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서평
현대시작법
- 글쓴이
- 오규원 저
문학과지성사
현대시작법
오규원
문학과지성사/2017.12.12.
sanbaram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도 선뜻 시에 접근하기 힘들어 하는지도 모른다. 특히 현대시는 어렵게 느껴진다. 평상시 쓰는 말들과는 다른 어법을 주로 사용하는 시들이 좋은 시라는 평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창시절에 배웠던 시와 비슷한 시들을 찾아서 읽는지도 모른다. 시인은 넘쳐나지만 현대시는 쉽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시작법>은 1990년에 나온 책으로 비교적 오래 전에 나온 시 이론서이다. 저자는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추천되었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하였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2007년 2월에 작고했다.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 <순례>,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사랑의 감옥> 등의 여러 권의 시집과 시론집, 시창작 이론서<현대시작법> 등이 있다.
<현대시작법>은 시 창작을 돕기 위한 이론서의 하나로, 사례연구와 시적 언술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결합한 형태이다. 귀납적인 접근 방법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저자가 책머리에서 언급하듯 묘사와 진술의 특성, 종류, 구조, 시점의 연구가 또 다른 주요 부분인 비유, 시의 구조와 행, 연과 함께 이 책의 주요부분을 차지한다. 현대시작법을 다음과 같이 10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1. 시적 표현의 이해, 2. 대상과 인식 과정, 3. 시적 묘사, 4. 묘사의 구조와 시점, 5. 시적 진술, 6. 시적 진술의 구조와 시점, 7. 시와 화자, 8. 비유와 활용, 9. 시의 구조와 행, 연, 10. 의도적 의미와 실제.
“시란 감정의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세계가 숨기고 있는 모든 가치로운 것들을 감지하고 표현하는 예술 형식이다. 그런 까닭으로 시는 푸념이나 혼잣소리가 끼어들 틈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그런 감정의 세계이다. 시란 ‘감정의 해방이 아니고 감정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엘리어트의 말을 이런 점에서도 귀담아 둘 필요가 있다.(p.34)” 이와 같이 말하면서 혼자소리나 푸념이 들어 있는 시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고 있다. 그런 것들을 걷어냈을 때, 시는 시인의 마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품 속의 사실적 존재나 현상은, 그것들이 이미 허구인 예술 작품 속으로 공간 이동을 한 만큼,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구체화하는 형상적 존재들이다. 작가는 이런 형상, 이런 형상화를 통해 말한다.(p.57)” 시 속에서 만나는 사실적 존재나 현상은 이미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포함된 것이기에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작가의 의도가 들어 있지 않은 사실적 표현은 군더더기라는 것이다.
“시가 힘을 가지게 되는 근원을 ‘추상적인 상상이 아닌 구체적으로 그려진 본질’에 있다고 한다면, 그 구체적으로 그려진 본질은 묘사에 의해 획득된다. 이 묘사에 관한 인식 부족이 시에 자주 나타나는 비시적 표현의 근간을 이룬다.(p.75)” 묘사형의 시는 그것이 서경적 구조건 서사적 구조건 또는 심상적 구조를 가졌든 간에 절제된 감정과 언어가 빚어내는 가시화된 이미지를 생명으로 한다.
“시 속의 ‘나’는 현실 속의 ‘나’가 아니다. 시 속의 ‘나’는 허구 속의 존재이며, 어디까지나 창조적 공간인 작품 속의 존재이다. 그러므로 ‘나’는 객관화된 ‘나’이며 화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어떤 국면 속의 형식화된 인간으로서의 ‘나’이다.(p.235)” 일상의 경험을 시로 표현할 때는 그 구체적 경험의 국면을 명확히 구분하고 객관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 경험 속의 ‘나’도 함께 객관화되고, 경험과 어울리는 유형화된 ‘나’가 된다.
1990년에 출간된 책이기에 내용에 실린 것이 비교적 오래된 시들이다. 그래서 요즘 시들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시라는 근본적인 의미와 창작의 과정을 지도한 강의를 기본으로 했기 때문에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초보자들이 빠지기 쉬운 잘못된 표현이나, 불필요한 감정처리와 화려한 꾸밈 같은 것을 경계하며,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하나하나 짚어간다. 요즘 시들이 복잡한 현대인의 심상을 그리고 있기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기본적인 룰을 벗어나 현학적 표현으로 독자들이 외면하게 해서는 더 이상의 발전은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에 대한 기본정신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많은 참고가 될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 좋아요
- 6
- 댓글
- 10
- 작성일
- 2023.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