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사진
목연공식계정
  1. 나의 리뷰

이미지

도서명 표기
몽진
글쓴이
이완우 저
지식과감성#
평균
별점9.3 (8)
목연

이 책은 이완우 교수의 장편소설이다. 저자가 연전에 펴낸 책인데, 내가 관심이 있는 역사 분야라 읽기로 한 것이다. 임진왜란 때 서고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이름 없는 이들의 충정이 담긴 작품이라는 배경지식을 갖고 펼친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쓰겠다.

 

첫째, 편안하게 읽으면서 진실을 느낀 작품이었다. 진주대첩이나 명량대첩같이 영웅적인 무용담이 담긴 작품이 아니라 조선의 역사가 담긴 실록과 어진들을 지키려는 이들의 충정을 그린 작품이다. 어찌 보면 지루할 수도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몰입을 하면서 책장이 쉽게 넘어갔다. 작가의 역량이겠지만, 짤막한 문체가 긴박한 상황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저자는 후기에서 역사소설은 역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결합하여 창작한 허구의 복합물이라고 했지만, 독자가 작품에서 진실을 느끼면서 감동을 했다면 그 역시 역사가 아니겠는가? 나는 역사라고 생각하면서 진실을 느꼈다.

 

둘째, 이름 없는 애국자들의 충정에 감동하면서 새삼스럽게 외적에 대한 분노를 느꼈다. 이 작품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4대 사고(史庫) 중에 춘추관, 충주사고, 성주사고가 병화를 입을 때 유일하게 화를 면한 전주사고의 실록과 태조 어진의 이안 과정을 그린 소재로 하고 있다. 실제로 전주사고의 보존은 감사나 현령 등 관리가 아니라 전주 부근인 태인에 사는 유생 안의와 손홍록이 자신들의 노비와 식솔을 이끌고 64궤짝이나 되는 실록을 내장산 은봉암으로 이안하여 무사히 지켰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지며 그 과정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편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도 역사서를 편찬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구려 이문집의 신집, 거칠부가 쓴 신라의국사, 고흥이 쓴 백제의 서기이 그것이다. 이 역사서는 현존하지 않는다. 잦은 전란 속에서 소실된 것이다. 일본이 일본서기를 근거로 임나일본부설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삼국시대의 역사서가 남아있다면 그것이 가능하겠는가? 만약 임진왜란 때 전주사고의조선왕조실록마저 사라졌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역사를 잃은 민족이 될 뻔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과거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도발을 일삼는 일본에 대해 새삼스럽게 분노가 치솟았다.

 

셋째, 기록의 중요성을 느꼈다. 천 년 뒤에 두고 보자는 오기를 갖고 기록하는 이가 사관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만큼 역사와 기록이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중국 등의 침략으로 많은 인명이 희생되고 건물이 불탄 것에 대해서는 분노를 하면서 무수한 서적을 약탈당한 것에 대한 분노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듯하다.

 

작품 속에는 선조들의 불미스러운 일을 기록한 실록을 탈취해서 없앰으로써 문중의 명예를 지키려는 무리들도 등장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기록과 보관의 중요성과 무서움을 일깨우는 효과도 있으리라고 본다.

 

넷째, 등장인물의 이름과 호칭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느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실록을 지킨 두 유생을 노인과 사내라고 부르고 있다. 실록과 어진을 지키던 참봉도 이름은 생략한 채 오 참봉과 유 참봉이라고 했고, 그밖에 실록의 호위에 큰 공을 남긴 인물과 영은사의 스님들도 모두 무사주지 스님으로만 나온다. 그러나 기록에는 유생의 이름인 안의와 손홍록, 경기전 참봉 오희길, 내장산 주지 희묵 대사 등이 전해지고 있다. 무명의 인물도 상상력을 통해서 이름을 부여할 수 있는데, 실존 인물들을 사내, 노인, 무사, 주지 스님으로만 표현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모든 인물의 이름을 숨긴 것은 아니다. 그리 중요하다고 볼 수 없는 비복들은 도금화, 한돌, 강쇠, 순덕이, 복순이 등의 이름을 부여했다. 중요한 배역은 이름을 숨기고, 단역에 불과한 배역은 이름을 밝힌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무사란 고대 일본의 헤이앙 시대(平安時代) 중기부터 에도 시대(江戶時代)까지 존재했던 무예와 전투를 직업으로 삼던 사람들로 알고 있다. 조선시대에 무사란 계층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작품 속에서는 전란으로 인해 감영에 병력이 부족해서 일반 무사를 동원했다고 하는데……, ‘무사보다는 선달이 더 좋지 않나 싶다. 무과에 급제하고도 임관되지 못한 무인을 선달이라고 했으니, 그것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한편 중요한 등장인물의 이름을 명시하지 않고 노인, 사내, 무사, 무사의 벗, 아들 등'으로 적으니 가독성에 방해가 되는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섯째, 후기에서 작품의 배경을 좀 더 소상히 밝혔으면 좋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는 지금까지 평론가의 입장에서 새로운 소설이 발표될 때마다 단점을 찾아내서 무자비하게 비판했던 자신의 입장을 후기에서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도 독자들이 그럴 것을 각오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작가가 밝히지 않더라도 독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후기에서는 그보다는 이 작품의 배경과 관련된 역사적인 사실도 덧붙였으면, 이라는 생각을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주사고의 보존을 위해 노력한 실존 인물들이 있다. 특히 문화재청이 2018년에 처음으로 선포했던 문화재 지킴이의 날622일은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을 정읍 내장산으로 옮긴 날인 1592622(음력)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그런 사실을 간단히 안내하면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작품을 발표하던 시점에 문화제 지킴이의 날지정이 발표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작품은 어렵지 않고 읽기 편안한 문체지만 이야기 자체가 단순하다. 갖가지 난관을 뚫고 실록을 이안하는 과정이 대다수 독자를 열광시키는 소재가 아닐 수도 있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흥미 있는 작품이 되리라고 본다. 역사와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우게 하기 위해서 보다 많은 이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3.04.26

댓글 0

빈 데이터 이미지

댓글이 없습니다.

첫 번째 댓글을 남겨보세요.

목연님의 최신글

  1. 작성일
    2025.5.29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5.29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작성일
    2025.1.4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5.1.4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작성일
    2024.9.21

    좋아요
    댓글
    0
    작성일
    2024.9.21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사락 인기글

  1.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44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2.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27
    좋아요
    댓글
    172
    작성일
    2025.5.27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3. 별명
    리뷰어클럽공식계정
    작성일
    2025.5.30
    좋아요
    댓글
    136
    작성일
    2025.5.30
    첨부된 사진
    첨부된 사진
    20
예스이십사 ㈜
사업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