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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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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혁 저
어바웃어북
그림으로 읽는 의학과 인문학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박광혁 저
출판사: 어바웃어북 출판일: 2020년10월30일
한동안 그림과 관련된 책을 몇 권인가 부지런히 찾아 읽어보았다. 살면서 예술에 대한 관심이 특별히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에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과 만화의 주인공을 따라 그리기도 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만화가가 되면 어떨까 생각해보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훌륭한 서사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꾼의 재능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림실력이 좋지는 못했다.
아마도 몇 번인가 다른 책을 읽고서 쓴 글에도 밝혔지만, 시립대 김태진 교수의 책을 우연히 읽은 것이 티핑 포인트가 된 것 같다. 책을 통해서만 상상력 혹은 사유의 힘을 느끼고 키울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이 무너진 것이다. 문득, 서구에서 어린아이에게 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노력하는지. 왜 아이들과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고 보고 느끼게 만드는지 처음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왜 ‘아트인문학’ 서문에서 ‘깨달음의 순간이 찾아오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는지도 알게 된 것이다.
그러한 깨달음을 터득한 사람 중에서는 나처럼 게으른 사람도 있겠지만, 이 책의 저자인 박광혁씨처럼 본업을 충실하게 하면서도 틈틈이 각 국의 미술관을 찾아가서, 느끼고, 읽고, 그 안에서 여러 의미와 이야기를 알아가게 된다. (책의 제목에서 힌트를 얻었겠지만, 그는 내과 전문의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의 결과물이 아마도 그가 출간한 몇 권의 책일 것이다.
내과 전문의라는 그의 정체성 때문일까? 그가 그림에서 읽어가는 이야기도 그에 연관되어 있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그림을 통해서 느끼는 서사와 감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평소에 텍스트가 읽고 상상하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며, 시각적인 자극은 사유로 잘 연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림은 시각을 통해서 접하지만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텍스트보다도 더욱 주관적이고 함축적이다.
따라서 사람마다 자신에게 가장 큰 감명을 불러일으킨 그림은 차이가 많을 것 같다. 물론 거기서 느끼고 읽어 내려간 내용도 달라질 것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도가 아닌 이상에 성경에서 모티브를 딴 그림의 의미를 전부 다 온전하게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독실한 기독교인조차도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
그림을 본다는 것, 느낀다는 것은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 책과 같이 저자가 주관적으로 느낀 이야기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마도 나 같은 게으른 사람은 미술관을 직접 가기 보다는 가끔 책을 사서 읽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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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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