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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햄릿 | 마음에 드는 책 2022-09-27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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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저/최영열 역
미래와사람(윌비스)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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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햄릿

 

햄릿을 읽는다. 햄릿을 보는 게 아니라, 읽는다.

햄릿은 연극 대본인데 연극을 보는 대신, 사람들은 대개 책으로 읽는다.

나 또한 읽었다. 햄릿, 영화로 본 적은 있지만 연극을 본 적은 없다. 셰익스피어의 다른 몇 작품은 연극으로 본 적이 있지만, 햄릿은 본 적이 없다.

 

햄릿은 대작이다, 극의 길이로 보았을 때, 길다. 해서 대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대작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햄릿은 대사들이 행간을 읽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그 내용이 만만치 않다. 해서 책으로 읽을 때에는 주석이 필요하다. 설명이 필요한 것이다. 더군다나 그게 외국, 덴마크의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누군가의 설명은 필수적이다.

 

그런 햄릿, 그래서 여러 종의 번역본을 읽으면서 내용을 겨우 파악했다. 물론 아직도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파악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햄릿을 파악하고 나니 아쉬움이 생겼다. 햄릿을 설명 없이 오로지 책만, 글로만 대사를 읽으면서 음미할 수는 없을까?

 

이런 나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책이 바로 이 책, <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시리즈이다.

그런 취지에서 새롭게 번역된 햄릿, 정말 재밌고, 홀가분하게 내용을 파악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여기서 만나는 햄릿, 모처럼 만나는 의미있는 번역본이다.

 

첫째, 대사가 입말로 되어있다.

 

먼저 번역자의 말을 읽어보자.

 

<소설, 비소설, 장르를 불문하고 번역할 때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술술 읽히는 책을 만들자이다. ......특히나 공연을 전제로 쓰인 희곡이기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두세 번 읽어야만 의미가 파악되는 글은 지면으로 존재할 때는 그 나름의 곱씹는 맛을 가질 수 있겠지만, 공연으로 만들어졌을 때는 대사로서 힘을 잃기 쉽다. ...............이 책에는 단 한 개의 주석도 달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뜻이 궁금한 단어가 있으면 손쉽게 검색해볼 수 있는 시대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주석을 읽으려고 시선이 한번 이동할 때마다 애써 연출한 상상 속의 무대가 흐려지는 것은 뼈아픈 손실이라고 생각해서였다. 주석에 달아야 할 내용은 최대한 본문에 녹여 넣으려고 했으나 그래도 설명 없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햄릿을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흥미로운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번역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224-225)

 

해서, 이 책에는 단 한 개의 주석도 없다. 그래서 읽는데 아주 홀가분하다.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사를 아주 이해하기 쉽게 번역해 굳이 다른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될 정도이니, 읽는 데 아주 홀가분하다는 것이 첫째 장점이다.

그것도 무대에 바로 올려도 될 정도로 입말로 말을 주고 받는다는 것, 굳이 예를 들 필요조차 없다.

 

둘째, 이름 번역을 제대로 했다.

 

지금까지의 번역본에서 이름 번역을 할 때,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몰라도 이상하게 번역한 것이 많다. 햄릿이나 오필리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다. 그런 이름이야 이제 제대로 한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이 대사 중에 거론하는 사람들 이름을 왜 그렇게 옛날식으로 하는지, 그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컨대, 아이네이아스 같은 경우가 그렇다.

 

아이네이아스는 베르길리우스의 작품 아이네이스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장군 이름이다.

베르길리우스의 그 작품은 국내에 번역되어 제목과 등장인물인 아이네이아스의 이름은 이제 모두 그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데, 여전히 햄릿에서는 이렇게 불린다.

 

내가 생생하게 기억하는 대목은 이니어스다이도 여왕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네. 특히나 프리암 왕의 살해에 대해 얘기한 대목이었지. (햄릿, A 출판사, 83-84)

 

그런 이름들을 이 책에서는 바로 잡았다.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구절은 아이네이아스디도 여왕에게 이야기하는 대목이야. 그중에서도 프리아모스가 무참히 살해당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하지. (이 책, 81)

 

원어를 살펴보자.

One speech in it I chiefly loved: 'twas Aeneas' tale to Dido; and

thereabout of it especially, where he speaks of Priam's slaughter:

 

중세 시대의 영어를 그대로 번역한 것과 현대에 맞추어 이름을 제대로 번역한 것중 어느 것이 더 독자를 위한 것일까?

 

또 하나 예를 들어보자.

 

A 출판사, 82


햄릿 : , 이스라엘의 판관 옙다! 그대는 무슨 보물을 지녔었는가?

 

이 책, 79

햄릿 : , 이스라엘의 재판관 입다, 그대는 훌륭한 보물을 가졌구나!

 

두 개의 번역을 살펴보자. A 출판사에서는 옙다라는 이름에 각주를 붙여 설명을 해놓았다.

 

신에게 자신의 딸을 제물로 바친 이스라엘의 판관.

 

나는 기독교인으로 이 대사에 등장하는 판관(재판관, 사사)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단 옙다라는 이름이 아니라 입다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옙다?

 

그래서 그 책을 읽을 때에는 옙다가 누구지? 판관이라는데 들어본 기억이 없네하면서 의아해했었다. 각주를 읽으면서야 비로소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입다라고 번역이 되어서, 금방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설령 그 이름을 다르게 했어도 입다라고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지만.

 

셋째, 내용을 오히려 더 잘 알 수 있다.

 

다른 번역본에서는 원본에 충실하게 번역을 하는 바람에 그 내용을 우리말로는 불분명하게 해놓고, 거기에 다른 설명을 붙여놓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경우다.

 

은밀한 분별력을 저버리고 지붕 위의 광주리를 열어 새들을 날려보내고,

그 유명한 원숭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시험하려고 그 광주리에 기어들어 갔다가

제 목이 꺾이는 꼴을 당하게 될 것입니다. (A 출판사, 138)

 

각주를 읽어보자.

 

옛이야기나 우화에 나오는, 스스로 똑똑한 체하는 어리석은 원숭이에 대한 언급. 구체적인 출처는 밝혀진 바 없다.

 

그렇게 해서 각주까지 읽어보았지만 그 내용이 손에 확실하게 들어오지 않는다.

원숭이 이야기인줄은 알겠는데, 원숭이가 광주리에 들어갔다가 어떻게, 왜 제 목이 꺾이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이번에는 이 책에서 읽어보자.

 

분별력이고 비밀이고 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유명한 원숭이의 일화를 아시죠?

지붕에 있는 새장을 열어 새들을 세상 밖으로 모조리 풀어준 다음,

자기도 흉내 낸답시고 뛰어내렸다가 목이 부러졌다잖아요.

어머니도 새를 풀어주듯 속 시원하게 비밀을 퍼트리세요. (이 책, 138)

 

이 책에서는 원숭이의 목이 꺾이는 이유가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러니 어느 번역이 관객의 귀에 잘 들어올까? 아니 어느 번역이 독자의 눈에 잘 들어올까?

 

앞의 번역에 비해 뒤의 번역이 귀에 더 잘 들어올 것이다. 그 원숭이 일화가 금방 파악이 되니, 그 다음 말도 이해가 쉬워진다. 앞 번역에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덜 된 부분이 뒤의 번역으로 완전하게 이해가 되는 것이다.

 

A 출판사, 121

햄릿 : 할 수 있다네. 풀이 자라는 동안 -  이건 너무 진부한 격언이군.

 

그리고 각주로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풀이 자라는 동안 말은 굶어 죽는다>는 격언

 

이 책, 118

햄릿 : 물론 그랬지. 하지만 풀이 자라기를 기다리며 말은 굶주린다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극본은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말을 적은 것이다. 그런데 전자의 번역대로 하자면 그 격언을 알고 있는 영국 관객들은  '풀이 자라는 동안'이란 말을 듣는 순간 그 격언을 떠올릴지는 몰라도 우리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후자의 번역은 우리들을 위한 번역이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혹시 지금까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읽으면서 어렵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지?

읽으면서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 다른 설명을 참조하거나 번역자가 제공한 각주 또는 미주를 읽느라 햄릿의 재미를 느끼지 못한 적은 없는지?

그렇게 읽어가다가, 중간에서 줄거리를 놓치고 헤맨 적은 없는지?

결국 그래서 햄릿이 왜 이리 지루해, 라는 탄식과 함께 책장을 접은 적은 없는지?

 

그런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번역본이라 생각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순간, 햄릿에서 진짜 살아 움직이는 햄릿이 걸어나와 말을 건네는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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