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병원은 여전히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고, 주인공 구리하라 이치토는 서른 살을 맞이한다. 그런 그에게 또 한번의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된다. 

- 변화 ① 절친 지로의 대학병원으로의 복귀

        ② 처음으로 흔들린 신념

■ 겉으론 매일 구박해도 지로의 대학병원 복귀 소식에 누구보다 서운해 하는 구리하라. 다쓰야와 함께 그들만의 방식으로 지로와의 작별을 준비한다. 

■ 내과에 왕너구리 부장선생님의 옛 제자 오바타 나미가 새로이 합류하게 되고, 여전히 사람 볼 줄 모르는 구리하라는 그녀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점점 병원내에서 오바타가 환자를 가려가며 진료를 보는게 아닐까 하는 의심과 동료의사와 간호사들의 불만을 들으며, 구리하라 스스로도 의구심을 품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오바타는 논문쓰기를 게을리 하지않고, 끊임없이 진보하기 위해 앞만보며 나아가는 사람으로, 그저 열심히 현재에 충실하며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구리하라와는 참 대조적으로 보였다. 

그동안은 구리하라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는데, 오바타의 등장은 그런 내 믿음에 조그마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별로 칭찬받을 만한 일도 아니야. 최신 의료 기술이라는 것은 점점 진화하고 있고, 

미리 해놓지 않으면 뒤처지기만 할 뿐이니까." (p.181)」

그동안 내가 바라봐 온 구리하라는 '내시경 솜씨가 좋고 환자를 위할 줄 아는 사람 좋은 의사' 였는데, 오바타의 관점에서 바라 본 구리하라는 '손발이 조금 빠르고 내시경을 조금 잘하는 것 말고는 어딜 가나 있을 법한 위선자 타입의 의사' 였다.

현실의 의료를 '모 아니면 도' 처럼 나누는 건 어렵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사람에게 의사로서 전력을 다하고, 그럴 의지가 없는 사람들을 진료하는건 구리하라 같은 의사들이라고 말하는 오바타가 냉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내가 너무 이상한 사람인걸까.

「알잖아. 구리하라 군과 나는 목적으로 삼은 세계가 달라. 그런 사람한테 내 방식을 이해시키려고 하면 안 되는 거지." (p.300)」

오바타라는 사람은 마음 아픈 독설을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자신의 잘못한 부분은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도 보여주어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러던 중 췌장암이 의심되는 80대의 고령의 환자를 외과에 소개한 구리하라. 그 수술을 집도하게 된건 절친 지로였다. 졸업시험인 셈이다. 

췌장부터 위, 십이지장에 이르기까지 절제하는 대수술이 끝나고 나온 병리결과는 전권을 통틀어 구리하라에게 가장 큰 시련이 되어 바람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린다. (지로의 수술성공은 그가 한단계 성장했음을 보여주어서 절로 구리하라와 비교를 하게 되더라...)

과연 구리하라는 눈앞에 놓인 큰 과제앞에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마지막까지 지켜보며 그를 응원하면서 이책을 내려놓았다. (큰 사건사고 없이 전개됨에도 불구하고 이책은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는게 참 매력적이다.)

덧:) 그러고 보니 1권의 선택과 3권의 선택은 대조를 이루는구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