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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3년 01월 0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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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2쪽 | 472g | 148*210*30mm |
ISBN13 | 9788994543543 |
ISBN10 | 8994543546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황석영 『철도원 삼대』 최종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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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의 날/예스24 X 난다] 가장 오래된 고백의 이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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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가슴이 아픕니다. 스릴러 소설을 읽고 이렇게 가슴이 아파보긴 또 처음인듯 합니다. 가족으로 살아간다는건,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둘레의 안락함과 평온함이, 외부로 부터 나 자신에게 알게 모르게 가해지는 정신적이나 물리적인 압력들로부터 보호가 되고, 가족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뭔가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요. 그런 가족이 나를 믿지 못하고 무슨 일에든 의문의 눈초리로 바라본다면 그건 타인들로 부터 받는 느낌보다 몇 십배, 몇 백배는 더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 입니다. 거기다 의심이라는 것이 한 번 시작이 되면 끝이 없이 커졌으면 커졌지 작아지지는 않는것 이잖아요. 그러고보니 의심이라는것 자체가 참 무서운 단어인것 같습니다.
에릭은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며 주어진 현실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소소한 가장입니다. 부인인 메러디스는 현명하고 아름다우며 대학에서 강사일을 하며 능력을 인정받은 멋진 여자이지요. 그리고 중학생인 아들 키이스는 흔한 10대의 갖은 특징을 다 보이는 소심하고 말이 없으며 만사에 의욕이 없어뵈는 소년입니다. 흔하다면 참 흔한 가정인거지요. 그들 나름은 그럭저럭 만족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웃집 소녀 에이미가 실종이 됩니다. 키이스는 그 집에서 베이비시터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에이미가 실종되던 날 에이미를 마지막으로 본 키이스는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말죠. 그런데 문제는 아버지인 에릭입니다. 키이스를 믿고 힘을 북돋워줘야 할 아버지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에릭은 날이 갈수록 키이스가 의문스러워집니다. 그 의문은 점점 더 커지고 급기야는 키이스를 사지로 몰아가기에 이릅니다.
설명하기 어려운 불편한 기분이었다. 사물의 본성에 내재한 무엇인가가 암암리에 내게 적대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내 오랜 확신을 약화시카는 느낌. 마치 집의 튼튼한 기초 아래의 땅속 어딘가에서 미세한 떨림이 생겨난 듯했다. ( 32쪽)
나는 무엇을 알았던 걸까? 대답은 확실하다.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를때 너는 어떻게 하는가? 너는 무지 속에서 다음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앞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너는 그렇게 떼어놓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혹은 그 결과로 생겨나는 보이지 않는 일들이 얼마큼 심각한 것일지 도저히 알 수 없다. (45쪽)
휴...책을 읽는 내내 정말 가슴이 답답하고 에릭의 입장이 한편으론 이해가 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론 정말 정신차리라고 한대 후려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에릭에게도 아픈 과거가 있었기에, 그 아픈 과거로 인한 트라우마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멀쩡한 한 남자를 이렇게나 피폐하게 만들어 버리는지 그 또한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에 처해 있다면, 나는 무조건 우리 아이를 믿을것이다 라고 생각하겠지만 혹시나...하는 생각이 정말 단 1%도 없을거란 장담은 하기 힘들것 같습니다. 아이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어쨌든 우발적인 사고가 있을수도 있는것이고..라며 생각을 달리 해 보지만 역시나 아이에게 가해지는 상처는 키이스가 느끼는것과 다르지 않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차 사고로 돌아가신 어머니, 이것 저것 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가족을 빚더미에 앉게 만든 아버지, 암에 걸려 죽어간 동생, 늘 자긍심이 부족해 하는일 마다 아버지의 호된 꾸지람을 들어야 했던 형. 이렇게 불안하고 위태로운 첫번째 가정에서 자란 에릭이 어쨌든 지금의 두번째 가정을 평탄하게 유지하기만을 바랬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너무 현재를 지켜야지 하는 생각만으로 위험을 피하기만 하는 에릭이 참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쿡의 작품은 얼마전 읽은 단편집 <뉴욕 미스터리>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요.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그의 다른 작품을 찾던중 이웃님의 소개로 읽게된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장르소설이지만 장르소설 같지 않은, 한편의 고전을 읽는듯한 그의 문장이 저는 정말 좋았습니다. 이 책을 추천해주신 이웃님께 다시 한 번 감사함을 전하며 과연 어떤 결말이 전개될까 정말 단 한 순간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었는데요...그런데, 그런데 결말이...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누구도 어찌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움이 컸었죠.
인간의 고통스런 문제 대부분은 사실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나름의 해석으로부터 온다 라고 역자님은 말씀을 하셨는데요. 그만큼 인간은 주변환경으로 인해, 그리고 생각하기에 따라 많은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인것 같아요. 우리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것들, 우리가 지키고 싶은 그 모든것들은 아주 사소한 말 한마디, 아주 잠깐 빗나간 한순간의 생각만으로도 허물어져 버릴만큼 취약하기 그지없습니다. 그저 우리 스스로 믿고 지킬 수 밖에요. 오늘은 우리가족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야겠습니다.
나는 다시 키이스를 바라보았다. 수줍음 많고 다정한 소년, 내성적이고 기묘하게 고독해 보이는 소년이 보일 따름이었다. 그 소년은 우리 모두 그럴 수밖에 없는 내면의 전투를 치르고 있었고, 우리들 누구나 그렇듯 자신의 한계를 배우는 중이었다.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굴레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년, 인류 전체를 안달하게 만드는 본질인 이해할 수 없는 희망과 공포의 뒤엉킴 속의 자신을 발견하고 마는 소년이 그곳에 있었다. (3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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