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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之我...또 다른 나
  1. 2018년에 쓴 리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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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표기
왕의 여자
글쓴이
김종성 저
역사의아침
평균
별점8.5 (48)
異之我...또 다른 나

  '미투 운동'이 한창인 요즘 우리 사회의 '여성인권'과 '양성평등'을 되돌아보며 좀더 올바르고 밝은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위드유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솔직한 마음으로는 여성들보다도 더 앞장서서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못난 남성들의 무식(!)한 목소리를 차단하고 막아드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것이 진정한 '여성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어리석음을 범할 것 같아 그냥 잠자코 앉아서 지지성명을 내는 것으로 갈음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애써 '남성들이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경청하는 것이 더 나을 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역사상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적인 목소리는 그동안 많이 냈으니, 지금 여성들이 내는 목소리에 '역차별'이라는 등 볼멘소리를 낼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들이 억압받고 차별받아서 생긴 불평등적 요소와 부조리한 것들을 걷어낸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울러 '미투 운동'의 본질을 흐리고 되려 호도하며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사례들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는데...아주 혼내줄거임. 미투 운동의 가해자가 특정 정당 소속이라서 정치적 폄훼를 꾀하거나 궁지에 몰려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애꿎은 '남자 인생' 하나 조졌다는 등의 말 같지도 않은 주장에는 일일이 대응하고 싶지도 않음. '미투 운동'의 본질은 '여성의 인권'을 바로 세워 우리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에 있음을 다시금 일깨웠으면 싶다. 설령 당장에는 그것이 되려 '여성 상위 시대'가 되어간다는 오해를 살지라도 지금은 '미투 운동'에 그 어떠한 제동도 걸어서는 안 되고, 걸려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여자가 어디 감히..."라는 수식어가 영원히 사라지길 바란다.

 

  더이상의 각설은 생략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이즈음에 읽은 책이 <왕의 여자>란 책이다.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가 사그라들지 않고, 드라마 <동이>가 막 종영을 한 뒤인 2011년에 펴낸 책인듯 한데, 역사가 '김종성'은 대중의 눈높이에서 글을 쓰는 취향인지 그의 책 곳곳에는 사극 드라마에서 모티브를 얻은 듯한 대목이 곳곳에서 눈에 띠어서 독자들이 읽기에 수월함을 선사하곤 한다. 이 책에도 <용의 눈물>, <대왕 세종>, <여인천하>, <대장금>, <왕의 여자>, <동이>, <명성황후> 등등에서 오마주한 듯한 대목이 눈에 띠어 조선시대 궁궐에서 살아간 여인들의 모습을 더욱 생생히 떠올릴 수 있었다. 물론 드라마가 보여주는 모습은 많이 왜곡되고 각색되어 있음을 명심해야 하는 점은 반감되는 요소이지만 말이다. 암튼 궁궐 안에 사는 여인들, '왕의 여자'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어가 보자.

 

  궁궐에서 사는 여인들을 지칭하는 '왕의 여자'라는 수식어를 오해 없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에로틱'한 선입견을 걷어내야 한다. 흔히 백제가 멸망한 원인으로 의자왕의 '삼천 궁녀'를 꼽곤 하는데, 크기로나 규모로나 어디에도 빠지지 않고 내노라하는 중국의 역대 황실에서도 '궁녀 3000명'을 넘겨본 일이 거의 없을 지경인데, 유독 의자왕에게만은 따라붙는 수식어인 '삼천'이란 수식어는 우리 민족이 '굉장히', '아주 많이' 라는 뜻의 수식어로 '삼천'을 쓰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단다. 실제로 '낙화암'에서 백제의 멸망을 온몸으로 슬퍼한 여인은 몇몇 왕족 여인과 그녀들을 따르는 수행인들 뿐이라니 수천은 고사하고 몇 십명이 고작일터인데, 신라 출신 고려인인 김부식이 이를 부풀려서 과장한 결과로 붙은 나쁜 꼬리표라고 하니 꼽씹을수록 씁쓸한 대목이다.

 

  더욱 기분이 나쁜 것은 동서고금은 안 가리고 안 좋은 소문이나 결과는 모두 '여자'와 결부시키는 역사가들의 행태이다. 트로이 전쟁의 시작도 '복수의 여신'이 던진 황금사과를 탐낸 '세 명의 여신들'에서 원인을 찾는 것으로 모자라 '헬레네'라는 여인의 미모 때문에 전쟁이 벌어진 거라는 등의 도식화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결국 의자왕의 사례도 똑똑했던 의자왕이 실책을 연달아 해서 패망에 이르게 된 까닭을 '여자들의 꾐'에 빠져서 그렇다는 김부식의 다분한 못된 의도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런 까닭에 역사책을 읽을 때, 특히, 여성과 관련된 역사를 읽을 때는 당시의 여성상을 고려함과 동시에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걸러내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성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쓰여진 활자'의 함정에 빠져서 진면목을 놓치지 일쑤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진면목을 살펴볼 '여성 관련 사료'조차 태부족한 것이 현실인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할 대목이다.

 

  우쨌든, '왕의 여자'라는 타이틀이 주는 에로틱한 면을 걸러내기 위해 또 살펴야 할 것이 바로 '밀폐된 공간'이라는 점이다. 궁궐이라는 곳이 왕이 살고 있는 곳이기에 '함부로' 들어가거나 나가지 못하는 장소가 주는 '성애(性愛)'적인 이미지를 걷어내고 바라보아야 한다. '왕의 하루'가 얼마나 바쁜지는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그런데 왕이 밀폐된 그곳에서 하루종일 '그짓'만 할 도리가 없잖은가 말이다. 더구나 한 명의 여인도 아니고 수십, 수백명의 여인과...음음..하는 그런 장면만을 부각한 영화나 소설이 난무하는 까닭이니 '음란마귀'에 빠지지 않은 건실한 독자라도 책을 펼치기 전에는...상상력에 맡기겠다. 총각은 아직 몰라요(")몰라염~

 

  당신이 상상한 '그' 모든 것을 걸러내고 이 책을 들춰보면, '왕의 여자'라는 낱말이 주는 의미는 왕의 부인인 '왕비'를 비롯해서 여러 명의 '후궁'과 '궁녀', 이렇게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일부다처제였던 고려때까지와는 다르게 일부일처제인 조선에선 원칙적으로 단 1명의 부인만을 둘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부인의 몸에서 낳은 왕자만을 '적통'으로 삼아 다음 왕위를 잇게 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선은 적통을 이은 적이 별로 없는 '운 나쁜 왕조'였다. 태조 이성계시대부터 왕자들의 칼부림이 시작되었고, 간신히 적통을 이은 문종과 단종도 그 운이 단명하였고, 거듭된 정난과 반정으로 왕실의 후사는 왕비가 낳은 자식들보다 후궁이나 심지어 궁녀가 낳은 자식이 왕위를 잇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이 책은 '왕실의 대'를 누가 잇느냐하는 내용에 초점을 맞춘게 아니다. 궁궐 내에서 평생을 살아야만 하는 여인들은 과연 '무슨'일 을 하고 일생을 살았는가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몇몇 왕후를 제외하고 평생을 '왕실 후사'만 '생산'하는 일이 중임이었던 왕비들의 삶은 저 뒤로 보냈고, 그나마 궁궐에서 나름 할 일이 많았던 '후궁'들과 '궁녀'들의 삶에 더욱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왕의 여자'로서 궁궐에서 무슨 일을 하며 살았을까? 일단 왕실의 맥을 잇기 위해 왕과 동침을 하고 '왕자 생산'을 하는 몇몇의 여인들은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하지만 그런 '생산'을 하지 않는 여인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어내는 내용이 이 책의 골자란 말이다.

 

  물론 그 궁금한 내용도 사극드라마와 영화가 널리 유행되는 바람에 많이 해소된 지금이다.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는 흥미와 시청률이라는 복병 덕분에 '궁에서 사는 여인들의 삶'을 심히 왜곡하고 변질시키고 말았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후궁과 궁녀들은 왕의 관심을 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왕비는 그런 여인들로부터 지아비를 지켜내고 수많은 여인들을 질투의 대상으로 삼는 모습만 부각시킨 점이다. 오늘날의 대통령 부인은 아무런 권력이 없지만 조선의 왕비들은 왕 못지 않은 '권력'을 갖고 있었고, 실제로 그 권력을 적절히 사용해 '왕의 여자들'을 지시하고 단속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그리고 '왕의 여자'들의 대표적인 할 일은 '왕실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수호하는 일'이었다.

 

  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조선시대 내내 왕은 자신이 부릴 수 있는 '궁인의 수'를 늘이려 노력하였고, 신하들은 왕실의 힘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궁인의 수'를 제한하기 일쑤였다는 점이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교과서에도 나오는 광종의 '노비안검법'을 떠올리시면 적절하겠다. 광종은 귀족들의 노비를 줄임으로써 귀족의 힘을 누르고 양인의 숫자를 늘려 왕권을 강화한 것처럼 조선의 왕실은 궁인(내시와 궁녀)의 수를 늘려서 신하들의 힘을 견제하고 왕실의 힘을 키우려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궁녀들의 일은 오늘날의 '여성 전문인력(커리어우먼)'으로 보면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그 가운데 비서직을 수행하는 여성들이 사장님의 맘에 쏙~들어서 연인관계로 발전했다가 결혼에 골인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 것처럼 조선시대 궁녀들도 대부분은 전문직으로써 평생의 경력을 쌓다가 임금과 지근거리에서 일을 하는 '지밀상궁(나인)'들이 임금님 맘에 쏙~들어서 후궁의 반열에 오르기도 하고 반대로 내처지기도 하는 일이 있었던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는 그런 몇몇의 특별한 경우를 '각색'의 과정을 거쳐서 상업적/예술적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고 말이다. 암튼 이 책을 통해 '궁녀(후궁)들의 일상'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고, 에로틱한 상상도 덕분에 고이 접어 나빌 수 있었다.

 

  한편, 이 책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점은 '역사'가 너무나도 남성 위주이다보니 여성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는 '사료'가 너무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글쓴이 김종성도 말하거니와 읽는 독자로서도 '역사 속 여성'을 읽을 기회가 더더욱 많아져야겠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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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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