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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을 훔치다 | 그 사내 안의 작은 섬 2020-12-0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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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을 훔치다



먹구름 몰려드는

생의 벌판 위

버려진 날들의 초가집이 있어


인적 없는 하늘마당

입술 바짝 마른 누렁우물

녹슨 도르래 두레박에는

한 시절 모은 이슬비 는개도 다 새어나가고


집 나간 번개를 잡으러

들판으로 나간 아이들이

그물로 펼쳐놓은 가오리연들엔

막 쏟아지기 시작한 굵은 소나기만 걸리네


저러다 벼락 맞을라

화들짝 놀라 사립문 열고 나선 할머니

얘들아 그만하고 어여 들어와


뒤돌아 본 아이들 눈에

번쩍, 할머니를 먼저 마중하는 번개

우르르 쾅, 천둥은 뒤이어 들리고

그날 밤 사립문엔 조등(弔燈)이 걸리네


그날 이후 아주 연()을 놓아버린 아이는

산 너머 먹구름 속 희미한 천둥 소리에도

벼락 맞은 것처럼 놀라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그때마다 실 끊어진 가오리연들은

강변에 늘어선 미루나무들 꼭대기에서

함께 작당해서 펄럭거리며

천둥을 훔치고 또 훔쳐보지만


천둥을 훔쳐도 다시 짖어대는

눈 깜짝 번쩍 저 번개를 잡지 못하면

천둥을 훔치는 게 무슨 소용인가


번개는 천둥보다 언제나 한두 발쯤 재빨라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번개는 잡지 못한 채

사내는 쓸데없는 천둥만 훔치고 있네


다시 먹구름 몰려드는

생의 벼랑 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꿈들의 성채가 있어



<시작 노트>


1. 천둥을 훔치다 (steal someones thunder) ; 남의 아이디어를 훔쳐 세상에 알리다, 남의 특기나 명성을 가로채다.


2. 영국의 극작가 존 데니스(John Dennis) 1704년 자신의 작품 <Appius and Virginia>를 무대에 올리면서 양철 따위를 이용해 실감나는 천둥소리 내는 장치를 발명해서 사용했다.  하지만 작품이 그다지 신통치 않았는지 관객들이 많이 들지가 않아서 이 작품을 무대에서 그만 내리자는 극장주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같은 극장에서 <Macbeth>의 공연이 있었는데, 자신이 발명한 천둥소리가 그대로 이 작품에 사용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존 데니스는 몹시 화를 내며 말했다. "Damn them! They will not let my play run, but they steal my thunder." 이후 steal someones thunder남의 아이디어나 특기 또는 명성을 훔치거나 가로채다 라는 뜻을 갖는 관용구로 널리 사용되었다고 한다.


3. 그렇다면 물어보자. 내 시는 번개인가, 아니면 훔쳐온 천둥인가? 번개는 없고 그저 천둥 소리만 요란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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