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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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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미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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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토의 주인
이 책은?
이 책 『게토의 주인』 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개와 고양이가 주인공으로, 개와 고양이의 시각으로 반려동물 문제를 바라보는 작품이다.
저자는 지미준, <컴퓨터자수 디자이너, 번역가, 영어 강사 등의 직업을 체험한 뒤에 어느 날 번개를 맞은 것처럼 영감이 떠올라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데 컴퓨터 자수 디자이너답게 한편의 멋진 테피스트리를 수놓은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흔히들 말한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작품!’
그 말이 바로 이 작품에 들어맞는다.
한번 손에 잡으면 끝날 때까지 책을 놓을 수 없다. 끝이 어찌될지 궁금해서,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는 것이다.
주인공은 개와 고양이다.
덕근은 개, 칠백은 고양이다. 우선 이름들이 토종이라 정이 간다.
거기에 그런 주인공들이 생각이 있다. 세상을 제법 볼 줄 안다.
그러니 사람으로 치면 의식이 있는 존재라는 것, 해서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우연히 개와 고양이로 만난 두 마리 - 아 참, 요즘에는 반려 동물을 지칭할 때 ‘이 친구, 저 친구’ 하니 - 개와 고양이 두 친구는 의기투합하여 서로 함께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런 두 친구를 보고 하나 둘 씩 모여든 다른 친구들, 해서 이제 제법 무리를 이루게 된다.
줄거리는 매우 정교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정교한 직소 퍼즐이 맞춰지는듯한 기대감이 상승하고, 흥분도수가 치솟는다.
줄거리를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려지는 작품이다.
그러나 줄거리를 말하면 스포일러이니, 그 점 참작하여 이런 몇 개의 문장 소개로 그치는 것, 양해해 주시기를.
<나는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고, 그 친구는 두려움을 달랠 수 있었어.>(81쪽)
<같은 무리에서 다른 세계를 꿈꾸는 한 우리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어.>(163쪽)
<칠백과 덕근이 꿈꾸었던 각자의 이상 세계는 현실에 잠시 동안만 내려왔을 뿐이다.>(262쪽)
등장하는 반려동물들의 모습들
반려동물로 입양되었다가 파양되는 경우.
짖는다고 성대 제거 수술을 당한 경우.
길거리에서 잡혀가 중성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는 경우.
강아지 공장 좁은 철장에 갇혀 새끼를 낳고 낳는 기계가 되는 경우.
동물 농장에 갇혀 땅 한 번 제대도 딛지 못하고 살다가, 고기가 될 날 만을 기다리는 경우.
투견으로 살아가며 영문도 모른 채 싸우다 결국은 죽게 되는 경우.
반려동물에 얽힌 가슴 아픈 사연들
먼저 덕근의 어미에 관한 사연이다.
자기를 돌봐준 할머니의 몸에 이상을 생긴 것을 알게 된 어미 개는 짖어댄다. 계속 짖어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이웃 사람들이 할머니를 찾아와 문을 열어보니, 이미 숨을 거둔 상태.
삼일장을 치른 뒤, 키우던 개 - 어미개와 새끼 개들 -를 맡아줄 사람을 찾는데, 뒷집에 사는 남자가 선뜻 어미 개를 맡아 기르겠다 나선다. 그리고 새끼 개들은 뿔불이 흩어지게 되는데..
삼일장을 치르고 할머니 자식들이 떠나간 날, 어미 개를 데려간 뒷집 남자네 집으로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남자들은 소매를 걷고 칼자루를 쥐고 토치에 불을 붙였고, 여자들은 파를 썰고 물을 끓이고 밥상을 펼쳤다.’(14쪽)
동물 농장에 갇혀 땅 한 번 제대도 딛지 못하고 살다가, 고기가 될 날 만을 기다리는 경우, 이런 일이 발생한다.
<사육장에선 철장 문이 열려도 바깥으로 나오는 개들이 없었다고 했지? 그 녀석들은 자기들의 욕구가 충족되는 그 곳을 굳이 나갈 필요가 없었던 거야. 거기에 길들여지면 학대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는 것이고.> (76쪽)
다시, 이 책은?
<대자연의 주인은 누구인가. 인간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기보다 자연을 정복해 주인이 되려는 바벨탑의 길을 택했다. 자연을 마음대로 가공해 인간만의 구역을 만들었고, 그 구역 안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명들은 마치 원래 지구에 살지 않았던 이방의 존재인 양 불청객 취급을 받는다. 동류 집단의 구역 게토, 변방의 약자들이 모인 그곳에서 결국 진정한 주인이 되는 자 인간일까, 동물일까. 아니면 그 모두를 포함하는 자연일까.> (315쪽, 「에필로그」중에서)
에필로그에서 듣게 되는 저자의 육성이 묵직하다.
문제의식으로 가득찬 소설이기에,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펼치는 반려동물에 대한 철학은 가슴에 짙게 새겨두어야 한다. 특히나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독자라면 필히!
개와 고양이인 덕근과 칠백, 그들은 꿈을 꾼다. 사람과 더불어 같이 사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투쟁한다. 과연 그 투쟁은 어떻게 될까?
저자가 그려내는 몇 개의 장면, 마치 무릉도원처럼 보여지는 장면 몇 개.
그 장면은 과연 지속이 될 것인가?
그리고, 이런 이상향을 꿈꾸는 두 친구들의 모습에 우리 사람들의 모습을 대입해 보고 싶은 생각은 그저 백일몽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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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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