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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21일 화요일 목연일기 | 목연의 생활 2021-09-2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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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분에 일어났습니다.

오늘도 설사 증세가 있네요.

어제처럼 심하지는 않았지만요.

 

꿈자리는 여전히 뒤숭숭했습니다.

여러 상황이 스치고 지난 듯한데 대부분 잊었고요.

 

기억이 나는 것은 영미 씨입니다.

노란 저고리에 빨간 치마를 입고 미소를 짓고 있었던 듯하네요.

나도 웃고 있었던 듯하고요.

(현실에서 나는 영미 씨의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내가 본 것은 안내양 제복을 입은 모습뿐이니까요.)

 

이상합니다.

우리가 서로 호감을 느꼈던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거든요.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아무런 만남이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딱히 생각을 한 것 같지도 않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꿈에서 서너 번이나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미 씨가 예쁜 편이기는 하지만

내가 만난 최고의 미녀는 아니고,

나 역시 그녀에게 있어서 최고의 호남이 아닐 것입니다.

수십 년 뒤에 서로를 생각할

어떤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나의 꿈은 어느 누구와의 만남이 아니고,

설원이나 사막에서 혼자 지내는 것인데…….

영미 씨를 포함한 누구라고 할지라도

함께 있으면 불편할 것이고요.

 

혹시 저세상에 간다고 해도

혼자 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가 알려주려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정말 희망이 없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쉬지 않고 무엇인가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엇을 했다고 내세울 것은 없는

그저 그런 하루였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비가 내리는 것을 보고

황토방에 불을 땐 것이 그나마 의미 있는 일이었을까요?

 

오전까지 비가 내리니

그런대로 조용히 지나간 추석날 아침이고요.

 

어제부터 설사를 하던 아내는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차라리 내가 병원에 갔으면,

그런 생각도 들더군요.

 

아무튼 힘을 내야겠습니다.

영미 씨는 고단하실 텐데 그만 오시고요.

우리가 정말 만난다면

아마도 서로의 변한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프겠지요.

 

오늘 스친 이런저런 풍경들입니다.

 


목연천에서 뱀을 보았습니다.

저놈이 올라오면 진돌이가 다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네요.

 

아, 내가 지금 진돌이 걱정을 할 때가 아니군요.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뱀도 있고, 벌도 있으며,

모기를 비롯한 이상한 벌레가 많은 이 풍진세상에서

아직도 꽤 오래 견뎌야 할 나인지도 모르겠네요.

 

보름달 아래 서 있는 나와 진돌이입니다.

진돌이에게 용변을 보게 할 겸 산책을 시키며 돌아오는데,

딸아이가 셔터를 누른 것이지요.

보름달 덕분에 나와 진돌이는 엉겁결에 기록을 남긴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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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2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