁에 대해 알 권리가 없다. 무지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조금 더 큰 우리들은 전쟁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한다. 빨리 전쟁이 끝나서 억울하게 피해입은 많은 사람들이 다시 집을 되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길,,ㅠ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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