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블15기 리뷰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글쓴이
- 백영옥 저
arte(아르테)
찬 겨울 바람이 많이 분다.
오늘이 절기상 '대설'이라 하는데, 그 이름에 딱 맞는 날씨다.
일찍 출근하는 직장인들, 학교로 서둘로 가는 아이들,.... 모두 고생이 많다.
갑작스레 부는 찬 바람에 마음이 차가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삘강머리 앤' 백영옥 작가님의 신작 <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를 마음에 담았다.
궁금했다. 이 글은 어떤 색감으로 내 마음을 반짝반짝 빛나게 해줄까!!!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 겨울, 이맘때 읽으니 오히려 몸과 마음, 생각까지 포근함의 온도가 올라갔다.
책을 많이 읽지만 의미있는 문장은 보통 마음 속에 담고, 줄을 잘 긋지 않은데......
이 책을 읽으니 그냥 형광펜이 따라붙게 된다. 아무런 이유없이 그래, 그냥....^^

책은 작가가 읽은 책 속에서 의미있는 문장들을 골라 자신의 삶과 버무려져있다.
작가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문장을 좋아하는지 알게 된다.
그 문장에 자연스레 줄을 긋고 있는 내가 늦은 밤 책상에 우뚝커니 앉아있다.
그녀가 읽은 것 나에게도 스며드는 퍽 자연스런 밤이다.
언젠가 그 문장이 내가 좋아하는 문장으로 바뀌어 있을 것 같다.
아프고 답답하고 쓰리고 힘겨울 때 나에게 위로로 다가올 것이다.
난 빨래를 하면서 얼룩 같은 어제를 지우고, 먼지 같은 오늘을 털어내고,
주름진 내일을 다려요.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살아요.
뮤지컬 '빨래'에 나오는 구절이다. 라임이 살아있는 이런 말은 귀에 쏙쏙 박힌다.
귀 뿐 아니라 마음에 차고 넘친다. 잘 다려진 내일을 걸치고 오늘을 내 방법대로 멋지게 살아간다^^
방과후샘들과의 모임 단톡방에 늦은 시간까지 께알방정 '까똑~'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시간은 정해졌고 장소가 정해지지 않아 의견을 모을려고.
울리는 틈 사이 사이 정적이 흐르고, 책을 읽었다. 그 때 나에게로 온 문장 하나,
빨리 말리는 것보다 오후 2시의 태양 아래 말린 빨래에서 나는 햇빛의 냄새를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은데.... 자로 잰 듯 정확한 사람보다 따뜻한 볕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톡에
올렸다. 늦은 겨울 밤의 포근함이 이런 것일까?!!!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다 잠든 늦은 밤에 울리는 기분좋은 스마트한 수다스러움이 그리운거다. 때론^^

읽으면서 줄 긋고 그 옆에 내 생각과 느낌을 살짝 긁적긁적~~~
혹시 다음에 한번더 이 책을 펼치는 날이 온다면 남의 일기장 훔쳐보듯 기분이 신선할 것 같다.
궁금해서 작가가 읽은 책에서 좋은 문장은 놓치기 아까워 책 검색을 하고 카트에 담긴다.
책 읽으면서 일련의 이런 과정이 나는 너무 좋다.

책에 내 생각이 한번더 덧입게 된 말은 내 삶에 강력한 주문이 된다.
그렇게 살아가야지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생각을 통하지 않고서는 책과 친해지기는 어렵다. 걸러지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울림이다.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슨 목적이 있는 걷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느릿느릿 '산책'이란 말을 좋아한다. 골목길, 담장 너머, 꽃 핀 들판.......
사람들의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곳, 딴생각 하기에 좋다.
리베카 솔닛의 책『걷기의 인문학』에서,
'마음은 풍경이고, 보행은 마음의 풍경을 지나는 방법'
세상을 두루 살피는 일은 마음을 두루 살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세상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하듯, 마음을 두루 살피려면 걸어 다녀야 한다.
멋진 말이 밤 끄트머리에서 내 마음에 닿았다.
이 책은 무조건 읽어봐야될 것 같은 조바심에 바로 검색했더니 꽤 길다. 그럼에도 읽고 싶어 카트행~
내가 구매한 책들, 내가 읽고 싶은 책들 속에서 내 관심사가 드러난다.
소소한 우리네 삶의 모습들 속에 잊혀져가는 내 기억 속 담장 너머 골목길은 뭔가 홀리 듯 소환된다.
밑줄 쫘아악 긋고 적은 메모에,
걸으면서 마음의 풍경이 빛 난다. 평안을 얻는다. 아득한 고향처럼^^
살면서 제대로 보지 않아서 그렇지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풍경들이 내 마음을 스쳐갈까.
그 풍경 중에서 하나를 눈여겨 보아 내 마음에 담을 수 있다면 잘 살아가는 것이리라^^
그냥 흘러넘쳐도 좋을만큼 반짝반짝 빛 더불어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
- 좋아요
- 6
- 댓글
- 0
- 작성일
- 2023.04.26
댓글 0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