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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인생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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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프 톨스토이 저
책이있는마을
근래 책의 디자인이나 만듦새가 젊은 세대의 눈에 들어온다는 감상을 받는 요즘입니다. 서점에서 이미 집에 있는 멋진 신세계나 1984의 새로운 표지가 마음에 들어 새로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멀찍이서 들었을 정도니까요. 그리 멀지도 않군요.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책의 표지가 이렇진 않았지요. 내용은 차치하고 트와일라잇의 표지가 그때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 예쁘다고 화제였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요.
맨 처음 이 책의 표지를 봤을 때 톨스토이라는 이름을 무심히 지나쳤다는 사실을 말해야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다이어리같은 표지에 톨스토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을때, 흔히 그 이름은 '톨스토이적인 분위기를 띤다'는 느낌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기 십상이었으니까요.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곤 생각을 안 했던 거지요.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니 무슨 명언집입니다. 쇼펜하우어, 공자, 탈무드..다양한 출전의 명언들이 실려있군요. 저는 원래 이런 짤막한 글귀를 모은 모음집을 좋아합니다. 크리미널 마인드라는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물론 내용도 좋았지만요) 그 드라마가 한 편의 시작과 끝을 이런저런 글귀들을 읊는 것으로 장식했기 때문이었거든요.
명언 옆 페이지를 보니 날짜를 적는 란과 하루 한 번 나를 만나는 시간. 하루 한 번 나를 칭찬하는 시간. 내일을 위한 오늘의 단어 하나. 이런 것들을 적는 페이지가 비워져 있습니다. 어라? 어리둥절해집니다. 이건 그냥 읽는 책인가? 아니면 자기계발 책인가(흔히 자기계발 카테고리의 책들이 이런 것들을 적는 란이 많지요) 그도 아니면 3년, 5년 다이어리 같은 건가? 반짝반짝한 표지와 이런 의문들이 겹쳐지면서 머릿속은 한층 더 복잡해집니다.
그제야 머리말을 읽어볼 마음이 듭니다. 참고로 옮긴이의 머리말이라 할 만한 부분은 지은이 서문이 아닌(지은이는 레프 톨스토이니까요) 초판 1쇄 인쇄, 발행이 찍혀있는 페이지 상단부, 그것도 저자 톨스토이를 소개하는 문단에 함께 적혀 있습니다.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독자들이 참여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책으로 꾸몄다고 옮긴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군요. 별 생각 없이 접했다가 그제야 아 싶습니다. 그리고 슬픈 점은 지금까지 저는 이렇게 정성스레 편집 공간까지 할애해주며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저자, 옮긴이, 편집자들의 기대를 항상 실망시키는 독자였다는 점일 겁니다. 미안합니다. 심심한 사과를 이 자리를 빌려 전합니다.
옮긴이가 원하던는대로 개별 페이지에 감상이나 느낀점을 남기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한데 뭉뚱그려 이런저런 이야기는 할 수 있겠지요.
[씀]이라는 어플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부분 중 하나가 하루에 두번 책의 글귀를 발췌하여 팝업으로 띄워준다는 점이었습니다. 발췌라는 건 긴 글을 읽을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대체적으로 호평일 수밖에 없겠지요. 이 책도 마찬가집니다. 다양한 문구를 나름의 소주제에 맞춰 자잘히 흩어놓았죠.
그러니 이 책을 읽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분명 하루에 한 페이지씩 읽어나가는 걸 겁니다. 적당히 얇은 질감의 종이 한 장. 서넛 정도의 문구. 정도 말이지요. 쿠크다스 한 봉지와 커피 한 잔이면 만족하는 그런 하루처럼요.
옆의 하루 한 번 나를 만나는 시간은 뭐, 여백의 미라는 것도 세상에 있으니 희게 남겨두는 것도 좋겠지요. 아무튼, 이 책은 소설책 같은 건 결말이 궁금해 식음을 전폐하고 완결까지 달려버리는 버릇의 사람들에게는(예 접니다) 평소의 버릇을 좀 자제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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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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